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지사유 두번째 100일장 <쉬어가게> _ 후기

모로
2023-07-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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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지사유에서 올해의 두 번째 100일장이 열렸다. 이번 100일장에는 아쉽게도 폭우가 쏟아졌지만, 몰려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는 듯! 북적북적 재미난 행사였다. 늘 장터나 프리마켓만 보며 마음이 두근반 세근반 뛰는 나로서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가 없는 법! 자잘한 소비가 주는 찰나의 쾌락을 만끽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잔뜩 기대하고 파지사유로 향했다.

 

 

 매번 소비만 하던 내가 이번에는 뭐라도 좀 팔아보자는 생각으로 집 안 여기저기를 뒤졌다. 하.. 정리할 건 넘쳐나는데, 이걸 가져가자니 버릴 물건인가? 싶고. 이걸 내놓자니 쓰지도 않을 것들이 괜스레 소중하게 느껴져서 넣고 빼고를 반복했다. 결국 남은 건 선글라스 몇 개와 가방, 팔찌 조금이었다. 아무도 안 사갈 거 같아서 쫄리는 마음으로 들고 왔지만 나름 선글라스가 3개나 팔려서 뿌듯했다. 다소 도전적인(?)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쁘다고 해줘서 뿌듯! 안 쓰는 물건을 나누는 마음을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회였다. 남은 건 관심 있어 보이는 분들께 나눔하고 기분 좋게 다 털었다!

 

 

 하지만 나의 소비는 조금 허전했다. 이번엔 이어가게 물품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살 준비는 되어있는데, 물건이 많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의 메인은 북쿨라가 아닌가!! 사람들이 내놓은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판매하는 방식이 신박했다. 책마다 책 이름과 판매자 이름이 적혀있는 기다란 종이가 끼어 있었다. 거기에 구매자 이름을 쓰고 복이나 현금으로 결제를 하면 되는 방식. 이 많은 책들이 사는 사람도 내놓은 사람도 다양한데, 모든 걸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이거 생각한 사람 최소 천재! ㅋㅋㅋ

 

 나도 사람들의 열정에 이끌려서 책을 골라보았다. 들어본 책도 있었지만 거의 내가 못 본 다소 어려워 보이는 책들!! ㅋㅋㅋ 세미나 방학 동안에는 머리 쥐어뜯는 책은 절대 (?) 읽지 않으리라 다짐한 나는 (그 얼마나 멋진 다짐인가! ㅎㅎ) 읽기 쉬운 책 2권을 골라왔다. 내가 고른 책들은 아무도 들춰보는 않는 듯했지만, 몇몇 물건은 경쟁이 붙어서 책을 가지기 위한 회유, 협박(?), 거래가 오갔다. 가위바위보를 이용해서 책을 획득하는 모습! 어떤 분은 정말 책을 산더미처럼 사 가셨는데 문탁 사람들의 책 욕심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책 욕심보다는 장난감이 더 좋은데.. 헙..

 

 

 아!!! 그리고... 뭐 먹을 게 좀 있나 주방을 기웃기웃하던 찰라 갑자기! 왜? 나한테 시선이 쏠리는 기분이 들었다. 눼? 저요? 저 아무 짓도 안했는댑쇼? 그냥 애니메이션만 보고 집에서 오타쿠처럼 장난감만 가지고 노는댑쇼? 어리둥절하게 살포시 자리를 뜨려는 순간, 토토로쌤이 말했다.

 

“ 모로님…. 혹시 이번 백일장 후기 쓰시기로 한 거 들으셨어요?”

 

눼에? 후기요? (동공지진) 전혀 아무 생각도 없었던 나는 왠지 무거운 짐을... 갑자기... 느닷없이... 아니 쓸 말이 없는데...

그렇다. (믿기 힘들지만) 한 달 전 회의 때 (나 모르게) 정해졌다는 100일장 후기 담당이였던 것이다. (지독하게 J인 사람들...) 그저 맛있는 냄새에 주방을 기웃거렸을 뿐인데.. 그래서 지금 이렇게 어수선한 후기를 쓰고 있다.

