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수다> 7편 - 자누리 / 격물치지

진달래
2016-08-26 17:07
732

<나는 고수다>가 진행되면서 고전공부에 관심이 있으신 몇몇 분들이 눈에 뜨입니다. 

사실 이미 <고전공방>에서 세미나도 하고 책도 읽고 했음에도

아직 잘 잡히지 않는 <대학>입니다. 

그런데 꾸준히 관심을 갖고 나오시는 몇몇 분들이 강의만 듣고 

이런 게 이거 아니냐고 하실 때마다 공부가 오래 한다고 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

이번 <고수다>는 그 어렵다는 '격물치지'에 대해서 명강의로 소문난 자누리샘이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8조목의 처음으로 등장하는 격물치지는 원래 이 장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었는데 

그 때문에 주희가 따로 '보망장'이라고 써서 설명을 끼워 넣었을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자누리샘은 주희의 해석을 따라서 격물치지에 대해서 설명을 하셨습니다. 

20160826_133729_resized.jpg

주희가 설명한 "격물치지"는 사물에 이르러 그 이치를 끝까지 찾으라는 것입니다. 

이 말 때문에 왕양명이 대나무의 이치를 궁구한다고 대나무를 쳐다보다가 쓰러졌다고 할 만큼 해석이 어렵습니다. 

사물에 이르러 그 이치를 다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자누리샘은 주희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나의 치지'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앎을 지극히 한다는 것입니다. 

<중용장구서>에 보이는 도통에 대한 언급을 통해서 

자누리샘은 주희가 말하는 공부의 방법이 

성인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성인이 되는 법을 찾는 공부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주희는 각 사람의 마음에 이미 天理가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리를 따라서 가는 것, 즉 격물치지를 통해서 도덕적 정치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셨고

이를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공통감각의 형성, 그리고 예치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지 않냐고 하셨습니다. (맞나요?) 

그러면서 격물은 단순한 접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희는 거경궁리의 공부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깊이 성실히 지극히 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늘 이치를 살피고 찾되, 그것이 마음을 삼가고, 타자에 온 마음을 다하는 경의 자세가 없으면 불가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누리샘은 이러한 공부에서 자기성찰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질문하셨습니다. 

자기 검증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20160826_133755_resized.jpg

마직막 질문에 대해서 답은 뭐 이런 장면이 아닐까요? 

꼭 나와야 하는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 자리를 지키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부가 이렇게 드러나는 거죠. 

질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이건 별로 중요한게 아닌데 하셨지만 나름 논란이 있었던 

"격물치지의 대상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이다"의 문장에서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를 격물치지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맥락으로 보자면 자누리샘의 이야기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로 결론

그 사이에 여울아샘이 "저도 이것에 대해서 생각했는데요...."라고 운을 띠자 많은 분들이 '주례사'같다고 하셨어요. 

근데 정작 무슨 말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서....

문탁샘은 청소할 때 청소의 방법을 알려주고 그대로 하도록하는 것이 <소학>의 공부라면 

청소의 이치를 공부하는 것이 <대학>의 공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격물치지는 꼭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일의 이치를 아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예치시스템'에 대해 자누샘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사창을 이야기하시면서 사창의 운영에 대한 규정이 많다는 것이 시스템으로 생각하시는 같았는데 

이걸 예치시스템이라고 할 때의 시스템과 같은 의미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자누리샘이 시스템의 문제를 고민하시는 것이 리쩌허우가 유학은 시스템이 없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 

피터볼은 오히려 예치 시스템과 같은 시스템이 있다고 보지 않았는가의 연장선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정치라는 영역에서 보자면 시스템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방에서 오늘 이야기를 요요샘이 한 방에 정리해 주셨는데 그것도 잘 기억이 안 나서 

그냥 제멋대로 후기를 썼습니다. 

달팽이샘이 <고수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습니다. 

갑자기 <전습록>이 생각이 났습니다. 

양명의 제자들이 물은 걸 또 묻고, 또 묻고, 나중엔 좀 짜증이 나더라구요. 

"아, 똑같은 걸 왜 자꾸 물어." 

공부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이야기 또하고 한 이야기 또하고, 그러다보면 어느날 활연관통하여 道를 깨우치게 되는 날이 올까요? 

마지막으로,

20160826_133139_resized.jpg
 

지각이라 잠깐 고민했는데 

동천동에 내리니 하늘이 완전 가을 하늘이더라구요. 

눈이 안 보여서 그냥 찍었더니 구름만 잔뜩 찍혔네요.^^

다음 <나는 고수다>는 9월 2일 (금) 1시 반에 토용샘이 본말(本末)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순서가 중요하다는군요. 

댓글 7
  • 2016-08-26 19:25

    요요샘의 한방 정리가 궁금해요~

    • 2016-08-27 09:48

      이건 요요가 직접 말하는 수 밖에....ㅋㅋㅋ

  • 2016-08-27 20:25

    이런, 이런.. 엄청난 오해가!

    제가 한 방에 뭘 정리했을 리가 있겠습니까?

    진달래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이 안난다고 하길래

    같이 낄낄거리며 그냥 생각나는대로 엉겁결에 댓거리를 했을 뿐입니다.

    인디언님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가 격물치지의 대상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띠우와 여울아 등이 의견을 내었지만.. 나에겐 임팩트가 확실치 않았다.^^)

    게으르니는 사회자의 권한을 발동하여 격물치지의 대상 어쩌구는 곁가지이니 대충 줄이고, 공부의 점검과 예치시스템을 연결해서 논의해보자고 말했다.

