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드디어 얼마 전 길드다 워크숍을 했다.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에 끝났다. 장장 열 시간을 꼬박 마스크-오프라인으로 강행군!! 내 이럴 줄 미리 알고 회의 전에 쌍화탕, 패독환, 프로폴리스를 챙겼었다. 예전에는 강의나 회의를 앞두고 자료나 서류를 챙겼었는데 요즘엔 이런 나만의 “EMS 구급키트”를 젤 먼저 챙긴다. 덕분에 나는 저녁6시쯤부터 이미 넋을 놓아가는 명식과 달리 끝까지 잘 버텨냈다. 하하하...      올해 워크숍의 가장 큰 이슈는 뭐였을까? 역시 코로나였다. 코로나는 길드다에 사업의 축소, 공간의 비활성화, 관계의 후퇴, 수입의 감소 등을 가져다주었는데 이 모든 건 과연 불가피했는가? 그렇다면 향후 우리의 스텝은? 두 번째 이슈는 각자의 공부와 글쓰기. 작년에 지원과 고은의 글쓰기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과연 코로나 때문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어떤 진단이 필요한 것일까?    길드다가 만들어진 2018년 워크샵      이번 워크숍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길드다가 걸어온 길을 잠시 살펴보자.     알다시피 길드다는 2018년 초 3천만 원의 종자돈과 문탁 공간의 한 귀퉁이를 불하받아 오랫동안 이런저런 공부를 함께 했지만 한편으로는 모래알처럼 서걱되던 4명의 청년들이 모여 시작했다. 조직의 성격은 남산강학원의 <공자스쿨>이나 규문의 <텐투텐 공부하는 청년들>과는 다른 “청년인문학 스타트업”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불투명했고 모든 것이 애매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총평을 남겼었다.      내가 생각하는 길드다 활동 평가의 기준, “첫째, 우리는 길드다를 통해 친구가 되어갔는가? 둘째, 우리는 길드다의 비전을 더...
  드디어 얼마 전 길드다 워크숍을 했다.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에 끝났다. 장장 열 시간을 꼬박 마스크-오프라인으로 강행군!! 내 이럴 줄 미리 알고 회의 전에 쌍화탕, 패독환, 프로폴리스를 챙겼었다. 예전에는 강의나 회의를 앞두고 자료나 서류를 챙겼었는데 요즘엔 이런 나만의 “EMS 구급키트”를 젤 먼저 챙긴다. 덕분에 나는 저녁6시쯤부터 이미 넋을 놓아가는 명식과 달리 끝까지 잘 버텨냈다. 하하하...      올해 워크숍의 가장 큰 이슈는 뭐였을까? 역시 코로나였다. 코로나는 길드다에 사업의 축소, 공간의 비활성화, 관계의 후퇴, 수입의 감소 등을 가져다주었는데 이 모든 건 과연 불가피했는가? 그렇다면 향후 우리의 스텝은? 두 번째 이슈는 각자의 공부와 글쓰기. 작년에 지원과 고은의 글쓰기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과연 코로나 때문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어떤 진단이 필요한 것일까?    길드다가 만들어진 2018년 워크샵      이번 워크숍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길드다가 걸어온 길을 잠시 살펴보자.     알다시피 길드다는 2018년 초 3천만 원의 종자돈과 문탁 공간의 한 귀퉁이를 불하받아 오랫동안 이런저런 공부를 함께 했지만 한편으로는 모래알처럼 서걱되던 4명의 청년들이 모여 시작했다. 조직의 성격은 남산강학원의 <공자스쿨>이나 규문의 <텐투텐 공부하는 청년들>과는 다른 “청년인문학 스타트업”으로 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불투명했고 모든 것이 애매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총평을 남겼었다.      내가 생각하는 길드다 활동 평가의 기준, “첫째, 우리는 길드다를 통해 친구가 되어갔는가? 둘째, 우리는 길드다의 비전을 더...
문탁
2021.02.20 | 조회 237
지난 연재 읽기 지원의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처음 목공소에서 독립한 즈음 여덟 평 남짓의 식당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돈은 많지 않지만 멋진 걸 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난 예산을 맞추겠다며 세 달여의 시간 동안 아등바등 혼자서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일을 한다고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일에는 다양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숙달된 노동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수도배관, 주방설비, 미장, 페인트 칠, 타일, 금속…. 나 혼자서는 평생을 해도 다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현장부터는 다양한 공정을 함께 만들어 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 공정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으면, 이 사람을 통해 다른 공정의 전문가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혼자서 일을 할 수 없듯이 각 공정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조건이라서, 여기엔 일종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에겐 마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세계에 적응해 갈 즈음, 그러니까 네트워크에서 나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일을 ‘물어오는’ 사람으로 한 사람의 몫을 할 즈음부터 나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이 네트워크에는 여성이 없을까?...
*[저는 만드는 사람입니다]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수 김지원의 북&톡 연재글입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건 사고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매달 한 편의 글을 연재합니다.     현장의 ‘잡일’하는 ‘아줌마’들     처음 목공소에서 독립한 즈음 여덟 평 남짓의 식당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 돈은 많지 않지만 멋진 걸 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를 만났다. 난 예산을 맞추겠다며 세 달여의 시간 동안 아등바등 혼자서 가구를 만들고, 페인트를 칠하고, 조명을 설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내가 일을 한다고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공간을 만드는 일에는 다양한 전문적인 지식뿐 아니라 숙달된 노동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 수도배관, 주방설비, 미장, 페인트 칠, 타일, 금속…. 나 혼자서는 평생을 해도 다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현장부터는 다양한 공정을 함께 만들어 줄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 공정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으면, 이 사람을 통해 다른 공정의 전문가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혼자서 일을 할 수 없듯이 각 공정에서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조건이라서, 여기엔 일종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에겐 마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내가 이 세계에 적응해 갈 즈음, 그러니까 네트워크에서 나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일을 ‘물어오는’ 사람으로 한 사람의 몫을 할 즈음부터 나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이 네트워크에는 여성이 없을까?...
