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안녕, 돼지들

경덕
2024-01-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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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2023).

문탁네트워크 공부방 회원, 인문약방 킨사이다 멤버.

오래 머무르고 많이 이동하는 일상을 실험합니다.

 

 
 
 
 
 
안녕, 돼지들
 
 
 
비 오는 날, 새벽이생추어리 마지막 돌봄을 다녀왔다. 나는 그날 돌봄이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러 갔다. 돌봄을 마치고 나서는 그 다음주에 다시 볼 것처럼 인사를 했다. 이후에 사정이 생겨 돌봄을 몇 주 쉬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날짜가 정해졌다. 이사를 가는 날에도 배웅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얼굴도 못 보고 새벽이와 잔디를 보내야 했다.
 
1년 넘게 매주 돼지를 만나다가,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돌봄을 가기 위해 깜깜한 새벽부터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옆구리를 쓰다듬어서 잔디가 짜증 낼 때 섭섭해하지 않아도 된다. 새벽이와 술래잡기를 하며 진땀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 돼지의 응가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 덩굴잎을 채집하다가 가시에 긁히지 않아도 된다. 새벽이와 잔디의 사진을 수십 장씩 찍지 않아도 된다. 돌아오는 길에 일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다른 보듬이들의 일지를 읽고, 웃고 (울지) 않아도 된다. (흑흑)
 
 
술래잡기 중
 
 
다시, 떠나야 하는 삶들
 
새벽이생추어리는 재작년부터 이사를 준비했다. 땅 주인의 사정으로 원래의 장소에서 계속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새벽이가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구조되어 2020년 새벽이생추어리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1회에 적었다.
 
"새로 살 집을 구해야 했다. 새 집은 활동가들이 너무 어렵지 않게 오고 갈 수 있고, 새벽이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넓고, 도살장이나 축산 농장으로부터 충분히 떨어져 ’가축 전염병 살처분‘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여야 했다. 새벽이와 활동가들은 이곳 저곳(활동가 집, 임시보호소 등)을 전전하다가 지금 있는 장소에 정착했고, 새벽이 집 이름은 새벽이생추어리가 되었다. (...) 새벽이생추어리를 새벽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땅에 묻혀 있는 위험한 쓰레기들(음료수 캔, 유리 조각, 비닐 봉지 등)을 수거하고, 울타리를 튼튼하게 세우고, 새벽이가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안방을 지었다. 그리고 매일 매일의 돌봄이 이어졌다. " <1회, 돼지와 함께 춤을 중> 
 
 
2020년 새벽이 (출처 :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그램)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야 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돼지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넓은 땅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도살장이나 축산 농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가축 전염병 살처분‘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다. 활동가들은 방법을 모색하느라 분주했다. 기존의 생추어리가 많은 이들의 협력을 통해 조성된 것처럼, 이번에도 많은 이들과의 연대가 필요했다. 그렇게 이사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사를 하고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금을 시작했다. 새생이들은 장소를 물색하느라 전국을 돌아다녔다. 우여곡절 끝에 적당한 땅을 찾아 공사를 시작했다. 마침내 새 집이 지어졌고 새벽이와 잔디는 새로운 생추어리에 무사히 입주했다. 나는 이사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그 과정을 가까이서 보지는 못했지만 새생이(운영 활동가)들이 전해주는 소식을 들으며, 프로젝트가 무사히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주 새벽이와 잔디를 만났다.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프로젝트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계정에도 중간 중간 소식이 올라왔다. 새생이들은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는 일의 지난한 과정, 새벽이 잔디와 함께 살 수 있는 돌봄 공동체, 비인간 동물과 연대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전했다. 
 
2023.2.18.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갑니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올해 현재 부지를 떠나 더 나은 곳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부터 오랜 시간 고민해온 사안이며, 최근 활동가들을 가장 바쁘게 만든 일이기도 합니다. 새벽이와 잔디, 그리고 새벽이생추어리의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서 보다 많은 분들의 연대가 절실합니다.
 
