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스티븐 핑거, 동녘 사이언스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수 없는 생각들, 웃고 화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두려움, 걱정, 사랑, 충동이나 욕구 등은 모두가 마음작용이다. 종교나 철학에 대한 신념, 관계의 형성, 그리고 자아에 대한 의식도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그리고 마음을 가진 존재는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상호작용하는가? 20세기 들어 마음을 더 이상 신비 혹은 형이상학의 영역 속에 남겨두지 않고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20세기 중반의 인공지능 연구에서부터 신경생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인지과학 분야의 연구와 최근의 진화심리학까지. 스티븐 핑커가 정의하는 마음이란 스티븐 핑커Pinker는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How The Mind Works란 책에서 인지과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기타 다른 과학적 논문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마음에 관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체계이다’(p.48)라는 것이다. 좀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마음은 뇌의 활동이다.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Demon,악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進化史) 대부분을 차지하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스티븐 핑거, 동녘 사이언스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수 없는 생각들, 웃고 화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두려움, 걱정, 사랑, 충동이나 욕구 등은 모두가 마음작용이다. 종교나 철학에 대한 신념, 관계의 형성, 그리고 자아에 대한 의식도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그리고 마음을 가진 존재는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상호작용하는가? 20세기 들어 마음을 더 이상 신비 혹은 형이상학의 영역 속에 남겨두지 않고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20세기 중반의 인공지능 연구에서부터 신경생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인지과학 분야의 연구와 최근의 진화심리학까지. 스티븐 핑커가 정의하는 마음이란 스티븐 핑커Pinker는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How The Mind Works란 책에서 인지과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기타 다른 과학적 논문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마음에 관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체계이다’(p.48)라는 것이다. 좀더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마음은 뇌의 활동이다.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Demon,악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進化史)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춤추다 배운 연독이위경 기린 연독이위경, 중도를 지키는 삶 좋은 일을 해서 명성이 나는 것도, 나쁜 일을 해서 형벌을 받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시비선악을 넘어 중도의 도를 지키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고, 부모를 잘 모실 수 있고, 천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爲善無近名,爲惡無近刑. 緣督以爲經,可以保身,可以全生,可以養親,可以盡年._낭송장자 78쪽) 위 문장은 지식을 위한 지식을 좇는 위험을 밝힌 「양생주」 1장의 후반부 내용이다. 내편에서 선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첫 문장인데, 장자는 선과 악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삶에서 양생의 가능성을 본다. 좋은 일이 드러나서 명성을 얻게 되면 그만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나쁜 일로 형벌을 받게 되면 몸을 상하게 된다. 온전한 몸을 유지해야 하는 양생에서 선도 악도 해로울 뿐이라는 것이 장자의 입장이다. 그래서 중도의 삶을 통해 시비선악을 넘을 수 있을 때, 자신과 주변까지 보살피면서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원문을 살펴보면 중도의 삶은 연독이위경(緣督以爲經)이다. 직역하면 살피는 선으로써 날실로 삼는다 는 의미인데, 이때 날실은 아래 위로 지난다. 위진시대 곽상은 연독이위경을 “순중이위상(順中以爲常)”으로 주석하였다. 중심을 따름으로써 법도로 삼는다는 것이다. 살핀다는 의미의 독(督)을 가운데(中)로 주석을 달았다. 이러한 주석은 『황제내경』 「영추」편에서 사람에게는 여덟 개의 맥(脈)이 있는데, 그 중에서 독맥(督脈)은 중앙(中)을 흐르는 맥이라는 설명에 따른 영향이라고 한다. 독맥은 꼬리뼈 부근에서 등줄기를 따라 위로 올라가 정수리를 지나 인중에 이르는...
