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함께 살 결심

무사
2023-01-30 09:38
924

함께 살 결심

2023.1.30.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예)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코비드 19와 자본주의적 욕망이 폭발한 2020. 개인적으로는 경경경(庚庚庚) 병존 시절인연의 기운을 받아 중대한 결단과 자기변형을 했던 해였다. 공동체에서 공부하는 것은 퇴직 이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공부하다 만난 이와 심지어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단과 변형의 시작은 문탁네트워크 '2020 양생프로젝트' 이었으니... 부디 조심하시라. 아니 기대하시라.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샘들 옆에 찐 다른 인간(종)이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3 양생프로젝트가 궁금하시면, 클릭 ☛)  취약한 몸들의 연대와 돌봄사회 (1년과정/2학기) | 문탁네트워크

 

2023 양생프로젝트 포스터

 
 
이 글은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두 동학이 좌충우돌, 티격태격 꾸려가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가족' 이야기다. 1회는 태동편.
 
* 정임합목 : 사주팔자의 일간 정화(丁火) 임수(壬水)가 만나 합화(合化) (木)이 되는 것으로, 우주의 기운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 정화와 임수 일간인 무사와 루틴은 어쩌다 만나 목이 되는 바람에 역동적이고 어설픈 초목의 기운으로 좌충우돌 하고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임수편'에서 계속됩니다.) 
혹 사주명리가 궁금하시다면,
현재 진행중인 사주명리 강좌 커리큘럼을 읽어보시고 하반기(예정) 사주명리 강좌를 기대해주세요~ 클릭 ☛ MBTI보다 명리학 | 문탁네트워크
 
 

월드컵 4강 신화와 맞바꾼 꿈! 어쨌든 꿈은 이루어진다.

 

얕은 머리만 믿고 끌려 들어간 직업적 욕망은 폐소공포증으로 끝을 맺었다. '이름을 말하기도 싫은 그자'가 9수만에 합격했다는 그 시험이었다. 그자에 대해서는 고시공부 중에도 친구들의 대소사를 챙겨서라며 '다정이 병인 양' 후하게 포장해주던데, 고시 9수라니… 방만한 생활과 이를 가능케 해준 이코노믹 서포트가 없었다면 리얼리 임파서블한 일이다. 뭐 어찌되었든 내 다른 꿈은 이루어졌는데, 살아생전 다시 못 볼 월드컵 4강과 고생 끝에 곧 당도할 백수 라이프(^^)가 그것이다.

 

고시생활을 접고 머리(카락)를 짧게 자른 후에 지금의 직업에 접속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월지와 일지의 강력한 역마를 타고 이곳 저곳 부유하며 산지 20년. 그래서 늘 정주하는 삶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렇다면 빨리 결혼해서 정착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하겠지만, 혈연이나 혼인을 매개로 한 민법상 가족이 오히려 남보다도 끔찍한 친밀함일 수 있음을 8살 이른 나이에 알아버렸다. 그리하여 나에게는 비혼이 더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귀결이었다.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숱한 물음에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다른 인간이나 (비인간) 동물 역시 돌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스스로를 돌보는 길조차 요원하다'며 답해왔다. 나로서는 원가족과의 경험에 근거한 선택이었지만, 물은 이들에게는 혼인하기를 선택하지 않는 '요즘 젊은 여성'의 변명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비혼의 삶도 그리 만만했던 것만은 아니다. 직장에서 보직을 옮길 때마다 ‘미혼 여성’은 조직 내 성폭력의 잠재적 유책 요인으로 다뤄지기 일쑤였다. 직장의 장()들은 ‘미혼 여성’이 조직에 틈입하는 것을 꺼렸다. ‘이런 취급을 받을 바에야 확 결혼해 버릴까?’ 싶다가도 나에게 결혼과 그로 인한 가족은 결코 비상구도 안식처도 아님을 다시 떠올릴 뿐이었다.

