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성 #23] 세월호 10주기 그리고 바다

사이
2024-04-16 22:49
71

10년 전 이제 막 정규직이 되어 뿌듯했고, 처음 하는 업무에 긴장하며 동시에 재밌기도 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입사 2달쯤 지나 근무시간에 제주도로 향한 유람선이 침몰했고 전원 구조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지면 이 뉴스는 오보였다. 아이들은 침몰하는 배 안에 갇혀있었다니.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잡고 ‘어떡해’라는 말이 자꾸 나왔다.

 

참사 후 며칠이 지나자 회사에서는 세월호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세월호 참사 그 이후 정치적 해결 과정, 일부 사람들의 냉정한 반응을 보면서 마음이 복잡했다. 이 과정을 지나오면서 이 땅에서 아이를 낳으면 안되겠다고 더욱 굳게 결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애써 아픔을 보지 않으려 했다.

 

7년 후 회사 밖으로 나오면서 여기저기 공동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곳의 분들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계셨다. 겨울 샘을 통해 세월호 추모 연극 관람하였고, 자원활동자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파지사유 에코 세미나 시간에 묵념했다. 이게 내가 했던 첫 번째 추모라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때 나의 굳은 결심에 서서히 균열이 간 것 같다.

 

아기의 이름을 지을 때 받은 작명 목록에서 1번이 바다였다. 그리고 이 이름이 제일 끌렸다. 남편의 이름인 해근의 ‘’도 바다 해이고, 내가 유일하게 쓰는 네이버 아이디도 '바다연'이었다. 바다에 대한 많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제주도 협재 해변, 해양의 쓰레기, 항구, 그리고 세월호 참사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는 평안하고, 시원하고, 무섭고, 슬프다. 바다 앞에서 우리는 한 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세월호 10주기.
오늘 바다를 꼭 끌어안으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10년 후에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 상상해 본다.

 

---

10년동안 선생님들이 간직한 세월호 기억에 감사드려요!

댓글 5
  • 2024-04-16 23:20

    아,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이 자주 흐르네요.
    그래도 사이샘 덕분에
    아가 바다와 함께 이렇게 또 바다를 품어야겠구나 생각하게 되어요.
    감사합니다.

  • 2024-04-16 23:58

    진심어라 추모의 글로 읽혀요.
    10년뒤 바다가 어린이기 되었을 때 덜 미안한 세상이었음 좋겠네요.

  • 2024-04-17 01:43

    바다가 그렇게 이어지는군요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4-04-18 09:23

    바다가 컸을 땐 다른 세상이 될 수 있게
    우리가 노력해야겠어요 바닥에 발 딛고 힘차게

  • 2024-04-22 21:04

    네.. 사이샘, 이렇게 깊은 연대가 일어나네요. 뭉클합니다.
    저에겐.. 덕분에 바다라는 이름이 더욱 여러 빛깔로 말 그대로 다채로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