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약방 에세이
  노을       “요양원에서 무연고 노인들의 ‘생물학적 생명’은 법적으로 철저한 보호를 받지만, 이들의 ‘서사적 삶’은 시설의 관리체계 속에서 탈각된다. 즉 입소자들 생의 끝자락과 죽음은 인간적 존엄이 증발하고 법적 틀거리만 남아 있는 형국이다.” 『각자도사 사회』, 164쪽     1. 파고다 공원, 홈리스, 무연고자와 나   지난 달에 파고다 공원을 지나갈 일이 있었다. 인사동, 낙원상가 앞 횡단보도를 지나 파고다 공원 뒤쪽으로 가보면 많은 노인 분들을 계심을 알게 된다. 한 쪽에서는 바둑을, 윷놀이를, 가게 앞에서 새하얀 가부키 화장을 하고 앉아 계신 분, 두 개의 정차된 리어카에는 폐박스가 가득, 반짝이는 옷과 진한 화장으로 한 채로 트로트 음악에 맞춰 알 수 없는 춤을 추며 독거노인을 위한 모금을 모으는 노인 분들, 떼를 지어 위 아래로 날아다니는 비둘기들. 종로 한복판에서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이질적이고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언젠가 한 번은 서울역에서 노숙자 분들을 마주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지난 주말에는 한겨레신문에 올라온 ‘‘사건’으로 인정받지 못한, 어느 여성(김목화 씨) 홈리스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한겨레신문,2023.5.13.)를 읽었다. 살아생전에 말해지지 않던 어떤 존재에 대해서 그녀의 죽음 이후, 이제라도 세상에 말하겠다는 서문과 함께, 기자 분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길게 써내려간 기사였다. 기사를 통해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종의 부고였다. 눈에 들어온 기사 내용은 그녀를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 홈리스들이 사망의 원인도 알고 애도도 제대로 싶어 하지만,...
  노을       “요양원에서 무연고 노인들의 ‘생물학적 생명’은 법적으로 철저한 보호를 받지만, 이들의 ‘서사적 삶’은 시설의 관리체계 속에서 탈각된다. 즉 입소자들 생의 끝자락과 죽음은 인간적 존엄이 증발하고 법적 틀거리만 남아 있는 형국이다.” 『각자도사 사회』, 164쪽     1. 파고다 공원, 홈리스, 무연고자와 나   지난 달에 파고다 공원을 지나갈 일이 있었다. 인사동, 낙원상가 앞 횡단보도를 지나 파고다 공원 뒤쪽으로 가보면 많은 노인 분들을 계심을 알게 된다. 한 쪽에서는 바둑을, 윷놀이를, 가게 앞에서 새하얀 가부키 화장을 하고 앉아 계신 분, 두 개의 정차된 리어카에는 폐박스가 가득, 반짝이는 옷과 진한 화장으로 한 채로 트로트 음악에 맞춰 알 수 없는 춤을 추며 독거노인을 위한 모금을 모으는 노인 분들, 떼를 지어 위 아래로 날아다니는 비둘기들. 종로 한복판에서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이질적이고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언젠가 한 번은 서울역에서 노숙자 분들을 마주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지난 주말에는 한겨레신문에 올라온 ‘‘사건’으로 인정받지 못한, 어느 여성(김목화 씨) 홈리스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한겨레신문,2023.5.13.)를 읽었다. 살아생전에 말해지지 않던 어떤 존재에 대해서 그녀의 죽음 이후, 이제라도 세상에 말하겠다는 서문과 함께, 기자 분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길게 써내려간 기사였다. 기사를 통해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종의 부고였다. 눈에 들어온 기사 내용은 그녀를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 홈리스들이 사망의 원인도 알고 애도도 제대로 싶어 하지만,...
문탁
2023.05.02 | 조회 209
인문약방 에세이
  김지영     “좋은 죽음은 좋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분리될 수 없다.” (『각자도사 사회』 217쪽)     1. 결국은 마주해야 할 ‘사회’   불현듯 찾아온 갱년기를 따라 ‘잘 늙고 싶다’라는 소망도 함께 왔다. 처음 그 소망이 가져다 준 감정은 조급함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젊은 날의 고민이 호기로움이었다면, 나이듦과 함께 찾아온 고민에는 ‘내 나이가 벌써? 앞으로 어떻게 살지?’라는 당혹감과 초조함 같은 것들이 배어있었다. 젊은 시절, 그 호기로움에 힘입어 나는 공공에 기여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운 좋게도 직장생활 대부분을 정부, 지자체 등 공공조직에서 할 수 있었다.   그런 곳에서 일하면서 가끔은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데 나도 일조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 한편으로, 사소한 것 하나 바꾸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이유들이 넘쳐나고,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선출된 권력의 모습을 보면서,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은 더 자주 일었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담당 부서와 대화하다 보면, 기준과 형평성, 재정 문제로 무장한 반대논리에 숨이 막혔다. 이해관계자나 정책대상자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요구에서 느껴지는 이기심에 실망스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협상과 타협은 절대 할 수 없다’라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는 울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제 나는 세상을 바꿀 힘을 가졌다고 여겼던 그 곳을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현장이 주었던 기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의 양극화와 정체를 알...
