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대로42길 33회]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 <도니 다코>(2001)

청량리
2024-03-20 08:55
190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도니가 벌이는 혹은 도니에게 벌어지는 ‘부분’의 사건들이 이 영화의 스토리임은 분명하나, 그것이 영화 ‘전체’를 보여주진 않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춘기 소년’이 영화의 주인공인 동시에 그런 의미에서 영화 자체가 ‘사춘기’와 같은 그런 영화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지각 장의 동질성을 모자이크와 같은 것으로 파악해서는 안 되고, 전체적 배치의 체계로 파악해야만 한다. 우리의 지각에 처음으로, 그리고 우선적으로 오는 것은 전체이지 병치된 요소들이 아니다.

- 『사유 속의 영화』 중 「영화의 새로운 심리학(1945), 메를로 퐁티」(이하 같은 책) p.163

 

‘대면’수업시간에 ‘비대면’방식의 시청각 비디오만 준비하는 역발상의 ‘파머’선생. 그날도 자칭 사랑전도사 ‘짐 커닝햄(패트릭 스웨이지)’의 강연이 이어졌다. 비디오테잎이 끝나고 파머 선생은 복습차원에서 커닝햄의 강연내용이 담긴 메모를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읽기를 요구하자 결국 도니는 소리친다.

“모든 감정을 두려움(fear)과 사랑(love), 그렇게 간단하게 이분법으로 나눌 순 없다고요! 인간 감정 전체를 봐야죠! 이런 젠장, XXXXXX!!!!” 도니는 파머선생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고 교장실로 불려간다.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부모나 선생에게 심한 욕을 하고, 장난삼아 (아빠)총을 갖고 노는 도니는 소위말해 ‘부적응아’, ‘문제아’다.

 

 

학교에서도, 집안에서도 늘 겉도는 도니

 

오래 전 같은 반에 ‘도니’ 같은 부류의 친구가 있었다. 눈빛이 날카롭고 싸움도 곧잘 했었고 당연히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종종 ‘땡땡이’치고 어디로 가는 지 알 수 없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그 녀석과 함께 놀 때면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곤 했었다. 그의 몇몇 태도를 안 좋게 보는 선생과 주변 아이들은 그를 탐탁지 않아했다.

 

이따금 그 녀석과 옆자리에 앉아 수업시간에 이어폰을 나눠 끼고 몰래 음악을 듣곤 했고, 소풍 때 밥을 안 싸온 그 녀석과 멀찍이 떨어져 김밥을 나눠 먹기도 했다. 별거 없었다. 그 녀석은 사회부적응이나 트러블메이커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마주하는 세계 속에서 단지 살아갈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도니도 ‘실제 그렇다’기보다는, 몇몇 '사건'들을 통해 그를 ‘그렇다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팩트’가 되어버린 건 아니었을까?

 

프랭크의 저음에 밤에 어디론가 이끌려 나갔다 온 다음 날, 어김없이 ‘사건’은 터졌다. 그리고 마치 예견된 것처럼 어떤 ‘인연’으로 연결됐다. 프랭크에게 이끌려 자신도 모르는 밤사이 도니는 학교의 수도배관을 망가뜨린다. 임시 휴교된 다음 날, 그는 우연히 어쩌면 필연적으로, ‘그레첸(지나 말론)’을 만난다. 도니는 자신과 세계의 관계 속에서, 그레첸은 자신과 부모의 관계 속에서 외로워한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

 

도니가 프랭크에게 묻는다.  도대체 눈은 왜 그렇게 된거야? 

 

그러나 그럴 때마다 프랭크는 자꾸만 얼마 남지 않은 종말에 대해 경고한다. 그레첸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깊어질수록 도니는 더 이상 프랭크에게 끌려 다니고 싶지 않다. 28일 후 세계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그레첸은 전혀 모른 채 나 혼자만 알고 있다.

"모든 존재는 혼자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로베타 스패로우’ 할머니가 도니에게 했던 말). 아니라고 믿고 싶긴 한데, 근거를 못 찾겠어요. 그렇다고 제 인생을 그걸 찾는데 써버리고 싶진 않아요. 전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요." 도니는 심리상담사가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 "혼자 죽는 게 두렵다”며 눈물을 흘린다.

