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강정에 온 이유

조은
2023-06-2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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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2023년 2월20일에 강정으로 이사를 왔다. 이우중학교를 가기 위해서 동천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약 10년만에 동천(고기)동을 떠났다. 10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지겹겠다는 생각을 누군가는 하겠지만, 나는 지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기간 마을에 머무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오래된 친구들과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는건 때때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떠나가는 이들을 많이 봐왔고, 그들을 보내주는 건 나에게 편안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년 1월 피스파인더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22년4월부터 3개월짜리 강정살이(피스파인더)를 시작했다. 그게 강정을 처음 만나게된 시작이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반대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화운동을 하는 지킴이들이 살고 있다. 해군기지는 이미 지어졌지만, 해군기지 폐쇄를 외치며, 해군기지를 만들때 폭파시킨 구럼비바위를 그리워하고, 나아가 전쟁을 멈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살고있다. 매일 아침에는 백배, 11시에 미사, 12시에는 인간띠잇기를 하고, 매일 점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삼거리식당이 있다. 그렇게 지킴이들은 11년째 강정을 지키고있다. (강정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얼마전에 나온 <돌들의 춤>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6월18일, 강정에 함께 사는 친구들과 제주시에서 열린 제주차별철폐대행진에 함께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태풍이 와도, 해군기지 정문에서 인간띠잇기를 하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런 강정에서 피스파인더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1기로 참여하게되었다. 피스파인더는 3개월동안 강정마을에 살면서 다양한 수업을 함께하고, 강정에서의 일상과 역사를 배우고, 국가폭력을 직접적으로 느끼게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매주 다른 지킴이들이 강사가 되어 강정의 역사와 그들이 강정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강정특강’, 마을에 일손이 모자라는 곳에 함께 모여 손을 보태서 목공이나 농사를 돕는 ‘울력’, 군사주의와 페미니즘을 연결지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모임’, 바다의 역사를 배우고 요트를 타고 바다시위를 하는 ‘바다의 날’, 요가와 용접을 배우고, 제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필드워크’ 등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제주살이’처럼 쉬거나 노는 활동보다는 3개월동안 정말 많은걸 배우고, 바쁘게 놀기도한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종의 활동가 체험과정 같기도 하다ㅎ

 

 

 

              피스파인더 1기의 졸업파티, 많은 지킴이들이 함께해줬다     

 

 

 

                                                                          피스파인더가 함께 생활한 새방밧, 컨테이너 하우스다

 

 

지킴이들 사이에서는 “강정에 아예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 오고 안 오는 사람은 없어”라는 말이 도는데, 강정에 있는 많은 지킴이들이 그랬듯, 나도 그냥 이끌리듯이 다시 오게되었다. 강정에는 그런 이끌림이 있는 것 같다. 강정에 오기전에는 “왜 강정에 가기로 했어?”, 강정에 오고 나서는 “왜 강정에 살아?”를 수도없이 듣는다. 그래서 항상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왜 왔는지. 살아가면서 이유를 하나씩 찾고 있는 중이지만, 실은 피스파인더를 할 때부터 알 수 있었다. 나는 언젠가 이곳에 살게 될거라고. 그래서 나에게는 강정에서 산다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다.어떤 이유가 있다는 것이 어색할만큼. 하지만 이제와서 생각하면, 피스파인더를 하면서 강정에 살 때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고, 많은 부분에서 편안해졌다. 그 중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을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마주하는 것이 나에게 더 맞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었다. 그게 내가 강정에 오게 된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이유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더 많은 이유들이 남아있다고 느낀다. 내가 왜 강정에 왔는지, 강정의 어떤 것에 이끌렸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살고있는지. 그런 것들을 앞으로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제주는 작년보다 비가오고, 흐린 날이 더 많아졌어요. 여름에는 인간띠가 끝나면 강정천에 가서 땀을 식히고, 낮에는 바다에 가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정말 많이 기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타고 가다가 문득, 걷다가 문득, ‘, 여기가 제주도구나, 여행하는 것 같다싶은 순간들이 저에게는 큰 웃음을 안겨줘요.

 

 

 

 

 

 

 

 

 


<강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강정에서 일어나고 있고, 육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는 일들을 공유해보려고 해요.

