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반대 10주년 기자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만!

히말라야
2015-12-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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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대개봉하던 어제...저는 밀양송전탑 투쟁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엄마가 학교 끝나는 시간보다 조금 더 늦게 올것 같다고 하니, 엄마 기다리기 싫다고

학교 안가고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고집하는 꼬맹이의 손을 잡고... 서울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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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기자 간담회지만, 기자들보다 연대자들이 더 많이 와서...회관의 자리가 꽉 차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김제남 국회의원과 하승수 위원장의 축하인사가 있었고,  이어서 밀양 싸움 10년 투쟁의 회고와 결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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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어르신은 울분에 찬 긴긴 발언을 해 주셨는데, "밀양 같은 싸움은 우주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원칙에 맞게, 인간적으로, 정직하게, 합리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이러한 사태가 정말 웃기는 짜장면이다라고 하셔서

듣고 있던 우리는 울다가  갑자기....웃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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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우리들의 영자님께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고 10년이나 이럴 줄 알았으면 누가 시작했겠느냐고...

그러나 연대자들이 있어서...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송전탑이 들어서긴 했지만 그래도...

밀양을 계기로 탈핵싸움이 더 활발하게 전개되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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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10년간의 싸움의 기록인 <밀양송전탑반대투쟁 백서>의 주요집필진 중 한 분이 에너지정책 연구원입니다.

그 옆에 무거운 (엄청 무겁습니다 문탁에 가져다 두었으니 꼭 한번 씩 들어보세요~~)  백서를 들고 있는 분은

인권침해연구원이구요.사람을 위한 국책사업에 사람을 위한 자리가 없었다면서,

"싸움의 언어"로서 역할 하기를 바라며 백서를 집필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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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너머에 있는 분이 바로 <밀양, 10년의 빛> 화보집의 사진을 찍은 정택용 사진가입니다.

맨날 사진을 찍기만 했을 텐데...오늘은 사진기자들에게 마구마구 사진을 찍히고 있습니다.

"그 곳에 가지 않으면, 그 곳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이 사진의 한계이기도 하고, 또 장점이기도 하다면서

 밀양의 아픔에 과연 카메라를 들이 댈 자격이 있나 자책감도 들었고,

사진으로 무얼할 수 있을까...하는 무력감도 느꼈지만...밀양과 사진으로 함께 하자고 마음을 다졌다고 합니다.

화보집도 문탁과 파지사유에 비치되어 있으니 꼭 보세요.

180도로 쫙 펼쳐도 책이 갈라지지 않게 특수재질로 만들었다고 하니 마음껏 꾹꾹 눌러서 보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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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삼 샘은 ... 이날은 밀양의 어르신들께 존경과 감사 인사를 바치는 날이라고 하셨습니다.

어른신들과 함께 싸움을 해오면서, 막막한 다음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의지를 다지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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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0주년을 기념하여 백서와 화보집을 발간하는 밀양싸움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번째는 싸움이란 늘 이기거나 지는 것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기지 못하는" 싸움이나 "지지 않는" 싸움도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이긴다/진다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도 사실은 없다는 것이죠.

                 "졌다"라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다는 표현일 뿐인 것 같습니다.

                  싸우겠다는 의지가 남아있는 이상 아직 싸움은 끝이 난 것이 아닌겁니다.

두번째는 "연대"란 여유있는 자가 힘든 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밀양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연대자들이 없었다면 진작에 무너졌다고 말씀하십니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연대자들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다고 하십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 그 분들과 몇번 만나지도 못했고, 밀양에도 두어번 밖에 못 가봤음에도...

                  그 분들과 함께 밀양을 알몸으로 막아내고 함께 쇠사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실제로 '나도 그 분들과 함께 싸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더불어...

                  어느 순간부턴가 내 마음 속에서도 내 머릿속에서도 그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 마음이 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말이지요...그분들과 나는 서로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세번째는 기록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같이 공부하고 책읽는 사람들에겐 특히..글이 겠지요.

                  요즘 ... 글로서 무얼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는데 어마무시한 백서를 받아보니

                  글로서 뭔가를 하기위해서는 진짜 더 많이 독해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을 싸운 밀양어르신을 보면서,  내가 10년 동안 치열하게 해본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든 글이든 사진이든 활동이든 연대이든 ...그 무엇이든 10년을 싸우듯이 해보지 않았다면

                 포기하겠다던가, 안된다던가... 뭐 그런 말을 말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우연에 대한 것입니다. 밀양대책위의 이계삼 사무국장도 밀양화보집을 만들어 낸 정택용 작가도

                 또 밀양의 어르신들도.... 내가 의도하고 계획하고 욕망해서  지금 저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닥쳐온 우연들 앞에서, 정말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물러서거나 내가 원하지 않은 거라고 피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밀양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역사는 '우연'을 어떻게 만나는가에 달려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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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26일(토)에는  밀양문화체육관에서 문화제가 진행됩니다. 사실 그날 먼 밀양까지 안가기위해(?) 오늘

여럿이서 정동까지 갔더랬습니다. 사진 속의 젊은이들과...느티샘, 콩세알샘, 스마일리샘...그리고 저와 꼬맹이까지요.

버뜨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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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푸짐하게 얻어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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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디 무거운 책에다가...밀양서 올라온 고추에다가... 장미꽃까지 받고....박은숙샘이랑 서로 끌어안고 뭐 그러다보니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다고 그랬던가요... 밀양에 갈 수 밖에 없구나...휴우~~~~

그러나 다행히도...버스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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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실 분은...아래링크를 클릭만 하시면 됩니다... ^^*

https://docs.google.com/forms/d/1gRq-cEiOZR3d-gwUQj74cNIjPauGvmnqQTDG675GBe0/viewform?c=0&w=1

밀양어르신들께서...노래도 하시고 낭송도 하시고...맛있는 음식도 주신다니....

클수마수 연휴를 아주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ㅎㅎ

댓글 2
  • 2015-12-19 22:53

    아! 언제나 반갑고 그리운 얼굴들...

    사진만 봐도 가슴이 찡합니다.

  • 2015-12-22 17:55

    아, 수고하셨어요.

    가봤어야 하는데...말이 아니네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