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2일> 안부를 묻다_구름

관리쟈
2022-12-0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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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세미나를 하는 화욜 귀가길에 함께 공부하는 경덕님과 정자 역까지 갈 때가 있다. 올해부터 문탁에서 공부 하고 있는 청년이다. 공동체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대화를 하면 내가 어느새 막힘없이 대답을 하고 있었다. 문탁에서는 경계인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긴 시간을 보낸 힘이 있기는 있나보다.

문탁의 축제 이야기를 하니 그런 행사까지 했냐고 약간 놀라는 듯 했고 가족들이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니까 더 놀라워했다. 특히 문탁샘 하고는 세미나를 했기 때문인지 나도 수업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샘이 튜터였던 학이당을 잠시 했고 이문서당에서는 같이 수업 듣고 복습하고 여행하고~~ 했던 일들과 함께 문탁에 처음 왔을 때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톨스토이 책 읽기만 한 달 하러 왔는데 공부욕심 보다 스스로 책상정리 하고 물 컵 씻어 올려놓는 청정한 분위기가 좋아 덜컥 이문서당 초창기 멤버가 되었다. 주역 세미나 시간에 이 말을 했더니 봄날 샘이 이런 게 싫어서 안 나오는 사람이 있는데 여기에 꽂혔다니 했다. 여전히 문탁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 원칙이 익숙해져 어디를 가든 사용한 것에 대한 흔적은 안남기려한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큰 공부를 한 거다.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는 딱히 없었고 중국사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는 상태인데 교재는 세로줄에 한자원문인 논어 이었다. 자누리샘이 미니 한자 사전을 만들고 나눔을 해줘 한자도 익히고 수업 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서 동학들과 함께 낭송으로 예습하고 수업 끝나고 나서는 조별로 복습을 했다. 이 과정을 몇 년 전 까지 쭉~~~ 함께 하면서 주역 포함 여러 책들을 읽었다.

 

 

이문서당에서 1년씩 새로운 교재로 공부할 때마다 울림도 크고 매력에 빠지기도 했다. 장자의 만물제동. 사마천의 역사를 보는 시각... 주역은 따로 2년째 원문강독과 이차서적으로 세미나를 하고 있다. 내년에도 계속할 계획이다. 주역을 놓고 싶지 않는 이유는 나의 생각을 전환시키고 행동을 변화시켜 일상에서 제불통(濟不通 통하지 못함을 건너라.) 할 수 있게 하는 미묘한 작용을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는 인연이 50대에 나에게 온 것에 감사한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변함없으시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공자님처럼 학생들 수준에 맞춰 강의해주신 우응순샘과 열심히 공부하는 똑똑한 동학들이 없었다면 10년 넘게 공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수업 시간에 의욕은 넘쳐서 항상 일찍 도착해서 앞자리에 앉았다. 덕분에 집중은 했지만 공부방 분위기 파악은 잘 못한 것 같고 긴 시간동안 함께 한 동학들과는 친밀감이 있었는데 중간에 그만 두거나 나중에 합류한 동학들 하고는 교류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세상의 이치가 변화에 있듯이 팬데믹과 문탁의 역동성으로 나에게 긴 시간 공부할 기회를 준 이문서당은 문을 닫았다.

 

문탁에서 여전히 공부하지만 만나기 힘든 동학들~~

다른 곳에서 각자의 공부 방법을 찾았을 동학들~~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댓글 11
  • 2022-12-02 08:15

    저 미니북을 아직 가지고 계시네요? 기억도 없는데 ㅋㅋ
    사진을 유심히 보다가 겨우 기억났네요.
    처음 공부할 때 그 전치사나 접사같은 것들이 어찌나 어렵던지
    참, 생각해보면 시간도 장소도 달랐던 글을 읽는다는게 어찌 쉬울까싶네요
    올해는 쌤의 공부 열정을 따라 많이 배운 한 해였네요
    함께 공부해줘서 감사해요^^ (자누리)

  • 2022-12-02 09:17

    앗! 구름님이덧!
    파지와 월든 수요일 당번으로 만났던 그 시절이 떠오릅니다
    기타치러 동네를 헤매던 기억도 나고ㅋㅋ
    좀 자주 만나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겨봅니다
    2023년엔 우리 자주 봐요^^
    정말 반가운 글, 잘 읽었습니다~

  • 2022-12-02 09:57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감사합니다. 구름님

  • 2022-12-02 10:29

    구름님의 문탁생활사(공부사?^^)를 읽다보니..
    파지사유 오픈하고 카페할 때 샘이 일주일에 하루 매니저 하셨던 생각도 납니다.
    공부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활동에 의지가 되었던 모든 일들에 새삼 감사드리고 싶어요.

  • 2022-12-02 12:15

    구름님 우아한 모습 자주 뵙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글로 만나니 반갑네요
    이문서당에서 늘 뵙던 다른 분들도 떠오릅니다
    왁자찌껄했던 화요일 이 그립습니다~~

  • 2022-12-02 12:27

    한자 미니북 저도 가지고 있어요 파지사유에서 구름샘이랑 같이 매니저할때 이문서당 시작하는 저에게 선물로 주셨거든요 공부하면서 수시로 들춰봤었는데 자누리샘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제 알았네요 이문서당 짝꿍이었던 구름샘께도, 미니북 저자 자누리샘께도 감사드립니다.

  • 2022-12-03 00:16

    구름님 반가와요!
    이렇게 공생자행성에서 만나네요 ㅋㅋ

  • 2022-12-03 11:35

    아, 한자 미니북. 추억돋네유~

  • 2022-12-05 10:31

    구름샘과 함께 읽은 톨스토이 기억나요.
    샘 그때 800쪽이 넘는 책 읽느라 실팟줄이 터져 빨갛게 눈으로 세미나에 왔었지요!
    그립습니다. 자주 뵈요 샘~~

  • 2022-12-05 12:48

    샘이랑 저랑 입문 동기인데...
    자주 뵈요~

  • 2022-12-08 00:16

    구름쌤!!
    연극하면서 너무 열심히 액팅해서 골반이 아팠던
    이야기는 왜 뺐어요?? ㅋㅋ
    구름쌤 많이 많이 보고싶네요 (훌쩍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