2023.2.20. 어떤 존재들에게는 거처를 옮긴다는 것이 너무나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 됩니다. 새벽이와 잔디에게 그렇습니다. 새벽이에게 가장 처음 허락된 공간은 종돈장 안의 좁고 더러운 스톨 속, 1평도 채 되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새벽이는 수많은 형제와 가족들이 남아 있는 그곳에서 벗어나 생추어리에 올 수 있었지만, 겨우 마련된 작은 피난처에서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 그곳을 떠난 새벽이를 그저 '훔친 돼지'로 부르는 사회이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우리는 늘 도망쳐야 합니다.
 
2023.3.6. 새벽이생추어리가 이곳에서 만들어온 역사가 있습니다. 새벽이, 잔디, 보듬이, 새생이가 공간과 맺어온 관계가 있습니다. 생추어리 가는 길 마당에 묶인 강아지, 길고양이, 자주 보이던 새와, 다니던 길과 생추어리의 풍경까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새벽이와 잔디가 그 공간과 맺던 관계가 있습니다. 충분히 넓진 않지만 그 안에도 밥 먹는 곳, 물 먹는 곳, 똥을 자주 누는 곳, 그늘에서 쉬던 곳, 진흙목욕하던 작은 개울, 루팅을 많이 하던 곳, 가려우면 긁던 나무가 있습니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새벽이와 잔디가 일생의 대부분을 살면서 만들어온 공간입니다.
 
2023.3.20. 새생이들은 지난 여름부터 지방 곳곳의 땅을 물색하러 돌아다니고 있어요. 모금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지역 답사는 계속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이사란 여느 이사와 다름없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일이고, 삶을 환영받지 못하는 돼지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돼지에게 위험한 전염병이 확산되지 않은 지역을 찾는 것, 그리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이웃이 있는 지역을 찾는 것이에요. 알맞은 곳을 찾을 때까지 걷고, 또 걷고, 운전하고, 또 걷는 것을 부지런히 반복합니다.
 
 
 
 
2023.5.24. 새벽이생추어리가 이사 갈 땅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전국을 물색하며 여러 차례의 좌절이 있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 덕에 좋은 이웃이 곁에 있고, 해가 잘 드는 아름다운 숲 속의 땅을 임대할 수 있게 되었어요. 드디어 지난 주에 첫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공사는 빼곡한 나무들을 베고 땅을 고르게 만들어 부지를 정리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었습니다. 이사 갈 땅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 상태 그대로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곳입니다. 그래서 이 땅을 사용하려면 나무 정리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 이 공간에 먼저 살고 있던 존재들의 터전을 빼앗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울창하던 나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공사현장을 지켜보며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조성된 생추어리 또한 결국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시설이고, 그것을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딜레마를 깨닫는 시작이었습니다.
 
2023.12.3. 새로운 생추어리에서 거주동물을 돌볼 때 든든한 거점이 되어줄 돌봄 하우스가 지어졌습니다! 돌봄 하우스 안에는 거주동물의 식사를 준비할 때 필요한 도구들과 음식 저장고, 그리고 생추어리 유지보수에 필요한 여러가지 장비들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이사 프로젝트에 후원으로 연대해 주신 덕에 무사히 시공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도움 주신 많은 분들에게 설레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쁩니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이와 잔디의 입주 소식이 올라왔다.
 
2024.1.10. 새벽이와 잔디가 새로운 생추어리로 무사히 입주를 완료했습니다! 새로운 부지를 만난 5월부터 12월까지 짧지만 긴 시간 동안 모두가 최선을 다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 이사 과정이 새벽이와 잔디에게는 어땠을까요? 우리는 그들에게 왜 우리가 이사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없었습니다. 보듬이들은 새벽이와 잔디가 옛 생추어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을 애틋하게 여겼지만, 새벽이와 잔디는 그것이 그들을 지금껏 살아온 공간에서 보낼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이삿날을 맞았습니다. 특히 돼지는 새로운 환경에 예민한 동물입니다. 새벽이는 이사를 위해 익숙한 곳을 떠나 차량에 탑승할 때 거부하고 저항했습니다. 그의 입장에서 이것은 강제이주였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생추어리라는 시설의 한계와 가해 앞에서 아파할 때도 있었지만, 이것을 마주하고 애도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법 또한 배웠습니다. 새벽이와 잔디의 아픔, 생추어리 조성 당시 서식지를 빼앗긴 원주민들의 아픔, 종차별 사회에서 갈 곳 없이 매일 밀려나는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애도하고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되찾아 갈 것입니다. 이사프로젝트의 성공은 종차별에 저항하고 비인간 동물에게 연대하고자 하는 강력한 마음들이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 앞으로 사회에 더 큰 균열을 내고 더 많은 연대를 이루어낼 새벽이와 잔디의 이사를 축복합니다! 성공적인 이사를 함께 만들어낸 모든 연대자와 친구들, 새벽이와 잔디, 그리고 동료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안녕, 돼지들
 
