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둥글레의 인문약방
[둥글레의 인문약방 / 1회]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솔까말, 돈 많이 벌고 싶었다 나는 왜 약사가 되었을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약사가 되었다는 말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못 들어 봤다. 나라고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엄마가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는 집안 사정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쩌면 다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안정적인 전문직 여성의 삶을 거부할 용기가 없었고, 미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치유’나 ‘치료’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약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첫 직장인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빡셌다. 그때는 의약분업 전이라 내원하는 환자들의 처방을 모두 약제과에서 조제했다. 천 명 이상 오는 환자들의 약을 조제하느라 밥도 오분만에 먹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야간 근무를 할라치면 끝없이 오는 응급환자들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다. 사용하는 의약품의 가짓수가 많은데다 새롭게 들어오는 약도 많았다. 그 모든 의약품 코드, 효능, 부작용 등을 외우느라 힘들었다. 처방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처방대로 맞게 조제되었지 검수하기, 환자들에게 복용법을 설명하며 투약하기 등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이었다. 책과...
[둥글레의 인문약방 / 1회] 약사가 되면 돈 많이 벌 줄 알았다 글 : 둥글레 문탁에 와서 생전 처음으로 철학과 문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엄청 흔들렸다. 내 흔들림과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과 약방을 차려볼까 한다. 약학과 인문의역학이 버무려진 ‘인문약방’을!      솔까말, 돈 많이 벌고 싶었다 나는 왜 약사가 되었을까?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의사가 되었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이유로 약사가 되었다는 말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못 들어 봤다. 나라고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을 턱이 없다. 엄마가 원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는 집안 사정상 어려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어쩌면 다 핑계일지 모른다. 나는 안정적인 전문직 여성의 삶을 거부할 용기가 없었고, 미술에 대한 열정도 그렇게 크지 않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치유’나 ‘치료’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약대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첫 직장인 종합병원은 그야말로 빡셌다. 그때는 의약분업 전이라 내원하는 환자들의 처방을 모두 약제과에서 조제했다. 천 명 이상 오는 환자들의 약을 조제하느라 밥도 오분만에 먹고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야간 근무를 할라치면 끝없이 오는 응급환자들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다. 사용하는 의약품의 가짓수가 많은데다 새롭게 들어오는 약도 많았다. 그 모든 의약품 코드, 효능, 부작용 등을 외우느라 힘들었다. 처방전에는 문제가 없는지 체크하기, 처방대로 맞게 조제되었지 검수하기, 환자들에게 복용법을 설명하며 투약하기 등 눈코 뜰 새가 없는 나날이었다. 책과...
둥글레
2019.05.14 | 조회 833
지난 연재 읽기 플라톤이 돌아왔다
[플라톤이 돌아왔다 10회] 출구없는 사회의 EXIT,  화살표를 따라가세요 -『국가』 8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은유로서의 질병, 폐소공포증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내가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의 『출구 없는 사회』(글항아리, 2019년)를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까닭은. 요즘 나는 ‘살맛’이 나지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거라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나이는 많고 돈은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간다. 생각이 많아지고 철학자가 될 확률은 높아지는데, 우울, 분노, 자책의 감정도 요동쳐 예술가가 될 확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약사인 친구는 내가 간기능이 떨어져서 화를 잘 내는 것 같다며 종종 영양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종합비타민제와 간장약을 복용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현재의 무력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평온한 호흡을 가로막는다. 미세먼지의 농도와 상관없이 숨을 쉬기 힘들다. 다니엘...
[플라톤이 돌아왔다 10회] 출구없는 사회의 EXIT,  화살표를 따라가세요 -『국가』 8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은유로서의 질병, 폐소공포증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내가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의 『출구 없는 사회』(글항아리, 2019년)를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까닭은. 요즘 나는 ‘살맛’이 나지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거라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나이는 많고 돈은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간다. 생각이 많아지고 철학자가 될 확률은 높아지는데, 우울, 분노, 자책의 감정도 요동쳐 예술가가 될 확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약사인 친구는 내가 간기능이 떨어져서 화를 잘 내는 것 같다며 종종 영양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종합비타민제와 간장약을 복용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현재의 무력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평온한 호흡을 가로막는다. 미세먼지의 농도와 상관없이 숨을 쉬기 힘들다. 다니엘...