 

마침 과학 선생님으로부터 ‘시간여행’에 대한 책 한 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로베타 스패로우’ 할머니가 바로 그 책의 저자였다. 미국판 ‘고교얄개’를 찍는가 싶더니 감독은 갑자기 SF장르에도 욕심을 낸다. 프랭크의 분장과 어설픈 효과만 보더라도 저예산 영화인데, 시간을 다루기에는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도니 다코>는 웜홀, 평행우주, 시간이동 등을 효율적으로 담아낸다.

 

시공간에 관한 놀라운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의 후반부를 놀라울 정도로 짧게 쓴다면 이러하다. 쿠퍼(매튜 매커히니)는 ‘웜홀(우주의 시공간을 연결하는 통로)’을 통해 우주를 헤맸지만 결국 인류의 새로운 터전을 찾는 데 실패한다. 지구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블랙홀’의 특이점을 통과하면서 5차원의 세계와 마주하게 되고, 시공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딸이 머무는 서재에 도착한다. 그리고 책과 시계초침을 통해 딸에게 중력방정식을 풀 힌트를 전달해 준다.

 

 의문의 할머니로 등장하는 로베타 스패로우가 쓴 '시간여행의 철학' (서점에서 볼 순 없을 걸?)

 

저예산 영화 <도니다코>에서는 훨씬 가성비 높은 방법으로 시공간을 이동한다. 로켓을 타고 우주 ‘밖으로’ 날아가는 대신, 마음 ‘안에서’ ‘웜홀’ 같은 구멍이 울렁울렁 뻗어 나온다. 도니는 이 ‘웜홀’을 통해 평행우주의 또 다른 세계를 오가며 ‘붕괴’된 세계를 구하려 한다.

도니는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자동차 사고로 그레첸이 죽게 되자, 죄책감에 흥분한 나머지 자동차를 운전한 사람을 총으로 쏜다. 그런데 손에 들려있는 일그러진 토끼가면으로 보고 그가 프랭크임을 깨닫는다. 쿠퍼가 자신의 딸 머피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듯, 자신이 죽였던 프랭크가 밤마다 나타나 ‘28일’ 후 세계의 ‘종말’에 대해 알려줬던 것이다.

 

영화는 제작비 관계로 <인터스텔라>의 시각효과를 주진 못 했으나, 비눗방울 터널 같은 통로를 통해 도니는 28일 전 자신의 침대로 되돌아온다. <인터스텔라>에서 쿠퍼의 힌트로 중력방정식을 푼 머피가 ‘유레카’를 외치듯, 도니도 마침내 자신을 둘러싼 시공간(평행우주)에 대한 퍼즐조각을 맞추고는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음을, 그렇게 구해야만 함을 깨닫는다.

 

내가 지각할 때 내가 세계를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내 앞에서 조직된다.

- 같은 책, p.169

 

이윽고 영화의 맨 처음 자신을 빗겨갔던 비행기 엔진이 이번에는 도니의 침대 위로 떨어지며 마무리된다. 그러나 영화는 그 사건을 도니의 ‘죽음’으로 끝내지 않고, 그레첸과 프랭크, 파머선생 등의 ‘삶’을 다시 보여주며 우리의 ‘죽음’은 결국 다시 삶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있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 무언가의 죽음은 끝이나 제로가 아니라는 이야기, 부분의 합으로는 전체를 알지 못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습관적으로 그렇게 '판단'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는 '도니'와 <도니 다코>의 이야기.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되면, 받아들이게 되면 '판단'하지 않는다.

 

왼쪽이 제이크 질렌할, 오른쪽이 감독 리처드 켈리, 가운데는 도니의 여자친구 역의 지나 말론이다.

