<여신의 언어> 2회차 후기

요요
2026-01-13 17:23
128

우리는 점차 여신의 언어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첫날 세미나 때만 해도 여신의 언어가 왜 V? 왜 쐐기문양? 의혹에 가득찼는데 말이지요.

2회차 세미나에서 우리는 어느새 마리야 김부타스의 제자가 되어 여신의 언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ㅋㅋ

 

6장 눈 여신(eye-goddess)에서 우리는 오래 머물렀는데요.

빈차문화의 토기디자인에서, 또 서유럽의 뼈조각과 석조문화에서 극도로 단순화된 눈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이 눈은 초자연적 통찰력을 표현한다고 합니다. 자연의 신비를 꿰뚷어보는 응시하는 눈이기도 합니다.

눈의 이미지는 올빼미(부엉이)의 눈을 연상시킵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떠올렸습니다.

여신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로마신화의 아테나는 여신문명이 가부장적 신화속으로 순치되어 흡수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아테나가 제우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 역시 어쩌면 기원으로서 아버지를 갖지 않는 여신의 전도된 이미지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에 감동받은 여신 테라코타입니다.

두루미와 백조처럼 긴 목은 새를 연상시킵니다. 머리에는 쐐기문양이 있습니다.

치마 안에는 지그재그와 그물무늬가 있고요. 두 마리 새도 그물무늬가 그려져 있습니다.

지그재그와 그물무늬 모두 생명을 부여하는 물과 관련된 것으로 여신의 상징입니다.

새가 물고있는 지그재그 모양은 뱀입니다. 여신문화에서 뱀은 재생을 상징합니다.

여신의 몸에서도 새의 몸에서도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너무 멋집니다!!

팔에 그려진 스와스티카 역시 순환, 에너지, 재생을 뜻합니다.

목걸이에 걸린 빗모양의 장식이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번역자인 고혜경선생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변형(트랜스포매이션)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2회차 세미나에 와서 우리가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여신이 여자의 몸을 한 신이 아니라, 우주의 생명력을 뜻한다는 것입니다.

마리야 김부타스가 펼쳐내는 김부타스 유니버스에서 여신은 생명, 죽음, 재생을 통합하는 자연입니다.

그러나 이 자연은 자연 vs 문화의 이항대립의 항으로서의 자연이 아닙니다.

남신 vs 여신의 이항대립의 한 항으로서의 여신이 아닙니다.

이항대립 이전, 혹은 이항대립을 포용하면서도 뛰어넘는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자연이고 여신입니다.

그것이 아마 메를린 스톤의 책제목이기도 한 '신이 여자였던 시절'이 아닐까요.

 

여신은 물레, 길쌈, 야금, 악기와 관련된 공예 기능의 상징이 됩니다.

술리님이 악기연주의 경우  play 다음에 정관사가 붙는 것과 신성을 연결해서 설명하던 것이 떠오릅니다. 

그 이야기는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아요.^^(하하 근데 인도-유럽어족의 언어와 올드유럽의 신석기 문명의 언어가 달랐다는 것이 김부타스의 주장인데, 그렇다면 그 정관사는 신석기 문명의 영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엉뚱한 물음이 떠오르는군요.^^)

 

야금과 채광이 여신과 관련된다는 대목에서 저는 오래전 읽었던 엘리아데의 <대장장이와 연금술사>를 떠올렸습니다.

그 책에서 엘리아데는 광산 속의 금속들이 태아와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바로 금속들은 자라는 돌이며, 그래서 금속을 캐내는 것은 금기와 관련되어서 반드시 신성한 의례를 수반했다는 것이지요.

김부타스는 광산에서 발견된 토기가 그런 의례용 토기였다고 말합니다.

오늘날 기술이란 자연을 닦달하여 착취하고 수탈하는 채굴행위이지만,

오래전 자연과 인간이 호혜적 관계를 맺었던 시절에도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 참,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여신문명에서의 기술과 오늘날 기술 사이에 우리는 어떤 다리를 놓을 수 있을까요?

