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가마솥
2023.09.05 | 조회 338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우리 집은 4대(代)가 산다. 나를 기준으로 장모님과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 하빈이가 함께 살고 있다. 장모님은 하빈이에게 증조할머니가 된다. 한 지붕 아래 여러 세대가 살다보니 항상 북적북적하다. 하빈이의 행동반경이 커질수록 물건들은 제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온 집안 바닥에는 녀석의 물건이 발길에 채이기 일쑤다. 실컷 정리하고 청소했는데, 마눌님이 밖에서 들어오며 “청소 좀 하지.....” 할 때도 있다. 대청소하지 않으면, 내가 봐도 그 결과가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다.       아침 6시.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마눌님이 부엌으로 내려간다. 조금 지나서 하빈이가 깨어 며느리와 놀며, 실랑이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모닝 똥’을 처리하고, 세수를 시킨다. 부부가 출근 준비를 해야 하니 적당한 시간에 하빈이를 부른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해야지?“ 하는 며느리의 말에 녀석이 ’히~‘ 웃으며 머리를 꾸벅하고, 이내 팔을 벌려 내게로 온다. ”잘 잤어요?“ 번쩍 안아 준다. 오늘 하루를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시작한다.       한없이 이쁘지만......      백일이 되기 전에도 나를 보며 잘 웃었다. 자기 기분의 표시이지, 나의 행동에 대한 반응은 아니었어도 기분은 묘하다. 핏줄인가? 자장가를 부르지만 눈만 말똥말똥하다가 나도 지치고 녀석도 지칠 때쯤, 눈꺼풀을 내렸다가 올렸다가 몇 번 하더니 제 몸을 온전히 내 품안에 맡기고 새근새근 잠잘 때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다. “남자 뼉다구가 딱딱해서 내 품에서는 잘 안자요. 애기 재우는 것은 당신이 재워 줘야죠!”로 시작해서 한바탕...
      우리 집은 4대(代)가 산다. 나를 기준으로 장모님과 아들 부부 그리고 손자, 하빈이가 함께 살고 있다. 장모님은 하빈이에게 증조할머니가 된다. 한 지붕 아래 여러 세대가 살다보니 항상 북적북적하다. 하빈이의 행동반경이 커질수록 물건들은 제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온 집안 바닥에는 녀석의 물건이 발길에 채이기 일쑤다. 실컷 정리하고 청소했는데, 마눌님이 밖에서 들어오며 “청소 좀 하지.....” 할 때도 있다. 대청소하지 않으면, 내가 봐도 그 결과가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다.       아침 6시.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마눌님이 부엌으로 내려간다. 조금 지나서 하빈이가 깨어 며느리와 놀며, 실랑이 하는 소리가 들린다. ‘모닝 똥’을 처리하고, 세수를 시킨다. 부부가 출근 준비를 해야 하니 적당한 시간에 하빈이를 부른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해야지?“ 하는 며느리의 말에 녀석이 ’히~‘ 웃으며 머리를 꾸벅하고, 이내 팔을 벌려 내게로 온다. ”잘 잤어요?“ 번쩍 안아 준다. 오늘 하루를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시작한다.       한없이 이쁘지만......      백일이 되기 전에도 나를 보며 잘 웃었다. 자기 기분의 표시이지, 나의 행동에 대한 반응은 아니었어도 기분은 묘하다. 핏줄인가? 자장가를 부르지만 눈만 말똥말똥하다가 나도 지치고 녀석도 지칠 때쯤, 눈꺼풀을 내렸다가 올렸다가 몇 번 하더니 제 몸을 온전히 내 품안에 맡기고 새근새근 잠잘 때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다. “남자 뼉다구가 딱딱해서 내 품에서는 잘 안자요. 애기 재우는 것은 당신이 재워 줘야죠!”로 시작해서 한바탕...
가마솥
2023.07.15 | 조회 520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글) 신상열 혹은 가마솥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을 수 있기를 바라고 고장난 것을 고치거나 완전히 망가뜨리기를 좋아하며 별것 없는데 때를 잘 만나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세대의 일원으로서 은퇴 후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제대로 사는 길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어머니, 온실 화분들에 물을 주어야겠는데요?” “.......”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화분이 말라가는데 그냥 그렇게 둔다. 하루 종일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TV만 본다. 아니, 거의 주무신다. 식사는 항상 많다고 덜어 낸다. 말씀도 거의 안한다.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은 뒤로 말씀이 매우 짧다. 얼마 전만 해도 당신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두어 시간 동안, 내용의 반절은 매번 다르게 창작하며 말씀하시던 분이었다. 치매가 더 진행된 듯이 보인다.     혼자 사는 게 좋아       고기동 집은 1층에 장인·장모님을 모시려고 설계하였다. 두 분이 살아 계실 때부터 졸랐지만, “내가 밥해 먹을 수 있는데 뭐 하러 딸네 집에 가서 산다냐!” 하시며, 결국 당신들도 마곡동에 집을 지었다. 집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장모님은 화분핑계, 친구들 핑계 등등을 대면서 혼자 사시겠다고 했다. 하기야 변호사를 불러서 상속문제 등의 행정 처리도 스스로 하고, 우리 가족 ‘톡’에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하며 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블루투스 스피커를 핸드폰에 연결해서 들으실 수 있으시니 충분히 혼자 사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장인이 계시지 않으니...
