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공 1회 후기 - 미언대의

진달래
2022-12-0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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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공이 죽고 아들 장공이 즉위하는 사이 느티나무 샘이 여러 가지 일로 힘드셔서 잠시 세미나를 쉬게 되었다. 

장공(莊公)은 이름이 동(同)이고 환공 6년에 태어났으며 어머니가 문강(文姜)이다. 

문강와 제양공의 통간으로 환공이 죽었기 때문에 그 아들이 다음 자리를 이었다는 게 좀 의아한 면이 있긴하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문강의 위상이 그냥 환공의 부인으로만 있었던 것은 아닌 듯 보인다. 

뭐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인지 장공 원년 경(經)에 문강이 제나라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三月 夫人孫于齊 (삼월 부인손우제) : 삼월에 부인이 제나라로 도망갔다.

 

여기서 손(孫)은 손(遜)과 통용자로 사용되었다.

遜은 겸손하다는 뜻으로 많이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달아나다'의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주(注)를 보면 글자의 뜻이  분(奔)과 같은데 문강의 위치를 생각해서 분(奔)이라고 쓰지 않고 완곡하게 손(遜)이라는 글자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마치 사양하고 떠난 것과 같이. 

글자 수가 얼마되지 않는 <춘추> 경(經)은 사실 <좌전>, 즉 전(傳) 없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어렵다.

물론 우리가 읽을 때는 또 주(注)가 없으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 그나마 주를 번다하게 읽어도 때로는 무슨 의미인지 몰라 설왕설래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에는 이런 일들이 매우 힘들게 느껴지도 했는데 요즘은 쬐금 읽는 재미가 생기는 것 같다. 

특히 토용샘은 이렇게 글자 하나 하나에 의미가 실리는 것에 더 흥미를 갖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같이 글자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는 회맹(會盟)이라고 한 번에 말하지만 <춘추좌전>을 읽으면 회(會)와 맹(盟)을 구분하고, 손(孫)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글자 하나로  처한 상황을 다 의미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춘추좌전>을 읽는 어려움이면서 한편으로는 재미인 듯하다. 

장공이 즉위하였지만 경(經)에 바로 장공이 즉위했다고 쓰지 않았는데 이는 어머니 문강이 제나라로 달아났기 때문이다. 문강 역시 그냥 부인이라고 쓴 것은 환공이 죽은 일로 제나라와 관계를 끊은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공 2년 경(經)에 부인 강씨가 작(䅵) 땅에서 제나라 제후를 만났다(冬十有二月 夫人姜氏會齊侯于䅵)고만 했는데 전(傳)에 친절하게 이를 쓴 것은 회합을 가장해 간통했기 때문(書 姦也)이라고 밝혀 놓았다. 

문강은 장공 즉위 후 19년 뒤(장공 21년)에 죽었다. 물론 노나라 궁실로 돌아갈 수 없었지만 노나라와 제나라 국경 지역에서 머물렀으며, 아들 장공과 동생 애강(아, 이 애강도 문제적 인물이다)의 결혼을 주선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주로 문강을 이야기 할때 그 오빠 제양공과의 패륜에 대해서만 말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도 사실이기야 하겠지만 장공이 즉위 한 후 문강의 세력이 그다지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일련의 사건들이 단순히 그냥 '오빠와 바람난 일'로만 보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장공 즉위 3년까지의 기록을 보면 제나라가 당시 세력을 넓히는 일에 매우 힘을 쏟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노환공의 죽음도 제나라가 주변국들에게 보여주는 세를 과시하는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자 하나, 사건 하나도 쉽게 볼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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