그저 과거를 낭만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깊은 무의식 속에 있는 어떤 것을 살려내고

그것과 새롭게 관계맺는 것은 불가능하기만 한 것일까..

여신의 언어가 그 불가능해 보이는 길을 낼 수 있을까요? 

 

고혜경 선생 인터뷰에서 만난 마리야 김부타스 우표입니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리투아니아에서 발행된 우표라고 합니다.

배경으로 여신상들이 보입니다.ㅎ 새 여신(bird goddess)이군요! 새부리, 숫양뿔, 젖가슴, 삼선, 역삼각형, 쐐기문양등이 보입니다.ㅎㅎ

 

 

 

댓글 5
  • 2026-01-17 16:11

    새 여신과 눈 여신... 여신의 두 가지 속성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책에서 나오는 여신의 수많은 기호들이 제가 이미 알고있는 그리스 신화들과 연관되는게 신기했습니다.
    숫자 3과 여신의 연관성도 신기했습니다. 지금까지 기호와 상징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숫자와 연관되는건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 같았거든요.
    마지막에는 3과 여신의 연관성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는데 황금사과 이야기가 떠오르더라구요. 지금까지라면 헤라가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 여신인데 전해지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신이라는 점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 2026-01-17 21:00

    언제나 열정적으로 수업 준비를 해주시고 저희에게 전해주시는 요요님께 감사드립니다. 그에 비해 배움이 짧아 매주의 텍스트를 읽어나가기에 급급하지만 점점 여신의 언어에 스며들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오늘 잠시 작은 박물관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신석기 토기들, 그릇들에 담긴 작은 무늬들에서 우리가 함께 한 M자, V자, 미앤더 무늬들을 찾아보려는 어설픈 접근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
    3주차 텍스트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p.151 "무덤이 자궁이다"라는 관점이었습니다. 만물이 죽어 묻히는 땅이 곧 죽은 자의 어머니이다라는 점과 구석기 시대부터 이미 무덤을 자궁으로 보며 붉은색응 칠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우리는 죽음과 관련해 붉은색은 연계하지 않는데 말이죠) 자궁에 묻는 것은 땅에 씨앗을 심는 것이다, 옛 생명으로 부터 새 생명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고대인들의 관점이 더욱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지난 학기 과제를 위해 읽었던 다음 텍스트에서 놀랍도록 다른 접근을 접했던 점이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재클린 로즈(Jacqueline Rose), 2021, 『숭배와 혐오: 사랑과 잔혹함의 모성 에세이(Mothers: An Essay on Love and Cruelty, 2018), 김영선 옮김, 문학동네』에 나왔던 어머니와 죽음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죽음과 여신 또는 모성을 바라봅니다. 핵심적인 내용을 아래에 ai로 요약하여 공유합니다.
    -----------------------------------------------------------------------------------------
    재클린 로즈가 모성을 인간의 유한성 및 죽음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 핵심 논리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생명을 탄생시키는 통로인 동시에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통제 불가능한 자연적 숙명'을 상기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세 가지 층위에서 정리해 드립니다.

    1. 생명과 죽음의 공존 (생물학적 필연성)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어머니를 통해 세상에 나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어머니가 없다면 나라는 존재도, 나의 죽음도 없었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탄생의 매개자: 어머니는 생명을 부여하는 존재입니다.
    유한성의 환기: 생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반드시 끝(죽음)이 있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따라서 어머니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육체적 한계와 죽음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상징적 인물이 됩니다.

