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61세 신입 사원

먼불빛
2023-06-20 20:23
404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올해 양생프로젝트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예정이다.

 

 

취업을 했다

 

 

작년 정년퇴직 후 8개월이라는 실업급여 수급의 막바지가 다가올 즈음, 어디든 가리지 않고 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재취업에 시동을 걸었다. 역시나 내 나이와 경력을 활용할 만한 일자리는 없었다. 60이라는 -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축에도 못 끼는 - 나이처럼 절망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렇다고 분투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을 차일피일 보내고 있을 때, 마침 일하지 않겠냐는 전 직장 팀장으로부터의 전화가 왔다. 조심스럽게 내 의향을 묻던 그는 주30시간(하루 6시간) 일자리라는 사실을 무척 강조했다. 사실 퇴직하기 전에 하루 8시간 근무가 버거울 수 있는 나이라는걸 깨달은 탓에, 중‧고령 노동 시장에서 나이 많은 나를 헐값이 아니고서는 받아줄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처절히 깨달은 탓에, 나는 재지 않고, 그냥 넙죽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두 가지 염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나랑 안 맞으면 때려치우지, 뭐’ 하는 심정이었다.

 

내가 근무할 곳은 정년퇴직한 전 직장에서 이미 업무로 밀접하게 관련을 맺었던 곳이었고,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내가 함께 일하게 될 K는 사무국장이면서(헐... 나이 차는... 비밀!) 작년에 입사하여 혼자 일해 왔다. 올해 경기도와  00 재단으로부터 프로젝트 예산을 받게 되면서 자신을 보조할 인력이 필요했지만, 신입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어떤 부연 설명 없이 일을 알아서 처리해 줄 경력자가 필요했고, 그것이 내가 된 셈이다. 면접 자리에서는 얌전히 한마디도 묻지 않던 그녀가 경상도 사투리를 매력적으로 구사하면서 00 재단과 협약하여 진행하는 사업과 회계 행정 업무를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계? 음... 새로운 일이다. 나는 그리 꼼꼼하지도, 계산이 빠르지도 않지만... 또 모르지 내게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게 될는지도. 솔직히 하루 6시간만 근무해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조력자 위치니까 책임감에서 조금 가벼울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만족했다. 그렇게 출근한 지 벌써 두 달이 조금 넘었다.

 

 

10 to 5 o’clock 꿈의 근무

 

‘6시간 근무’가 주는 느낌은 신선했다. 그것은 어떤 규격의 틀 안에서 벗어난 해방감 같은 것이기도 했고, 존재의 가벼움 같은 것이기도 했다. 무언가 애써 안고 있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이 노년 초입과 6시간 근무와는 왠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하든 내 한 입만 건사하면 되지 싶었다. 물론 염려도 있었다. 업무의 양은 줄지 않고 임금만 줄인 상태는 아닐까? 경력자이니 또 이 바닥을 잘 아니 일을 좀 더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신경전을 벌여야 하는 건 아닐까? (사실 면접 때는 그런 뉘앙스가 살짝 보이긴 했다) 오, no! 천만에. 나는 절대 그럴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밑도 끝도 없는 각오 같은 것을 첫 출근하기 전에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오전 10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몸의 시계를 주 30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하던 일을 과감히 멈추고 칼퇴를 외치며 사무실을 뛰쳐나가야 한다. 퇴근 알람을 4시 55분에 맞추어 놓았다.

 

 

 

2012년도부터 6시간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보리출판사(KBS News)

 

 

확실히 출근 아침이 달랐다. 하루 8시간 일을 하기 위해 서두르던 타이트한 아침이 아니었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깨면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는 책을 읽거나 혹은 아침 산책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화분의 식물들을 들여다보거나 느긋한 마음으로 아침 과일을 깎아 먹고 양치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한다. 분초를 쪼개며 출근하던 조급한 시간이 아니었다. 아침이 통째 굴러들어 온 느낌이었다. 일하는 중에도 예전처럼 자꾸 시계를 보는 일이 없어졌다. 아니 시계를 보면 어느새 훌쩍 점심시간이고, 어느새 훌쩍 퇴근 시간이 다 돼간다. 지루할 틈이 없다. 서둘러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퇴근 알람이 울리면 사무국장이 내게 말한다.

