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18. 19일차/ 단풍여행할뻔

작은물방울
2021-10-3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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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코끼리의 꿈은 야구선수이다. 강조하지만 꿈 이다.

큰 코끼리는 아들과 야구하는 것이 좋은가보다.

이사 온 후... 작은 코끼리는 야구 선수반에 입성했다. 처음에는 위계식 수업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뭔가 좋은 게 있나보다.

헬리콥터 맘은 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큰 코끼리에게 위임했다.

그랬더니 큰 코끼리는 선수반 아버지들로 구성된 야구팀에 들어갔다. 

선수반은 주말마다 다른 팀과 경기를 하는데

코로나 시국에 경기도내에서 게임을 진행하는게 어려웠는지 강원도 횡성 양구같은 곳으로 원정을 가서 시합을 한다.

하루 또는 1박 2일 일정을 큰 코끼리가 따라다닌다. 난 주말에 밀린 일을 하거나 혼자 맥주를 홀짝이거나

쥔종일 넷플릭스를 본다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어제는 이상하게 날도 좋고 가을이기도 해서.... 나도  좀  멀리 가고 싶었고 집에 혼자 있기가 싫었다.

뒤늦게 기차를 타고 그들이 경기를 한다는 횡성으로 떠났다.

오랜만에 가족 여행이 될 것을 기대했다. 단풍과 구름과 하늘의 색이 너무나 이뻐서 나도 모르게 그랬나보다. 

집밖은 위험하다는 것을 느끼며 (또 몇 가지 뻘짓과 허둥거림과 이상한 일을 겪으며 바다 건너 산으로 가는 일정이었다.)

횡성에 도착했는데 코끼리들을 만나자마자 잘못왔다는 것을 느꼈다.

 

< 횡성가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

 

작은코끼리는 엄마를 마중나오는 시간마저 아까웠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뺏기기 때문이다.

큰 코끼리는 이미 아버지 야구팀의  일원으로 온 것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일정이 있었다.

심지어 다음 날 아침까지 그들은 리그를 할 예정이었다. 

난 바보다. 나 원참!!! 이들은 경기를 하러 온 것인데 나는 단풍놀이를 하러 왔다. 

큰 코끼리랑만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표를 다시 끊었다.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가 되었고 녹초가 되었다.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씻고 누웠는데 새벽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일어나 타이레놀을 삼키고 

내사랑 깔깔이를 껴입고 오늘12시까지 잤다.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엄마랑 아내의 자리로 열심히 산 적도 없었는데... 뭔가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할일을 빨리 찾아야한다는 강박도 생겨서  조금 우울했던 것 같다.

아름다운 가을은 나를 들뜨게도 하고 나를 우울하게도 하는 듯 ㅎㅎ

이 말을 들으면 가을은 억울하겠다.  

 

그리고 횡성을 하루에 왕복이라니... 대단한 에너지 소비... 아무리 기차라고는 하지만... 

반성한다.

댓글 3
  • 2021-10-31 16:32

    혼자 기차여행, 단풍구경 잘한것 같은데요?

    주말엔 문탁 와서 세미나 해야겠네^^

     

  • 2021-11-01 08:40

    코끼리들은 둘이 알아서 놀라하고 방울은 우리랑 놉시다.

    뻘짓이 뭐뭐였을까 궁금^^

  • 2021-11-02 10:11

    하하하 기차 에너지보다 물방울의 심적 에너지를 더 많이 쓴 날이었을 듯,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