        (글) 신상열 혹은 가마솥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을 수 있기를 바라고 고장난 것을 고치거나 완전히 망가뜨리기를 좋아하며 별것 없는데 때를 잘 만나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세대의 일원으로서 은퇴 후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제대로 사는 길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어머니, 온실 화분들에 물을 주어야겠는데요?” “.......”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화분이 말라가는데 그냥 그렇게 둔다. 하루 종일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TV만 본다. 아니, 거의 주무신다. 식사는 항상 많다고 덜어 낸다. 말씀도 거의 안한다.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은 뒤로 말씀이 매우 짧다. 얼마 전만 해도 당신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두어 시간 동안, 내용의 반절은 매번 다르게 창작하며 말씀하시던 분이었다. 치매가 더 진행된 듯이 보인다.     혼자 사는 게 좋아       고기동 집은 1층에 장인·장모님을 모시려고 설계하였다. 두 분이 살아 계실 때부터 졸랐지만, “내가 밥해 먹을 수 있는데 뭐 하러 딸네 집에 가서 산다냐!” 하시며, 결국 당신들도 마곡동에 집을 지었다. 집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 장모님은 화분핑계, 친구들 핑계 등등을 대면서 혼자 사시겠다고 했다. 하기야 변호사를 불러서 상속문제 등의 행정 처리도 스스로 하고, 우리 가족 ‘톡’에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하며 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블루투스 스피커를 핸드폰에 연결해서 들으실 수 있으시니 충분히 혼자 사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장인이 계시지 않으니...
가마솥
2023.06.06 | 조회 497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글) 신상열 혹은 가마솥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을 수 있기를 바라고 고장난 것을 고치거나 완전히 망가뜨리기를 좋아하며 별것 없는데 때를 잘 만나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세대의 일원으로서 은퇴 후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제대로 사는 길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강원도라고?        2009년 3월 어느날. 운영위원장인 ‘박장’이 강원도 평창의 임야를 계약 하겠다고 소식을 올렸다. 약 10,000 평 정도에 평당 5만원으로 가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귀촌해서 살려면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살 수 있는지, 무슨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그곳의 주민들은 외지인에 대한 의식이 어떤지 면밀히 따져보고 토지를 구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려고 했으나 그만 두었다. 모두들 예산상의 가격과 규모이니, “잘 되었다. 고생했다”는 댓글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함께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치열하게 논의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문제제기 하기도 그렇고, 또 은퇴 후에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결국, 그 곳의 토지를 매입하였다.   ‘우리 땅’을 보러 갔다. 큰 도로에서 꺾어져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는 비포장이었다. 한두 번 걷는 것은 좋겠지만 매일 걷는다고 생각하니 아득하다. 남쪽 사면이니 햇볕은 잘 들어 올 듯하다. 뒤쪽은 보섭봉이라는 큰 산이 있고, 앞으로는 평창강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자리라며 땅을 찾은 ‘된장’이 설명한다. 하이구 이 친구야, 사고를 제대로 쳤다. 서울에서 3시간 반, 고속도로 I/C에서 30여분 떨어진 해발 450m의 이런...
          (글) 신상열 혹은 가마솥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을 수 있기를 바라고 고장난 것을 고치거나 완전히 망가뜨리기를 좋아하며 별것 없는데 때를 잘 만나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세대의 일원으로서 은퇴 후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제대로 사는 길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강원도라고?        2009년 3월 어느날. 운영위원장인 ‘박장’이 강원도 평창의 임야를 계약 하겠다고 소식을 올렸다. 약 10,000 평 정도에 평당 5만원으로 가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귀촌해서 살려면 그 곳에서 무엇을 하고 살 수 있는지, 무슨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그곳의 주민들은 외지인에 대한 의식이 어떤지 면밀히 따져보고 토지를 구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려고 했으나 그만 두었다. 모두들 예산상의 가격과 규모이니, “잘 되었다. 고생했다”는 댓글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함께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치열하게 논의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문제제기 하기도 그렇고, 또 은퇴 후에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결국, 그 곳의 토지를 매입하였다.   ‘우리 땅’을 보러 갔다. 큰 도로에서 꺾어져 산으로 올라가는 도로는 비포장이었다. 한두 번 걷는 것은 좋겠지만 매일 걷는다고 생각하니 아득하다. 남쪽 사면이니 햇볕은 잘 들어 올 듯하다. 뒤쪽은 보섭봉이라는 큰 산이 있고, 앞으로는 평창강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자리라며 땅을 찾은 ‘된장’이 설명한다. 하이구 이 친구야, 사고를 제대로 쳤다. 서울에서 3시간 반, 고속도로 I/C에서 30여분 떨어진 해발 450m의 이런...