    (하늬샘이 예치시스템이 무엇인지 물었고, 그에 대한 답변이 있었는데.. 하늬샘에게 적절한 답변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게으르니의 관심은 바로 공부의 검증과 예치, 이것에 있는 듯했으나 토론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문탁은 격물치지가 무엇인지, 이치를 파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뭐라뭐라 이야기했다.

    (격물치지가 뭔지 알아야 된다는 강력한 강조가 느껴졌는데.. 고전공방 학인들은 각자 방식으로 격물치지를 아는 듯했고, 

    나를 포함해서 고전공방학인이 아닌 사람은 그래서 그게 뭐라는 거야라고 묻는 듯했다.)

    느티나무는 격물치지에서 이렇게 헷갈리면 본인이 맡은 '제가'에서는 어떻게 정리하라는거냐고 말했다.

    토용은 격물치지, 성의, 정심...의 순서가 중요한데.. 그건 다음 고수다에서 정리하겠노라는 포부를 밝혔다.

    (토용이 정리하면 느티나무가 좀 쉬워지려나? 하는 생각이 덩달아 일어났다)

    누군가 자누리에게 왜 시스템이냐고 물었고, 자누리가 피터볼 어쩌고 답했고

    자누리 역시 게으르니처럼 자신이 문제제기 한 부분에 대해 의견교환이 있기를 바란듯 하였으나

    아쉽게도 시간이 다되어 버렸다.

    ------

    요요?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좇아가느라 바빴고

    핑퐁처럼 말은 오가는데.. 옛날 한국축구처럼 패쓰가 잘 안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내가 못알아들어서 그런건가? 그런 생각도 하면서

    왜 공부방법인 거경궁리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안하지?

    난 격물치지의 공부방법이 거경궁리라는 게 뭔 뜻인지 모르겠는데.. 라고 맘 속으로만 생각했다.

    ㅎㅎㅎ

    진달래에게 이야기 할 때는 괄호 안은 생략이었지만

    1인칭 시점으로 쓰려니 읽는 분들에게 전지적 시점을 강요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지문을 추가하였습니다.

    진달래의 후기를 읽으면서

    질문-정답 이런 것은 없구나!

    그저 묻고 또 물으며 자신을 드러내고, 

    또 친구의 말을 들으며 촉발받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각자 만족할만한 고수가 될 때까지 아자, 아자, 화이팅!!

  • 2016-08-27 22:52

    사실 격물치지에서 예치시스템까지... 내성에서 외왕까지....자누리샘의 발제가 너무 광범위했어요.

    그러다보니 격물치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야기가 안 된 것 같아요.

     

    사실 전 격물치지장이  (발제에도 써 있듯이) 소위 보망장이라 불리는 장이구

    그런만큼 <대학>의 핵심이니까

    격물치지가 뭔지, 그게 왜 주자학에서 핵심적 지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을 거라구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정말 격물치지가 뭐죠?... ㅋㅋㅋ....

     

    정말......<고전공방>에서 논술시험이라도 보구 싶은 심정이예요....ㅠㅠㅠ. ...오픈 북으로...

     

    1. 격물치지가 무엇인지  주자의 해석을 중심으로 500자로 정리하시오.

    2. 격물치지와 성의정심의 관계를 1000자로 정리하시오.

    3. 3강령의 관계를 정리하시오

    4. 성의와 정심의 차이를 정리하시오

    5. 명덕을 왜 허령불매라고 했는지 500자로 정리하시오

    6. <대학>과 <중용>의 明에 대해 설명하시오.

    7. 8조목과 거경궁리를 연관지어 설명하시오

    8. 격물치지의 의의에 대해 2000자로 설명하시오

    9. <대학> 전 10장(가장 길어요^^)의 요지를 설명하시오

    10. 존양의 공부와 성찰의 공부의 차이를 설명하시오

    11. 8조목의 본말, 선후가 왜 중요한지, 그 의미를 1000자로 정리하시오....

     

     뭐 이런 식으로요..... 에브리바디 콜?

    • 2016-08-27 23:01

      쓰다보니... <나는고수다>에서 해야 할 일이 바로 논술문제를 내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자기가 문제를 내고 자기가 풀어오기!

  • 2016-08-28 08:56

    그럴리가요. 전혀 내성외왕으로 푼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가지 않으려 했고

    그저 공부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했습니다. 시스템이나 예치는 그저 단순하게 이해되는

    있는 수준으로 쓴 것이고 중심성이 없을 때 전체는 어떻게 굴러가나, 격물치지의 공부법은

    주희에게 그런 의미가 있지 않았나로 설왕설래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이해되지 않아서 잘못 썼구나, 문제를 익히지 못했구나, 공부를 잘못했구나.. 실의에 빠졌습니다.ㅠㅠ

    • 2016-08-28 12:48

      뭘^^ 실의까지^^ㅋㅋ

      '중심성이 없을 때 전체는 어떻게 굴러가나'

      이 질문을 건진 것을 수확으로 여기심이^^?

      중용 20장 복습하는데

      어제 고수다에서 나눈 격물치지의 중구난방과 피터볼의 강조와...

      그 기운 때문인가 20장이 쏙쏙 읽히는...

      그럼에도 아마 또 지나면 뭔 말? 이러겠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