 

2006년 한 시민단체를 후원하게 되면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가부장제-자본주의-군사주의'의 견고한 동맹에서 비롯되었다는 진단에 동의하면서 삶의 현장에 대해 단순히 불편함과 불만을 토로하기 보다 뭘 좀 해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공부가 나에게 준 것이 언어와 지지만은 아니었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대안적 행복, 즐거움 같은 것이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12쪽)

 

"2006년 내가 만난 페미니즘은, 입가에만 맴돌았던 웅얼거림을 비로소 언어로 바꿔줬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답을 찾는 대신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매순간 날을 벼리고 벼려야만 쓸 수 있는 어려운 인식론이지만, '언어와 질문'을 찾아가는 공부라니... 앞으로도 죽~ 해볼만하지 않은가.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문탁네트워크 프로그램 '내 인생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 무사's pick 중에서)

 

 

공부는 인연을 싣고~

 

책 파도를 타다가 우연히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다. '용인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비교적 느슨(메모/발제/에세이 )해 보이는 <파지사유 인문학>(매주 토, 4주 과정) 공부를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등록한 임수와는 마치 입학 동기같은 동질감을 느끼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당시 임수는 '3년 프로젝트'(3년 안에 연애와 결혼과 출산 완료!)를 준비중이었다. '아니 그럴거면 문탁같은 생물학적 극여초 집단에 오면 안되지 않나요?'라며 가볍게 훈수를 두었지만, 한편으로는 3년 안에 그 어마어마한 일들을 다 끝내겠다는 임수의 선택 이면이 궁금했다. 무엇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이끌었는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결혼이라는 제도망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만 빼면 공부하는 삶, 퇴직 이후의 삶, 쌀쌀할 노후 등 임수와 정화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서, 목욕을 하면서, 무엇보다 공부하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면서 서로의 간극을 좁혀 나갔다.

 

유독 '누군가'에게 더 험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한 사람에게 생활 필수 노동의 독박을 씌우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면서도 서로에게 돌봄을 나눠주는 관계는 어떨까? 같은 집에 거주하면서 오늘의 찌질함은 잊고 내일의 세상과 맞설 수 있도록 돕는 '인생의 동료'같은 관계 말이다. 우리는 거친 밑그림을 그리며 '함께 살 결심'을 해보게 되었다.

 

제주, 비양도

 

 

혹시 신천지 언니?

 

본격적으로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합을 맞춰보기 위해 제주도로 M.T.도 다녀왔다. 생활비 통장을 만들었고 주거공간을 마련했다. 길 위에서 연대하기 위해 정임합목 기금도 매달 모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적, 제도적 결합 장치없이 성인이 돈을 모아 함께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터. 가끔 오해도 받는다. 당시는 신천지가 코비드 19의 대구지역 확산의 주범으로 언론보도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동거의 좋은 점에 대해 얘기하는 임수에게 이모님께서 진지하게 물으셨단다. '혹시 신천지 언니 아니니? 조심해라.'(신천지 아닙니다. 이모님^^) 법과 제도가 아닌 신의는, 연대는, 공부는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을까?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느슨하고 경쾌한 관계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그러나 어찌 꽃길뿐이겠는가

 

찐 다른 인간 둘이 만나 처음으로 의견충돌이 일어난 것도 계산 과정에서였다.(결과값은 같았다. 왜 싸운 거니?) 머리가 복잡해지면 먼저 혼자 곱씹고 소화한 후에 입 밖으로 꺼내는 정화와는 달리 임수는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하길 원했다. 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은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일까지, 무엇보다 표면을 스쳐가거나 심층에 쌓여있는 숱한 감정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는 것이었다. 시시콜콜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속사정,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 등 각자 축적해 온 삶의 스타일이 그라데이션처럼 예쁘게 섞이지는 않았다. 한편 그 다름과 차이가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였으니, 이해와 오해의 한끝 차이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이곳이 앎과 삶의 현장,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다.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겨울 정원

 

 

과연 정화와 임수는 합목하여 '가족'이 될 수 있을까?

 

2회 임수편에서 계속됩니다.

