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친구를 보내는 법

조은
2023-07-26 18:44
407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방학을 맞이한 친구들과 엄마의 방문에 고단하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작년 6월 인간띠잇기에 불현듯 나타난 친구가 있었다. 키가 컸고, 복슬머리였고, 인상이 좀 험악하게 생긴 탓에 오해도 많이 받는다던 친구였다. 그는 뜸이라고 불렸고, 해군기지가 지어질 때와 제주 제2공항 등 다양한 현장에 함께 했던 친구라고 한다. 첫인상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강정에는 많은 사람이 왔다 가기에 그중 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서 유심히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매일 인간띠잇기에 나왔고, 어느새 저녁을 함께 먹고 있었고, 강정천에 가서 함께 수영했다. 그렇게 천천히 스며든 그 친구와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 강정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에게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었을 때, 나의 3개월 강정살이가 끝이 났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졸업여행을 떠나며 마지막 배웅을 해주던 강정 친구들

 

 3개월 강정살이가 끝나고, 피스파인더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갔다. 약 10일 정도의 여행으로 종점은 퀴퍼에서 화려한 막을 내리기로 했다. 시골에서 서울을 가는 건 쉽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에서 동쪽 서쪽 지역을 오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사드 문제로 대치 중인 소성리, 밀양 송전탑, 군산 해군기지와 새만금 등 다양한 현장을 찾아갔고,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계신 분들이 우리는 정말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졸업여행을 하면서 아직도 많은 현장이 존재하고, 많은 생명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군산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쉬고 있을 때, 강정에서 연락이 왔다. 뜸은 그렇게 느닷없이 나타나서 홀연히 사라졌다.

친구의 죽음을 처음 겪은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그저 슬픈 감정이 아니었다. 멍했지만 선명했고, 슬펐지만 강정에 다시 가면 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그와 함께할 수 있었던 많은 날들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 그와 내가 어느 정도의 사이였는지를 제일 많이 가늠해보게 되는 순간들이 가장 서글펐다. 내가 장례식장을 갈 수 있는 사이일지, 부조를 얼마를 해야 하는지, 졸업여행을 멈추고 발인을 함께하기 위해 제주를 가도 되는지, 내가 친구들 앞에서 슬퍼할 수 있는지, 본 시간이 너무 짧은데 우리가 친구가 맞는 건지. 강정 친구들과 함께 간 장례식장에서 뜸의 친구들과 가족을 보고, 본명을 알게 되었다. 뜸의 핸드폰 속 연락처에 서로가 어떤 이름으로 저장되어있는지 보았고, 나는 뜸의 번호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뜸에게 보내고 싶은 편지가 있었지만 보낼 곳이 없는 나는 메모장에 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졸업문집에 뜸이 남겨준 편지. 이름도 안써서 내가 표시해두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뜸을 알고 지낸 시간보다 뜸을 기억하고 생각할 시간이 더 많아질 거라는 걸 알았다. 올해 2월에 강정에 돌아왔을 때 구석구석에서 뜸이 튀어나왔다. 인간띠를 할 때 한편에 장승처럼 있던 모습, 강정천을 함께 가면 항상 우리가 수영 다 하고 나서야 그 큰 몸으로 망설임 없이 물에 빠지던 모습(강정천은 아주아주 차가워서 들어갈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비건 감자탕을 먹으며 술이 빠질 수 없다며 술잔을 함께하던 저녁 시간, 마지막 인사를 나눴던 골목길. 더 전할 수 없는 그리움을 그저 쌓아두고만 있었다.

 

잘 보낸줄 알았는데, 아직 근처에 있는 것만 같아서요.
기일 다음 날에 추모 파티를 하기로 했어요.

규범이 본다면
"니네 뭐하는데? 치아라." 하다가도
구구절절 설명하면
"맞나?" 라고 이해해줄 것 같아서요.
물론 "그래도 싫다." 하겠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메롱이죠.