춤추다 배운 연독이위경 기린 연독이위경, 중도를 지키는 삶 좋은 일을 해서 명성이 나는 것도, 나쁜 일을 해서 형벌을 받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시비선악을 넘어 중도의 도를 지키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삶을 온전히 할 수 있고, 부모를 잘 모실 수 있고, 천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爲善無近名,爲惡無近刑. 緣督以爲經,可以保身,可以全生,可以養親,可以盡年._낭송장자 78쪽) 위 문장은 지식을 위한 지식을 좇는 위험을 밝힌 「양생주」 1장의 후반부 내용이다. 내편에서 선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첫 문장인데, 장자는 선과 악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삶에서 양생의 가능성을 본다. 좋은 일이 드러나서 명성을 얻게 되면 그만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나쁜 일로 형벌을 받게 되면 몸을 상하게 된다. 온전한 몸을 유지해야 하는 양생에서 선도 악도 해로울 뿐이라는 것이 장자의 입장이다. 그래서 중도의 삶을 통해 시비선악을 넘을 수 있을 때, 자신과 주변까지 보살피면서 온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원문을 살펴보면 중도의 삶은 연독이위경(緣督以爲經)이다. 직역하면 살피는 선으로써 날실로 삼는다 는 의미인데, 이때 날실은 아래 위로 지난다. 위진시대 곽상은 연독이위경을 “순중이위상(順中以爲常)”으로 주석하였다. 중심을 따름으로써 법도로 삼는다는 것이다. 살핀다는 의미의 독(督)을 가운데(中)로 주석을 달았다. 이러한 주석은 『황제내경』 「영추」편에서 사람에게는 여덟 개의 맥(脈)이 있는데, 그 중에서 독맥(督脈)은 중앙(中)을 흐르는 맥이라는 설명에 따른 영향이라고 한다. 독맥은 꼬리뼈 부근에서 등줄기를 따라 위로 올라가 정수리를 지나 인중에 이르는...
요요와 불교산책
부처님의 죽음, 완전한 열반 “아난다여, 그대는 나를 위해 쌀라 쌍수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한 침상을 만들어라, 아난다여, 나는 피곤하니 누워야겠다.”(『디가니까야』 「대반열반경」) 아난다는 두 그루 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침상을 마련했다. 부처님은 오른쪽 옆구리를 밑으로 하여 사자의 형상을 취한 채, 한 발을 다른 발에 포개고, 새김을 확립하고 올바른 알아차림을 갖추며 누웠다. 꾸시나라의 말라족을 불러 작별인사를 나누고, 제자들과도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다.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말씀을 끝으로, 마음을 집중한 고요한 상태로 완전한 열반에 들었다. 부처님의 열반상이 옆으로 누운 모습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프롤로그: 부처님 없는 승가에 대한 암시 기원전 6~5세기, 부처님이 활동한 북인도 지역은 중앙집중적 왕권국가들이 벌이는 정복전쟁이 벌어지던 폭력의 시대이기도 했다. 이런 시대에 부처님은 자신을 따르는 수행자들의 조직을 사라져가는 부족 공화국들의 운영원리를 간직한 이름, 상가라고 불렀다. 승가란 상가(saṅgha)를 음차한 말로,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에 의해 운영되는 모임을 의미했다. 승가는 중앙집중적인 복종과 명령, 통제가 아니라 수행자들의 화합과 자율로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부처님은 승가의 조직자이자 지도자였지만, 자신이 승가를 이끈다거나 승가가 자신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부처님에게는 승가의 열쇠를 건넬 후계구도도 의발의 전수도 없었다.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전하는 경전 『대반열반경』은 부처님이 제자들게 무엇을 남기고 싶어했는지 그 정수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대반열반경』은 부처님에게 마가다국의 재상이 찾아와서 왕이 밧지족과의 전쟁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길 수 있겠는지 질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평화와...