  김지영     “좋은 죽음은 좋은 사회에 대한 고민과 분리될 수 없다.” (『각자도사 사회』 217쪽)     1. 결국은 마주해야 할 ‘사회’   불현듯 찾아온 갱년기를 따라 ‘잘 늙고 싶다’라는 소망도 함께 왔다. 처음 그 소망이 가져다 준 감정은 조급함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젊은 날의 고민이 호기로움이었다면, 나이듦과 함께 찾아온 고민에는 ‘내 나이가 벌써? 앞으로 어떻게 살지?’라는 당혹감과 초조함 같은 것들이 배어있었다. 젊은 시절, 그 호기로움에 힘입어 나는 공공에 기여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운 좋게도 직장생활 대부분을 정부, 지자체 등 공공조직에서 할 수 있었다.   그런 곳에서 일하면서 가끔은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데 나도 일조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 한편으로, 사소한 것 하나 바꾸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이유들이 넘쳐나고,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선출된 권력의 모습을 보면서, 때려치우고 싶은 충동은 더 자주 일었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담당 부서와 대화하다 보면, 기준과 형평성, 재정 문제로 무장한 반대논리에 숨이 막혔다. 이해관계자나 정책대상자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요구에서 느껴지는 이기심에 실망스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협상과 타협은 절대 할 수 없다’라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는 울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했다.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제 나는 세상을 바꿀 힘을 가졌다고 여겼던 그 곳을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현장이 주었던 기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의 양극화와 정체를 알...
문탁
2023.05.02 | 조회 150
인문약방 에세이
    바람     1. 간병살인을 부르는 사회   "의료 전달 체계와 건강보험 수가의 난맥상으로 수술 이후의 돌봄은 사실상 가족 및 보호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로 남는다. 가족 사이에 도리가 강조되고 며느리의 ‘나홀로’ 돌봄은 간과되며 노인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를 통한 가족의 오래된 질서를 돌보고 있다."  (『각자도사 사회 』 78쪽)   2021년 11월 21일 자 한겨레 신문에는 ”뇌출혈 아버지 ‘간병살인’ 논란 20대, 항소심도 유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소된 내용은 청년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대구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 때문에 퇴원했으나 퇴원 이튿날부터 식사와 물, 처방약을 주지 않고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결국 살인을 하게 된 현실로 주목받았다.   『간병살인 154명의 고백』에 따르면 간병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간병살인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독박 간병으로 우울증을 앓게 되며 평균 6년 5개월이라는 간병기간 동안 경제적 압박으로 가정불화 같은 또 다른 고통에 노출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간병인을 쓰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하루에 15만원이나 하는 간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며 마음도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간병살인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다정한 부부이거나 헌신적인 부모이거나 효자, 효부로 불린 이들이었다고 한다.   가족주의를 등에 업은 돌봄 노동의 현실은 돌덩이를 정상에 끌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이미지와...
    바람     1. 간병살인을 부르는 사회   "의료 전달 체계와 건강보험 수가의 난맥상으로 수술 이후의 돌봄은 사실상 가족 및 보호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로 남는다. 가족 사이에 도리가 강조되고 며느리의 ‘나홀로’ 돌봄은 간과되며 노인의 목소리는 소외된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아니라 어머니를 통한 가족의 오래된 질서를 돌보고 있다."  (『각자도사 사회 』 78쪽)   2021년 11월 21일 자 한겨레 신문에는 ”뇌출혈 아버지 ‘간병살인’ 논란 20대, 항소심도 유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소된 내용은 청년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대구 한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비 때문에 퇴원했으나 퇴원 이튿날부터 식사와 물, 처방약을 주지 않고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결국 살인을 하게 된 현실로 주목받았다.   『간병살인 154명의 고백』에 따르면 간병은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라고 말하고 있다. 간병살인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독박 간병으로 우울증을 앓게 되며 평균 6년 5개월이라는 간병기간 동안 경제적 압박으로 가정불화 같은 또 다른 고통에 노출된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간병인을 쓰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만 하루에 15만원이나 하는 간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하루 종일 환자를 돌보며 마음도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간병살인을 하게 되는 사람들은 다정한 부부이거나 헌신적인 부모이거나 효자, 효부로 불린 이들이었다고 한다.   가족주의를 등에 업은 돌봄 노동의 현실은 돌덩이를 정상에 끌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이미지와...