 

강정평화상단

: 평화상단은 제주에 있는 먹거리들을 판매하여 판매 수익금을 전액 강정 평화활동에 지원하는 곳이예요. 평화상단 덕분에 매일 삼거리식당에서 밥도 먹고있구요. 겨울에는 귤을 팔기때문에 선과장이 필요해서 강정 곳곳에 있는 공간을 빌려왔어요. 하지만 해군들은 정말 야금야금, 안그런척 우리의 공간을 빼앗고 있어요. 이제는 더이상 빌려쓸 공간이 없어서 공간을 새로 마련하고자해요. 새로 생기게 될 공간은 사무실, 선과장, 문화예술공간 등 다양하게 사용될 예정이예요.

지금은 귤을 예약판매 받고있어요. 평화상단의 귤은 정말 맛있고, 품질이 좋은걸로도 유명해요. 많은 관심과 홍보 부탁드립니다.

 강정평화상단 예약판매 링크

 

삼거리식당 후원

: 삼거리식당은 강정투쟁의 초기부터 활동가들이 모여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공간이예요. 2011년 구럼비 바위에서 시작되었고, 11년째 매일 종환삼촌이 밥을 해주고 계세요. 강정을 지키고 있는 지킴이와 강정을 오가는 많은 분들이 음식, 후원, 청소를 지원하며 지금까지 운영과 유지가 가능했어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평화상단에서 삼거리에 많은 부분을 금전적으로 지원해줬는데 공간을 새로 마련하면서 지원이 끊기게 된 상황이예요.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으니 지킴이들이 조금씩 모아서 마련하고자 하지만, 더 넓은 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매일 함께 밥을 먹고, 투쟁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공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 →삼거리식당 후원신청 링크

 

 

현재 삼거리식당                                                                          투쟁 초기, 구럼비바위에 있는 할망물식당(현 삼거리식당)

 

<돌들의 춤>

: 책<돌들의 춤>은 올해 3월 7일에 나왔어요. 지킴이들이 서로를 인터뷰하고 엮은 책이예요. 강정의 이야기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다가오는 정말 소중한 책이예요. 강정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우주소년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으니까 한번씩 들여다봐주세요! 이 책의 수익금 또한 평화상단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에 전액 후원이 됩니다.

댓글 7
  • 2023-06-26 09:31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강정소식을 조은님을 통해 들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조은님, 좀 멋진듯!! 이렇게 서로 이어지니 참 좋아요!!ㅎ
    강정평화상단이 아직도 활동중이었군요!! <돌들의 춤>도 읽고, 귤도 예약할게요~~

  • 2023-06-26 09:46

    조은이랑 이렇게 만날 수도 있었네요.^^ 반갑고.
    왜이렇게 멋져진거죠?
    (친구 희성이 좀 어케 해봐요~ ㅋ)

    앞으로 어떤 이야기 들려줄지 기대됩니다.
    그리고 귤은 맛있다는 강정평화상단에서 사먹을게요.

  • 2023-06-26 10:14

    조은이 단짠글쓰기에 왔던 적이 있다. 그때 조은의 글쓰기솜씨를 눈여겨봤었다! 조은의 강정이야기 엄청 기대됨~~
    그리고 조은이 강정에 있으니 한 번 가봐야지 하는 '헛바람'과 놀러갈 궁리를 해봄!

  • 2023-06-26 10:24

    조은! 글로 만나니 더 반갑네요~~~^^
    사진들을 보니 강정 사람들과 조은의 건강함, 자유로움이 느껴져요. 또 인간띠 활동에 감사하게 됩니다. 앞으로 소식도 기대할깨요~ 후원도 시작합니다~~

  • 2023-06-26 10:37

    와 조은이다~
    오랜만인데 강정의 소식을 전해주니 반갑네요
    지킴이들께 감사하며 삼거리식당 후원할께요~
    앞으로 글도 기다립니다~^^

  • 2023-06-27 22:53

    강정평화상단에서 매년 맛있는 귤사먹는데
    갑자기 밀양과 왜 헷갈렸을까요?ㅎㅎ

    조은의 강정이야기~ 기대돼요~
    현무암에 앉아있는 사진 너무 좋아보여요~^^
    응원합니다~

  • 2023-06-30 14:04

    어머! 조은님 글 너무 반가워요! 저의 뜨개 친구님^^
    조은님이 가고 난 후 뜨개에 손을 놓... ㅎㅎㅎㅎㅎ
    앞으로의 이야기 기대할게요!

