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다큐보기 11일차] 환상의 버섯

동은
2022-07-20 18:24
593

느껴지나요?

영원한 지식의 박동이

그 일체감을 느낀다면

여러분은 우리와 하나입니다.

우린 지구에 생명을 가져왔습니다. 우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여러분 주변에 가득합니다.

어디에나 있고

모든 것에 있죠.

여러분 안에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릴 믿든, 믿지 않든

여러분의 첫 숨부터 마지막 숨까지 함께하며

어둠 속에도 빛 속에도 있습니다.

 

뭘 봐야하나.. 이게 에코다큐가 맞긴 한가... 긴가민가하지만 선택한  <환상의 버섯Fantastic Fungi>(2019)

이 다큐는 아주 흥미로운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나레이션의 정체는 바로 균이에요!!

영상의 소감을 말하자면... 일단 너무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별로인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내용에서 확인하시길...

 

 

영상 초반에는 버섯과 균에 대한 정보가 몰아칩니다. 균류는 자연의 분해자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생명의 끝이자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 버섯은 식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물도 아닌 그 사이의 유기체로 생명의 순환을 지탱해줍니다. 균류가 가지는 분해능력은 이론적으로 탄화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물질을 분해할 수 있습니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기름에 느타리 버섯 포자를 뿌렸는데 기름 위에서 버섯이 자라났다고 합니다. 버섯의 포자는 곤충을 끌어들이고, 곤충은 새를, 새는 씨앗을 그리고 그렇게 식물이 자라나 작은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영상은 대부분 버섯이 가지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자연회복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회복까지도요. 네. 사실 이 부분이 제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영상에서는 폴이라고 하는 인물이 나옵니다. 폴은 원래 벌목꾼이었는데 말더듬이였던 탓에 언제나 바닥을 보며 생활했다고 합니다. 바닥에는 나무와 버섯들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버섯에 대한 관심을 키워갔죠. 그러다 변성의식상태과 버섯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환각버섯을 먹고 말 더듬는 것을 멈췄다고 해요. 이즈음에서 저는' 어... 이거 괜찮은 건가?' 싶었습니다. 영상은 인간이 변성의식상태를 통해 진화해왔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보여주며 23종의 영장류가 버섯을 먹고, 환각버섯이 뇌 돌연변이의 요인이 되어 빠른 진화를 이뤄왔다는 겁니다.

 

버섯의 환각작용, 그리고 시넵스의 발달은 균류의 성장 형태와 관계가 됩니다. 150만종이 되는 균류 중에서 2만종 정도가 버섯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버섯은 균의 자실체인데, 열매같은 것이죠. 균은 길고 가느다란 실처럼 세포를 만들어 뻗어나가고 이윽고 그 세포들이 모여 입체형태가 됩니다. 버섯은 이 실의 덩어리고 이 덩어리를 균사체라고 해요. 이 균사체는 뇌 신경회로보다 더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전기신호를 주고 받는 것같은 전해질과 흡사한 방식으로 소통합니다. 이 균류들의 그물은 숲 전체로 발 밑 250km 밑까지 뻗어있습니다. 그리고 나무들은 이 균사체들을 통해 대화를 주고 받습니다. 이건 지난 1월에 있었던 <어바웃 식물>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인데요, 정말 똑같은 이야기를 해서 놀랐습니다. 식물도 혈연을 구분해 인식하는 것이 균사체로부터 발견되었다는 거죠. 이런 신경회로와 같은 형태를 띄고 발달해온 균사체와 뇌 속의 시넵스의 연결이 마치 같은 네트워크의 형태를 띄고, 비슷하게 작용하는 것을 토대로 우리의 의학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환각상태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5,60년대 미국의 모습입니다. 여러 정치적이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변성의식을 일으키는 물질들은 단순한 파티드러그 취급을 받게 되었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의 맥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이후 폴과 여러 의학박사들의 노력(?)으로 99년 22년만에 환각물질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비중이 상당한 편입니다. 환각물질을 먹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의학적 임상결과가 있었는지... 한 편의 광고영상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뭐 제작한 곳이 의료용 버섯을 판매하는 곳이어서 어쩔 수 없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계속 등장하는 폴을 보면서 '저 아저씨 뭐야... ㅡㅡ 그냥 버섯 보고 싶은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도 고대에 샤먼이 치료의 역할을 맡던 시절, 질병은 영적 세계의 일부로 여겨졌지만 현대에는 영적세계가 병원성 세균과 바이러스로 대체되어 모든 것이 수치로 판별되는 의학적 한계를 버섯을 통한 영적 체험으로 해결해볼 수 있다는 부분은 좀 어떤 점에서 일리있단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영상의 메시지가 좋았어요. 균류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완전한 관점의 변화라는 겁니다. 지구상의 균류가 150만종이 넘는다고 하는데... 제가 최재천 교수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최재천 교수는 생명다양성재단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저는 생명의 다양성과 멸종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지만 그 이유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최재천 교수의 말을 통해서 그 중요성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생명 다양성은 곧 문제해결의 다양함과 직결된다는 겁니다. 다양한 종이 유지된다는 것은 지구상의 생명이 유지하는 방법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멸종이 계속되고 단일종만 남게 된다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거죠.  그러니 생명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150만종이나 되는 균류에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도발적(?)인 영상 내용도 이런 걸 얘기하는 것 같았어요. 이외에도 영상에 담겨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제가 읽었던 두 권의 책(한권의 책과 한 권의 그림책ㅋ)이 떠올랐습니다. 사진 속의 두 권이에요. <공생, 그 아름다운 공존>과 <자연의 예술적 형상>이라는 그림책입니다. <공생...>은 파지스쿨 시절에 읽었던 미생물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게 거의 5년이 넘었으니 이 다큐보다도 먼저 쓰여진 책이네요. 균류에 대한 내용들을 보며 이 책을 떠올렸습니다. <자연의...>는 20세기의 독일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인 에른스트 헤켈의 책입니다. 이 사람은 다윈의 진화론에 동조해 해양 무척추동물을 연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 셍명체의 아름다운 형상을 발견해 이를 세밀화로 옮겼습니다. 이 책에는 굉장히 많은 해양생물들과 아주 조금의 식물들이 있는데 딱!! 한장 균류의 그림이 있습니다. 그림밖에 없어서 굉장히 재미있어요ㅋ

 

 

산호초 아니고 버섯!!

 

굉장히 다양한 버섯들이 나옵니다. 풍기버섯이었나? 느타리도그렇고 익숙한 버섯들도 나와요 ㅋㅋ

 

 

제가 너무 내용을 많이 쓴 것 같네요... 그만큼 재미있게 본 거라고 생각해주세요ㅋㅋㅋ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상에서 나오는 버섯의 모습들이 너무 경이롭고 아름다워서 몇 번이나 감탄했답니다 ㅎ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추천추천^^

댓글 4
  • 2022-07-21 07:14

    와....나, 균류에 대해 무지하게 관심 많은디....ㅋㅋ

  • 2022-07-21 08:51

    버섯이 산호초만큼 색이 곱고 아름답군요.

    참샘의 그림이 연상되네요.

    자세한 리뷰 고마워요 동은!!

  • 2022-07-21 16:42

    아! 꼭 찾아보고 싶네요.^^

  • 2022-07-26 17:51

    생명의 다양성이 문제해결의 다양성과 연결된다는 말이 중요한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