-뜸절을 기획한 친구의 소개글

 

 어느새 뜸을 안 지 1년이 지났다. 뜸의 기일이 다가왔고, 뜸의 친구들이 ‘뜸절’이라는 추모파티를 열었다. 거나한 술상과 뜸의 흔적이 남아있는 옷과 사진, 영상들, 뜸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노래와 편지들이 가득했다. 준비된 음식을 먹으며, 한쪽에 빈소처럼 마련된 뜸의 술상을 보며, 뜸의 성대모사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뜸이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아서 그동안 쌓아두기만 했던 이야기를 했다. 강정에서 구석구석에서 네가 보였다고, 내가 강정에 이사를 왔는데 왜 너는 없느냐고. 뜸절에 온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했다. 뜸과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어떤 기억이 있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말 웃겼던 건 뜸을 오랫동안 알고 있던 친구들보다 뜸이 떠나기 거의 직전에 알게 된 친구들이 많았다. 뜸은 우리에게 짧고 굵게 너무나 많은 것을 남겨두고 떠났다.

뜸절의 모습들

 

 친구를 보낸다는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아직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어린 나이라고들 하지만, 이 판에서는 그런 생각을 멀리하기에는 죽음이라는 말이 너무 가까이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죽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죽음을 추모하고, 죽은 이들의 이야기를 꺼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죽어도 죽지 않을 수 있고, 살아있어도 죽어있을 수 있다. 이 판은 그런 곳이고, 우리는 좀 더 가까이 이야기를 드러내야한다. 

 


<강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강정에서 일어나고 있고, 육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는 일들을 공유해보려고 해요.

 

미국 핵추진잠수함, 제주 해군기지 입항

: 미군의 잠수함과 항공모함이 해군기지에 들어오는 것은 우리에게는 비상사태다. 심지어 이번에는 핵추진잠수함이다. 핵이 들어있지 않다고 해도, 그 위험성을 알 수 없고, 이들이 한번 방문을 하면서 어떤 쓰레기와 어떤 오염물질을 우리나라에 버리고 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 미군들이 오면 해군들은 빵빠레를 울리며 환영을 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버스로 미군들을 관광지와 유흥가로 실어나른다. 미군들이 왔을 때 해군기지는 본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 미군들을 호위하고, 온갖 오염물질을 버리고 갈 수 있는 곳.

성명서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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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2023-07-26 22:21

    친구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뜸절’ 이 따숩네요. 파티 형식도 좋구요. 우정이 이렇게 이어지고 확장되어 갑니다~
    (그나저나 핵추진잠수함이 강정해군기지에 정박하는 줄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 미군들을 관광지와 유흥가로 실어 나르는 대목! 오염물질을 버린다는 대목! 엄청 열받아요!!)

  • 2023-07-27 09:02

    멋진 추모 방법이네요. 함께 살고 생활해서 그렇게 멋진 추모를 할 수 있는 걸까요?
    저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면 훨씬 훨씬 나았을 것 같아요.

  • 2023-07-27 09:28

    저도 아직까지는 친구를 떠나보낸 적이 없어서 그 마음이 가늠이 안되네요.. 그래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 2023-07-27 10:36

    우리에겐 더 많은 죽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ㅜㅜㅜ
    미군들에게 그런 서비스(!)를 하려고 강정을 그렇게 만들었나 ㅠㅠㅠ
    휴~~~

  • 2023-07-27 10:54

    잘 읽었습니다. 밥 할 때 어찌보면
    제일 필요없어 보인다고 착각하는 게
    바로 뜸들이는 시간이죠. 그거 못 기다리고
    숟가락 들이대면 그냥 망하는 겁니다.
    일할때도 뜸들이지 말고 후딱후딱 하길 바라죠.
    그렇게 일 하다간 그냥 망하는 겁니다.
    뜸. . 이 어쩌면 제일 중요한 건지도 몰라요.
    저에게도 또다른 뜸을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 2023-07-27 15:34

    뜸이 누구인지 몰라도...
    그를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위로같아요.
    뜸의 일주기에 친구들이 모여서 뜸을 기억하고,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좋군요.
    강정은 여전히 진행중 같아요.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워요! ^^