 

댓글 12
  • 2023-01-30 11:17

    다름과 차이로 이어지는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일 좌충우돌의 경험! 재밌겠습니다~~~기대돼요 ~~~~

  • 2023-01-30 11:48

    첫 스타트를 끊은 정화 감사합니다~~~^^
    다름과 차이는 불편한데, 생명력을 불어넣어요~! 재미있습니다~!! 정임합목 이야기 기대해주세요~~ㅎㅎ

  • 2023-01-30 12:10

    공부로 만나 '함께 살 결심'을 한 정화와 임수! 장합니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글을 쓰는 형식도 기대감을 한층 up 시키는군요.ㅎ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 있다 이제야 공개되는 정화입목양생하우스의 함께 살기 실험, 다음 회가 기다려집니다.^^

  • 2023-01-30 15:55

    신의, 연대, 공부가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1인으로서 앞으로의 두 언니들(멋지면 다 언니!!)의 이야기를 기대합니다~~~~^0^

  • 2023-01-30 16:00

    오프닝이 긴 느낌!! 본편은 언제 시작하나요? 더글로리처럼은 하지 맙시다^^

  • 2023-01-30 16:11

    '마췸내' 연재가 시작되었군요! 기대되요~~~~~

  • 2023-01-30 17:34

    와...정말 멋집니다!
    궁금...기대...^^
    다음편을 고대합니다!!!

  • 2023-01-30 20:06

    우하하 쌤들의 실험에서 저와 제 친구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를 엿보겠습니다

  • 2023-01-31 10:11

    저와 삶의 정거장(살림과연신내,금천구 시흥동)이 시간차를 두고 비껴갔다는걸 양생 캠프 가는 차 안에서 알게 되어 무사님 저 둘다 놀랜 경험이 있었어요.
    그러나 올해 계묘년 시작부터 양생 캠프 가는 이동 차에 같은 조가 되고, 나이듦 연구소 번개세미나, 칸트 해설서 읽기, 곧 시작할 2023양생 프로젝트까지 비껴간 인연들이 올해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것 같아 무지 신기해 하고 있어요. ㅎㅎ
    그리고 저도 정화..ㅎㅎㅎㅎㅎ
    정임합목 하우스 연재를 응원합니다.
    또 기대하며 기다릴께요.

  • 2023-01-31 13:53

    다음얘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어서어서 써주세요~^^

  • 2023-02-02 13:37

    저도 잠깐 다른 공동체 꿈꾸다 결혼 제도로 들어왔는데요. 다른 가족이야기 흥미진진이고요. 넘 멋있는 언니(멋있는 여성은 다 언니ㅋ)두 분 등장! 다음 화를 기다립니다.

  • 2023-02-06 19:45

    ‘극여초집단’, ‘신천지 언니’ㅋㅋㅋ 아슬아슬한 줄타기, 핑퐁핑퐁 주고 받는 연재 무지 기대됩니다!!!

