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정에 서다!

문탁
2016-05-0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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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정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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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시 거리로 나와 싸운다

 

평화. 심지어 해군하고도 공존할 수 있을까? 한 번 해보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그들은......'점령군'이었고,  마을주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와 해군기지 맞은편에 천막 마을회관을 설치했다.

여기는 다시 야전사령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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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슈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마을과 상생하겠다고 공언했던 해군이 강정마을회 등 5개 단체와 주민, 활동가등을 대상으로 기지공사 지연 등의 이유를 들어 무려 34억여원의 구상권을 청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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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전쟁했나요? "  "우리가 전쟁에서 진 건가요? "  "구상권이라니요?  이건 전쟁에 진 적국에게 전쟁배상금 내라는 거 아닌가요?"

 

천막 마을회관에서 만난 고권일 대책위위원장의 목소리는 침통했다. 더구나 지금은 구상권보다 더 큰 이슈가 생겼다.  얼마전에도 기지방어훈련이랍시고 강정천 다리에서 길을 향해 총을 겨누는 훈련을 했었는데 (강정천은 내가 3년반 전 강정에 내려갔을 때 마을잔치가 열렸던 곳, 김제동의 토크쇼가 열렸던 곳, 바로 그곳이다)  며칠 전에는 마을 안으로 총을 든 군인들을 태운 트럭이 진입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트럭을 막아세웠고, 동네 안까지 총을 들고 들어온 해군에게 항의했으나, 해군의 답변은 "정상적인 훈련"이라는 것. 총구가 마을을 향한 것은 맞지만 결코 주민을 겨냥한 것은 아니고 다만 '사주경계훈련'일 뿐이라고 했단다. (나는 위원장님께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주경계'라구요?라고 반문했었다. '사주경계'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자주경계'가 아니라 '사주경계'란다. 4방의 적을 경계하는 것이란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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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552376&plink=ORI&cooper=DAUM)

 

위워장님 왈:

 

"총에 탄창을 결합했어요. 보통은 총과 탄창을 분리해서 다닙니다. 혹시라도 모를 오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지요. 탄창을 결합했다는 것은 거의 실전에 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입니다."

 

도대체 내가 왜 강정에서 기지방어훈련이니 사주경계니, 탄창이니, 탄피니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걸까?  위원장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탄창이 빈탄창일지 아닐지 모르지만 탄창을 결합한 총을 든 군인들이 마을 안으로 들어와 주민들쪽으로 총구를 겨누었다는 것, 그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여긴 언제라도 전쟁, 혹은 준전시상태가 될 수 있는 곳이구나. 강정에서의 평화는 이념도 희망도 아니고 생존권, 그 자체구나.

 

내가 겨우 입을 뗀다.  "주민들이 지휘관을 해임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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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장과 강정마을활동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말을 잇는다.

 

"해군은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어요. 정상적인 훈련이라는 거죠. 그러니 정상적인 훈련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우리는, 바로 빨갱이 되는 거예요. 지금 우리 까페에는 알바라고 짐작되는 댓글들이 장난 아닙니다.... 4.3은 끝나지 않았어요"

 

말이 나오질 않았다.

 

 

3. 강정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일요일 오전 11시 생명과 평화를 위한 미사가 열렸다. 신부님은 천막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시고,  길 건너 해군기지 공사장 입구에는 문정현 신부님을 비롯해서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앉아서 예배를 본다. 무슨 이산가족도 아니고 길을 두고 나눠서 미사를 보다가 또 서로 나와서 손을 흔든다. 전쟁과 평화 사이는 길 하나이지만 그 거리는 아득하다. 아득하다.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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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드리는 내내 눈물이 주루룩 주루룩 흐른다. 수녀님의 미사송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큰일이다. 점점 수도꼭지, 주책바가지가 되가니....

 

강정은 그냥 강정이 아니다. 강정은 제주도의 축소판이고, 제주도는 한반도의 축소판이다.