“얼른 퇴근하세요~”.

나는 열려있는 PC의 모든 창을 끄고 전원을 끈다.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먼저 퇴근하겠습니다”를 외치며 사무실 문을 나선다. 핸드폰 시계가 정확히 ‘5:00’이다. 얏호~~~

 

환한 대낮이다. 나무들도 푸르고, 거리는 한산하고, 1시간 빠른 퇴근은 무한 감동이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나는 약 30분 걷는다. 영화천을 따라 걷다가, 다시 서호천을 따라 걸으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천변을 따라 걷는 길은 횡재에 가깝다. 아름다웠다. 4월은 이름을 알 수 없는 보랏빛 야생화(개여귀?, 지칭개...? 등등)들이 천변을 가득 메웠다. 5월이 되자 그 자리에는 노란 꽃들이 피더니 다시 6월에는 하얀 개망초들로 채워졌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풀들은 제멋대로 엉켜 있어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 존재들로부터 기쁨을 얻는 시간이다. 일을 하면서, 일 속에서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짜릿하다. 대체 전에는 내가 어떻게 살았던 걸까? 30분 걷고 40분 버스 타고, 좀 더 걷고 싶으면 세 정류장 전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온다. 그래도 도착 시간은 오후 6시 반이다. 주 30시간 노동으로 월급은 반토막 났지만 적은 임금이라도 이런 시간과 맞바꿀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점심을 먹을 때는 남들 9천 원짜리 먹을 때 나는 8천 원이나 6천 원짜리를 더 고르게 된다는... 사실-아무리 반복해도 지금까지 질리지 않는 늦은 출근과 이른 퇴근은 만족, 만족, 대만족이다. 피로감은 덜해지고 일상에 여유가 생기면서 무언가 다른 활동을 찾아볼 마음이 절로 생긴다.

 

 

서호천 길에 그려진 물길 지도(만석게에서 시작된 영화천은 서호천과 만난다)

 

 

8시간 일을 했을 때는 언제나 턱밑까지 늘어진 다크서클을 달고 살았다. 요즘은 모두 나를 보면 얼굴이 좋아졌다,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하루 6시간 근무 덕에 생겨난 시간과 마음의 여유들이 나의 다른 일상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친정엄마의 돌봄에도 마음을 더 쓰게 되고, 전화라도 한 번 더 걸어보게 되었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책 읽기도 시작했다. 늘 익숙하던 곳에서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기도 했고, 일상의 여유로움과 함께 아무런 의욕이 없었던 내가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찾은 것도 10 to 5 o'clock에서 건진 2시간의 기쁨 중 하나이다.

 

 

맨땅의 헤딩 VS 직장의 신

 

이 기쁨을 키워나가는 주 30시간 근무를 가뿐하게 지속시켜 나가기 위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회계 행정 업무는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업무였고, 꼼꼼하게 관련 증빙 서류들을 챙기는 일과 체크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일들이 많았다. 뭐,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디테일이 약하고 덤벙대는 나로서는 어쩌면 다른 나를(부캐) 만날지도 모르는 업무다(그래서 더 재미있을는지도...). 물론 지금의 주 업무는 00 재단 업무다. 일의 순서상 그렇게 되었다. 그동안의 나의 직장 본캐는 ‘맨땅의 헤딩’ 쪽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업무라도 그 중요도를 잊지 않고 노련하게 잘 해내는 ‘직장의 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신처럼 굴면 원래 또 재수가 없는 법, 그러니 노익장 특유의 인간미를 곁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모델이 있지 않은가? 나는 그들을 모델 삼아 나의 직장 본캐를 바꿔야겠다.