새털
2019.05.14 | 조회 678
지난 연재 읽기 차명식의 책읽습니다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17)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세상’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책이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고 하면 이 글을 읽는 ‘녀석들’, 즉 수업의 당사자들은 조금 당황스러워 할 것 같다. 겨울 수업에서 이 책은 녀석들에게 썩 호응을 못 받은 쪽에 속했기 때문이다. (아마 『소년이 온다』 쪽이 훨씬 호응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비단 그 때 뿐만은 아니다. 그 뒤로도 나는 종종 다른 수업들에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를 교재로 썼고 대개 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어쩌면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꼽을 테니까. 같은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꼽으라 해도 이...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17)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세상’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책이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고 하면 이 글을 읽는 ‘녀석들’, 즉 수업의 당사자들은 조금 당황스러워 할 것 같다. 겨울 수업에서 이 책은 녀석들에게 썩 호응을 못 받은 쪽에 속했기 때문이다. (아마 『소년이 온다』 쪽이 훨씬 호응이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비단 그 때 뿐만은 아니다. 그 뒤로도 나는 종종 다른 수업들에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를 교재로 썼고 대개 꽤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어쩌면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내 인생의 책 한 권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꼽을 테니까. 같은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꼽으라 해도 이...
차명식
2019.04.20 | 조회 1116
지난 연재 읽기 플라톤이 돌아왔다
      [플라톤이 돌아왔다 9회] 시(詩), 호메로스에서 문학레이블 '공전'까지 -『국가』 7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철인왕 사관학교의 커리큘럼 『국가』7권에서는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이데아와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플라톤의 인식론이 설명되고 있고, 이것을 철인왕의 교육방법에 적용한 커리큘럼이 제시되고 있다. 어떤 교육을 거쳐 철인왕이 탄생하게 되는 것인가? 철인왕 후보자들은 어떤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인가? ‘철인왕 사관학교’의 커리큘럼을 알아보자. 이 사관학교에 들어오려면, 음악과 체육 수업으로 이루어진 예비학교에서 철인왕(수호자)에 적합한 학생이라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예비학교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통해 부드러움과 조화, 그리고 균형의 감각을 몸에 익힌 다음 체력 단련으로 들어간다. 체력 단련으로 근육이 단단해지면 그것을 교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단해지는 수업을 유연해지는 수업 다음에 배치하고 있다. 음악교육은 오늘날의 구분에 따르면 역사교육이며 문학교육이기도 하다. 음악교육의 내용이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당대 유행한...
      [플라톤이 돌아왔다 9회] 시(詩), 호메로스에서 문학레이블 '공전'까지 -『국가』 7권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글 :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 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철인왕 사관학교의 커리큘럼 『국가』7권에서는 동굴의 비유를 통해 이데아와 현실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있는 플라톤의 인식론이 설명되고 있고, 이것을 철인왕의 교육방법에 적용한 커리큘럼이 제시되고 있다. 어떤 교육을 거쳐 철인왕이 탄생하게 되는 것인가? 철인왕 후보자들은 어떤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인가? ‘철인왕 사관학교’의 커리큘럼을 알아보자. 이 사관학교에 들어오려면, 음악과 체육 수업으로 이루어진 예비학교에서 철인왕(수호자)에 적합한 학생이라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예비학교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통해 부드러움과 조화, 그리고 균형의 감각을 몸에 익힌 다음 체력 단련으로 들어간다. 체력 단련으로 근육이 단단해지면 그것을 교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단해지는 수업을 유연해지는 수업 다음에 배치하고 있다. 음악교육은 오늘날의 구분에 따르면 역사교육이며 문학교육이기도 하다. 음악교육의 내용이 호메로스의 서사시와 당대 유행한...
새털
2019.04.09 | 조회 878
지난 연재 읽기 차명식의 책읽습니다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16)   2008년, 서울의 기억 임정은,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아이들에게 “정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까? 사실 정치라는 단어만큼 아이들과 동떨어진 단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아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드무나 어른들이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임정은의 책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는 그러한 아이들의 정치를 조망한다. 딱 보아도 아동서적‘다운’ 아기자기한 제목은 벌써부터 그 내용이 엿보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아, 이 책은 아이들에게 정치가 뭔지 조곤조곤 알려주는 책이겠구나. 민주주의가 왜 정의로운지, 선거에 왜 꼭 참여해야 하는지, 삼권분립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그런 내용들을 친절한 말들로 설명해주는 책이겠구나 싶다. 그러나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는 민주주의 대의제의 교과서적인...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16)   2008년, 서울의 기억 임정은,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아이들에게 “정치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까? 사실 정치라는 단어만큼 아이들과 동떨어진 단어를 찾기도 쉽지 않다. 아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드무나 어른들이 그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임정은의 책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는 그러한 아이들의 정치를 조망한다. 딱 보아도 아동서적‘다운’ 아기자기한 제목은 벌써부터 그 내용이 엿보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아, 이 책은 아이들에게 정치가 뭔지 조곤조곤 알려주는 책이겠구나. 민주주의가 왜 정의로운지, 선거에 왜 꼭 참여해야 하는지, 삼권분립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그런 내용들을 친절한 말들로 설명해주는 책이겠구나 싶다. 그러나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는 민주주의 대의제의 교과서적인...
차명식
2019.04.06 | 조회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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