새로운 땅에서 무사히 일상을 보내는 새벽이와 잔디의 사진을 보았다. 이전처럼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걷고 뛰는 모습을 보았다. 새벽이와 잔디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나는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어떤 식으로든 달래고 싶어졌다. 마지막 돌봄이 마지막인 줄 몰랐을 때의 당혹스러움, 그날 새벽이와 잔디에게 충분히 마음을 쓰지 못한 아쉬움이 내게는 남아있다.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의 돌봄을 잘 기억하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본 새벽이생추어리 풍경을 되뇌고 싶어서, 그리고 다시 일지를 쓰며 뒤늦은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휴대폰 사진첩을 열었다.
 
목요일 아침 돌봄. 구름이 많이 끼고 조금 쌀쌀한 날씨. 생추어리 가는 길. 길가에 낙엽이 조금 쌓였다.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은 푸른 잎도 꽤 보인다. 다리를 건널 때 하천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곳곳에 무성한 덩굴잎.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전깃줄까지 휘감고 있다. 여느 때처럼 오솔길을 따라 굽이 굽이 걸어 새벽이생추어리 하우스에 도착했다.
 
식사를 준비하며 돌봄을 시작했다. 아침 식단표를 확인하고 냉장고에서 호박과 고구마를 꺼내 손질했다. 호박을 썰고 씨를 발라냈다. 저울에 그릇을 올리고 그 위에 손질한 재료를 담으며 무게를 쟀다. 새벽이는 큰 그릇에 큼직 큼직 썰어서. 잔디는 작은 그릇에 잘게 잘게 썰어서.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서랍에서 파란색 우비를 꺼내 입고 밖으로 나갔다. 가까이 있는 잔디에게 먼저 밥을 줬다. 얼굴을 푹 숙이고 오물 오물. 옆구리를 만지니까 짜증을 냈다... 새벽이 집 쪽으로 걸어갔다. 마당을 서성이던 새벽이가 걸걸걸 소리 내며 뛰어왔다. 울타리 밑으로 밥그릇을 재빨리 넣어줬다. 새벽이는 큼직한 호박을 한 입에 물고 으깨버렸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새벽이 입에서 튀어나온 잔여물이 얼굴에 튀었다. 비가 와서 질척이는 땅을 밟으며 새벽이와 잔디 똥을 주웠다. 똥바구니를 들고 퇴비간에 갔더니 버섯이 보였다. 퇴비 더미 위로 솟아있는 버섯들. 돼지의 똥과 톱밥, 미생물의 얽힘 속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버섯들.
 
 
 
 
날씨가 쌀쌀해져서 새벽이 안방에 지푸라기를 두툼하게 넣어줬다. 바삭한 지푸라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열심히 정리를 한다. 입으로 한 움큼씩 물어 정돈했다. 정리를 하면서도 한 번씩 나를 응시했다. 입가에 지푸라기가 붙어 있다. (새벽아 안녕. 이사 가서도 잘 지내고. 나중에 또 술래잡기 하자.) 잔디 집에도 지푸라기를 넣어 줬다. 잔디는 이부자리를 펴듯 지푸라기를 폈다. 잔디 눈이 똘망 똘망했다. (잔디도 안녕. 짜증 조금만 줄이고. 우리 나중에 또 보자.) 하우스 안으로 들어와 우비를 널었다. 물 호스가 잘 잠겼는지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하우스를 드나들던 보듬이들, 비인간 동물들 안녕.) 돌아오는 길에 매번 같은 장소에서 반겨주는 강아지와 만났다. 비를 맞아서 털이 젖어 있다. 쪼그려 앉아 같이 우산을 썼다. (감기 들겠다.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집으로 돌아와서 신발을 벗었다. 생추어리 갈 때만 신는 운동화여서 흙 투성이였다. 신발 밑창에 묻어 있는 새벽이생추어리의 흔적들, 기억들, 새벽이, 잔디, 잠시 안녕.