 

 

 

드라마 [직장의 신]KBS 드라마 「직장의 신」(2013년)

 

 

KBS 드라마 「직장의 신」(2013년)에서 비정규직 미스김(김혜수)은 오직 계약서에 정한 대로만 주어진 업무를 한다. 부득이한 경우 추가 업무는 아주 높은 수당을 요구한다. 그녀는 못 하는 일이 없다. 일의 귀천도 가리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자기 일이면 “제 업무입니다!” 를 외치며 당당하게 일하고(청소까지도), 예외적인 업무를 시키면 “제 업무가 아닙니다!” 를 역시 당당히 외치며 거부한다. 그렇게 외칠 수 있는 그녀가 쟁취한 것은 워라밸, 저녁이 있는 시간이었다. 미스김의 세 가지 지혜, 업무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당당함, 시간을 사수하는 냉철함, 어떤 업무라도 완벽하게 해치우는 노련함. 나는 당당함과 냉철함을 내 기술로 장착하겠다. 또 업무에 노련하되 과부하 되는 업무는 “제 업무가 아닙니다!” 를 외치는 대신 “국장님~ 도와주세요!” 를 외쳐 업무를 분담해야겠다.

 

또 한 사람의 모델은 영화 「인턴」(2015년)의 노익장 벤이다. 수십 년의 직장 생활 노하우와 풍부한 인생 경험자로서 CEO인 줄스(앤 해서웨이)에게 믿음직한 언덕 같은 역할을 해주었던 벤(로버트 드 니로)의 자세도 내게 꼭 필요하다. 그동안 혼자 답답하고 막막한 과정을 겪어 왔던 젊은 사무국장 K가 내게 호소하는 이야기들을 잘 들어줘야겠다. 쓸데없이 라떼 이야기는 절대 늘어놓지 말 것, 내 의견을 물으면 딱 30초만 말할 것. K는 추측건대 MBTI가 ISFJ 임이 분명하니(나의 뇌피셜), 공감과 리액션(연습해야지...)을 잘 할 것, 본캐고 부캐고 모조리 내 안에있는 것들을 끌어내 「직장의 신」 미스김과 「인턴」의 벤, 그 둘을 절묘하게 섞은 인물로 거듭 나야겠다. 나 잘 할 수 있겠지?

 

 

 

영화 「인턴」(2015년)의 한 장면

 

 

퇴근하겠습니다!!

 

우리 사무실은 우리 말고도 다른 3개 기업이 함께 사무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그들 모두가 8시간 근무다. 두 달 동안 근무한 나의 평은 그랬다. 8시간 노동이 일상화 되어 있는 문화 속에서 일일 6시간 근무제를 지켜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이다. 00 재단 업무로 가끔 퇴근 시간이 10분, 20분 늦어지는 경우가 생기고, 어쩔 수 없이 기일을 맞추어야 하다 보니 잘못하면 8시간 근무자와 퇴근 시간의 차이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20분 차이의 민감성은 나 이외에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하는 문제 같아 보였다. K 사무국장이 말하길 전임자가 근무 오버타임을 세세히 기록해 놓고 그 시간을 대체 휴무나, 조기 퇴근으로 다 써먹었더라는 말을 했다. 뉘앙스가 묘했다. ‘그게 왜 문제지?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8시간 근무자와 아닌 자의 감각의 차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주 30시간 근무제의 장점을 누리려면 출퇴근 시간부터 철저히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저러나 하루 6시간 근무 예찬론을 펼쳐볼까 했는데, 이 정부에 와서 주 69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게 생겼다. 계속 후퇴의 후퇴를 거듭한다. [야근,야근,야근,야근,야근,병원,기절](유튜브 채널 ‘너덜트’ )이라는 너튜브의 영상은 몹시 웃겼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유럽과 일본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마당에 이게 웬 날벼락인지. 주 30시간은 둘째 치고 주 52시간 근무제라도 지켜야 하는 건가?