아스퍼거는 귀여워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조금은 부끄럽고, 지루하며, 우울한 이야기임을 미리 밝힌다. 원래 나는 (믿기 힘들겠지만) 선천적으로 텐션이 낮은 종류의 인간이다. 자주 우울하고, 늘 하는 일에 절망하고, 자신이 없으며, 자신에 대해 의심하며, 반성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삶의 딜레마는, 나는 굉장히 활달한 류의 인간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 사이의 간극에서 평생동안 의문을 가지며 살아왔다. 어쩌면 나는 슬픔에 취해 사는 나르시시스트인 걸까. 우울한 내가 멋져 보이는 그런 유아적인 발상인 걸까. 그러면서도 또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두 가지 면이 팽팽하게 맞서는, 그래서 늘 초조함에 시달리는 사람인 거겠지. 이런 이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원래도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살면서 가끔 정말 가끔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뭐지. 이건 ‘정말로’ 잘못된 거잖아.”   비행기에서의 공황 장애, 공포와 만나다     ‘정말로’ 이상함을 느낀 건 비행기 안에서였다. 발리로 가는 중이었는데, 비행기가 뜨자마자 답답해지더니, 조금 지나자 기체의 작은 움직임에도 비행기가 금방이라도 떨어져서 바다 위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공포에 부딪혔다. 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줄줄 나며, 배가 꾸륵거리고, 심장이 튀어나오듯 쿵쿵거렸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스튜어디스에게 증상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는 처방받거나 개인이 들고탄 것 이외에 약을 제공할 수 없다고...
 이번에는 내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조금은 부끄럽고, 지루하며, 우울한 이야기임을 미리 밝힌다. 원래 나는 (믿기 힘들겠지만) 선천적으로 텐션이 낮은 종류의 인간이다. 자주 우울하고, 늘 하는 일에 절망하고, 자신이 없으며, 자신에 대해 의심하며, 반성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삶의 딜레마는, 나는 굉장히 활달한 류의 인간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 사이의 간극에서 평생동안 의문을 가지며 살아왔다. 어쩌면 나는 슬픔에 취해 사는 나르시시스트인 걸까. 우울한 내가 멋져 보이는 그런 유아적인 발상인 걸까. 그러면서도 또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그저 나는 두 가지 면이 팽팽하게 맞서는, 그래서 늘 초조함에 시달리는 사람인 거겠지. 이런 이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유는, 원래도 이렇게 생겨먹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살면서 가끔 정말 가끔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뭐지. 이건 ‘정말로’ 잘못된 거잖아.”   비행기에서의 공황 장애, 공포와 만나다     ‘정말로’ 이상함을 느낀 건 비행기 안에서였다. 발리로 가는 중이었는데, 비행기가 뜨자마자 답답해지더니, 조금 지나자 기체의 작은 움직임에도 비행기가 금방이라도 떨어져서 바다 위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공포에 부딪혔다. 몸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줄줄 나며, 배가 꾸륵거리고, 심장이 튀어나오듯 쿵쿵거렸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스튜어디스에게 증상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는 처방받거나 개인이 들고탄 것 이외에 약을 제공할 수 없다고...
모로
2024.07.25 | 조회 220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연결 1       “윤경샘, 청춘삘딩 대표님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지난번 윤경샘이 노랑식탁에서 활동했을 때 거기 대표가 청년이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문탁에서 마을 주간 행사를 주관하는데 패널로 모실라구요.”     작년 1년 동안 양생프로젝트에서 같이 공부한 겸목샘의 전화였다. 내가 직접 캐스팅하는 것은 그렇고 연결은 해드릴 수 있다며 전화번호를 건넸다. 나는 23년 6월부터 청춘삘딩과 연이 닿아 ‘노랑식탁’에서 활동했었다. (노랑식탁 이야기는 2월 연재 참고.^^) 그때 박대표를 알게 되었다. 청춘삘딩의 센터장, 박대표는 금천구 토박이다. 금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금천을 벗어나고 싶었단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렇다는 걸 알고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사실 나도 태어나고 자란 금천이 싫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금천을 떠났다가 20여 년 만에 돌아온 것도 엄마가 살고 계셨기 때문이지 결코 자의가 아니었다.)       나고 자란 마을을 위해 한 첫 번째 일은 청소년들과 사회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금천구청소년의회’였다. 