#마지막돌봄일지 
 
 
마지막으로 본 잔디의 얼굴
 
 
 
돌봄과 애도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 계정에 새로운 소식이 올라왔다. 새벽이와 잔디의 입주를 축하하면서, 동시에 그곳에 살고 있던 생명들을 애도하는 행사 소식이었다. 참여자들은 돼지들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대들보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집을 짓느라 죽거나 내쫓긴 생명들의 영혼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
 
" (...) 누군가의 집을 짓는다는 것은 그곳에 원래 살고 있던 생명들을 몰아내야 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축복의 뒷편에 애도가 함께할 수 있음을 믿으며, 입주를 축하함과 동시에 생추어리 조성 당시 그곳에 먼저 살고 있던 곤충들, 개구리, 나무와 풀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제사를 지냈습니다. 직접 만든 서리화를 땅에 꽂고 마음을 담아 사방으로 절을 올렸습니다. 부디 그들에게 진심이 가닿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2024.1.16.)
 
멀리서 새로운 터전을 일구기 시작한 새벽이생추어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살리는 일을 하기 위해 조성된 생추어리 또한 결국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시설이고, 그것을 위해 다른 생명을 빼앗아야 했고, 모두에게 완벽히 '무해한' 존재가 될 수 없었다"는 고백을 듣는다. "새벽이와 잔디의 아픔, 생추어리 조성 당시 서식지를 빼앗긴 원주민들의 아픔, 종차별 사회에서 갈 곳 없이 매일 밀려나는 이들의 아픔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애도하고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되찾아 갈 것"이라는 선언을 듣는다.
 
새벽이생추어리의 고백과 선언으로부터 돌봄과 애도가 분리될 수 없음을 배운다. 개입하는 일은 완전히 무해한 실천일 수 없음을 인정하며, 확장된 돌봄 현장에서도 배제되는 누군가를 기억하고, 애도한다. 돌봄과 애도의 교차적 실천은 이런 딜레마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공존과 공생의 의미를 계속 추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생추어리에서 살아갈 새벽이와 잔디, 새생이들의 삶을 축복하고, 다가올 잔디의 생일(2월 4일)을 미리 축하하며, 이것으로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의 연재를 마친다. 
 
 
2024년 새집에서 새벽이
(출처 :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그램)
 
 
ps. 끝이 아닙니다! 다음 달부터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로 제목을 살짝 바꾸어 연재를 이어갑니다^^ 이제 새벽이생추어리의 돼지들을 만나지 못하지만(언젠가 다시 만나겠지만!!!), 당분간은 다른 동물들을 만나러 다니게 될 것 같아요.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며 체화한 돌봄의 감각으로, 다양한 현장에 연루되어 난잡해질 미래의 나에게, 건투를 빕니다!
댓글 6
  • 2024-01-31 14:24

    지난 한해동안 경덕님을 통해 새벽이와 잔디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생추어리에서 보내오는 메일과 인스타로도 소식을 접하지만, 경덕님의 목소리로 듣는 게 더 실감나고 좋았거든요.
    그래도 더 안정적인 곳으로 이주를 했으니 새벽이와 잔디가 더 행복하기를, 그곳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에게도 기쁜 날이 더 많기를 바래봅니다.
    보듬이 활동을 마친 경덕님이 이제 어디로 튈지, 매달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할 듯 합니다.ㅎㅎㅎ

  • 2024-01-31 18:28

    다른 동물들이라..... 궁금해지네요!! 그럼, 또 한 달을 기다려보겠습니다^^

  • 2024-02-01 19:32

    새벽이랑 잔디가 그곳에서는 오래오래 뿌리 내리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는 무슨 동물을 만날지 너무 궁금합니다^^

  • 2024-02-02 00:30

    새벽이와 잔디는 여전히 귀엽군요..