그곳은 '제주도특별자치도특별법'이라는 전대미문의 개발법으로 특별 관리되는 곳이고

한중FTA로 제주도 주민들이 모두 망할지도 모르는 곳이고

미국의 대중국전략기지의 최전선으로 늘 전쟁같은 훈련이 벌어지는 곳이다.

 

자본이냐 생명이냐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는 곳!
전쟁이냐 평화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강정이다.

 

 

4.  죽을 때까지 싸운다. 누가 오래 버티나 두고 보자.

 

<미사중입니다. 미사를 방해하지 말아주세요>라는 팻말을 세워놓았지만 그건 소귀에 경읽기인 모양이다.

미사 중인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는 차량이 들락날락거린다. 그때마다 소란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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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앞을 막아서 앉고,  경찰 손에 덥썩 들려 쫒겨나고, 큰 소리로 항의하고, 다시 가서 앉고, 다시 들려서 쫒겨나고, 그들은 그곳에서 그러고 있었다. 밀려난 사람들은 묵묵히 미사를 계속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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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님은 이런 소란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않고 앉아계셨다.  철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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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무심히 지나치는 길,  팻말을 든 강정지킴이 한명 역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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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다른 지킴이 역시 미동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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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 강정이 혹시 멕시코 치아파스 같은 곳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미사복을 입은 깡마르고 병든 문정현 신부님은 마르코스 부사령관 같았고

하나같이 깡마르고 새까만 강정의 활동가들은 스키마스크를 쓴 사파티스타 게릴라 같아 보였다.

그들은 해군기지에 포위되어 있고, 자본이라는 또 다른 권력에 억눌려있지만

3272일 동안 그곳을 지켰고, 살아냈고, 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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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도 칼도 돈도 없는 싸움. 다만 기도하고 염원하고 호소하는 싸움. 져도 포기하지 않는 싸움.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 싸움. 삶의 존엄을 거는 싸움. 노래하고 춤추는 싸움.....   그들은 앞으로도 그렇게 싸울 것이다.  우리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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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쑤: 놀라운 일이 있었어요. 천막 미사에서 성심원 원장 수녀님을 만났어요. 우리는 서로 너무 깜짝 놀라 이산가족 상봉한 듯 펄쩍펄쩍 뛰면서 반가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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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2016-05-01 23:10

    총을 든 군인들이 마을을 누비는 마을...이라니...

    구상권을 찾아보니 "타인의 채무를 갚아 준 사람이 그 사람에게 갖는 반환 청구권"이라는군요.

    대체 해군에서 강정주민들의 뭘 갚아줬답니까? 어이없네요.

    그래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진 것은 아닐겁니다.

    치아파스... 가 살아있는 한 싸움은 계속됩니다..강정 강정 화이팅!

    • 2016-05-04 09:51

      결국, 또, 삼성!!

  • 2016-05-02 05:04

    어머나 원장수녀님!! 타지에서 고향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우셨겠어요. 문탁샘~

    어느 새 펜스가 무너지고 해군기지가 들어섰다니... 게다가 총탄이 겨누어진 마을에 34억여원 구상권 청구까지.

    강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2016-05-02 05:52

    강정은 작지만 평화는 강정에서 시작된다는 강정마을 사람들의 의지!

    를 떠올리며 시작하는  한주입니다 

    새로운 일주일, 강정의 평화를 소망합니다

  • 2016-05-02 17:10

    3272일! 그 도저한 시간의 무게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저는

    그 시간을 이어온 분들께 그저 고맙고 고마운 마음으로

    고개숙일 뿐입니다..

  • 2016-05-02 21:44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네요.

    지난 주 '반올림'의 농성 '현장'에 서 있을때도 들었던 질문, 뭘해야하는걸까.

    강정에 써 있는 말대로 "포기하지 않는 게" 이기는 것이겠죠.

    가봐야 할 곳이 늘어나고 있네요.

  • 2016-05-04 09:07

    그러게요

    왜 이렇게 가봐야 할 곳이, 끝나지 않고 지난하게 싸워야하는 곳들이 많은걸까요...

    좋은 세상이 그렇게 어려운건가...

    수녀님과 문탁샘, 이산가족 상봉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