이 프로젝트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박대표의 마음속에 금천마을은 ‘떠나고 싶은 곳’이 아닌 ‘내가 가꿔나갈 터전’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금천의 청년으로서 금천을 가꿔나갈 구체적 방안을 고민하다 <청소년독서실 기능전환>이란 타이틀로 주민참여예산에 공모했다. 그것이 청춘삘딩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2016년에 문을 연 청춘삘딩은 청년들의 커뮤니티 플랫폼이자 사회참여의 통로가 되었다. 지금 청춘삘딩의 대표 사업은 커뮤니티 지원사업 ‘두잇’과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소셜다이닝 ‘노랑식탁’, 그리고 요즘 가장 인기를 누리는 체육활동지원사업 ‘피지컬100’등이 있다.       박대표가 나의 연결로(^^) 참여한 행사는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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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단순삶
2024.07.20 | 조회 169
현민의 독국유학기
    나 아시아 여자     최근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작년 겨울에 만났던 서경과 반년 만에 만나 24시간 동안 한국 음식을 잔뜩 먹었다. 들기름 막국수, 불닭볶음면, 팥빙수, 연어 덮밥, 식혜. 타지에서 어렵게 구해 만든 한국 음식은 맛도 좋았지만, 그걸 같은 마음으로 먹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기뻤다. 최근 서경은 외국살이에 정이 떨어지는 일들을 자주 겪었다고 했다. 묵은 인종차별 경험담을 서로에게 들려주며 한바탕 분노를 풀고나면 씨발...하지만 어쩌겠나 하며 끝낸다. 아시안 얼굴의 여자여서 겪는 차별의 경험은 분명 화가 나지만 세상엔 절대불변의 좆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았다.   서경은 삼일 뒤 한국에 간다고 했다. 한국 가면 뭐 할 거야? 몰라 그냥 집에서 강아지랑 고양이 만지면서 쉬고 싶어. 나에겐 한국에 가는 일이 너무 어려운데 비행기에 앉아 반나절 있으면 도착하는 게 한국이라니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서경과 네덜란드에서 빙수를 해먹은 뒤, 집에 돌아와서 플랫메이트들과 팥빙수를 만들었다. 단팥이라는 게 유럽에서는 굉장히 드물어서 다들 굉장히 신기해하며 먹었는데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     내 남자친구 니키는 네덜란드에 오랫동안 살았다. 우리는 그의 친구 그리스인 에반스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네덜란드에 갔다. 암스테르담에 사는 에반스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작은 생일파티를 열었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잘 긴장하는데 그날도 담배를 핑계로 집 뒤편에 있는 테라스에 의식적으로 숨어있었다. 그때 한 아시안 여자애가 다른 사람들과 들어왔다. 그 애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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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
2024.07.19 | 조회 239
일상명상
    길에서 만난 지렁이   어제 아버지 집으로 오던 길에 지렁이 한 마리가 햇살이 내리쬐는 뜨거운 인도 위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못 본 척하고 길을 가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지렁이에게 되돌아갔다. 나뭇가지를 주워 지렁이를 올려서 흙이 있는 곳으로 옮겼다. 그런 뒤 지렁이가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지켜보았다.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곧바로 흙을 뚫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지렁이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렁이는 머리 부분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오래도록 흙의 상태를 탐색했다. 이렇게 자세히 지렁이를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   얼마 전부터 비 온 다음날이면 지렁이가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지렁이가 밖으로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다. 비가 와서 지렁이가 파놓은 흙 속 터널이 물에 잠기면 호흡을 하기 어려워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지렁이는 물속에서 오랫동안 피부호흡이 가능하다며 비가 흙에 부딪칠 때의 진동을 천적인 두더지 소리로 알고 위협을 느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무튼 어떤 이유에서인지 위협을 느껴 밖으로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렁이는 비극을 맞이한다.   지렁이가 죽으면 개미들이 지렁이 사체에 와글와글 모여든다. 어떤 존재에게는 죽음이지만 또 다른 존재에게는 포식의 축제가 되는 장면이다. 그 모습을 보면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지나치게 된다. 간혹 아직 살아 있는 지렁이를 보게 될 때도 있었지만 지렁이를 향해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적은 없었다. 지렁이를 향한 연민이 가볍고...
