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로 지구와 연결되기> #7 또 다른 세상을 겪다- 퍼머컬처 네트워크 대회 & 허브 가공품의 매력에 빠져들다 - PDC 8차

블랙커피
2023-08-3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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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을 겪다- 퍼머컬처 네트워크 대회

 

8월 14일부터 2박 3일동안 경남 함양에 있는 온배움터(예전 녹색대학 터전)에서 퍼머컬처 대회가 열렸다.

용인 PDC멤버 중에서는 7명이 참여했는데, 난 은정님, 기영님과 같은 차를 타고 출발했다.

나와 일행은 오후 2시가 조금 지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기에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부산PDC팀의 디자인 발표회와 수료식은 보지 못했다.

   

 

 

나중에 녹화본을 보니 발표회는 4팀으로 나누어 4가지 컨셉(‘퍼머컬처 자립적 비즈니스 모델’, ‘퍼머컬처 교육공동체’, ‘퍼머컬처 기후정의센터’, ‘퍼머컬처 전환마을’)의 디자인이 발표되었다.

용인팀도 12월에 발표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떤 내용들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와 걱정이 살짝 든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온배움터에 도착하니, 잔디밭에는 벌써 저녁 행사인 큰 불 게더링이 시작되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해야 했기에 부랴부랴 식당으로 향하는 일행 뒤로 사회를 보는 소란샘의 “우린 미친년이다~~~”라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것이 뭔 소리인지는 둘째 날 밤에 정확히 알게 되었다.

 

 

 

 

온배움터 본관 입구에는 솜씨 좋게 만든 각종 안내판이 붙어 있었는데, 터전의 각각의 장소들을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하는 울력 신청판이 인상깊었다.

마스킹 테이프에 이름을 써서 가슴에 붙이고, 종이에도 이름을 써서 선물 당첨이 되길 바라며 바구니에 넣고, 서둘러 밥을 먹은 후 잔디밭에 갔다.

잔디밭에는 아프리카 댄스 컴퍼니 <따그>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열심히 아프리카 춤을 배우고 있었다.

 

 

 

쉬면 뭐하리~ 용인팀도 주섬주섬 춤추는 무리에 합류하여 열심히 손동작과 발동작을 따라 했다.

그러나 굉장히 빠르고 역동적인 아프리카 춤을 따라 추기엔 역부족인 몸임을 우린 이내 깨닫고, 의자에 앉아 돌보장(야시장)에서 판매하는 하이볼과 마르가리타를 사서 목을 축였다.

농사를 지으며 노래부르는 남매 <서와 콩> 의 잔잔한 노래를 듣고 있자니 어느새 밤이 깊어갔다.

 

 

어느덧 선물 추첨의 시간~

바구니에서 내 이름이 뽑히기를 바라며 두구두구두구~~~

와~ 용인팀은 7명 중 나를 포함해 5명이 우루루 당첨되어 다른 팀의 부러움과 질투를 한 몸에 받았는데, 우린 기운이 용인에게 오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맥주를 가볍게 마시며 수다 삼매경에 빠지고....

 

둘째 날 아침, 오랜만의 맨바닥에 침낭 잠자리 때문인지 깊은 잠을 못 자고 눈이 떠졌다.

이른 산책이나 해볼 양으로 밖에 나가니 잔디밭에는 부지런한 몇몇 사람들이 모여 아침 요가를 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는 큰 방에 모여, 여러 겹의 원형으로 둘러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산만한 마음을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10시부터는 여섯 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컨버전즈에 참여했다.

나는 10시 타임에는 <나는 왜 퍼머컬처를 하려고 하나>, 2시 타임에는 <퍼머컬처 영화제작>, 3시 타임에는 <관계를 탐구하는 컨택 즉흥춤>, 5시 타임에는 <퍼머컬처, 동물, 나>에 참여했다.

 

 

 

 

이 중 <관계를 탐구하는 컨택 즉흥춤>은 2시간짜리 프로그램이었는데, 너무 재미있고 인상깊었다.

움직임으로 대화를 한다고 해야 할까?

상대(파트너)와 몸으로 교감하며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춤!

움직임을 리드하는 역할을 서로 바꿔서 해보기도 하고, 서로의 환경과 지지대가 되어 주기도 하고.

2시간 동안 파트너이신 부산의 다혜님과 정말 몰입하여 움직임을 만들어 나갔는데, 이러한 몰입은 명상 효과도 있어 춤을 춘 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날 이후 나의 춤 배움 목록에 이 춤도 한자리 차지하게 되었다는.... ㅋ~

 

저녁 식사 후에는 그야말로 광란의 네트워크 축제가 있었다.

 

 

플라맹코 팀의 공연도 보고, 간단히 플라맹코도 배워보기도 했는데,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야마가타 트윅스터와 함께 춤을!!!

탈핵집회에서 두어 번 보았던 야마가타 트윅스터.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축제의 밤, 특히 좀 미친(!)사람들과 합이 좋은 것 같다.

 

   

 

 

참여하시는 분들이 직접 만든 맥주와 와인, 막걸리가 광란의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 사이를 돌아댕기고, 사람들의 춤사위는 점점 더 과감해지고...

춤과 노래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밤!

정말 어찌나 그리 잘노는지!!!

그렇게 여름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고........

 

   

 

 

다음날 오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부지런한 사람들의 요가부터 시작하여, 아침 조율 시간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큰 원 게더링.

