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함께 살 결심
함께 살 결심
2023.1.30.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예)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는 주로 서양철학을 공부하며,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코비드 19와 자본주의적 욕망이 폭발한 2020년. 개인적으로는 경경경(庚庚庚) 병존 시절인연의 기운을 받아 중대한 결단과 자기변형을 했던 해였다. 공동체에서 공부하는 것은 퇴직 이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공부하다 만난 이와 심지어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단과 변형의 시작은 문탁네트워크 '2020 양생프로젝트' 이었으니... 부디 조심하시라. 아니 기대하시라.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샘들 옆에 찐 다른 인간(종)이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3 양생프로젝트가 궁금하시면, 클릭 ☛) 취약한 몸들의 연대와 돌봄사회 (1년과정/2학기) | 문탁네트워크

2023 양생프로젝트 포스터
월드컵 4강 신화와 맞바꾼 꿈! 어쨌든 꿈은 이루어진다.
얕은 머리만 믿고 끌려 들어간 직업적 욕망은 폐소공포증으로 끝을 맺었다. '이름을 말하기도 싫은 그자'가 9수만에 합격했다는 그 시험이었다. 그자에 대해서는 고시공부 중에도 친구들의 대소사를 챙겨서라며 '다정이 병인 양' 후하게 포장해주던데, 고시 9수라니… 방만한 생활과 이를 가능케 해준 이코노믹 서포트가 없었다면 리얼리 임파서블한 일이다. 뭐 어찌되었든 내 다른 꿈은 이루어졌는데, 살아생전 다시 못 볼 월드컵 4강과 고생 끝에 곧 당도할 백수 라이프(^^)가 그것이다.
고시생활을 접고 머리(카락)를 짧게 자른 후에 지금의 직업에 접속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월지와 일지의 강력한 역마를 타고 이곳 저곳 부유하며 산지 20년. 그래서 늘 정주하는 삶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렇다면 빨리 결혼해서 정착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하겠지만, 혈연이나 혼인을 매개로 한 민법상 가족이 오히려 남보다도 끔찍한 친밀함일 수 있음을 8살 이른 나이에 알아버렸다. 그리하여 나에게는 비혼이 더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귀결이었다.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숱한 물음에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다른 인간이나 (비인간) 동물 역시 돌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스스로를 돌보는 길조차 요원하다'며 답해왔다. 나로서는 원가족과의 경험에 근거한 선택이었지만, 물은 이들에게는 혼인하기를 선택하지 않는 '요즘 젊은 여성'의 변명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비혼의 삶도 그리 만만했던 것만은 아니다. 직장에서 보직을 옮길 때마다 ‘미혼 여성’은 조직 내 성폭력의 잠재적 유책 요인으로 다뤄지기 일쑤였다. 직장의 장(長)들은 ‘미혼 여성’이 조직에 틈입하는 것을 꺼렸다. ‘이런 취급을 받을 바에야 확 결혼해 버릴까?’ 싶다가도 나에게 결혼과 그로 인한 가족은 결코 비상구도 안식처도 아님을 다시 떠올릴 뿐이었다.
2006년 한 시민단체를 후원하게 되면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가부장제-자본주의-군사주의'의 견고한 동맹에서 비롯되었다는 진단에 동의하면서 삶의 현장에 대해 단순히 불편함과 불만을 토로하기 보다 뭘 좀 해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공부가 나에게 준 것이 언어와 지지만은 아니었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대안적 행복, 즐거움 같은 것이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12쪽)
"2006년 내가 만난 페미니즘은, 입가에만 맴돌았던 웅얼거림을 비로소 언어로 바꿔줬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답을 찾는 대신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매순간 날을 벼리고 벼려야만 쓸 수 있는 어려운 인식론이지만, '언어와 질문'을 찾아가는 공부라니... 앞으로도 죽~ 해볼만하지 않은가.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문탁네트워크 프로그램 '내 인생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 무사's pick 중에서)
공부는 인연을 싣고~
책 파도를 타다가 우연히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다. '용인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비교적 느슨(메모/발제/에세이 無)해 보이는 <파지사유 인문학>(매주 토, 4주 과정) 공부를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등록한 임수와는 마치 입학 동기같은 동질감을 느끼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당시 임수는 '3년 프로젝트'(3년 안에 연애와 결혼과 출산 완료!)를 준비중이었다. '아니 그럴거면 문탁같은 생물학적 극여초 집단에 오면 안되지 않나요?'라며 가볍게 훈수를 두었지만, 한편으로는 3년 안에 그 어마어마한 일들을 다 끝내겠다는 임수의 선택 이면이 궁금했다. 무엇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이끌었는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결혼’이라는 제도망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만 빼면 공부하는 삶, 퇴직 이후의 삶, 쌀쌀할 노후 등 임수와 정화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서, 목욕을 하면서, 무엇보다 공부하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면서 서로의 간극을 좁혀 나갔다.