조은의 강정에서 살아남기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그동안 피하던 주5일 일을 단기로 하게 되어서 고단하고 부지런한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다.         강정에 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강정에 처음 왔을 때를 빼먹을 수가 없다. 작년 4월, 3개월짜리 강정살이 프로그램인 피스파인더를 위해 강정에 왔다. 매일은 꽉 찬 스케쥴로 소화해내느라 당시에는 너무 힘들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시간들 중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은 그 순간들을 나누고자 한다. (*친구들의 이름은 아무말이나 가져다썼다)         1. 2022.6.12 pm 3:45   우리는 새방밧이라는 공간에 살았다. 2층짜리 컨데이너 하우스이고, 화장실, 주방, 사무실, 방이 다 다른 컨테이너에 있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은 하루종일 화장실가기 참기 챌린지였다. 이런 공간에서 열명 정도가 함께 생활을 했다. 매일 저녁에는 당번을 정해서 밥을 같이 먹었지만, 주말은 자유였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밖으로 많이 나갔다. 평일에는 바빠서 가지 못한 맛집이나 관광지를 가기도 했고, 육지에서 온 친구와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주말의 새방밧은 조용했다. 주말에는 거의 나와 친구 둘뿐이었다. 비도 조금 왔던 것 같다. 어쩐지 분위기가 우중충했고, 몸은 새방밧 사무실 소파에 가라앉아있었다. 조용한 새방밧을 만끽하기에 사무실 소파만한 곳이 없었다. 한 친구는 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하루종일 밖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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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2023.08.26 | 조회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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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2023.07.26 | 조회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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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2023년 2월20일에 강정으로 이사를 왔다. 이우중학교를 가기 위해서 동천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약 10년만에 동천(고기)동을 떠났다. 10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지겹겠다는 생각을 누군가는 하겠지만, 나는 지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기간 마을에 머무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오래된 친구들과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는건 때때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떠나가는 이들을 많이 봐왔고, 그들을 보내주는 건 나에게 편안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년 1월 피스파인더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22년4월부터 3개월짜리 강정살이(피스파인더)를 시작했다. 그게 강정을 처음 만나게된 시작이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반대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화운동을 하는 지킴이들이 살고 있다. 해군기지는 이미 지어졌지만, 해군기지 폐쇄를 외치며, 해군기지를 만들때 폭파시킨 구럼비바위를 그리워하고, 나아가 전쟁을 멈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살고있다. 매일 아침에는 백배, 11시에 미사, 12시에는 인간띠잇기를 하고, 매일 점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삼거리식당이 있다. 그렇게 지킴이들은 11년째 강정을 지키고있다. (강정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얼마전에 나온 <돌들의 춤>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6월18일, 강정에 함께 사는 친구들과 제주시에서 열린...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2023년 2월20일에 강정으로 이사를 왔다. 이우중학교를 가기 위해서 동천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약 10년만에 동천(고기)동을 떠났다. 10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지겹겠다는 생각을 누군가는 하겠지만, 나는 지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기간 마을에 머무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오래된 친구들과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는건 때때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떠나가는 이들을 많이 봐왔고, 그들을 보내주는 건 나에게 편안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년 1월 피스파인더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22년4월부터 3개월짜리 강정살이(피스파인더)를 시작했다. 그게 강정을 처음 만나게된 시작이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반대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화운동을 하는 지킴이들이 살고 있다. 해군기지는 이미 지어졌지만, 해군기지 폐쇄를 외치며, 해군기지를 만들때 폭파시킨 구럼비바위를 그리워하고, 나아가 전쟁을 멈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살고있다. 매일 아침에는 백배, 11시에 미사, 12시에는 인간띠잇기를 하고, 매일 점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삼거리식당이 있다. 그렇게 지킴이들은 11년째 강정을 지키고있다. (강정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얼마전에 나온 <돌들의 춤>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6월18일, 강정에 함께 사는 친구들과 제주시에서 열린...
조은
2023.06.25 | 조회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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