그러나 어찌 되었든 나만이라도 주 30시간 근무제를 꼭 사수하리라!

나의 직장 본캐 장착!!!   

퇴근 알람이 울린다.

볼펜을 집어 던진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룬다.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고 소리친다. 부드럽고 경쾌하게.

 

“61세 신입 사원, 퇴근하겠습니다!!”

 

 

 

 

댓글 6
  • 2023-06-21 10:35

    와~~ 축하드려요
    6시간근무 ^^
    다들 6시간씩만 일해도 사는데 지장없을것 같은데 ㅎㅎ
    61세신입상원의 정시퇴근을 응원합니다!!!

  • 2023-06-21 15:40

    취직을 하셨군요! 축하드려요. !!

  • 2023-06-21 16:04

    6시간만 일해도 되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맨 앞애 걷고 있는 먼불빛님을 응원또 응원합니다!!!

  • 2023-06-22 13:58

    경쾌하고 여유로운 리듬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먼불빛님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드리고 미스김과 벤 사이 어디쯤의 모습으로 산뜻하게 매일 칼퇴하는 나날을 응원합니다!

  • 2023-06-24 08:13

    엠비씨 김대호 아나운서도 칼퇴하더라고요. 요령이 있어요. 회사 밖을 나올 때까지 바닥을 보며 걷는다! 즉 눈을 마주치지 않는 거죠. 그리고 절대 회사주변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ㅋㅋㅋ 그나저나 먼불빛님 mbti가 궁금해지네요~ ㅋ

  • 2023-07-01 08:31

    일을 놀이로 승화시킨글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6시간 직장 어디 또 없을까요? ㅎ

