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이 돌아왔다 7회] 미투(MeToo) 없는 이상국가

새털
2019-02-08 06:43
629

[플라톤이 돌아왔다 7회]

미투(MeToo) 없는 이상국가

-국가』 5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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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여가여배’, 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

국가5권의 주요내용은 플라톤의 남녀평등설처자공유설, 플라톤의 이론에서 가장 급진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플라톤은 남녀의 성차(性差)에 대해 아이를 생기게 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는 사람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밖의 차이에 대해서는 그것을 성차로 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구두 장인의 일을 대머리냐 장발이냐 하는 헤어스타일의 차이에 따라 자격을 논할 수 없는 것처럼, 수호자의 자격도 남녀의 성차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즉 수호자의 자질과 교육에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그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플라톤의 이상국가에는 여자에게만 차별적인 유리천장은 없다.

 

소크라테스 : 한 여자는 체육에도, 전쟁에도 능하나, 다른 한 여자는 비호전적이고 체육도 싫어하지 않겠는가?”

글라우콘 : 저로서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 어떤가? 한 여자는 지혜를 사랑하나, 다른 여자는 지혜를 싫어하겠는가? 또한 한 여자는 격정적이나, 다른 여자는 소심하겠는가?

글라우콘 : 그 또한 그렇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니까 한 여자는 수호자의 자질도 갖추었으나, 다른 여자는 그렇지 못하다네. 우리가 선발한 수호자다운 남자들의 성향도 이런 게 아니었는가?

글라우콘 : 분명히 그런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 : 그러므로 여자고 남자고 간에 나라의 수호와 관련해서는 그 성향이 같다네.

(국가 5456a *원문을 대화체으로 변형함)

 

그러므로 여자 수호자들이 체력 단련을 위해 남자 수호자처럼 옷을 벗고 체육 훈련을 받는 것은 추하다는 비웃음을 받을 일이 아니라고 플라톤은 국가5권에서 쓰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플라톤의 시대에도 플라톤의 생각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을 눈치 챌 수 있다. 플라톤이 설계하고 있는 이상국가에는 남녀차별이 없지만, 그 시대에도 현실에서는 여자가 남자와 같이 체육관에서 옷을 벗고 체력 단련하는 일은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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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thepin.ch/life/puhRo/trainer-and-me-two-10

 

여가여배여자가 가르치고 여자가 배운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스포츠커뮤니티의 이름이다(여가여배 관련 기사는 독립언론 핀치' https://thepin.ch/life/puhRo/trainer-and-me-two-10 참고). 여자 레슬링을 소재로 한 인도영화 <당갈>을 보고 운동하는 여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친구 두 사람이 여가여배를 기획했다. 1장 주짓수, 2장 농구, 3장 스케이트보드로 진행된 여가여배는 기획자들도 놀랄 만큼 폭발적인 호응을 받았다. 본인들이 여자 사범에게 운동을 배우기 위해 클래스를 열 수 있는 최소인원을 모집하려 시작된 여가여배는 생각보다 빠르게 참가문의가 쇄도했다. 이러한 호응에 기획자 두 사람은 신바람이 났지만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여가여배의 흥행성공은 여자들이 마음 편히 운동할 공간이 얼마나 없는지를 여실히 반증해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여가여배의 최고의 순간으로 여자 30여명이 동시에 농구공을 튕기던 순간이라고 대답했다. 가끔 여자 한두 명이 끼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체육관, 학교 운동장, 공원의 농구장은 남자들의 성역이었다. 마치 운동장과 스포츠가 남성용 세트인 것처럼. 에어로빅, 수영, 요가, 헬스 등 몇몇 분야를 제외하고는 여자가 운동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는 매우 제한적이다<span lang="en-us"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color: rgb(0, 0, 0); letter-spacing: 0pt; font-family: Arial, Helvetica,

댓글 1
  • 2019-02-08 22:26


    "그러나 그동안 결코 모르지 않았던 관행들에 대해 묵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그것이 나에게 올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생존방식이었음을 인정한다나에겐 싸움의 기술이 부족했고,맷집이 없었다."


    나두 그런것 같아요...이후에도 살아갈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해,  힘내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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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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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2019.02.28 | 조회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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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식
2019.02.08 | 조회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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