가마솥
2023.05.03 | 조회 462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글) 신상열 혹은 가마솥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을 수 있기를 바라고 고장난 것을 고치거나 완전히 망가뜨리기를 좋아하며 별것 없는데 때를 잘 만나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세대의 일원으로서 은퇴 후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제대로 사는 길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오랜만에 성산동 공동육아 원년 멤버들이 평창 코하우징에 모였다. 성산동에서 소행주 1호 에 살며 소행주의 확장에 여념이 없는 ‘박장’네, 하고 싶었던 해외봉사를 한 2년간 하다가 돌아온 ‘밤비’, 공동육아와공동체 사무총장을 지내고 은퇴한 ‘올리브’네, 마포 두레생협을 만들어 오랫동안 운영하고 지금은 원주생협 활동하고 있는 ‘참깨’네, 추운 것을 싫어하는 ‘짱아’를 위해서 양평으로 이사간 성산동 활동가 짱인 ‘짱가’네가 왔다. 모두들 지난 이야기를 하며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아이들 어렸을 적 이야기로 시작해서, 녀석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하이라이트는 그 때 말썽이란 말썽은 골라서 피우며 부모들의 속을 그렇게도 썪이던 두 녀석이 함께 창업하여 제법 자리를 잡았단다. 녀석들이 사장이 되어 “요즘 얘들은 열정과 끈기가 없어서 조금만 힘들면 걍 그만 둔다“고 힐난했다고 할 때, 모두가 빵 터졌다. 아이들의 결혼이야기를 거쳐서, 얼마 전에 손주를 본 우리와 ‘밤비’네의 육아 이야기로 건너 갔다. 소행주 1호에 살고 있는 ‘밤비’는 직장있는 딸네가 아이를 낳고 매우 힘든 일상을 지내는 것 같아서 주중에 손주를 돌본다고 하였다. 30년전, 공동육아를 시작할 때에 ‘우리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육아하지 않는 나은 사회’를 꿈꾸며...
        (글) 신상열 혹은 가마솥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보면 웃을 수 있기를 바라고 고장난 것을 고치거나 완전히 망가뜨리기를 좋아하며 별것 없는데 때를 잘 만나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세대의 일원으로서 은퇴 후에 갈팡질팡하지 않고 제대로 사는 길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오랜만에 성산동 공동육아 원년 멤버들이 평창 코하우징에 모였다. 성산동에서 소행주 1호 에 살며 소행주의 확장에 여념이 없는 ‘박장’네, 하고 싶었던 해외봉사를 한 2년간 하다가 돌아온 ‘밤비’, 공동육아와공동체 사무총장을 지내고 은퇴한 ‘올리브’네, 마포 두레생협을 만들어 오랫동안 운영하고 지금은 원주생협 활동하고 있는 ‘참깨’네, 추운 것을 싫어하는 ‘짱아’를 위해서 양평으로 이사간 성산동 활동가 짱인 ‘짱가’네가 왔다. 모두들 지난 이야기를 하며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아이들 어렸을 적 이야기로 시작해서, 녀석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하이라이트는 그 때 말썽이란 말썽은 골라서 피우며 부모들의 속을 그렇게도 썪이던 두 녀석이 함께 창업하여 제법 자리를 잡았단다. 녀석들이 사장이 되어 “요즘 얘들은 열정과 끈기가 없어서 조금만 힘들면 걍 그만 둔다“고 힐난했다고 할 때, 모두가 빵 터졌다. 아이들의 결혼이야기를 거쳐서, 얼마 전에 손주를 본 우리와 ‘밤비’네의 육아 이야기로 건너 갔다. 소행주 1호에 살고 있는 ‘밤비’는 직장있는 딸네가 아이를 낳고 매우 힘든 일상을 지내는 것 같아서 주중에 손주를 돌본다고 하였다. 30년전, 공동육아를 시작할 때에 ‘우리 아이들은 이런 환경에서 육아하지 않는 나은 사회’를 꿈꾸며...
가마솥
2023.04.26 | 조회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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