먼불빛의 웰컴 투 60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나는 원래 체구가 작고 동그란 얼굴 덕에 어려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작년 정년퇴직을 한 이후 일정하게 반복되던 루틴이 사라지자 나는 부쩍 더 늙어보였다. 나름 운동도 하고 바삐 지낸다고 했지만 일 할 때보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일 할때만 해도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언닌 아직 너무 젊어 보여, 더 일해야지...” 했는데, 늙음은 마치 나의 정년퇴직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속적으로 덮쳐 왔다 온 몸으로. 온 몸에서 노화의 징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 거울을 보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었다.           머리카락이 늙었다     그 중에서 얼굴의 팔자 주름도, 탄력 떨어진 팔뚝과 뱃살도 아닌 단연코 가슴 아픈 나의 나이듦의 징후는 바로 ‘머리카락’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양치할 때마다 하얀 세면기에는 3초에 하나씩 머리카락이 뚝뚝 떨어진다. 샴푸하면서 샤워기 물 따라 빠져나가 수북히 쌓이는 머리카락을 보며, 이제 내 머리에 붙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보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집은 엄마, 오빠와 그리고 나, 동생까지 숱이 많고 윤기 있는 머리로 늘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있는 숱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인데 그 와중에 새로 자라나는 잔머리까지 많아 늘 삐죽삐죽 삐져나와 곱게 땋아지지 않을 정도로 넘치던 숱. “와! 너 지~인~짜...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나는 원래 체구가 작고 동그란 얼굴 덕에 어려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러나 작년 정년퇴직을 한 이후 일정하게 반복되던 루틴이 사라지자 나는 부쩍 더 늙어보였다. 나름 운동도 하고 바삐 지낸다고 했지만 일 할 때보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나 보다. 일 할때만 해도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언닌 아직 너무 젊어 보여, 더 일해야지...” 했는데, 늙음은 마치 나의 정년퇴직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속적으로 덮쳐 왔다 온 몸으로. 온 몸에서 노화의 징후가 노골적으로 나타나 거울을 보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었다.           머리카락이 늙었다     그 중에서 얼굴의 팔자 주름도, 탄력 떨어진 팔뚝과 뱃살도 아닌 단연코 가슴 아픈 나의 나이듦의 징후는 바로 ‘머리카락’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양치할 때마다 하얀 세면기에는 3초에 하나씩 머리카락이 뚝뚝 떨어진다. 샴푸하면서 샤워기 물 따라 빠져나가 수북히 쌓이는 머리카락을 보며, 이제 내 머리에 붙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보는 일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집은 엄마, 오빠와 그리고 나, 동생까지 숱이 많고 윤기 있는 머리로 늘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있는 숱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인데 그 와중에 새로 자라나는 잔머리까지 많아 늘 삐죽삐죽 삐져나와 곱게 땋아지지 않을 정도로 넘치던 숱. “와! 너 지~인~짜...
먼불빛
2023.10.14 | 조회 360
먼불빛의 웰컴 투 60
      내가 아니 에르노의 책과 만난 건 작년 2022년이었다. 그즈음 공교롭게도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그녀의 모든 책이 다시 주목받았다.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사회학적 글쓰기 방식은 독특했다. 자신의 경험을 부끄러울 정도로 고스란히 글로서 드러내는 행위 자체가 결국 그 사회의 젠더 문제, 계급 문제를 예리하게 파헤쳐 고발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솔직하게. 정면으로. 나는 그녀의 이름도 생경했고, 글도 낯설었고, 문장도, 읽는 것도 불편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뜻밖에도 아니 에르노와 닮기도 한, 다르기도 한 내가 보였다.     요즘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고, 게시하고, 함께 공감하는 시대다. 그렇지만, 자기 이야기를 왜,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나는 늘 부정적이었고, 조심스러웠다. 더구나 그것이 내밀한 이야기라면 더욱더 분명한 목적과 자기 사명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쓸 수 있는 용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 에르노의 글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사회적 해석과 만나 더 많은 보편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 결국 모든 글쓰기는 정치적이 될 수밖에 없다. 아니 에르노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해질 때 그것은 정치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너무나 관습화된 몸, 인식, 타인에 대한 의식 이런 모든 것들이 나의 경험을 글로 쓰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글을 만들게 한다. 아니 에르노의 글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런 용기를 배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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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불빛
2023.08.24 | 조회 302
