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함께 살 결심

무사
2023-01-30 09:38
817

함께 살 결심

2023.1.30. 정화편

Designed by Cho-hui

 

 

 

 

 

 

(앞으로 꽃길만 걷고 싶은) 예) 백수 꿈나무

살림의료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 희망법/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

문탁에서 함께 공부하던 임수를 꼬드겨 '쫌 다른 가족-되기' 실험 중

소박하게 꾸린 정임합목 양생하우스에서 앎과 삶에 관해 질문하며 살고 있다.

 

 

코비드 19와 자본주의적 욕망이 폭발한 2020. 개인적으로는 경경경(庚庚庚) 병존 시절인연의 기운을 받아 중대한 결단과 자기변형을 했던 해였다. 공동체에서 공부하는 것은 퇴직 이후에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공부하다 만난 이와 심지어 함께 살고 있으니 말이다. 결단과 변형의 시작은 문탁네트워크 '2020 양생프로젝트' 이었으니... 부디 조심하시라. 아니 기대하시라. 문탁네트워크에서 공부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샘들 옆에 찐 다른 인간(종)이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3 양생프로젝트가 궁금하시면, 클릭 ☛)  취약한 몸들의 연대와 돌봄사회 (1년과정/2학기) | 문탁네트워크

 

2023 양생프로젝트 포스터

 
 
이 글은 문탁에서 공부하다 만난 두 동학이 좌충우돌, 티격태격 꾸려가는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가족' 이야기다. 1회는 태동편.
 
* 정임합목 : 사주팔자의 일간 정화(丁火) 임수(壬水)가 만나 합화(合化) (木)이 되는 것으로, 우주의 기운이 새롭게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각 정화와 임수 일간인 무사와 루틴은 어쩌다 만나 목이 되는 바람에 역동적이고 어설픈 초목의 기운으로 좌충우돌 하고 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임수편'에서 계속됩니다.) 
혹 사주명리가 궁금하시다면,
현재 진행중인 사주명리 강좌 커리큘럼을 읽어보시고 하반기(예정) 사주명리 강좌를 기대해주세요~ 클릭 ☛ MBTI보다 명리학 | 문탁네트워크
 
 

월드컵 4강 신화와 맞바꾼 꿈! 어쨌든 꿈은 이루어진다.

 

얕은 머리만 믿고 끌려 들어간 직업적 욕망은 폐소공포증으로 끝을 맺었다. '이름을 말하기도 싫은 그자'가 9수만에 합격했다는 그 시험이었다. 그자에 대해서는 고시공부 중에도 친구들의 대소사를 챙겨서라며 '다정이 병인 양' 후하게 포장해주던데, 고시 9수라니… 방만한 생활과 이를 가능케 해준 이코노믹 서포트가 없었다면 리얼리 임파서블한 일이다. 뭐 어찌되었든 내 다른 꿈은 이루어졌는데, 살아생전 다시 못 볼 월드컵 4강과 고생 끝에 곧 당도할 백수 라이프(^^)가 그것이다.

 

고시생활을 접고 머리(카락)를 짧게 자른 후에 지금의 직업에 접속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월지와 일지의 강력한 역마를 타고 이곳 저곳 부유하며 산지 20년. 그래서 늘 정주하는 삶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렇다면 빨리 결혼해서 정착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하겠지만, 혈연이나 혼인을 매개로 한 민법상 가족이 오히려 남보다도 끔찍한 친밀함일 수 있음을 8살 이른 나이에 알아버렸다. 그리하여 나에게는 비혼이 더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귀결이었다.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숱한 물음에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어야 다른 인간이나 (비인간) 동물 역시 돌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스스로를 돌보는 길조차 요원하다'며 답해왔다. 나로서는 원가족과의 경험에 근거한 선택이었지만, 물은 이들에게는 혼인하기를 선택하지 않는 '요즘 젊은 여성'의 변명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비혼의 삶도 그리 만만했던 것만은 아니다. 직장에서 보직을 옮길 때마다 ‘미혼 여성’은 조직 내 성폭력의 잠재적 유책 요인으로 다뤄지기 일쑤였다. 직장의 장()들은 ‘미혼 여성’이 조직에 틈입하는 것을 꺼렸다. ‘이런 취급을 받을 바에야 확 결혼해 버릴까?’ 싶다가도 나에게 결혼과 그로 인한 가족은 결코 비상구도 안식처도 아님을 다시 떠올릴 뿐이었다.

 

2006년 한 시민단체를 후원하게 되면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그리고 지금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이 '가부장제-자본주의-군사주의'의 견고한 동맹에서 비롯되었다는 진단에 동의하면서 삶의 현장에 대해 단순히 불편함과 불만을 토로하기 보다 뭘 좀 해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공부가 나에게 준 것이 언어와 지지만은 아니었다. 