    길에서 만난 지렁이   어제 아버지 집으로 오던 길에 지렁이 한 마리가 햇살이 내리쬐는 뜨거운 인도 위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못 본 척하고 길을 가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지렁이에게 되돌아갔다. 나뭇가지를 주워 지렁이를 올려서 흙이 있는 곳으로 옮겼다. 그런 뒤 지렁이가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지켜보았다. 내가 기대했던 것처럼 곧바로 흙을 뚫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지렁이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렁이는 머리 부분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오래도록 흙의 상태를 탐색했다. 이렇게 자세히 지렁이를 지켜본 건 처음이었다.   얼마 전부터 비 온 다음날이면 지렁이가 자주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지렁이가 밖으로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다. 비가 와서 지렁이가 파놓은 흙 속 터널이 물에 잠기면 호흡을 하기 어려워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지렁이는 물속에서 오랫동안 피부호흡이 가능하다며 비가 흙에 부딪칠 때의 진동을 천적인 두더지 소리로 알고 위협을 느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무튼 어떤 이유에서인지 위협을 느껴 밖으로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지렁이는 비극을 맞이한다.   지렁이가 죽으면 개미들이 지렁이 사체에 와글와글 모여든다. 어떤 존재에게는 죽음이지만 또 다른 존재에게는 포식의 축제가 되는 장면이다. 그 모습을 보면 고개를 돌려 외면하며 지나치게 된다. 간혹 아직 살아 있는 지렁이를 보게 될 때도 있었지만 지렁이를 향해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적은 없었다. 지렁이를 향한 연민이 가볍고...
요요
2024.07.15 | 조회 202
K장녀_돌봄을 말하다
      2021년 1월 어느 날 엄마가 전화를 하신다. 잘 들어보니 미래에셋증권이다. 예전에 남편이 우리사주 받을 때 엄마도 조금 사두었던 주식이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나보다. 엄마는 주식을 팔고 있었다. 좀 더 두면 더 오를 것도 같은데 엄마는 결단을 하신 듯, 아무 미련 없이 주식을 팔아달라고 요청한다. 원래 돈 욕심이 없으신 분이다. 주식은 아주 오랫동안 갖고 계시던 건데 그래도 잘 기억하고 있다가 팔아서 천만 원 정도 챙기신 듯. 며칠 후. 은행에 가야한다고 계속 가까운데 당신 거래은행 지점을 찾으신다. 불행히도 그 은행이 가까이 있지 않아서 무슨 일인지 여쭤보니 통장 정리하고 돈도 좀 찾으시려 한단다. 가까운 타은행 ATM기로 모시고 갔다. 돈을 찾고 잔고를 확인해보시더니 돈이 들어왔다고 하신다. 100만원을 찾더니 집에 와서 그걸 사위에게 주신다. 엄마, 왜? 사위 덕에 산 주식이었으니까. 남편과 나는 엄청 웃었다.   2021년 2월 15일 엄마의 말이 약간 바뀌었다. “혼자 밥해 먹기 싫어서 우리 집에 안가. 딸이 다 해 주니까.” 이 전에는 ‘몸이 아파서 와 있는 거야. 이제 곧 가야지.’ 이런 식이었다. 2층에서 내려드린 자전거 운동기구도 자랑하시고 손주네가 설 선물로 사다드린 손바닥 안마기도 자랑하신다. 그러면서 2주에 한 번씩 맞으러 가던 통증 주사도 별 소용없다고 하시는 엄마. 전에는 그것 때문에 집에 가야한다고도 하셨는데...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져가는 것이면 좋겠다. 식탁에서 책 읽다가 거실에서 통화하는 엄마 목소리를 살짝 들었다.^^   엄마가...
      2021년 1월 어느 날 엄마가 전화를 하신다. 잘 들어보니 미래에셋증권이다. 예전에 남편이 우리사주 받을 때 엄마도 조금 사두었던 주식이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나보다. 엄마는 주식을 팔고 있었다. 좀 더 두면 더 오를 것도 같은데 엄마는 결단을 하신 듯, 아무 미련 없이 주식을 팔아달라고 요청한다. 원래 돈 욕심이 없으신 분이다. 주식은 아주 오랫동안 갖고 계시던 건데 그래도 잘 기억하고 있다가 팔아서 천만 원 정도 챙기신 듯. 며칠 후. 은행에 가야한다고 계속 가까운데 당신 거래은행 지점을 찾으신다. 불행히도 그 은행이 가까이 있지 않아서 무슨 일인지 여쭤보니 통장 정리하고 돈도 좀 찾으시려 한단다. 가까운 타은행 ATM기로 모시고 갔다. 돈을 찾고 잔고를 확인해보시더니 돈이 들어왔다고 하신다. 100만원을 찾더니 집에 와서 그걸 사위에게 주신다. 엄마, 왜? 사위 덕에 산 주식이었으니까. 남편과 나는 엄청 웃었다.   2021년 2월 15일 엄마의 말이 약간 바뀌었다. “혼자 밥해 먹기 싫어서 우리 집에 안가. 딸이 다 해 주니까.” 이 전에는 ‘몸이 아파서 와 있는 거야. 이제 곧 가야지.’ 이런 식이었다. 2층에서 내려드린 자전거 운동기구도 자랑하시고 손주네가 설 선물로 사다드린 손바닥 안마기도 자랑하신다. 그러면서 2주에 한 번씩 맞으러 가던 통증 주사도 별 소용없다고 하시는 엄마. 전에는 그것 때문에 집에 가야한다고도 하셨는데...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져가는 것이면 좋겠다. 식탁에서 책 읽다가 거실에서 통화하는 엄마 목소리를 살짝 들었다.^^   엄마가...
인디언
2024.07.15 | 조회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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