먼불빛의 웰컴 투 60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올해 양생프로젝트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예정이다.     취업을 했다     작년 정년퇴직 후 8개월이라는 실업급여 수급의 막바지가 다가올 즈음, 어디든 가리지 않고 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재취업에 시동을 걸었다. 역시나 내 나이와 경력을 활용할 만한 일자리는 없었다. 60이라는 -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축에도 못 끼는 - 나이처럼 절망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렇다고 분투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을 차일피일 보내고 있을 때, 마침 일하지 않겠냐는 전 직장 팀장으로부터의 전화가 왔다. 조심스럽게 내 의향을 묻던 그는 주30시간(하루 6시간) 일자리라는 사실을 무척 강조했다. 사실 퇴직하기 전에 하루 8시간 근무가 버거울 수 있는 나이라는걸 깨달은 탓에, 중‧고령 노동 시장에서 나이 많은 나를 헐값이 아니고서는 받아줄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처절히 깨달은 탓에, 나는 재지 않고, 그냥 넙죽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두 가지 염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나랑 안 맞으면 때려치우지, 뭐’ 하는 심정이었다.   내가 근무할 곳은 정년퇴직한 전 직장에서 이미 업무로 밀접하게 관련을 맺었던 곳이었고,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내가 함께 일하게 될 K는 사무국장이면서(헐... 나이 차는... 비밀!) 작년에 입사하여 혼자 일해 왔다. 올해 경기도와  00 재단으로부터 프로젝트 예산을 받게 되면서 자신을 보조할 인력이 필요했지만, 신입을 받고...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올해 양생프로젝트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예정이다.     취업을 했다     작년 정년퇴직 후 8개월이라는 실업급여 수급의 막바지가 다가올 즈음, 어디든 가리지 않고 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재취업에 시동을 걸었다. 역시나 내 나이와 경력을 활용할 만한 일자리는 없었다. 60이라는 -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늙은 축에도 못 끼는 - 나이처럼 절망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렇다고 분투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을 차일피일 보내고 있을 때, 마침 일하지 않겠냐는 전 직장 팀장으로부터의 전화가 왔다. 조심스럽게 내 의향을 묻던 그는 주30시간(하루 6시간) 일자리라는 사실을 무척 강조했다. 사실 퇴직하기 전에 하루 8시간 근무가 버거울 수 있는 나이라는걸 깨달은 탓에, 중‧고령 노동 시장에서 나이 많은 나를 헐값이 아니고서는 받아줄 곳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처절히 깨달은 탓에, 나는 재지 않고, 그냥 넙죽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한두 가지 염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나랑 안 맞으면 때려치우지, 뭐’ 하는 심정이었다.   내가 근무할 곳은 정년퇴직한 전 직장에서 이미 업무로 밀접하게 관련을 맺었던 곳이었고, 대부분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내가 함께 일하게 될 K는 사무국장이면서(헐... 나이 차는... 비밀!) 작년에 입사하여 혼자 일해 왔다. 올해 경기도와  00 재단으로부터 프로젝트 예산을 받게 되면서 자신을 보조할 인력이 필요했지만, 신입을 받고...
먼불빛
2023.06.20 | 조회 404
먼불빛의 웰컴 투 60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올해 양생프로젝트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예정이다.             88세의 늙고 병든 어머니   50대 후반 혹은 60대가 되면 누구나 부모님 돌봄 문제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버지는 내가 54세 되던 해 돌아가셨고, 이제 60이 된 나에게는 88세의 어머니가 남아계신다. 그리고 어머니는 10년 차 파킨슨병 환자로 심장의 가동률은 33%(의사 말로는 언제 심정지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함), 신장도 이미 한쪽은 기능을 잃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누구에겐가 의지해야만 하는 상태이다. 특히 작년 12월 또다시 심장이 안 좋은 데다 신부전이 재발하였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극적으로 회복하셨다. 현재는 엄마가 5년간 지속해서 다녔던 주간보호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생활가정에 입소 대기 중이며, 엄마를 보살필 요양보호사가 상주하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일시적으로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계신다.           엄마는 원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듬해(2017년) 봄부터 동생과 함께 살았다. 동생은 엄마와 함께 사는 동안 엄마의 병원과 수많은 약 수발을 혼자 감당하면서 주 보호자 노릇을 했다. 그 6년 동안에도 엄마는 각종의 검사와 입원, 퇴원을 반복했고, 주간보호센터에서 쓰러져 119에 실려 가기를 몇 번, 동생의 속을 꽤나 끓게 했다. 말이 쉽지 ‘6년간 엄마의 돌봄’이라는 이 간단한 단어 조합 안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감정과 노동과 고통이 퇴적층처럼 촘촘히 쌓여...