  • 2024-02-02 10:48

    경덕쌤의 글을 읽고는 아~ 돼지고기 먹지 말아야지..다짐하면서 또 뒤돌아서면 어디선가 맛나게 먹고 있는 제자신이 우숩. ㅠ ㅠ
    그치만 이런이야기를 읽어야지 또 자각하게 되니 앞으로도 계속 잘 읽을게요.
    뒤돌아 또 까먹더라도.
    파팅~~

  • 2024-02-06 19:26

    경덕샘 글을 읽고 나니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절로 드네요~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쌤! 집에 불이 난 것 같아요.        인문약방 사람들과 평창집에 간 문탁쌤의 전화 속 목소리이다. 불이라고요? 침대에서 일어나며 시간을 보니, 밤 11 시 35분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 "어디에 불이 났어요?" "지붕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요". 외부는 붉은 벽돌, 내부는 흙벽돌 그리고 지붕은 기와인데, 어떻게 지붕에서 불이 났다고 하지? 문탁쌤이 잘못 알았거나 꿈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생중계되는 지붕 안쪽에서 나오는 연기는 그냥 연기가 아니고 불이 난 연기로 보인다. 어? 진짜 불이 났네. 정신이 번쩍 든다. 일단 우리집 소화기 있는 장소를 알려주고, 옆집들을 전화로 깨워서 동네 소화기들을 동원시켰다. 사실, 지붕에서 연기가 난다면 소화기로는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또 없나?  전기!!!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산불 감시원인 옆집 친구에게 전기 차단기부터 내리도록 부탁했다. 지붕의 화재를 잡기 위해서 소방수들은 지붕을 무식하게 걷어 낼텐데..... 온돌방은 포기하고 본채로 번지지 않기만을 기도한다.                       소방차가 7대나 왔다. 산 중턱에 있는 집이라서 불이 산불 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고 그랬을 것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바람이 불지 않고 있고, 불이 커지기 전에 발견해서 다친 사람이 없다.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다음 날, TV에서 보던 그 모습이 우리 집 온돌방에서 펼쳐진다. 아침 일찍부터 경찰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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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
2024.02.17 | 조회 475
현민의 독국유학기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유학점검기   독일에는 아우스빌둥(Ausbildung)이라는, 직장과 직업학교를 번갈아가며 배우는 제도가 있다. 영어로는 Apprenticeship이고 한국어로는 직업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에서 실질적인 교육을 받고 직업학교에서 이론적인 것을 배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고 아우스빌둥을 하는 경우도 줄곧 있다. 독일의 오기 전 나의 계획은 일년 간 어학연수를 하고 출판사에서 아우스빌둥을 하는 것이었다. 최근 나는 출판사들에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넣고 인터뷰를 다닌다. 자본주의의 빈틈에 껴서 살다가 제발 일 시켜달라고 스스로를 둘도 없는 인재처럼 소개하려니 어색하다. 독일에 와서 변한 것이 많다. 코코넛밀크로 맛있는 커리를 만들 수 있고, 알리오 올리오를 먹고, 핸드크림을 바르고, 외식은 잘 하지 않는다. 전에는 곁에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던 친구들과는 어쩌다 한번 연락한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과 익숙한 공간들이 생겼다.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는 마음으로 유학점검기를 쓴다. 나를 아시는 분들께는 그래서 얘가 지금 독일에서 뭐하며 사는건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의 여름을 믿지 마세요   2022년 6월부터 9월 독일 지인 댁에서 아름다운 여름을 보냈다. 그즈음 나는 이러다간 익숙함에 속아 한국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난 뒤, 나는 독일에 와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글쓴이 현민 친구들과 함께 동천동의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며 스쿨미투집 <밀려오는 파도 막을수는 없다> 1권과 같은 이름의 공동체 탐구집 2권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삽니다.             유학점검기   독일에는 아우스빌둥(Ausbildung)이라는, 직장과 직업학교를 번갈아가며 배우는 제도가 있다. 영어로는 Apprenticeship이고 한국어로는 직업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에서 실질적인 교육을 받고 직업학교에서 이론적인 것을 배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고 아우스빌둥을 하는 경우도 줄곧 있다. 독일의 오기 전 나의 계획은 일년 간 어학연수를 하고 출판사에서 아우스빌둥을 하는 것이었다. 