조은의 강정에서 살아남기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그동안 피하던 주5일 일을 단기로 하게 되어서 고단하고 부지런한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다.         강정에 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강정에 처음 왔을 때를 빼먹을 수가 없다. 작년 4월, 3개월짜리 강정살이 프로그램인 피스파인더를 위해 강정에 왔다. 매일은 꽉 찬 스케쥴로 소화해내느라 당시에는 너무 힘들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시간들 중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은 그 순간들을 나누고자 한다. (*친구들의 이름은 아무말이나 가져다썼다)         1. 2022.6.12 pm 3:45   우리는 새방밧이라는 공간에 살았다. 2층짜리 컨데이너 하우스이고, 화장실, 주방, 사무실, 방이 다 다른 컨테이너에 있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은 하루종일 화장실가기 참기 챌린지였다. 이런 공간에서 열명 정도가 함께 생활을 했다. 매일 저녁에는 당번을 정해서 밥을 같이 먹었지만, 주말은 자유였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밖으로 많이 나갔다. 평일에는 바빠서 가지 못한 맛집이나 관광지를 가기도 했고, 육지에서 온 친구와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주말의 새방밧은 조용했다. 주말에는 거의 나와 친구 둘뿐이었다. 비도 조금 왔던 것 같다. 어쩐지 분위기가 우중충했고, 몸은 새방밧 사무실 소파에 가라앉아있었다. 조용한 새방밧을 만끽하기에 사무실 소파만한 곳이 없었다. 한 친구는 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하루종일 밖을...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그동안 피하던 주5일 일을 단기로 하게 되어서 고단하고 부지런한 하루를 살아내는 중이다.         강정에 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강정에 처음 왔을 때를 빼먹을 수가 없다. 작년 4월, 3개월짜리 강정살이 프로그램인 피스파인더를 위해 강정에 왔다. 매일은 꽉 찬 스케쥴로 소화해내느라 당시에는 너무 힘들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돌이켜보면 그때의 시간들 중 너무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은 그 순간들을 나누고자 한다. (*친구들의 이름은 아무말이나 가져다썼다)         1. 2022.6.12 pm 3:45   우리는 새방밧이라는 공간에 살았다. 2층짜리 컨데이너 하우스이고, 화장실, 주방, 사무실, 방이 다 다른 컨테이너에 있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은 하루종일 화장실가기 참기 챌린지였다. 이런 공간에서 열명 정도가 함께 생활을 했다. 매일 저녁에는 당번을 정해서 밥을 같이 먹었지만, 주말은 자유였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밖으로 많이 나갔다. 평일에는 바빠서 가지 못한 맛집이나 관광지를 가기도 했고, 육지에서 온 친구와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주말의 새방밧은 조용했다. 주말에는 거의 나와 친구 둘뿐이었다. 비도 조금 왔던 것 같다. 어쩐지 분위기가 우중충했고, 몸은 새방밧 사무실 소파에 가라앉아있었다. 조용한 새방밧을 만끽하기에 사무실 소파만한 곳이 없었다. 한 친구는 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하루종일 밖을...
조은
2023.08.26 | 조회 370
조은의 강정에서 살아남기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방학을 맞이한 친구들과 엄마의 방문에 고단하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작년 6월 인간띠잇기에 불현듯 나타난 친구가 있었다. 키가 컸고, 복슬머리였고, 인상이 좀 험악하게 생긴 탓에 오해도 많이 받는다던 친구였다. 그는 뜸이라고 불렸고, 해군기지가 지어질 때와 제주 제2공항 등 다양한 현장에 함께 했던 친구라고 한다. 첫인상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강정에는 많은 사람이 왔다 가기에 그중 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서 유심히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매일 인간띠잇기에 나왔고, 어느새 저녁을 함께 먹고 있었고, 강정천에 가서 함께 수영했다. 그렇게 천천히 스며든 그 친구와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 강정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에게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었을 때, 나의 3개월 강정살이가 끝이 났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졸업여행을 떠나며 마지막 배웅을 해주던 강정 친구들    3개월 강정살이가 끝나고, 피스파인더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갔다. 약 10일 정도의 여행으로 종점은 퀴퍼에서 화려한 막을 내리기로 했다. 시골에서 서울을 가는 건 쉽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에서 동쪽 서쪽 지역을 오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사드 문제로 대치 중인 소성리, 밀양 송전탑, 군산 해군기지와 새만금 등 다양한...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방학을 맞이한 친구들과 엄마의 방문에 고단하지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작년 6월 인간띠잇기에 불현듯 나타난 친구가 있었다. 키가 컸고, 복슬머리였고, 인상이 좀 험악하게 생긴 탓에 오해도 많이 받는다던 친구였다. 그는 뜸이라고 불렸고, 해군기지가 지어질 때와 제주 제2공항 등 다양한 현장에 함께 했던 친구라고 한다. 