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1 최무영교수의 물리학 강의 후기

걷는이
2022-01-20 13:28
239

이번 주부터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 뒤표지에는 한 권으로 읽는 물리학의 모든 것이라는 광고문구가 찍혀있습니다. 책이 적잖이 두껍고 묵직한 것으로 보아 모든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어렵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는 듯하니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펼쳐봅니다.

 

과학적 지식은 특정 지식(과학적 사실)과 보편 지식(이론)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이론의 조건은 넓은 관측범위를 설명할 수 있는 보편성과 반증 가능성이라고 합니다. 초끈이론 이후로 루프 양자중력이론, 다중우주론, 홀로그램 우주론도 나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런 다양한 가설들이 유사과학으로 분류될 수도, 아니면 좋은 이론으로 거듭날 수도 있겠지요.

 

뉴턴의 운동법칙은 힘과 움직임의 인과관계가 명확합니다. 이는 17~18세기 유럽 사회의 이성주의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국가주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8세기 말에는 자연현상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는데 결정론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과학은 시대정신과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갑니다. 절대시간과 절대공간이 전제된 고전역학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바꿔 버린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면서 무너집니다. 고전물리학의 붕괴는 근대 질서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사고의 틀을 지배한 시대정신을 ‘모더니즘(근대주의)’라고 한다면, 혼돈(카오스), 떠오름(창발), 복잡계 현상 등의 관점에서 세계를 해석하는 이후의 시대정신은 포스트 모더니즘(탈근대주의 또는 근대이후주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리학은 물질의 성질과 구조, 현상들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물질을 구성하는 궁극적 기본인 입자부터 우리 자신을 포함한 우주 전체를 포괄합니다. 보편지식의 추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물질은 많은 수의 분자들로 이뤄져 있고, 분자는 원자로,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런 물질을 이루는 단계 중 어느 단계의 현상을 다루는지에 따라 물리학을 분류합니다. 입자물리학, 핵물리학, 유체물리학 등등 엄청 세분화되어 있던데요. 이름만 봐도 뭘 연구하는지 대충 짐작은 되는 거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라는 물질의 최소단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19세기에 돌턴도 원자라는 기본단위가 있다는 가설을 세웠지만 원자의 실재성을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원자가 더 기본적인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톰슨이 음극선 실험을 통해 전자를 발견하고, 톰슨의 제자인 러더퍼드는 원자에 음전기를 띤 전자와 양전기를 띤 부분이 따로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양전기를 띤 부분이 원자핵이고 그 안에 양성자가 들어 있습니다. 톰슨은 건포도가 박힌 푸딩 모양으로, 러더퍼드는 행성궤도 모양으로 원자모형을 생각해 냈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뒤이어 채드윅은 원자핵이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자도 포함하고 있음을 알아냈지요.

 

빛이 입자라는 뉴턴의 주장은 19세기에 이르러 흔들립니다. 토마스 영이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빛의 간섭현상을 확인했는데, 이 간섭현상은 파동의 특성입니다. 빛이 전자기파라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규명한 사람은 맥스웰이고, 헤르츠가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했습니다. 그러나 빛이 파동이라는 확증도 20세기에 들어와 흔들리게 되지요. 광전효과와 콤프턴 효과라는 현상이 관측됨으로써 빛이 운동량과 에너지를 가진 알갱이 즉 광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긴 파장의 빛을 세게 비추어도 전자가 튀어나오지 않는다거나 전자와 부딪힌 X선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은 파동설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광전효과는 아인슈타인에게, 콤프턴 효과는 콤프턴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안겨줬습니다. 빛이 입자냐 파동이냐 엎치락뒤치락은 양자역학에서 파동-입자 이중성으로 마무리됩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힘에는 전자기력, 강력, 약력, 중력이 있지요. 이런 힘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머리 겔만은 ‘쿼크’라는 입자를 제안합니다. 쿼크는 맛깔(flavour)과 색깔로 구분이 됩니다. 또한 그 자체가 기본입자인 렙톤이 있습니다.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에는 광자, W/Z보손, 글루온 그리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중력자가 있구요. 입자들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보손도 있습니다. 스핀수 또는 질량에 따른 구분도 있어서 입자들의 이름이 아주 복잡합니다. 그래서 기본입자에는 쿼크, 렙톤,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게이지 입자 등 세 종류가 있다 정도만 기억하고 넘어가 봅니다. 이렇게 복잡한 분류 과정을 거쳐 17개의 기본입자를 가진 표준모형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이 표준모형은 중력을 설명하지 못한다거나, 우주의 9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구성할 만한 입자가 없다는 약점을 가진 이론이라고 합니다.