유독 '누군가'에게 더 험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한 사람에게 생활 필수 노동의 독박을 씌우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면서도 서로에게 돌봄을 나눠주는 관계는 어떨까? 같은 집에 거주하면서 오늘의 찌질함은 잊고 내일의 세상과 맞설 수 있도록 돕는 '인생의 동료'같은 관계 말이다. 우리는 거친 밑그림을 그리며 '함께 살 결심'을 해보게 되었다.

혹시 신천지 언니?
본격적으로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합을 맞춰보기 위해 제주도로 M.T.도 다녀왔다. 생활비 통장을 만들었고 주거공간을 마련했다. 길 위에서 연대하기 위해 정임합목 기금도 매달 모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적, 제도적 결합 장치없이 성인이 돈을 모아 함께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터. 가끔 오해도 받는다. 당시는 신천지가 코비드 19의 대구지역 확산의 주범으로 언론보도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동거의 좋은 점에 대해 얘기하는 임수에게 이모님께서 진지하게 물으셨단다. '혹시 신천지 언니 아니니? 조심해라.'(신천지 아닙니다. 이모님^^) 법과 제도가 아닌 신의는, 연대는, 공부는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을까?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느슨하고 경쾌한 관계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그러나 어찌 꽃길뿐이겠는가
찐 다른 인간 둘이 만나 처음으로 의견충돌이 일어난 것도 계산 과정에서였다.(결과값은 같았다. 왜 싸운 거니?) 머리가 복잡해지면 먼저 혼자 곱씹고 소화한 후에 입 밖으로 꺼내는 정화와는 달리 임수는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하길 원했다. 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은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일까지, 무엇보다 표면을 스쳐가거나 심층에 쌓여있는 숱한 감정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는 것이었다. 시시콜콜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속사정,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 등 각자 축적해 온 삶의 스타일이 그라데이션처럼 예쁘게 섞이지는 않았다. 한편 그 다름과 차이가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였으니, 이해와 오해의 한끝 차이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이곳이 앎과 삶의 현장,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다.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겨울 정원
과연 정화와 임수는 합목하여 '가족'이 될 수 있을까?
2회 임수편에서 계속됩니다.
다름과 차이로 이어지는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일 좌충우돌의 경험! 재밌겠습니다~~~기대돼요 ~~~~
첫 스타트를 끊은 정화 감사합니다~~~^^
다름과 차이는 불편한데, 생명력을 불어넣어요~! 재미있습니다~!! 정임합목 이야기 기대해주세요~~ㅎㅎ
공부로 만나 '함께 살 결심'을 한 정화와 임수! 장합니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글을 쓰는 형식도 기대감을 한층 up 시키는군요.ㅎ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 있다 이제야 공개되는 정화입목양생하우스의 함께 살기 실험, 다음 회가 기다려집니다.^^
신의, 연대, 공부가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1인으로서 앞으로의 두 언니들(멋지면 다 언니!!)의 이야기를 기대합니다~~~~^0^
오프닝이 긴 느낌!! 본편은 언제 시작하나요? 더글로리처럼은 하지 맙시다^^
'마췸내' 연재가 시작되었군요! 기대되요~~~~~
와...정말 멋집니다!
궁금...기대...^^
다음편을 고대합니다!!!
우하하 쌤들의 실험에서 저와 제 친구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를 엿보겠습니다
저와 삶의 정거장(살림과연신내,금천구 시흥동)이 시간차를 두고 비껴갔다는걸 양생 캠프 가는 차 안에서 알게 되어 무사님 저 둘다 놀랜 경험이 있었어요.
그러나 올해 계묘년 시작부터 양생 캠프 가는 이동 차에 같은 조가 되고, 나이듦 연구소 번개세미나, 칸트 해설서 읽기, 곧 시작할 2023양생 프로젝트까지 비껴간 인연들이 올해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것 같아 무지 신기해 하고 있어요. ㅎㅎ
그리고 저도 정화..ㅎㅎㅎㅎㅎ
정임합목 하우스 연재를 응원합니다.
또 기대하며 기다릴께요.
다음얘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어서어서 써주세요~^^
저도 잠깐 다른 공동체 꿈꾸다 결혼 제도로 들어왔는데요. 다른 가족이야기 흥미진진이고요. 넘 멋있는 언니(멋있는 여성은 다 언니ㅋ)두 분 등장! 다음 화를 기다립니다.
‘극여초집단’, ‘신천지 언니’ㅋㅋㅋ 아슬아슬한 줄타기, 핑퐁핑퐁 주고 받는 연재 무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