 

이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 영화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결말이 열려 있다기 보다는 애초부터 결론에 관심이 없는 영화다. 그러니 <도니다코>를 보고나면 청춘로맨스, SF, 범죄스릴러 등 어떤 장르에도 넣기가 어렵다. 개봉 당시 흥행에 실패했고, 국내에서도 개봉 2주 만에 극장에서 내려간다. 그러나 이후 ‘비디오시장’에서 재평가되고(이런 영화들이 은근 많다) 지금은 매니아들 사이에서 걸작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한 마디만 더 덧붙여본다. 긴긴밤 안주거리로 곱씹을만한 영화이야기를 찾는다거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책상 위가 사춘기 아이들의 정신상태처럼 혼란스럽다거나, 팬심에 내용불문 제이크 질렌할의 리즈시절이 궁금한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당신의 긴-밤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고, 내 책상만 혼란스운 게 아니니 동질감의 위안을 얻을 것이고, 앳된 제이크 질렌할을 보는 기쁨은 굳이 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댓글 1
  • 2024-03-26 09:10

    와, 이 sf 봐야겠어요.
    마이너한 sf 좋을 것 같군요^^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세 번째 영화는 <아들>(2002)입니다.            우리가 흔들릴 차례 아들 Le Fils | 드라마/미스터리 | 벨기에, 프랑스 | 102분 | 2002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인 ‘인트로’는 그 영화의 첫인상이자 분위기를 보여준다. 다르덴 형제의 <아들>(2002)은 음악도 없이 흔들리는 어떤 ‘형상’을 보여줄 뿐이다. 그 위로 건조하게 제작자, 주연배우, 감독의 이름 등이 보였다 사라진다. 마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이 생각나는 ‘인트로’를 보고 있으니 ‘아, 이번 영화도 뭔가 쉽지는 않겠구나’는 느낌이 팍팍 든다. 다르덴 형제의 이름과 영화의 원어제목 ‘Le Fils’이 사라지면, 카메라는 천천히 움직이며 그 흔들리는 ‘형상’이 바로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등장인물 이름으로 사용했다)의 ‘등’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트로’처럼 영화는 대부분 올리비에의 ‘등과 뒷모습’을 시종일관 따라다닐 거라고 미리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다르덴 형제는 혹독한 수준의 리허설로 유명하다. 이유는 영화가 배우들의 ‘몸’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동선을 구성해보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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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2024.04.14 |
조회 81
우현의 독서가 테크트리
    바닷가를 향하며 – 지그문트 바우만, 『사회학의 쓸모』 리뷰     사회학자-테크트리?  올해 내가 참여하는 세미나 중 하나로 사회학 세미나가 꾸려졌다. 이 세미나는 나를 장래의 ‘사회학 세미나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다. “사회학?” 정군샘은 평소 나의 글을 보며 사회학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지만, 난 사실 ‘사회학’이라는 표현 자체가 낯설다. 내가 평소에 사회 문제나 이슈를 다룬 글들을 좋아하고, 그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사회학’이라는 학문으로 연결되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사회학’이라는 말의 범주는 너무 넓은 게 아닐까? 하물며 ‘사회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전공을 ‘사회학’으로 삼을만한 동기나 마음이 나에게 있을까? 이런 나의 상태를 간파했다는 듯이, 정군샘은 독서가 테크트리의 다음 책으로 『사회학의 쓸모』를 추천했다.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대담을 편찬한 책이다. 바우만은 나에게 사회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까?   사회학이 뭔데?  ‘사회학’이 뭘까? 바우만은 서론에서부터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정의되기 힘든 점을 짚어주고 있는데,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14) 다른 대부분의 학문은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을 연구하는 건 ‘화학의 세계’에 들어가서 전문 지식을 발휘해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화학의 세계’를 살아갈 일이 많지 않으며, 그 세계는 전문 학자들의 영역으로 남는다. 반면 ‘사회세계’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딱히 사회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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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 2024.04.09 |