 

입자들은 반(反)입자를 갖습니다. 반입자는 질량 등의 성질은 입자와 같은데 반대 전하를 갖습니다. 입자와 반입자가 대칭성을 보여줍니다. 물질뿐 아니라 물리법칙에도 대칭성이 있습니다. 나란히 옮김 대칭, 방향 대칭, 시간 옮김 대칭 등이 있지요. 간단히 말하면 가속도가 힘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는 뉴턴의 운동법칙이 장소를 옮겨도, 방향을 바꿔도 변함없이 성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성립한 운동법칙은 내일도, 모레도 성립하겠지요. 그렇다면 대칭성은 조화, 균형의 의미보다는 불변성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운동량 보존이나 에너지보존은 연속 대칭에 해당되고, 불연속 대칭에는 거울대칭(홀짝성 대칭), 전하켤레 대칭, 시간되짚기 대칭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에서 대칭성은 완전하지 않고 조금 깨져있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우주가 탄생할 때 물질과 반대물질이 똑같이 만들어졌을텐데 지금 우리 주위의 우주는 전부 물질만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 CP 깨짐입니다. C는 전하켤레, P는 홀짝성을 말합니다. 이 CP 깨짐 때문에 입자들의 붕괴속도가 조금씩 달라져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서 없어져도 결국 입자는 남게 되는 것입니다. 대칭성은 시공간을 기술하는 좌표계들을 변환해도 달라지지 않는 성질이고, 자연을 해석하는 중요한 길잡이입니다. 그런데 이 대칭성이 깨져있다니 그리고 그 덕분에 우주가 지금의 모습일 수 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이제 책을 덮고 파동, 입자, 자발적 대칭성 붕괴... 이런 복잡한 것을 몰라도 사는데 불편하지 않은 세상으로 돌아와 물리학 공부에 시달려 지친 뇌에 휴식을 선사할 시간입니다.                                                                                                          후기 끝.

댓글 4
  • 2022-01-20 13:51

    ㅎㅎ 맞아요. 모를 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알게 되면서도 여전히 그런 것도 같구요. 미르님 얘기처럼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해서 더욱 불편한 줄 모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시작인데 결실을 서두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 2022-01-20 15:43

    원자만  알다가 쿼크,  양자역학을 접하니 새로운 세계네요. 물리공부를 하니 변한건 없는데 옛 세계 살다가 현대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후기를 통해서 한번 더 정리하는 시간  갖습니다. 

  • 2022-01-20 16:11

    정성가득 후기로 다시 정리하니 좋아요.

    대칭이 깨졌을 때 질서가 생긴다든지, 고전역학 등이 결정론적 세계관을 이끌었다든지,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결정론적 세계관이 깨지고 변화에 대한 관점이 생겼다든지, 관측이 물질과 다른 것이 아니라 상보성을 이끈다는 점들이, 특히 대칭성 깨짐으로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제겐 쇼킹할 정도로 놀라웠어요.

    걷는이님처럼요^^

  • 2022-01-20 17:51

    지금은 몰라도 사는데 불편하지 않은 세상이고, 뇌를 지치게 만드는 공부지만

    나중에는 알면 더 편안한 세상이 되고, 뇌를 활기차게 만드는 재미난 놀이임을 알게 되는 날이 있으시길 바라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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