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전> 사회연대쉼터 10주년 후원의 날 방문기

관리쟈
2023-09-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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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안되겠다, 못갈 것 같은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못간다고 한다. 속상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얼씨구이다.
불가피했지만, 나는 매사를 호재로 만드는 재주가 있으니까, 혼자의 여행으로 삼자고 작정했다.
그렇게 혼자 당일치기로 지리산 귀정사를 다녀왔다.

 

 

귀정사는 사회연대쉼터가 둥지를 틀고 있는 인드라망 산사 중 한 곳이다.

행사 참가 신청을 하나도 못했기에 일정을 짤 수도 없었다.
그래도 후원을 했다하니 안내 문자가 오길래, 들여는 보내주나보다, 가서 적당히 어떻게 해보지 한 것, 이게 최선이었다.
당연히 일찌감치 도착할 수 밖에..
안내 문자와는 달리 확인하고 이름표 달라는 말도 없고, 그냥 들어가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 꼬실걸..쩝~

 

초반 촬영 좀 하고 저녁 먹을 때까지 졸고, 리허설 녹음 좀 하고, 저녁 먹고 사람들 구경하다가 행사 앞에만 좀 보고 내려왔다.
그래서 한 일이 별로 없다.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누가 주로 왔냐, 쉼터 숙소 가 볼 수 있냐, 등등 취재를 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만 했을 뿐, 그저 조용히 있다가 내려왔다.
실상사에 있는 친구를 만나볼까도 했었지만, 카톡으로 인사만 하고 말았다.
여름 내내 가려움증과 약 복용 후 무기력증으로 시달린 참이라, 이 날 이 장소가 기냥 내 쉼터였다. (가려움증 최종 유력한 진단으로는 아마 고양이 알러지로 추정 ㅋ)

 

졸다가 김진숙님과 송경동님이 지나가는 걸 보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쉼터에 쉬러 오신 분들은 쉴 팔자가 못되나? 준비하는 것도 나몰라라 못했을 거고. 행사 끝나고 다시 푹 쉬시기를..
송경동님은 여기저기 손님들 챙기느라 바빠 보였다. 약간은 들뜬, 약간은 신난 어린아이 같다고 해야할까, 그런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이 편해졌다.
희망버스를 두번?정도 탔던 것 같은데, 그 곳에서 연설하던 분과는 확실히 다르니까..장소가 다르면 사람도 다를 수 밖에.
삭발을 하신 분이 두어분 보이길래, 아무 생각없이 스님인 줄 알았다. 절이니까.

그런데 그 분들 입에서 '동지'라는 말이 나오길래 그제야 같은 티를 입고 있는게 보였다.

물어볼까 하다가 그도 삼키고, 아마도 처음부터 열심히 관여했던 쌍차분들이라 추측만 하고 말았다.
산사 마당에, 깃발도 머리띠도 없이, '동지'들이 무리지어 다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신나보일 수 없어서, 너나없이 우리가 뭔가 많이 빠트리고 사나보나 하는 생각이 스치기는 했다.

십여년도 더 전에 어떤 연맹에서 활동가로 있는 친구가 했던 말도 떠올랐다.

일본의 전공투 세대들이 노령화되면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후대 활동가들이 이어지지 않자,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게 되어서 더 그랬다는 이야기였다.
시대는 그렇게 바뀌고, 또 안바뀌나보다.

캄캄해진 길을 내려오는 셔틀 속에서야 새삼 깨달은 건 있다. 여기가 지리산이다.
미디어 세미나 하면서 무사랑 가을 지리산 등산하자고 했었는데, 이렇게 오는구나 싶었고, 한참 지리산 종주가 유행이었던 20대 후반에 친구들이랑 서너번 왔었던 그 지리산이구나 싶었다.
뱀사골인가, 어느 산장에서 등산객은 단 두명있었던 평일 밤에, 더덕주로 한잔 하자던 산장지기 청년들이 반쯤은 무서웠던, 그 밤도 갑자기 생각났다.

언제 산장에서 쏟아지는 별들보러 하루밤 보내러 가야겠다.

 

문탁 연대기금으로 친구들이 보내준 후원금에 연대기금이 보태서 이백만원을 후원했습니다.

덕분에 무리없이 행사장에도 들어갈 수 있었겠지요. 늘 친구들이 고맙습니다.

달리 줄 건 없고, 선물로 스케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리허설 녹음을 열심히 했습니다.

박은옥 정태춘님 리허설 노래 들을 수 있습니다.

 

 

박은옥님 목소리 너무 좋아서 노래 넣어놓겠습니다.

 

 

 

 

댓글 8
  • 2023-09-04 17:35

    생맥산도 선물했네요^^

  • 2023-09-04 17:44

    자누리님 영상 잘 봤습니다... 아무것도 안 해도 힘들었겠어요.. 당일치기라니...
    아무튼 사회연대쉼터 응원합니다~

  • 2023-09-04 18:19

    쪼그라들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그래도 친구들 덕분에 지리산도, 사회연대쉼터도 보게 됩니다. 자누리샘, 고맙습니다!

  • 2023-09-04 23:42

    글 올릴때 사진 몇장 끼워 넣는것도 번거롭고 시갼이 드는데
    자누리샘께선 이렇게 영상찍고, 편집하고, 자막도 넣고...
    보통 정성이 아니로군요.

    덕분에 방구석에서 편한 자세로
    지리산 구경도 하고
    정태춘 박은옥님 노래도 듣고
    행사도 둘러보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 2023-09-05 08:55

    “그냥 앉아서 구경만 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
    여름내내 힘들었던 몸에게 좋은 쉼터였군요. 좋네요ㅎ
    그곳에서도.. 그리고 이곳에서도
    우리가 함께 연결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고맙습니다

  • 2023-09-05 13:29

    고양이 알러지
    개님들과 잘 지내셨으니 그런 게 있을거라 생각도 못했었겠군요
    지리산 맑은 기운으로 좀 나아지셨으려나
    영상 선물 고맙습니다~~

  • 2023-09-05 19:51

    지리산까지 당일치기라고요? 좀 더 놀다 오시지.. 괜히 제가 아쉽네요.ㅎㅎ
    아무튼 우리는 자누리샘 덕분에 사회연대쉼터 행사 구경도 하네요. 좋아요.. 고맙습니다!!

  • 2023-09-06 10:59

    고요해지는 느낌입니다. 밖이라 영상은 아직 못 봤지만 영상도 그렇겠지요? (집에 가서 볼께요^^)
    친구분과 함게 가셨을 줄 알았는데 혼자서도 좋으셨겠어요.
    잘 다녀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