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남어진의 밀양통신
      강정 마을 사람, 딸기에게              글 : 남어진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학교 그만두고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했고, 지금은 노가다일을 합니다만,  여전히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살면서 처음 해 보는 일이네요. (그것도 공개적으로) 우리는 서로 현장의 활동가로 만나, 매번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눈짓 한 번, 짧은 말 한 마디 한 번씩만 나누며 몇 년을 알고 지내며 함께 차 한 잔 해볼 수도 없었네요. 밀양 주민과 함께 제주에 가거나, 서울에서 기자회견이 있을 때 말고는 얼굴 보기도 참 힘들었어요. 강정에서 살며 겪는 일의 자세한 사정도, 당신의 속내도 잘 모르면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관함식’ 때문이에요. 정확히는 강정마을에 사는 평화활동가들의 마음이 끊임없는 무너짐의 연속일까 걱정되어, 어떻게 하면 조금의 위로라도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속상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당신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만 할까봐 글을 시작하는 지금도 조금 망설여지네요.         편지를 쓰다 막 올라온 주민투표 결과를 보았어요. 뉴스에는 숫자로만 보여질 저 결과 때문에, 당신들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까 짐작이 되지 않아요. 결국 이번에도 청와대는 다른...
      강정 마을 사람, 딸기에게              글 : 남어진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학교 그만두고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했고, 지금은 노가다일을 합니다만,  여전히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살면서 처음 해 보는 일이네요. (그것도 공개적으로) 우리는 서로 현장의 활동가로 만나, 매번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눈짓 한 번, 짧은 말 한 마디 한 번씩만 나누며 몇 년을 알고 지내며 함께 차 한 잔 해볼 수도 없었네요. 밀양 주민과 함께 제주에 가거나, 서울에서 기자회견이 있을 때 말고는 얼굴 보기도 참 힘들었어요. 강정에서 살며 겪는 일의 자세한 사정도, 당신의 속내도 잘 모르면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관함식’ 때문이에요. 정확히는 강정마을에 사는 평화활동가들의 마음이 끊임없는 무너짐의 연속일까 걱정되어, 어떻게 하면 조금의 위로라도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속상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당신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만 할까봐 글을 시작하는 지금도 조금 망설여지네요.         편지를 쓰다 막 올라온 주민투표 결과를 보았어요. 뉴스에는 숫자로만 보여질 저 결과 때문에, 당신들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까 짐작이 되지 않아요. 결국 이번에도 청와대는 다른...
밀양통신
2018.07.31 | 조회 2742
지난 연재 읽기 감자전의 만화展
감자전
2018.07.31 | 조회 625
지난 연재 읽기 감자전의 만화展
감자전
2018.07.24 | 조회 683
지난 연재 읽기 문탁이 사랑한 책들
문탁이 사랑한 책들 04  <병원이 병을 만든다> 필연과 자율의 삶, ‘건강’         글 : 둥글레                     나는 약사다. 의료 전문직으로 그 관련된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했다. 종합병원, 약국, 의약품 도매상, 제약회사를 섭렵하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아픈 사람을 치유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서 일을 하기도 했고 전문직으로서 책임질만한 능력을 구비하기 위해 공부도 꽤 했다. 그래서 이반 일리히의 『병원이 병을 만든다』는 내게 힘든 책이었다. 이 책이 직접적으로 의료제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인문학 책들처럼 읽고 나서 감상이든 의견이든 쉽게 떠벌릴 수가 없었다. 작가의 말에 동의하면 내가 벌어먹고 사는 직업에 대해 나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내가 배운 학문은 과학에 근거하고 있었고 내 사명감은 건강 담론과 단단히 결합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나 또한 의료제도에 어느 정도 비판적일지언정 일리히에게 전면적으로 동조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제도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질병 퇴치와 건강관리가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이자 필수 소비품이 되어 가는 과정의 부자연스러움과 그 이면에 삭제된 인간의 자율성에 공감하는 만큼 나는 크게 흔들렸다. 처음 이 책을 읽고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읽고 이 글을 쓰면서 난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되었다. 약사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의존하고 있던 의료제도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건강’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기...