 

"여성주의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배 규범, '상식'에 도전하는 모든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지지해준다...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준다. 대안적 행복, 즐거움 같은 것이다." (정희진, <페미니즘의 도전>, 12쪽)

 

"2006년 내가 만난 페미니즘은, 입가에만 맴돌았던 웅얼거림을 비로소 언어로 바꿔줬고, 누군가가 정해놓은 답을 찾는 대신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매순간 날을 벼리고 벼려야만 쓸 수 있는 어려운 인식론이지만, '언어와 질문'을 찾아가는 공부라니... 앞으로도 죽~ 해볼만하지 않은가.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문탁네트워크 프로그램 '내 인생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 무사's pick 중에서)

 

 

공부는 인연을 싣고~

 

책 파도를 타다가 우연히 문탁네트워크를 알게 되었다. '용인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비교적 느슨(메모/발제/에세이 )해 보이는 <파지사유 인문학>(매주 토, 4주 과정) 공부를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등록한 임수와는 마치 입학 동기같은 동질감을 느끼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당시 임수는 '3년 프로젝트'(3년 안에 연애와 결혼과 출산 완료!)를 준비중이었다. '아니 그럴거면 문탁같은 생물학적 극여초 집단에 오면 안되지 않나요?'라며 가볍게 훈수를 두었지만, 한편으로는 3년 안에 그 어마어마한 일들을 다 끝내겠다는 임수의 선택 이면이 궁금했다. 무엇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이끌었는지 대화를 나누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결혼이라는 제도망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만 빼면 공부하는 삶, 퇴직 이후의 삶, 쌀쌀할 노후 등 임수와 정화의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만 올레길을 걸으면서,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서, 목욕을 하면서, 무엇보다 공부하는 삶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면서 서로의 간극을 좁혀 나갔다.

 

유독 '누군가'에게 더 험한 세상에 맞서기 위해, 한 사람에게 생활 필수 노동의 독박을 씌우지 않고, 스스로를 돌보면서도 서로에게 돌봄을 나눠주는 관계는 어떨까? 같은 집에 거주하면서 오늘의 찌질함은 잊고 내일의 세상과 맞설 수 있도록 돕는 '인생의 동료'같은 관계 말이다. 우리는 거친 밑그림을 그리며 '함께 살 결심'을 해보게 되었다.

 

제주, 비양도

 

 

혹시 신천지 언니?

 

본격적으로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합을 맞춰보기 위해 제주도로 M.T.도 다녀왔다. 생활비 통장을 만들었고 주거공간을 마련했다. 길 위에서 연대하기 위해 정임합목 기금도 매달 모으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적, 제도적 결합 장치없이 성인이 돈을 모아 함께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터. 가끔 오해도 받는다. 당시는 신천지가 코비드 19의 대구지역 확산의 주범으로 언론보도에 등장하던 시기였다. 동거의 좋은 점에 대해 얘기하는 임수에게 이모님께서 진지하게 물으셨단다. '혹시 신천지 언니 아니니? 조심해라.'(신천지 아닙니다. 이모님^^) 법과 제도가 아닌 신의는, 연대는, 공부는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을까? 우리는 반신반의하며 느슨하고 경쾌한 관계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그러나 어찌 꽃길뿐이겠는가

 

찐 다른 인간 둘이 만나 처음으로 의견충돌이 일어난 것도 계산 과정에서였다.(결과값은 같았다. 왜 싸운 거니?) 머리가 복잡해지면 먼저 혼자 곱씹고 소화한 후에 입 밖으로 꺼내는 정화와는 달리 임수는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하길 원했다. 생활을 함께 한다는 것은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일까지, 무엇보다 표면을 스쳐가거나 심층에 쌓여있는 숱한 감정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는 것이었다. 시시콜콜 말할 수 없는 개인의 속사정,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 등 각자 축적해 온 삶의 스타일이 그라데이션처럼 예쁘게 섞이지는 않았다. 한편 그 다름과 차이가 우리를 이어주는 끈이기도 하였으니, 이해와 오해의 한끝 차이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이곳이 앎과 삶의 현장, 정임합목 양생하우스다.

 


정임합목 양생하우스, 겨울 정원

 

 

과연 정화와 임수는 합목하여 '가족'이 될 수 있을까?

 

2회 임수편에서 계속됩니다.