첫인상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강정에는 많은 사람이 왔다 가기에 그중 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해서 유심히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친구는 매일 인간띠잇기에 나왔고, 어느새 저녁을 함께 먹고 있었고, 강정천에 가서 함께 수영했다. 그렇게 천천히 스며든 그 친구와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 강정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에게 소중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되었을 때, 나의 3개월 강정살이가 끝이 났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다.   졸업여행을 떠나며 마지막 배웅을 해주던 강정 친구들    3개월 강정살이가 끝나고, 피스파인더 친구들과 졸업여행을 갔다. 약 10일 정도의 여행으로 종점은 퀴퍼에서 화려한 막을 내리기로 했다. 시골에서 서울을 가는 건 쉽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에서 동쪽 서쪽 지역을 오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았다. 사드 문제로 대치 중인 소성리, 밀양 송전탑, 군산 해군기지와 새만금 등 다양한...
조은
2023.07.26 | 조회 407
조은의 강정에서 살아남기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2023년 2월20일에 강정으로 이사를 왔다. 이우중학교를 가기 위해서 동천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약 10년만에 동천(고기)동을 떠났다. 10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지겹겠다는 생각을 누군가는 하겠지만, 나는 지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기간 마을에 머무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오래된 친구들과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는건 때때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떠나가는 이들을 많이 봐왔고, 그들을 보내주는 건 나에게 편안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년 1월 피스파인더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22년4월부터 3개월짜리 강정살이(피스파인더)를 시작했다. 그게 강정을 처음 만나게된 시작이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반대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화운동을 하는 지킴이들이 살고 있다. 해군기지는 이미 지어졌지만, 해군기지 폐쇄를 외치며, 해군기지를 만들때 폭파시킨 구럼비바위를 그리워하고, 나아가 전쟁을 멈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살고있다. 매일 아침에는 백배, 11시에 미사, 12시에는 인간띠잇기를 하고, 매일 점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삼거리식당이 있다. 그렇게 지킴이들은 11년째 강정을 지키고있다. (강정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얼마전에 나온 <돌들의 춤>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6월18일, 강정에 함께 사는 친구들과 제주시에서 열린...
                  조은 5년 동안 현민, 시윤, 민서, 동희와 함께 동천동에서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살던 마을을 떠나, 2월부터 강정에서 첫 독립을 시작했다.      2023년 2월20일에 강정으로 이사를 왔다. 이우중학교를 가기 위해서 동천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약 10년만에 동천(고기)동을 떠났다. 10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책방 우주소년을 운영했다. 10년을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지겹겠다는 생각을 누군가는 하겠지만, 나는 지겹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랜 기간 마을에 머무는 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고, 오래된 친구들과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는건 때때로 외롭고 힘들었지만 대체로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떠나가는 이들을 많이 봐왔고, 그들을 보내주는 건 나에게 편안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작년 1월 피스파인더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22년4월부터 3개월짜리 강정살이(피스파인더)를 시작했다. 그게 강정을 처음 만나게된 시작이었다.    강정마을에는 해군기지반대운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평화운동을 하는 지킴이들이 살고 있다. 해군기지는 이미 지어졌지만, 해군기지 폐쇄를 외치며, 해군기지를 만들때 폭파시킨 구럼비바위를 그리워하고, 나아가 전쟁을 멈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살고있다. 매일 아침에는 백배, 11시에 미사, 12시에는 인간띠잇기를 하고, 매일 점심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삼거리식당이 있다. 그렇게 지킴이들은 11년째 강정을 지키고있다. (강정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얼마전에 나온 <돌들의 춤>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6월18일, 강정에 함께 사는 친구들과 제주시에서 열린...
조은
2023.06.25 | 조회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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