 

 

돌림노래를 여러곡 부르며 춤을 춘 후에, <꿈꾸는 사람>이라는 합창곡을 1시간 정도 파트별로 연습했다.

그리고 몇 번 함께 불러 보고, 최종적으로 녹음을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짧은 시간에 어려운 합창곡을 익혀서 조화로운 화음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놀라웠다.

정말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로다!!!

 

오후에는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진지한 총회를 열어 각종 안건을 한시간 안에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2박 3일의 퍼머컬처 네트워크 대회에 참여한 사람은 200명 정도이고, 이 중 2박을 모두 참여한 사람은 150명 정도라고 한다.

마지막 날은 월요일인 관계로 오전에 많이들 돌아가고,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일행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린 휴게소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고 사람들이 오가는 휴게소의 풍경을 잠시 바라보는 순간, 오랫동안 먼 곳에 다녀온 기분이 훅~ 들었다.

다른 세상에서 나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랄까....

퍼머컬처 네트워크 대회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들, 경험들은 오랫동안 나의 기억에서 두고두고 다시 꺼내어질 것 같다.

 

 

 

 

허브 가공품의 매력에 빠져들다 - PDC 8

 

8월 19일에 PDC 8차가 진행되었다.

용인 퍼머컬처 밭은 1년차 밭이라 아직 풍성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밭은 다양한 작물들이 열매를 맺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오전에는 애플수박과 오이, 옥수수, 토마토, 가지, 고추 등 수확하고, 풀매기 작업을 했다.

우리 밭은 멀칭을 하기도 했고, 지난달에도 뽑아주기도 해서 정글이 되어 있는 옆의 밭들과 한눈에 비교가 되었다.

한동안 그새 자란 잡초들을 뽑아주고, 허브 가공 화장품을 만들 허브들을 수확한 후 비닐하우스 교육장에 모였다.

 

피부 트러블과 염증에 효과가 있는 커먼 세이지,

화이트닝 효과가 있고 향이 좋은 베르가못,

화이트닝과 염증에 효과에 있는 라벤다,

타박상에 효과가 있는 방아,

피부트러블에 좋은 마조람, 갱년기 피부질환에 좋은 오렌지 밤,

방부효과가 있고 호르몬 변화에 의한 피부질환에 좋은 오레가노,

피부에 콜라겐을 주어 탄력에 도움이 되는 카렌듈라, 간질환에 의한 피부 문제에 효과가 좋고 향이 좋은 타임,

갱년기 피부질환에 탁월한 세인트 존스 워트.

 

 

이렇게 피부에 좋은 허브들을 냄비에 넣어 물을 붓고 끓인 물로 스킨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만든 약리허브 오일을 3가지 정도 조합하여 로션을 만들고, 각각의 허브들의 기능을 살려 각종 연고(세이지, 방아, 세인트 존스 워트, 서양톱풀)도 만들었다.

 

 

 

점심 시간 후에는 퍼머컬처 물 디자인 이론 공부를 했는데.....

어찌나 더운지 거의 실성 상태에 빠져 많은 내용을 까먹어버렸다.

암튼 빌 모리슨은 퍼머컬처 밭의 15%는 물 저장 시설을 두라고 권장했다고 하며, 나머지 부분은 패스~

 

 

이론 공부 후에는 가을 농사로 배추와 쪽파를 심고, 무와 당근 씨를 뿌렸다.

다음 달에 오면 쑥쑥 큰 모습을 볼 수 있길....

 

이날 이후 직접 만든 로션을 쓰고 있는데....

너~~~무 좋다!

냉장고 넣고 쓰니 시원하고 촉촉하여 바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느티나무샘은 팔의 화상 자국에 방아 연고와 센인트 존스 워트 연고를 써보았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나도 필요할 때 다양하게 써보리~

집에서 키우는 허브들로 약리 허브 오일을 많이 만들어 놔야겠다는 욕심이 쭉~올라온다. ㅎㅎ

 

이번 공생자행성은 앞의 퍼머컬처 네트워크 대회 참여 후기가 긴 관계로, 8차 PDC 후기는 짧게 정리해보았다.

한여름 밤의 꿈 같았었던 퍼머컬처 네트워크 대회와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땀에 쩔다못해 열사병이 이런게 아닐까를 경험한 PDC 8회차.

정말 뜨거운 8월이었다.

9월이 되어 선선한 바람이 불면 용인 밭의 작물들과 함께 나도, PDC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무르익어 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댓글 3
  • 2023-08-31 09:36

    퍼머컬처네트워크 대회 소식을 읽다 오래전 문탁축제를 광란으로 몰고갔던 아프리카춤이 생각나서 혼자서 막 웃었습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돈만 아는 저질'과 이단옆차기도 떠오르고요. 하하하
    2박3일의 시끌벅적함과 고요, 춤과 노래, 회의와 명상, 술과 우정이 함께 하는 시간, 참 좋았을 것 같아요.^^

  • 2023-08-31 14:11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들 잘 읽었습니다~^^
    샘의 열정적인 몸짓과 노래도요~ㅎ
    가을가을~ 시간이 참! 빠르네요!
    샘의 꾸준한 글 덕분에 기록의 중요함을 느낍니다.♡

  • 2023-09-08 06:23

    우와 파머컬쳐와 춤이라니!! 이렇게 역동적이고 미친(?) 네트워킹이 너무 신선하네여!

    블랙샘은 여전히 텃밭도 잘 가꾸시고, 또 허브의 쓰임을 확대해 나가시도 계시군요! 넘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