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잡식가족의 딜레마> - 공무원 식사일지

청량리
2022-11-1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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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잡식가족의 딜레마>

 

오늘은 토요일. 공무원도 집에서 쉬는 날이다.

공무원은 좋겠네.  빨간날은 다 집에서 노니까.

그렇지 않다.  내일 일요일은 주간 당직 근무로 출근해야 한다.

그리고 비가 오면 수방근무, 눈이 오면 제설작업.

그렇다고 징징거리는 건 아니고, 밖에서 보는 거랑 다르다는 거.

확실히 안에서 느끼는 것과 밖에서 보는 거는 다를 수밖에 없다.

문탁의 생활도 그럴 것이다.

아직도 문탁의 문턱이 높다고 문의하는 질문들이 문득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 둘을 데리고 치과에 갔서 정기점진을 받았다.

늦게 일어난 토요일, 오전에 미리와서 기다리다가, 세 명의 진료가 끝나고 보니 2시가 가까웠다.

오전 근무를 끝낸 아내와 만나 오랜만에 밖에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파스타 어때? 좋지!!!

짬뽕은? 우와!!!!

일본 라멘 먹으러 갈까? 앗싸!!!!

 

결국 우리는 회전초밥집으로 갔다.

한 접시에 1,990원 하는 곳인데, '페스코'인 아내도 맘에 들어 한다.

사실 아내는 생선구이를 더 좋아한다.

 

굳이 따지고 든다면 아내 덕분에 '플렉시터리언'에 가깝다고 말을 흐리지만,

그래도 이런 메뉴를 먹을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게 너도 좋고, 나도 좋고, 도랑치고, 가재 먹고, 꿩 먹고, 알 먹고 뭐 그런 게 아닐까.

첫째도 아내를 따라 '페스코'를 지향한다.

잡식가족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조금씩 육식을 줄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먹거리에 신경을 쓴다는 거, 그리고 나의 먹거리를 관심을 둔다는 거

내가 먹는 게 무언지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는 거

늦은 점심의 초밥에 기분 좋아지는 건 배만 불러서 그런 건 아닌 듯하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

 

내일은 주간 당직 근무로 출근하는 날, 분명 배달음식일 것이다. 

쩝.................(청)

 

 

 

댓글 9
  • 2022-11-13 07:42

    아ㅡㅡ. 드디어 잡식가족 출현!
    같이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잡식가족은 서로를 배려하며 육식을 줄이고 있군요.

  • 2022-11-13 10:10

    며칠 전 식구들이 모여 오랜만에 밖에서 함께 밥을 먹었어요.
    저 역시 올 초부터 육식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있는데, 같이 밥 먹은지 오래된 아들놈은 그것도 모르고 있더군요.ㅎㅎ
    그날 아들 입에서 나온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라는 단어가 귀에 쏙 들어왔어요.
    공생자 행성을 통해 경덕님, 참님, 곰도리님이 페스코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 고은이도 페스코라고 합니다.
    언제 같이 밥 한 번 먹고 싶네요.ㅋ

  • 2022-11-13 10:47

    ㅋㅋㅋ
    우리 대부분....육고기는 적극적으로 멀리하지만.... 물살이는 먹고 싶다는(있다는) 거죠?

    <물고기는 알고있다>...읽으면 괴로울텐데....
    원양어업에 대한 진상을 알게 되면 심란할텐데....
    특히 연어가 우리 식탁에 어떻게 오는지 알게 되면 머리가 지끈거릴텐데....
    문어가 얼마나 지능이 높은지 알면 피곤할텐데....

    며칠 전... 페북에서 어떤 동영상을 봤어요. 게를 묶어서 물에 넣고 끓이는데(삶는데) 게가 필사적으로 묶은 걸 풀고 냄비 밖으로 탈출했어요.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락토도 페스토도 아니구.....진정한 잡식주의자 입니다. ㅠㅠㅠ

  • 2022-11-13 16:27

    오늘은 공무원 가족의 식사일지네요!
    육식을 줄이는 쪽으로 마음이 모아지는 잡식가족의 아기자기한 일상!
    그러면서도 같이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 2022-11-13 22:31

    청량리는 짜장면을 더 좋아하지 않나…??
    생각보다 어린이 입맛을 가진 청량리에겐
    놀랐었던 기억이…
    그나저나 이런데가 언제 생겼지?
    동천동 가면 나도 방문해봐야지

  • 2022-11-13 22:32

    페스코 배지테리언 모임 하나 생기는건가요? ㅋㅋ

  • 2022-11-13 22:37

    댓글을 읽다가, 문득
    채식주의자의 차이를 선택하는 것도
    역시 인간주의적이라는 관점이,
    환경을, 에너지를 생각한다는 것도
    역시 인간주의적이라는 관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딜레마입니다.
    그럼에도 선택을 해야 한다면,
    그 중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면.
    이러한 딜레마도, 고민도
    가치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어진 상황이야 어쩔 수 없겠지요.
    하지만, 더 나은 선택은 할 수 있겠지요.
    쓰읍. . . .친구들이 고맙습니다.

  • 2022-11-14 23:34

    청량리와 곰돌 덕분에 우리 모임도 균형을 찾으면서...덜먹긴 하는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이번에 알았지만 곰돌이는 페스코라고 부르는구나 그것도 알았구요^^
    그리고 경덕님 덕분에 차이점을 그림으로 쉽게 보여줘서^^; 잘 배웠어요
    배려라는 단어도 생각나고 말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어렵구나 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어여~

  • 2022-11-14 23:46

    페스코..플렉시터리언..뭔가 모르면 무식해질 것같은 단어들이 막 튀어나오는군요..
    채식주의를 뜻하나요? 그냥 직관적 단어를 쓰면 안될까요? 하는 생각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