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밥상의 두번째 메인디쉬] 우리들의 "만남"

히말라야
2016-05-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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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특별공연이 준비된 주술밥상의 두번째 메인디쉬가

건달바의 사회로 시작되려고 하다가...갑자기 마이크 잡았으니..

노래를 하라는 청중들의 환호에 못이겨 루쉰을 암송하려다가 버벅거려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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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디선가 흑기사가 나타나 "가난타령"을 좔좔좔 암송해 주는 덕분에...오프닝 암송이 살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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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한 구석, 촛불 한 자루와 마른 풀을 태우는 하얀 연기가 공연의 시작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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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오래도록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파지사유 안이 연기로 꽉 차서

어린관객들이 코와 입을 막으며 대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웅성거릴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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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장소익샘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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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연기 속에서 얼굴도 가린 채로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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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반대편에 있던 작은 나무 상자 안에서 할머니 인형이 나오자....슬퍼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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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뒤이어...귀여운 꼬마 아이들 인형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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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인형이 다 나오자 할머니인형을 업고 점점 덩실 덩실 춤을 추며 펄펄 뛰어다니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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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할머니 인형을 꼭 안아줍니다. 할머니 인형이 뭔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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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이들 인형을 들고 펄펄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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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들에게 아이들 인형을 나눠주십니다...아 그러고 보니..이제 가려진 얼굴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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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을 받아 든 아이들은 인형이 품고 있던 쪽지글들을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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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인형을 받은 아이들이 하나씩 나와 글귀를 읽습니다.

일리치, 루쉰, 4.16인권선언문 등의 글귀가 낯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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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를 읽고 촛불에 다 태우고 나자, 장소익 샘이 앞자리에 앉아 있던 달팽이샘의 손을 잡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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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덩실거렸는데, 잠깐 사이에 이렇게 여러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냥 음악에 맞춰 덩실 덩실 몸을 움직일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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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몸짓이 대문놀이까지 신나게 이어집니다....모두 다 서로가 만든 대문을 통과하고 나서 공연은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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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익 샘의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흐믓한 웃음을 지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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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메인디쉬니깐~ 주술밥상이 마련한 맛있는 요리를 맛보아야겠죠~~~

해물파전, 닭가슴살 샐러드, 홍합탕에.... 각종 주류가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이번 메인디쉬의 컨셉은...."만남"보다는 "술집"인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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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각종 술을 맛보느라고... 공연 "만남"에 대한 소장님의 설명을 못들었습니다.

저쪽에 앉아 계셨던 분들께서 공연에 대한 이야기 좀 올려주세요...

뒤풀이 자리에서 한 쪽에서는

공부고 뭐고 이런 공연 같은 걸 더 많이 해야하네 마네 하고

다른 쪽에서는

문탁인들이 청송에 가서 인문학 강연을 특히 장자를 하네마네...

.. 그런 이야기들을 했더랬습니다.ㅎㅎ 

주술밥상 덕분에~  뭐랄까...문탁의 문화수준이 날로 업되고 있는것 같아 좋은 것 같으면서도

이제 한물 가버려 아무도 찾지 않는 우리의 걸그룹 파인애플을 생각하면 애잔한 마음이...ㅠㅠ

다음달은 "모둠기타" 라던가..."기타모둠"이라던가...

음...그러면 메인디쉬로는 "모둠안주"가 나오는 건가요? ^^

아...각종의 술을 맛보았더니만, 아직도 머리가 아퍼서 자꾸 헛소리만 나오네요~ 쿨럭~

댓글 5
  • 2016-05-27 17:56

    저 좋은걸 못보고 못먹다니 정말 아쉽습니다. 담번엔 꼭 갈게요~~

  • 2016-05-27 18:50

    아침부터 주차로 윗층 아줌마랑 한판하고

    착잡하게 시작한 하루였는데

    공연 보고 청송의 요즘 소식들을 들으며

    머리가 복잡해지면 청송에 내려가는 것도 좋겠다는

    새로운 진로를 찾고 잠시 행복했습니다

    많은 분들 와주시고 즐겨주셔 감사해요!!

  • 2016-05-27 20:32

    1. 역쉬 히말의 사진은 좋군여. (자꾸 히말의 사진기를 사고 싶네. 사진이 사진기땜시 좋은게 아닐텐데...^^)

     

    2. 주술+파지의 두 매니저는 아침부터 손님맞이에 분주하였는데... 그러면서 자기들을 스스로 '미담의 주인공'이라 칭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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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이제 밀양찍고 청송. 혹은 청송 찍고 밀양?  아~~ 뭐지?  조만간 청송에 갈 것만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은? ...ㅋㅋㅋㅋ....

     

    4. 깨달았어요. 문탁의 아이들은 이제 문탁 학인들의 자식이 아니라 문탁의 아이들이라는 걸^^

     

     

    • 2016-05-28 00:54

      얘들은 숙제 안 해서 벌  받는중.

      내 기억속 유리창 청소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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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27 22:10

    새털샘, 심심한 위로를 드려요. 파이팅~ 하셨겠죠?

    그날 파지를 가득 채운 향은 새털샘을 위한 것이기도 했군요.

    공연 중 할머니가 나무상자에서 나오던 부분에서 말이죠.

    뭔가를 갈망하며 이리저리 찾지만 매번 좌절하고 괴로워하던 주인공이 마치 어떤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나무상자로 끌려갔다고 생각했어요. 

    그 힘은 아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상처와 기억들 혹은 할머니로 형상화된 영혼들이 아니었을까요?

    주인공은 관으로 표현된 그 심연에 다가가는 것을 거부했지만 결국 직면합니다. 

    그리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고,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던 고통과 직면하는 순간, 바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희망과 바램, 믿음이 생겨난 것 같았어요.

    작고 순수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한 인형들과 그 인형들 하나 하나에 담겨 있던 의미가 바로 우리가 읽었던 구절들이었죠.

    여전히 세상은 우리 모두 함께 힘껏 헤쳐나갈만한 곳이라는 그런 느낌이었요.

    그렇다고 다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으로 바뀐 부활의 과정은 쉽지 않아 보였어요. 둘씩, 넷씩, 아이들이

    모이고 함께 춤을 추고 그러다 주인공이 다시 잠시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던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빨간 치마 입은 인형이 주인공 머리를 '딱' 한대 쥐어박더군요.

    '정신차려, 이 친구야', 뭐 이런 느낌? 암튼 열정과 열심만으로는 힘들다고 느낄 때 마다 정신 번쩍 들게 해주는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고 소박한 공연이었지만 손끝 하나 발걸음 하나에 혼을 담아 내는 선생님을 가까이서 보며 그 자체로 무척

    감동받았어요. 선생님의 이마와 등에 맺히는 땀방울과 조명 아래 끊임없이 퍼져나가던 연기와 깊은 향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송 가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