    2. 통제 불가능한 신체에 대한 공포의 투사
    로즈는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의 문헌 등을 인용하며 역사적 맥락을 짚습니다.
    불안의 전가: 태아의 기형, 질병, 혹은 출산 과정에서의 위험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생물학적 불안정성'을 사회는 감당하기 어려워합니다.
    희생양 메커니즘: 사회는 이러한 근원적인 공포와 불안을 '어머니의 신체적 결함'이나 '통제되지 않는 자궁' 탓으로 돌립니다. 즉, 죽음과 질병이라는 운명의 책임을 어머니에게 투사함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3. '용기(Container)'로의 환원과 어머니의 소거
    로즈가 인용한 아폴론의 대사("여성은 씨를 기르는 자에 불과하다")는 매우 중요한 지점입니다.
    도구화: 여성을 단순히 '씨앗을 담는 그릇'으로 정의하는 것은, 어머니를 인격적 주체가 아닌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계적 장치로 보는 것입니다.
    필사성(Mortality)의 격리: 어머니를 '대체 가능한 존재'나 '폐기될 수 있는 희생양'으로 취급하는 것은, 인간의 유약함과 죽음의 문제를 어머니라는 특정 영역에 가두어 처리해 버리려는 시도입니다.

    요약하자면 재클린 로즈는 모성 숭배 뒤에 숨겨진 혐오의 본질이 바로 이 '죽음에 대한 공포'에 있다고 봅니다.
    사회가 어머니를 완벽한 존재(전지전능한 신화)로 추앙하는 이유는, 거꾸로 말해 어머니가 완벽해야만 우리 삶의 불확실성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머니가 불완전함을 드러내면(양가성), 사회는 자신들이 직면하기 싫은 '인간의 유한성'을 마주하게 되므로 이를 억압하고 어머니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생명의 근원이기에 찬양받지만, 동시에 인간이 거부하고 싶은 '육체의 부패와 죽음'이라는 운명을 고스란히 짊어진 채 사회적 비난의 표적이 되는 이중적 고통을 겪는다."
    이것이 로즈가 분석한 모성의 양가성과 죽음의 연결고리입니다.
    -------------------------------------------------------------------------------------------
    그렇다면 수천년의 시간의 궤적 속에서 무엇이 이렇게 죽음을 씨앗을 심는 새로운 탄생에서 불안의 대상이 되는 인식론적 변화를 불러왔는지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 2026-01-18 17:45

    1.
    그림 177, 차탈휘익의 ‘두 다리 사이에서 태아가 나오는 여신상’은 여신인가? 할머니인가?

    터키 아나톨리아 고원의 신석기 유적 차탈휘익(Çatalhöyük)은 기원전 7,500년경부터 형성된 신석기 최대의 도시 유적지로 마리아 김부타스가 주장한 '올드 유럽' 문명의 핵심 원리와 철학적 배경을 뒷받침하는 '신석기 문명의 원형'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임스 멜라트는 유적을 발굴(1961~1965)을 통해 여신 문명을 확인했고 30년 후 이안 호더(1993~2018)가 발굴작업을 이어갔다.

    차탈휘익 사회에 대한 멜라트의 해석 vs 이안 호더의 해석 비교

    제임스 멜라트 (및 김부타스)
    1)사회 구조: 여성이 지배하는 모계 중심 사회
    2)유물 해석: 모든 여성상은 '여신'이다
    3)공간 성격: 성소(종교)와 주거(일상)의 분리
    4)중점 사항: 신화, 예술, 거대 서사

    현대 고고학 (이안 호더 등)
    1)사회 구조: 남녀가 평등하게 역할을 분담한 호혜적 사회
    2)유물 해석: 여성상은 조상 숭배, 교육용 도구 등 다용도일 수 있다
    3)공간 성격: 집 자체가 곧 성소인 일상 공간
    4)중점 사항: 통계, 화학 분석, 미시적 생활사

    문제의 여신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있다. 김부타스는 여신상이 발굴된 곳이 출산을 위한 성소라고 보았지만, 이안 호더의 경우는 사원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장소라고 보았다. 그는 차탈휘익에는 별도의 성소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출산도 별도의 성소가 아니라 가정집에서 행해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여신상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인류학과 고고학을 가르치는 린 메스켈은 여신상이 아니라 모계사회의 가르침을 담은 할머니상이라고 본다.