문탁이 사랑한 책들 04  <병원이 병을 만든다> 필연과 자율의 삶, ‘건강’         글 : 둥글레                     나는 약사다. 의료 전문직으로 그 관련된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했다. 종합병원, 약국, 의약품 도매상, 제약회사를 섭렵하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아픈 사람을 치유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서 일을 하기도 했고 전문직으로서 책임질만한 능력을 구비하기 위해 공부도 꽤 했다. 그래서 이반 일리히의 『병원이 병을 만든다』는 내게 힘든 책이었다. 이 책이 직접적으로 의료제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인문학 책들처럼 읽고 나서 감상이든 의견이든 쉽게 떠벌릴 수가 없었다. 작가의 말에 동의하면 내가 벌어먹고 사는 직업에 대해 나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내가 배운 학문은 과학에 근거하고 있었고 내 사명감은 건강 담론과 단단히 결합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나 또한 의료제도에 어느 정도 비판적일지언정 일리히에게 전면적으로 동조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제도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질병 퇴치와 건강관리가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이자 필수 소비품이 되어 가는 과정의 부자연스러움과 그 이면에 삭제된 인간의 자율성에 공감하는 만큼 나는 크게 흔들렸다. 처음 이 책을 읽고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지만 다시 읽고 이 글을 쓰면서 난 어느 정도 입장 정리가 되었다. 약사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의존하고 있던 의료제도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건강’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기...
둥글레
2018.07.24 | 조회 868
지난 연재 읽기 문탁이 사랑한 책들
  문탁이 사랑한 책들 03  <청춘의 커리큘럼>  시대의 끝자락에서 청춘에게 말을 걸다   글 : 차명식           대체 왜, ‘커리큘럼’인가?     커리큘럼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currere에서 왔다. 이 currere는 ‘달린다, 뛴다’라는 뜻으로 보통 경주장이나 경주 그 자체를 의미하며, 여기서 나아가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나 활동의 연속을 뜻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이 말을 교육 분야에서 주로 사용함으로써 학생들의 달리기, 혹은 학생들이 달리는 트랙 = ‘교육 그 자체이기도 한 교육과정’으로 쓰고 있다.     여기서 트랙이라 함은 주자가 따라 달려야 하는 선을 의미한다. 주자가 직접 트랙을 긋고 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트랙은 누군가에 의해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그어진 선, 주자들에게는 ‘주어지는 선’이다. 즉 『청춘의 커리큘럼』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청춘이여, 이 선을 따라 달려라’가 된다. 그와 같은 발화는 사실 그리 낯선 것도 아니다. 이미 청춘의 멘토로 불리는 수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있어 왔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글의 서문에서 그러한 멘토들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책을 시작한다.     어떤 이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면서 청년들을 위로하려 했다. 성공한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누릴 것 다 누리고 있는 예외적인 엘리트의 위로는 청년들에게 동일시의 선망을 불러일으킬지언정 그들의 고통에는 가 닿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다. 또 어떤 이는 청년들에게 “토플책을 놓고 짱돌을 들라”고 했다. 청년들은 그런 선동에도 냉소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7쪽)     힐링과 88만원 세대. 한때 청년 담론을 주름잡았던, 어쩌면 아직까지도 주름잡고...
  문탁이 사랑한 책들 03  <청춘의 커리큘럼>  시대의 끝자락에서 청춘에게 말을 걸다   글 : 차명식           대체 왜, ‘커리큘럼’인가?     커리큘럼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currere에서 왔다. 이 currere는 ‘달린다, 뛴다’라는 뜻으로 보통 경주장이나 경주 그 자체를 의미하며, 여기서 나아가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나 활동의 연속을 뜻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이 말을 교육 분야에서 주로 사용함으로써 학생들의 달리기, 혹은 학생들이 달리는 트랙 = ‘교육 그 자체이기도 한 교육과정’으로 쓰고 있다.     여기서 트랙이라 함은 주자가 따라 달려야 하는 선을 의미한다. 주자가 직접 트랙을 긋고 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트랙은 누군가에 의해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그어진 선, 주자들에게는 ‘주어지는 선’이다. 즉 『청춘의 커리큘럼』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청춘이여, 이 선을 따라 달려라’가 된다. 그와 같은 발화는 사실 그리 낯선 것도 아니다. 이미 청춘의 멘토로 불리는 수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있어 왔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저자는 글의 서문에서 그러한 멘토들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책을 시작한다.     어떤 이는 “아프니까 청춘”이라면서 청년들을 위로하려 했다. 성공한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누릴 것 다 누리고 있는 예외적인 엘리트의 위로는 청년들에게 동일시의 선망을 불러일으킬지언정 그들의 고통에는 가 닿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다. 또 어떤 이는 청년들에게 “토플책을 놓고 짱돌을 들라”고 했다. 청년들은 그런 선동에도 냉소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7쪽)     힐링과 88만원 세대. 한때 청년 담론을 주름잡았던, 어쩌면 아직까지도 주름잡고...
차명식
2018.07.24 | 조회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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