최근 나는 출판사들에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넣고 인터뷰를 다닌다. 자본주의의 빈틈에 껴서 살다가 제발 일 시켜달라고 스스로를 둘도 없는 인재처럼 소개하려니 어색하다. 독일에 와서 변한 것이 많다. 코코넛밀크로 맛있는 커리를 만들 수 있고, 알리오 올리오를 먹고, 핸드크림을 바르고, 외식은 잘 하지 않는다. 전에는 곁에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던 친구들과는 어쩌다 한번 연락한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들과 익숙한 공간들이 생겼다.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보는 마음으로 유학점검기를 쓴다. 나를 아시는 분들께는 그래서 얘가 지금 독일에서 뭐하며 사는건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의 여름을 믿지 마세요   2022년 6월부터 9월 독일 지인 댁에서 아름다운 여름을 보냈다. 그즈음 나는 이러다간 익숙함에 속아 한국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난 뒤, 나는 독일에 와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현민
2024.02.16 | 조회 309
일상명상
오영
2024.02.11 | 조회 404
기린의 걷다보면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생업의 기회를 잡아 3년간 일리치약국 정규직으로 지냈다. 2024년 나이듦연구소로 적을 옮겨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를 꿈꾼다.   1.  쓰레기산이 숲으로?   나의 검색 알고리즘에 매번 뜨는 소식은 걷기에 관련한 정보다. 둘레길 걷기를 하면서 걷기 좋은 길을 자주 검색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쯤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로 ‘마포난지생명길 1코스’를 추천하는 기사가 떴다.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시작하는 길로, 예전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공원으로 바뀐 후 그 공원들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더 추워지기 전에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차일피일 미루며 언젠가는 걸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녹색평론 2023년 겨울호에서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라는 책의 서평에서 ‘노을공원시민모임’이라는 시민단체를 알게 되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다섯 곳의 공원으로 만들었는데, 그 중에 노을공원에서 나무를 씨앗부터 길러 옮겨 심는 활동을 한다고 했다. 걷기 좋은 길이라고 했는데, 쓰레기더미 위에 숲을 만들었다고?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1월 셋째 주 일요일 하늘은 흐렸고 비 예보도 잡혀 있었다. 마음먹은 참에 더 이상 미루지 말자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역에 내리니 가늘게 보슬비가 흩날렸다. 한겨울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역 옆으로 걸어가다 안내하는 표지판을 만났다. 난(蘭)초와 지(芝)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난지도였던 한강 둔치의 섬이 15년 동안 쓰레기 매립장이 되었다가, 1996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지금의 공원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었다. 월드컵을 열었던 경기장에 옆으로...
          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생업의 기회를 잡아 3년간 일리치약국 정규직으로 지냈다. 2024년 나이듦연구소로 적을 옮겨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를 꿈꾼다.   1.  쓰레기산이 숲으로?   나의 검색 알고리즘에 매번 뜨는 소식은 걷기에 관련한 정보다. 둘레길 걷기를 하면서 걷기 좋은 길을 자주 검색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쯤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로 ‘마포난지생명길 1코스’를 추천하는 기사가 떴다.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시작하는 길로, 예전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공원으로 바뀐 후 그 공원들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더 추워지기 전에 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차일피일 미루며 언젠가는 걸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녹색평론 2023년 겨울호에서 『씨앗부터 키워서 천이숲 만들기』 라는 책의 서평에서 ‘노을공원시민모임’이라는 시민단체를 알게 되었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다섯 곳의 공원으로 만들었는데, 그 중에 노을공원에서 나무를 씨앗부터 길러 옮겨 심는 활동을 한다고 했다. 