부처님의 죽음, 완전한 열반 “아난다여, 그대는 나를 위해 쌀라 쌍수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한 침상을 만들어라, 아난다여, 나는 피곤하니 누워야겠다.”(『디가니까야』 「대반열반경」) 아난다는 두 그루 나무 사이에 머리를 북쪽으로 침상을 마련했다. 부처님은 오른쪽 옆구리를 밑으로 하여 사자의 형상을 취한 채, 한 발을 다른 발에 포개고, 새김을 확립하고 올바른 알아차림을 갖추며 누웠다. 꾸시나라의 말라족을 불러 작별인사를 나누고, 제자들과도 마지막 대화를 나누었다. “방일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말씀을 끝으로, 마음을 집중한 고요한 상태로 완전한 열반에 들었다. 부처님의 열반상이 옆으로 누운 모습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프롤로그: 부처님 없는 승가에 대한 암시 기원전 6~5세기, 부처님이 활동한 북인도 지역은 중앙집중적 왕권국가들이 벌이는 정복전쟁이 벌어지던 폭력의 시대이기도 했다. 이런 시대에 부처님은 자신을 따르는 수행자들의 조직을 사라져가는 부족 공화국들의 운영원리를 간직한 이름, 상가라고 불렀다. 승가란 상가(saṅgha)를 음차한 말로,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에 의해 운영되는 모임을 의미했다. 승가는 중앙집중적인 복종과 명령, 통제가 아니라 수행자들의 화합과 자율로 운영되는 조직이었다. 부처님은 승가의 조직자이자 지도자였지만, 자신이 승가를 이끈다거나 승가가 자신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부처님에게는 승가의 열쇠를 건넬 후계구도도 의발의 전수도 없었다.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전하는 경전 『대반열반경』은 부처님이 제자들게 무엇을 남기고 싶어했는지 그 정수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대반열반경』은 부처님에게 마가다국의 재상이 찾아와서 왕이 밧지족과의 전쟁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길 수 있겠는지 질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평화와...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몸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 생명으로 장자에 대해 내가 읽은 것이라곤 『낭송장자』와 왕보의 『장자를 읽다』가 전부이다. 『장자』는 백 명이 읽으면 백 명의 장자가 나온다는 말처럼 그 해석의 폭이 넓고 어려운 텍스트인데다, 나는 그 지난한 원문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장자를 읽었으되, 장자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다 5년 만에 『장자를 읽다』를 다시 읽었다. 그동안 주역공부를 그럭저럭 이어왔고, 새로 서양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같은 공부의 지평에서 다시 장자를 읽으면, 처음 장자를 대했을 때 받았던 감동의 근거를 알 수 있을까. 이 글은 장자 내편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왕보를 따라 가면서, 그것을 찾아 나서는 여정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장자의 전체 내용을 다루는 건 어림도 없다. 여기서는 인간, 생명의 보존을 다루는 <인간세>와 현실세계를 떠난 마음을 다루는 <소요유>편을 주로 다루면서 왕보가 장자를 해석하면서 발견한 특이점을 찾아내 보려 한다. 몸의 운명은 피할 수 없다 『장자를 읽다』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등 총 33편으로 되어 있는 전체 내용 중에서 ‘장자 중의 장자’로 인정받는 내편 7편을 다루고 있다. 그 내편 7편도 원래의 순서와는 다르게 재배열되었다. 왕보는 왜 <소요유(逍遙遊)>로부터 시작해 <응제왕(應帝王)>으로 끝나는 원래의 차례를 무시하고, <인간세>로부터 『장자』를 풀어나갔을까? 그는 <인간세>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소요유>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실제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장자의 철학을 ‘생명의 철학’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생존’은 인간 세상 속에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 관점을 유지했다....
몸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 생명으로 장자에 대해 내가 읽은 것이라곤 『낭송장자』와 왕보의 『장자를 읽다』가 전부이다. 『장자』는 백 명이 읽으면 백 명의 장자가 나온다는 말처럼 그 해석의 폭이 넓고 어려운 텍스트인데다, 나는 그 지난한 원문 공부를 한 적이 없다. 장자를 읽었으되, 장자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다 5년 만에 『장자를 읽다』를 다시 읽었다. 그동안 주역공부를 그럭저럭 이어왔고, 새로 서양철학 공부를 시작했다. 이같은 공부의 지평에서 다시 장자를 읽으면, 처음 장자를 대했을 때 받았던 감동의 근거를 알 수 있을까. 이 글은 장자 내편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석하는 왕보를 따라 가면서, 그것을 찾아 나서는 여정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장자의 전체 내용을 다루는 건 어림도 없다. 여기서는 인간, 생명의 보존을 다루는 <인간세>와 현실세계를 떠난 마음을 다루는 <소요유>편을 주로 다루면서 왕보가 장자를 해석하면서 발견한 특이점을 찾아내 보려 한다. 몸의 운명은 피할 수 없다 『장자를 읽다』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 등 총 33편으로 되어 있는 전체 내용 중에서 ‘장자 중의 장자’로 인정받는 내편 7편을 다루고 있다. 그 내편 7편도 원래의 순서와는 다르게 재배열되었다. 왕보는 왜 <소요유(逍遙遊)>로부터 시작해 <응제왕(應帝王)>으로 끝나는 원래의 차례를 무시하고, <인간세>로부터 『장자』를 풀어나갔을까? 그는 <인간세>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소요유>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이고, 실제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장자의 철학을 ‘생명의 철학’이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생존’은 인간 세상 속에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 관점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