    김부타스는 12-6절에서 출산과 생명을 관장하는 여신 이미지가 역사시대에 어떤 변형을 겪었는지 길게 서술하고 있다. 이것은 15장 대지모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역사시대의 성별 역할분담과 관련된 변형의 역사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과연 12장에 등장하는 많은 출산하는 여인상을 포함한 상들을 여신상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조상숭배 혹은 교육용 도구, 혹은 주술적 부적 같은 다양한 맥락 속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야 할까?

    2.
    2부의 도입부에서 김부타스는 “선사시대 예술, 임신한 여인, 쌍알, 흥분한 남신은 섹스의 상징이 아니다. 유럽의 선조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철학적이었다. 그리고 그 예술에는 외설적인 요소가 없다. 선사시대 풍요의 상징들은 생식의 힘이나 다산 혹은 증식의 상징이다, 이 상징들은 끊임없이 등장하는 죽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속되고 생명의 힘은 보존된다고 말한다”고 쓰고 있다. 이 도입부로 인해 2부에서 소개되는 유물들을 통해 어떤 여신의 언어, 여신의 철학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15장에서 김부타스는 대지모가 선사시대 신앙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그럼에도 초창기 여성성의 원리에서 대지모는 비록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부가 아니라 주요한 일면일 뿐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짐작컨대 여성성의 원리가 출산이나 모성으로 고정되는 것을 경계하려 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분리되는 것(그리고 그것을 여성성으로 고착시키는 것)과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여신 신앙은 다른 것이라는 그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우주적 차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이런 관점을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무덤이 자궁이라는 것 역시 출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의 자궁 역시 여성의 신체의 일부라는 것을 넘어서는 우주적 자궁의 의미일 수도 있겠다 싶다. 김부타스는 무덤=자궁이라는 자신의 견해의 근거를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르루아구랑이 구석기 시대 무덤을 자궁으로 보았다는 것이고(무덤은 여성적 기호, 그 안에 든 부장품이나 유골은 남성적 기호), 다른 하나는 무덤의 구조(그림 234~242)가 여신의 몸처럼 생겼다는 것이다. 김부타스는 르루아구랑의 해석을 수용하면서도 단지 무덤을 여성적 기호로 보는 것을 넘어 재생의 생명력을 가진 자궁으로 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해석이 멋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덤이 가진 종교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등등 다양한 맥락이 있을 텐데 그것을 자궁, 여신의 몸과 같은 구조 등으로 단순화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2026-01-18 21:09

    헤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댓글을 달고서 책을 펼쳤는데 바로 헤라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ㅋㅋㅋ
    오늘은 좀 짧게... 기억에 남는 부분을 적어보려 합니다.

    대지의 여신을 인간이라 한다면 어머니 (159)
    가이아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지의 여신을 인간으로 치환시키면 결국 어머니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술리님이 개인적으로 모성애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고 하셔서 그런지 그 분을 유심히 보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이 어머니가 나오는 맥락은 앞선 문단에서 ‘땅의 비옥함’, ‘순수하고 결점 없는’,‘ 거듭 신비로운 탈바꿈을 멈추지 않는’, ‘생명의 신비와 연결되어 있는’ 만개하고 싹을 틔우는 자로서의 맥락에서 연결됩니다. 여신과 어머니의 연결은 그 숭고함을 높이 산다는 점에서 일면 비슷해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영역으로 가져오게 되면 좀 유해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제가 또 잘못 보고 있는 것일까요?! ㅋㅋㅋ
    141쪽의 대지모 부분이 시작하는 곳에서 여신의 기원이 농업이 시작된 시기와 같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신석기 시대 즈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임신한 형태의 유물은 구석기 시대부터 나타나 풍요로운 자궁을 통해 생명과 대지의 번성을 꿈꾸었다는 건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었습니다.