문탁
2023.05.02 | 조회 277
인문약방 에세이
  김영선     "'수술을 받게 하시면 안 돼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나는 엄마의 수술을 막지 못했다. 오랜 고통으로 인해 환자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았을 때, 나는 그런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환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 같으면 환자를 죽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처음으로 이러한 시련이 닥쳐오자 나는 머뭇거리고 말했다. 내 개인적인 양심을 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양심에 극복한 것이다. 사르트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 당신은 의학의 기술에 가장 굴복한 거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지.” 사실이었다.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과 예측, 그리고 결정을 무력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악순환에 갇힌 셈이었다. 환자는 의사들의 소유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니 그들의 손아귀에서 환자를 빼내 와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수요일에는 수술과 안락사 중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p73)     1.아버지의 수술과 회한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으며 부모님의 수술을 할 때를 기억하며 보부아르가 되었다가, 보부아르의 엄마가 되었다가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가족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간다. 그리고 의사에 의해 선택이 강요된다. 수술받지 않으면 죽음으로 즉결되기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고 만다. 수술을 선택하지 않으면 마치 내가 돌아가시게 한 것 같은 불효의 마음이 든다. 하지만 수술 도중 돌아가실 수도 있고, 수술 후 여생이 수술하지 않은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돌아가실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영선     "'수술을 받게 하시면 안 돼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나는 엄마의 수술을 막지 못했다. 오랜 고통으로 인해 환자들이 괴로워하는 걸 보았을 때, 나는 그런 상황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는 환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 같으면 환자를 죽게 했을 거예요',  그런데 처음으로 이러한 시련이 닥쳐오자 나는 머뭇거리고 말했다. 내 개인적인 양심을 버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양심에 극복한 것이다. 사르트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 당신은 의학의 기술에 가장 굴복한 거야,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거지.” 사실이었다.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과 예측, 그리고 결정을 무력하게 따를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악순환에 갇힌 셈이었다. 환자는 의사들의 소유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니 그들의 손아귀에서 환자를 빼내 와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수요일에는 수술과 안락사 중 양자택일을 해야만 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p73)     1.아버지의 수술과 회한   ’아주 편안한 죽음’을 읽으며 부모님의 수술을 할 때를 기억하며 보부아르가 되었다가, 보부아르의 엄마가 되었다가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가족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간다. 그리고 의사에 의해 선택이 강요된다. 수술받지 않으면 죽음으로 즉결되기 때문에 수술을 결정하고 만다. 수술을 선택하지 않으면 마치 내가 돌아가시게 한 것 같은 불효의 마음이 든다. 하지만 수술 도중 돌아가실 수도 있고, 수술 후 여생이 수술하지 않은 것보다 더 고통스럽게 돌아가실 수 있기 때문이다.  ...
문탁
2023.05.02 | 조회 154
정화와 임수의 좌충우돌 가족-되기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인트로      올해는 양생프로젝트에서 ‘돌봄’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다.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회과학분야의 책을 읽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직장을 다니며 어려운 책을 공부하다보니 계절을 즐기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했던 아침 산책은 올해 들어 제대로 한 적이 손에 꼽힌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보면 늦게 잠들게 되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계절 감각은 주말에만 즐기게 된다. 그래도 아예 계절감 없이 사는 건 아니다. 새로 이사 온 집의 거실 풍경은 계절감을 충분히 선사해준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2층 단독주택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짙은 어둠을 지나 해가 길어지니 출근하기 전에 거실 밖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좁쌀 같던 산수유 꽃은 꽃다발이 되었고 오밀조밀 새하얗게 피었던 살구꽃은 살구로 변신 중이다. 우리 집 정원에서 가장 큰 단풍나무가 신기했는데 힘없이 붉은 잎이 나오더니 파릇한 초록 잎으로 변했다. 산수유나무 위에서 먹이 활동하는 새들의 소리도 좋다. 이 모든 것이 내 눈높이에서 이루어진다. 나무를 올려보거나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해준다. 산수유 꽃이 만개하던 날 안개꽃 다발 속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낭만적이었다. 이런 풍경을 보고...
        임수(壬) 루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대학원에서 10년을 세포만 쳐다보며 지냈다. 졸업 후 방황하다가 문탁에서 정화(丁) 무사와 사주명리를 만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인트로      올해는 양생프로젝트에서 ‘돌봄’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다.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회과학분야의 책을 읽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직장을 다니며 어려운 책을 공부하다보니 계절을 즐기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 작년 가을부터 시작했던 아침 산책은 올해 들어 제대로 한 적이 손에 꼽힌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보면 늦게 잠들게 되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계절 감각은 주말에만 즐기게 된다. 그래도 아예 계절감 없이 사는 건 아니다. 새로 이사 온 집의 거실 풍경은 계절감을 충분히 선사해준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2층 단독주택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짙은 어둠을 지나 해가 길어지니 출근하기 전에 거실 밖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좁쌀 같던 산수유 꽃은 꽃다발이 되었고 오밀조밀 새하얗게 피었던 살구꽃은 살구로 변신 중이다. 우리 집 정원에서 가장 큰 단풍나무가 신기했는데 힘없이 붉은 잎이 나오더니 파릇한 초록 잎으로 변했다. 산수유나무 위에서 먹이 활동하는 새들의 소리도 좋다. 이 모든 것이 내 눈높이에서 이루어진다. 나무를 올려보거나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해준다. 산수유 꽃이 만개하던 날 안개꽃 다발 속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낭만적이었다. 이런 풍경을 보고...
루틴
2023.04.30 | 조회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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