      (글)먼불빛 문탁에서 2016년부터 공부해왔다. 2021년 양생프로젝트 공부하다가 책에 심하게 멀미를 겪었다. 원래 뭐든지 좀 늦되다. 멀티는 더더욱 안된다. 올해 양생프로젝트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예정이다.             88세의 늙고 병든 어머니   50대 후반 혹은 60대가 되면 누구나 부모님 돌봄 문제가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닥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버지는 내가 54세 되던 해 돌아가셨고, 이제 60이 된 나에게는 88세의 어머니가 남아계신다. 그리고 어머니는 10년 차 파킨슨병 환자로 심장의 가동률은 33%(의사 말로는 언제 심정지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함), 신장도 이미 한쪽은 기능을 잃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누구에겐가 의지해야만 하는 상태이다. 특히 작년 12월 또다시 심장이 안 좋은 데다 신부전이 재발하였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극적으로 회복하셨다. 현재는 엄마가 5년간 지속해서 다녔던 주간보호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생활가정에 입소 대기 중이며, 엄마를 보살필 요양보호사가 상주하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일시적으로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계신다.           엄마는 원래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듬해(2017년) 봄부터 동생과 함께 살았다. 동생은 엄마와 함께 사는 동안 엄마의 병원과 수많은 약 수발을 혼자 감당하면서 주 보호자 노릇을 했다. 그 6년 동안에도 엄마는 각종의 검사와 입원, 퇴원을 반복했고, 주간보호센터에서 쓰러져 119에 실려 가기를 몇 번, 동생의 속을 꽤나 끓게 했다. 말이 쉽지 ‘6년간 엄마의 돌봄’이라는 이 간단한 단어 조합 안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감정과 노동과 고통이 퇴적층처럼 촘촘히 쌓여...
먼불빛
2023.05.11 | 조회 407
먼불빛의 웰컴 투 60
*맘마 미아(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놀라움이나, 괴로움을 나타내는 감탄사이다. "세상에, 맙소사!", 직역하면 "우리 엄마"다.(엄마는 성모마리아를 의미)/위키백과, 나무위키 참조     지난 2월 나는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결혼보다 더 낯설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딸의 결혼이었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결혼에 ‘축하한다’는 말보다 ‘반댈세’라는 말을 먼저 던졌던 사람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너무나 불리했고, 그런 이유로 나도 이혼했으며, 좌우지간 남녀를 떠나 다양한 삶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결혼’에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 ‘필수’였던 결혼이 요즘 세대에겐 ‘선택’이 되었다(억울하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3포, 5포 세대(삼포:연애, 결혼, 출산/오포:삼포+취업, 주택을 포기)’처럼 ‘포기’를 하기도 하지만, 자발적 비혼과 동거족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누구나 다 똑같은 삶이 아닌 자기만의 삶을 다양하게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이라는 오래된 전통에 대한 저항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명절 금기어로까지 등장할까. 여하튼 그래서 내 딸만은 좀 다른 선택,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다. 이혼 후 단출한 2인 가족이 늘 외로움과 결핍의 근원이었던 딸은 전형적인 가족주의 안에서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고자 했다. 내가 다르게 살지 못했는데 딸에게 다른 삶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결혼은 반대’라는 말과는 달리 나는 딸의 결혼을 ‘축하’해주어야만 했다.     “돈만 주고 가~”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의 관계가 다 그렇지 않을까?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의 책...
*맘마 미아(Mamma mia)는 이탈리아어로 놀라움이나, 괴로움을 나타내는 감탄사이다. "세상에, 맙소사!", 직역하면 "우리 엄마"다.(엄마는 성모마리아를 의미)/위키백과, 나무위키 참조     지난 2월 나는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 결혼보다 더 낯설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딸의 결혼이었다. 나는 언제나 모든 결혼에 ‘축하한다’는 말보다 ‘반댈세’라는 말을 먼저 던졌던 사람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성에게 너무나 불리했고, 그런 이유로 나도 이혼했으며, 좌우지간 남녀를 떠나 다양한 삶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결혼’에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 ‘필수’였던 결혼이 요즘 세대에겐 ‘선택’이 되었다(억울하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3포, 5포 세대(삼포:연애, 결혼, 출산/오포:삼포+취업, 주택을 포기)’처럼 ‘포기’를 하기도 하지만, 자발적 비혼과 동거족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누구나 다 똑같은 삶이 아닌 자기만의 삶을 다양하게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결혼’이라는 오래된 전통에 대한 저항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명절 금기어로까지 등장할까. 여하튼 그래서 내 딸만은 좀 다른 선택,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다. 이혼 후 단출한 2인 가족이 늘 외로움과 결핍의 근원이었던 딸은 전형적인 가족주의 안에서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고자 했다. 내가 다르게 살지 못했는데 딸에게 다른 삶을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결혼은 반대’라는 말과는 달리 나는 딸의 결혼을 ‘축하’해주어야만 했다.     “돈만 주고 가~”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의 관계가 다 그렇지 않을까?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의 책...
먼불빛
2023.03.27 | 조회 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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