 

댓글 12
  • 2023-01-30 11:17

    다름과 차이로 이어지는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일 좌충우돌의 경험! 재밌겠습니다~~~기대돼요 ~~~~

  • 2023-01-30 11:48

    첫 스타트를 끊은 정화 감사합니다~~~^^
    다름과 차이는 불편한데, 생명력을 불어넣어요~! 재미있습니다~!! 정임합목 이야기 기대해주세요~~ㅎㅎ

  • 2023-01-30 12:10

    공부로 만나 '함께 살 결심'을 한 정화와 임수! 장합니다.^^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글을 쓰는 형식도 기대감을 한층 up 시키는군요.ㅎ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 있다 이제야 공개되는 정화입목양생하우스의 함께 살기 실험, 다음 회가 기다려집니다.^^

  • 2023-01-30 15:55

    신의, 연대, 공부가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믿는 1인으로서 앞으로의 두 언니들(멋지면 다 언니!!)의 이야기를 기대합니다~~~~^0^

  • 2023-01-30 16:00

    오프닝이 긴 느낌!! 본편은 언제 시작하나요? 더글로리처럼은 하지 맙시다^^

  • 2023-01-30 16:11

    '마췸내' 연재가 시작되었군요! 기대되요~~~~~

  • 2023-01-30 17:34

    와...정말 멋집니다!
    궁금...기대...^^
    다음편을 고대합니다!!!

  • 2023-01-30 20:06

    우하하 쌤들의 실험에서 저와 제 친구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지를 엿보겠습니다

  • 2023-01-31 10:11

    저와 삶의 정거장(살림과연신내,금천구 시흥동)이 시간차를 두고 비껴갔다는걸 양생 캠프 가는 차 안에서 알게 되어 무사님 저 둘다 놀랜 경험이 있었어요.
    그러나 올해 계묘년 시작부터 양생 캠프 가는 이동 차에 같은 조가 되고, 나이듦 연구소 번개세미나, 칸트 해설서 읽기, 곧 시작할 2023양생 프로젝트까지 비껴간 인연들이 올해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것 같아 무지 신기해 하고 있어요. ㅎㅎ
    그리고 저도 정화..ㅎㅎㅎㅎㅎ
    정임합목 하우스 연재를 응원합니다.
    또 기대하며 기다릴께요.

  • 2023-01-31 13:53

    다음얘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어서어서 써주세요~^^

  • 2023-02-02 13:37

    저도 잠깐 다른 공동체 꿈꾸다 결혼 제도로 들어왔는데요. 다른 가족이야기 흥미진진이고요. 넘 멋있는 언니(멋있는 여성은 다 언니ㅋ)두 분 등장! 다음 화를 기다립니다.

  • 2023-02-06 19:45

    ‘극여초집단’, ‘신천지 언니’ㅋㅋㅋ 아슬아슬한 줄타기, 핑퐁핑퐁 주고 받는 연재 무지 기대됩니다!!!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오줌, 똥을 못 가렸다. 만 3살이 지나,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를 못 뗐으니 말 다 했지. (네이버에 쳐보니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라고 쓰여있다) 발육이 남다른 감자에게 맞는 기저귀 사이즈가 더 이상 없어서, 더 큰 기저귀를 찾으려면 성인용으로 가야 할 판이였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일단 벗기고 팬티를 입혀 놓으면 자신도 축축한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된다나? 그 말을 믿고 덜컥 어린이집 적응과 배변 훈련을 동시에 해버리자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이집 적응도 힘든 마당에 배변 훈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나도 울고, 감자도 울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마도) 울었다.       기저귀 벗기 강제집행을 시행한 후, 어린이집에서 하루 평균 2~3번 오줌을 쌌다. 여벌 바지와 팬티를 수도 없이 챙기고, 심지어 바지가 모자라는 날은 친구 것을 빌려 입고 오는 일도 허다했다. 외출 시에는 무조건 화장실만 보이면 억지로 오줌을 뉘었다. 내가 신경 써서 화장실을 보내면 괜찮지만, 조금만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내가 집안일이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실수했다. 외출도 불안하고, 늘 둘 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도 늘상 실수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오줌은 나았는데, 똥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갈수록 똥 누는 걸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나중에 가서는 변을 5일에서 일주일 정도에 한 번 눴다. 똥은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져서 더 누기 힘든 악순환.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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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2024.04.25 | 조회 148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2024년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토요일 양생프로젝트와 죽음 탐구 세미나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 2주나 결석했다. 2019년 감이당 일성으로 시작해 1년 과정을 6년 동안 공부해오는 동안 결석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공부하러 가는 것이 수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2주 연속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앙처럼 지켜온 인문학 수업 출석을 어기게 한 이 사건을 정리하며 나에게 정치적 활동이란 무엇일까 다시 짚어보고 싶다.           나의 첫정당 활동 연대기     내가 처음 정당에 가입한 것은 2012년, 녹색당이었다. 그때 나는 하기 싫은 일에 매여 사는 나의 일상이 싫었다. 그 탓을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 생각했나 여하튼 정권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정권을 욕했다. 그러나 술 먹고 욕하는 걸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3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르게 살고자 첫 백수 생활에 도전했다. (나의 백수 도전기와 다르게 사는 도전은 나의 연재 글 <1화 금천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참고하시길^^) 그러다 마을에서 만난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에서 ‘녹색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핵 발전소와 탈핵 운동에 대해서 그랬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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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단순삶
2024.04.20 | 조회 273
현민의 독국유학기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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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 조회 203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가마솥
2024.04.15 | 조회 183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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