걷기 좋은 길이라고 했는데, 쓰레기더미 위에 숲을 만들었다고?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1월 셋째 주 일요일 하늘은 흐렸고 비 예보도 잡혀 있었다. 마음먹은 참에 더 이상 미루지 말자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월드컵경기장역에 내리니 가늘게 보슬비가 흩날렸다. 한겨울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역 옆으로 걸어가다 안내하는 표지판을 만났다. 난(蘭)초와 지(芝)초가 무성하게 자라서 난지도였던 한강 둔치의 섬이 15년 동안 쓰레기 매립장이 되었다가, 1996년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지금의 공원으로 바뀌었다는 설명이었다. 월드컵을 열었던 경기장에 옆으로...
기린
2024.02.05 | 조회 311
동물을 만나러 갑니다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2023). 문탁네트워크 공부방 회원, 인문약방 킨사이다 멤버. 오래 머무르고 많이 이동하는 일상을 실험합니다.             안녕, 돼지들       비 오는 날, 새벽이생추어리 마지막 돌봄을 다녀왔다. 나는 그날 돌봄이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러 갔다. 돌봄을 마치고 나서는 그 다음주에 다시 볼 것처럼 인사를 했다. 이후에 사정이 생겨 돌봄을 몇 주 쉬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날짜가 정해졌다. 이사를 가는 날에도 배웅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얼굴도 못 보고 새벽이와 잔디를 보내야 했다.   1년 넘게 매주 돼지를 만나다가,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돌봄을 가기 위해 깜깜한 새벽부터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옆구리를 쓰다듬어서 잔디가 짜증 낼 때 섭섭해하지 않아도 된다. 새벽이와 술래잡기를 하며 진땀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 돼지의 응가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 덩굴잎을 채집하다가 가시에 긁히지 않아도 된다. 새벽이와 잔디의 사진을 수십 장씩 찍지 않아도 된다. 돌아오는 길에 일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다른 보듬이들의 일지를 읽고, 웃고 (울지) 않아도 된다. (흑흑)     술래잡기 중     다시, 떠나야 하는 삶들   새벽이생추어리는 재작년부터 이사를 준비했다. 땅 주인의 사정으로 원래의 장소에서 계속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새벽이가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구조되어 2020년 새벽이생추어리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1회에 적었다.   "새로 살 집을...
          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2023). 문탁네트워크 공부방 회원, 인문약방 킨사이다 멤버. 오래 머무르고 많이 이동하는 일상을 실험합니다.             안녕, 돼지들       비 오는 날, 새벽이생추어리 마지막 돌봄을 다녀왔다. 나는 그날 돌봄이 마지막인 줄도 모르고 새벽이와 잔디를 만나러 갔다. 돌봄을 마치고 나서는 그 다음주에 다시 볼 것처럼 인사를 했다. 이후에 사정이 생겨 돌봄을 몇 주 쉬게 되었는데, 그 사이에 새벽이생추어리 이사 날짜가 정해졌다. 이사를 가는 날에도 배웅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얼굴도 못 보고 새벽이와 잔디를 보내야 했다.   1년 넘게 매주 돼지를 만나다가,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돌봄을 가기 위해 깜깜한 새벽부터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옆구리를 쓰다듬어서 잔디가 짜증 낼 때 섭섭해하지 않아도 된다. 새벽이와 술래잡기를 하며 진땀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 돼지의 응가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된다. 덩굴잎을 채집하다가 가시에 긁히지 않아도 된다. 새벽이와 잔디의 사진을 수십 장씩 찍지 않아도 된다. 돌아오는 길에 일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다른 보듬이들의 일지를 읽고, 웃고 (울지) 않아도 된다. (흑흑)     술래잡기 중     다시, 떠나야 하는 삶들   새벽이생추어리는 재작년부터 이사를 준비했다. 땅 주인의 사정으로 원래의 장소에서 계속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새벽이가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구조되어 2020년 새벽이생추어리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돼지를 만나러 갑니다> 1회에 적었다.   "새로 살 집을...
경덕
2024.01.30 | 조회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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