조회 169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파괴가 곧 창조다 리처드 켈리의 <도니 다코 Donnie Darko/2001>     중2는 미국에도 있더라   영화는 해가 뜰 무렵, 어스름한 산길 위에 누워있던 도니 다코(제이크 질헨할)가 잠에서 깨면서 시작되었다. 일어나 자신이 있는 곳을 확인한 도니의 입가에 비치는 사악한(?) 미소의 의미는 후반부에 가면 알게 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자전거로 아침 햇살을 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도니, 냉장고 앞에는 ‘Where is Donnie?’란 메모판이 붙어 있다. 아, 이렇게 도니가 아침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 또 살았구나~   영화는 계속해서 현재의 시간을 환기한다. 우선 1988년 10월 2일이다. 역사적으로 1988년 11월 8일은 미국 대선 날이다. 공화당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가 맞붙었고,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시기였다. 도니의 가족들도 대선에 관심이 많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를 통해 이 가족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부모 세대는 은연중에 부시를, 큰딸 엘리자베스는 공개적으로 듀카키스를 지지한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당연지사.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보이는데, 중2병에 걸린 자식은 여기도 있다. 도니는 매사 부모, 누나, 동생, 선생, 친구 모두와 부딪힌다.   10대 청소년인 도니가 정신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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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우 2024.03.31 |
조회 158
한문이예술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동은 2024.03.26 |
조회 167
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한비자의 법.술.세. 탐구 첫 번째 이야기 법은 왜 존재할까?   17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A씨는 2010년 10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가 요금 6천400원 중 6천원만 회사에 납부하고 잔돈 400원을 두 차례 챙겨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2022년 8월 3일 연합뉴스 일부 발췌>   이 뉴스는 한동안 떠들썩했던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사건이다. 내가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버스기사가 잔돈 400원으로 두 번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CCTV로 낱낱이 찾아냈다. 사측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무얼까? 그 버스기사가 당시 노조활동을 시작한 것이 화근이었다. “800원 횡령죄라니... 이게 법이야?”라고 내가 푸념하자 사람들은 말했다. “법은 원래 그런 거야.” 법은 정말 원래 그런 걸까? 법의 존재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한비자』를 다시 읽은 이유이다.     1. 자산의 성문법 – 귀족의 전횡을 막다   춘추시대는 법이 아니라 예(禮)로 다스려지는 시대였다. 그렇다고 법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법은 백성에게만 적용되었다. 다시 말해 백성이 죄를 지으면 처벌을 받지만, 귀족(대부 이상)은 열외였다. 귀족은 형벌의 규제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 입맛대로 법을 적용하고 해석해서 백성을 처벌하기까지 했다. 이 당시 법은 공개되지 않고 전적으로 특권층의 재량에 맡겨졌다. 법가는 주나라 말기 심해지는 귀족의 횡포를 막기 위해 법을 성문화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늘날 우리가 법이라고 말하면 이런 성문법을 의미한다.   출처 :...
두루미 2024.03.26 |
조회 152
영화대로 42길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해 묻지 않는 시대.  우리는 영화와 삶의 사이길, 영화대로 사는 길에 대한 질문으로,  산업과 자본의 도구가 아닌 영화로서의 영화를 보고 읽습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영화에 있습니다.       • 이번 '영화대로42길'로 가는 법은 '같은 영화 다른 이야기' 컨셉입니다. 그 두 번째 영화는 <도니 다코>(2001)입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받아들이는 것 도니 다코 Donnie Darko | 미스터리/판타지/드라마 | 미국 | 112분 | 2001       ※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도니 다코(제이크 질렌할)’는 잠결에 어딘가를 헤매다가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는 “28일 후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알려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28일6시간48분12초 후’란다. 도니의 왼쪽 팔뚝에도 ”28:06:48:21“이라고 쓰여 있다. ‘네임펜’으로 잠결에 써서 그런지 글씨가 삐뚤빼뚤하다. 불행히도 프랭크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세계가 곧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도 오직 ‘도니’ 혼자뿐이다. 말한다고 믿어줄 친구도 없다. 그렇게 밤새 헤매다 아침이 되면 도니는 늘 엉뚱한 곳에서 일어난다.   일그러진 얼굴의 토끼가면을 쓴 프랭크. 가면을 쓴 이유는 나중에 밝혀진다.   영화 <도니 다코>(2001)의 카메라의 시선은 심플하게 ‘도니’의 행동을 쫓는다. 영화의 배경도 그의 집, 학교, 좀 더 넓게는 마을이 전부다. 극의 흐름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영화를 명료하게 이해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청량리 2024.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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