    뭔가 일이 너무 많았어서 ㅜㅜ 내용을 잘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

  • 2026-01-19 08:40

    요요샘, 다정한 후기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난 시간을 찬찬히 잘 새겨보게 되었어요.

    늦었지만 이번 주 메모 올립니다
    -------------------------------------------------------------------------------------------

    1.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 <여신의 언어>를 비유적인 의미로 읽었는데 김부타스가 소개하는 상징들을 3주째 따라가다 보니 이 제목은 전혀 비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선사시대의 상징체계를 들여다보는 사이 내가 알고 있었던 몇 가지 이질적인 상징의 모음들(현대의 상징들/역사시대에 해당하는 고대의 상징들/ 종교적 상징들/ 민담들의 상징들….)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된다.

    - 단군신화의 웅녀.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40541)

    단군신화는 생물학적·언어학적 의미와 문화사적 사실이 중첩되어 형성된 복합적인 논리체계를 상징하고 있다. 곰 제의대(祭儀帶)는 지구의 북반구 전역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 동북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는 곰을 신 또는 조상으로 숭배하는 풍습이 있다.

    동북시베리아에서는 무당의 명칭을 Kam·Gam이라 했고 고(古)터키·몽고·신라·아이누족·일본에서는 신을 Kam·Kamui 등으로 호칭하였다. 이처럼 신의 뜻을 가진 ‘곰’이라는 단어는 농경문화의 시작과 곰의 생물학적 특성인 재생관념(再生觀念)에 의해 지신(地神)이라는 3차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농경문화 단계에서 지신은 생산기능을 가진 대지를 상징하므로 일반적으로 여성적 성격을 가지며 지모신(地母神:熊女)이 된다.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에서는 신화구조상 단수신(檀樹神)이 웅녀와 동일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웅녀는 단수신에 비해 환웅과의 갈등대립의 관계가 분명하며 그 극복과정이 복잡하다. 이것은 웅녀가 단군왕검의 탄생으로 상징되는 단군신화의 논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설정된 존재임을 시사하고 있다. 웅을 모계추장(母系酋長)의 표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으며, 웅녀를 곰토템(totem)을 가진 모계중심사회(母系中心社會)의 고마족 여성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또한 웅녀를 곰암(암콤)으로서 여성격을 가진 지상신으로 보기도 한다.

    - 작년에 본 유현목의 <장마>(1979)에 등장하는 뱀.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간단히 말하면 이념이 초래한 비극을 다룬 영화이지만 감독의 시선이나 사건의 전개가 어느 한쪽으로만 마음이 치우치지 않게 하는 복잡한 느낌을 주는데 화자인 어린이의 친삼촌은 순수함, 맹목성, 다정함, 위험함, 질투심 등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작품의 말미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잔치를 연 어머니에게 뱀이 되어 나타난다. 그 뱀은 김부타스가 말하는 신령한 에너지와 영묘한 느낌, 생명의 태동을 느끼게 하는 신비로움, 지하세계와의 연결을 떠올리게 했던 것 같다.

    1. 김부타스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로셀의 비너스는 임신한 여성이 아니라며 논외로 본다. 이 두 유물은 후기 구석기 시대 유물로 각각 3만 년 전과 2만 5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둘 다 빙하기에 해당한다. 빙하기는 언뜻 식량을 구하기 힘들었을 것 같지만 매머드, 순록, 들소 같은 지방 함량이 높은 대형 포유류가 풍부했고 이러한 지방은 건조를 통해 저장하기가 좋은데 빙하기이기도 해서 빙하기 사람들은 오히려 풍족하게 먹고 여가 시간을 많이 누렸을 거라고 한다. 특히 로셀의 비너스가 들고 있는 것은 풍요의 뿔 코르누코피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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