써야지 뭐.. 난 시간이 많으니까.. 장터를 좋아하긴 하니까.. 쩝

 

 

 아무튼,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100일장의 점심은 열무 비빔밥이었다. 잘 익은 시원~한 열무에 계란 후라이 하나를 따끈하게 부쳐서, 고추장 조금, 참기름 조금을 휙 뿌려서 쓱쓱 비벼 먹는 그 맛! 국물로 새콤달달한 오이 냉국을 곁들이면 까알끔!

 

거기에 소금과 설탕 버터로 표면을 노릇하게 익혀준 버터 알감자 구이(?)는 파지에서 느낄 수 없는 ‘사재 미국 맛’이었다. 단짠 단짠 땡기는 맛! 두 그릇을 사서 반찬 삼아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더니 꿀맛이었다.

 

 

 밥을 먹고 나니 거대한 포스를 보여주는 빙수 기계가 돌아가고, 수제 맥주가 놓이고, 칼(가위)도 갈아주고, 직접 타주는 하이볼도 있었다. 나는 낮술을 즐기지는 않아서 마셔보지는 못했지만, 비주얼 최강! 군침 도는 모습이었다.

 

일리치 약국에서도 행사가 있었는데 당일 영양제 20% 할인! 전대미문의 빅 할인에 일리치약국 vip인 내가 빠질 수가 없어서, 오메가3, 유산균, 관절 영양제, 아이 비타민을 그득그득하게 구매했다. 돈 쓰면서도 돈 번 느낌 (그게 바로 속은...거야? ㅋㅋㅋㅋㅋ) 양손 무겁게 들고 집으로 왔는데.. 아뿔싸 나중에 보니 공연도 있었던 거였다! 분명 들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집으로 갔던 것이다. 돌아서면 까먹는 나란 인간... 멋진 공연이었다는데 아쉽아쉽.

 

 비가 와서 저번보다 사람이 좀 적었지만 배부르게 먹고, 좋아하는 책까지 옆구리에 끼고 가니. 만족스러웠다. 역시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즐거워! 다음 100일장 딱 기다려 내가 간다! 드릉드릉~

댓글 9
  • 2023-07-17 18:53

    100일장에 함께 하고, 북쿨라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책이 모일까, 책사러 와 주실까, 걱정했는데.. 다 기우였어요!!
    240권의 책이 들어왔고, 약 150권이 팔렸어요. 그리고 남은 책은 문탁2층 보라방에 며칠 더 전시, 판매합니다.
    하하 그리고 모로님! 그 천재는 바로바로.. 봄날님이에요.ㅎㅎㅎ

  • 2023-07-17 19:50

    이리 발랄하고 유쾌한 후기를 쓸거라 다들 미리 알고 모로님으로 낙점 했던거예요!ㅎ

    창밖엔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데 우리들은 하이볼에 빙수에, 다들 펑펑 복을 써대고. ㅋㅋ
    게다가 크루와상의 수준높은 공연까지!
    어쩐지 매직랜드. 매직타임 같네요.

  • 2023-07-17 21:04

    비가 와서 더 좋았던 날이었습니다.
    모로의 후기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아쉬워하는 느티의 사진이 넘 리얼하네요. ㅋㅋ
    벌써 다음 100장이 기대됩니다.

    • 2023-07-18 11:13

      다음 100장
      뭐가 100장이나 잠깐 멍!! ㅋㅋㅋ

  • 2023-07-18 11:16

    역쉬 모로 상큼발랄
    비오는 날 노래공연 진짜 좋았는데.. 모로가 봤더라면 공연 이야기도 상큼발랄 버전으로 기록되었을텐데 아쉽^^
    하이볼에 수제맥주까지 이번 백일장은
    술과 책이 어우러진 술책장 ㅋ

  • 2023-07-18 18:57

    모로님 후기 재밌어요ㅎㅎㅎ
    이날은 북쿨라 덕분에 활기넘친 가위바위보가 이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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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8 18:57

      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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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18 18:58

    이분들 활약도 대단했죠~ 다음 백일장도 함께(코난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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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20 09:42

    아ㅡㅡ 가마솥님 칼가는 사진이 없었네요 ㅠ
    약방 구석에서 가위 갈아주신 가마솥님 정말 감사합니다.

    가위 잘든다고 다들 기뻐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