지원
2021.02.05 | 조회 1571
지난 연재 읽기 해완이의 쿠바통신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숭고한 청소부   여자는 A를 숭고한 청소부라고 부른다. A는 자신의 딸 뻘인 여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계속 알아왔다. 그 당시에는 여자의 할머니가 이곳에 살았었다. 이제는 여자가 집의 주인이다. A는 여자가 나이를 먹은 햇수만큼 이 집 열쇠를 가지고 살았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하며, 사람이 있든 없든 집안 구석구석 청소한다. 바닥난 세제를 채우고 오래된 빗자루를 바꿔놓는 것도 A의 몫이다.   긴 세월 동안 도난당한 물건은 없다. 집안의 일이 집 밖의 소문이 되어 흘러나간 적도 없다. A의 행실은 몇 십 년째 한결같다. 여자가 그에게 숭고하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남들이 보기에 A는 말 없는 청소부다. 무뚝뚝하지는 않다. 오랜 이웃들은 A가 청소를 하러 오는 날이면 아는 체를 하고, A는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띠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
          김해완  청소년 때 인문학 지식공동체인 남산강학원에 눌러앉아서 오 년간 읽는 법, 쓰는 법,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 그 후로 쭉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4년에는 남산강학원과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이 함께 하는 MVQ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뉴욕에 가서 살짝이나마 세계를 엿보았다. 2017년에는 공부와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쿠바로 넘어갔다가, 공부의 방향을 의학으로 틀게 되었다. 앞으로 신체와 생활이 결합되는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 저서로는 『다른 십대의 탄생』(2011),『리좀 나의 삶 나의 글』(2013),『돈키호테, 책을 모험하는 책』(2015),  『뉴욕과 지성』(2018)이 있다.         숭고한 청소부   여자는 A를 숭고한 청소부라고 부른다. A는 자신의 딸 뻘인 여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계속 알아왔다. 그 당시에는 여자의 할머니가 이곳에 살았었다. 이제는 여자가 집의 주인이다. A는 여자가 나이를 먹은 햇수만큼 이 집 열쇠를 가지고 살았고,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하며, 사람이 있든 없든 집안 구석구석 청소한다. 바닥난 세제를 채우고 오래된 빗자루를 바꿔놓는 것도 A의 몫이다.   긴 세월 동안 도난당한 물건은 없다. 집안의 일이 집 밖의 소문이 되어 흘러나간 적도 없다. A의 행실은 몇 십 년째 한결같다. 여자가 그에게 숭고하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다.   남들이 보기에 A는 말 없는 청소부다. 무뚝뚝하지는 않다. 오랜 이웃들은 A가 청소를 하러 오는 날이면 아는 체를 하고, A는 얼굴에 빙그레 미소를 띠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거의 입을 열지 않는다....
관리자
2021.01.28 | 조회 934
기린의 공동체가 양생이다
    원문에 꽂히다    문탁의 초창기 홈피에는 공동체를 소개하는 문구로 용맹정진(勇猛精進), 지행합일(知行合一), 사상마련(事上磨鍊) 등의 성어들이 즐비했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그 성어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면 된다고 외치는 ‘무대뽀의 정신’이 저절로 느껴졌다. 앎과 행함의 일치라는 비전은 강렬했고, 내가 그동안 사상을 마련하지 못해서 사는 게 고달팠다고 납득되었다. 나중에 저 성어들이 중국 명나라 사상가 왕양명의 사유라는 것을 알았고, 그 뜻도 나의 독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고 혼자서 멋쩍어 했었다.    공동체에 와서 내가 처음 접한 고전은 『논어』 였다. 읽자마자 꽂힌 성어는 ‘발분망식(發憤忘食)’이었다. 어떤 일에 분발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면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공자님이 스스로를 자처하는 말이기도 한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먹는 것도 잊는다니 기가 찼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까먹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경이로운 소문이었다. 그 놀라움 때문에 몇 번이나 써 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점점 『논어』 읽기는 나의 행동을 가늠하는 준칙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공자님의 말씀에 군자는 배부름을 구하지 않으며 편안함에 머무르지 않고, 부모님 앞에서는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며 형제와는 우애가 있는 사람이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는 내가 인정머리 없는 딸이라고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냈고, 명절에 형제들과 만나면 서로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다. 그러니 문장들이 나의 양심을 콕콕 찔렀고, 다른 일상에서도 그 준칙들로 인한 불편함이 갈등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2.사기열전 낭송집을 발간하다    이문서당에서 『사기열전』을 읽게 되었을 때는 내심 기대를 했다....
    원문에 꽂히다    문탁의 초창기 홈피에는 공동체를 소개하는 문구로 용맹정진(勇猛精進), 지행합일(知行合一), 사상마련(事上磨鍊) 등의 성어들이 즐비했다.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면서 그 성어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면 된다고 외치는 ‘무대뽀의 정신’이 저절로 느껴졌다. 앎과 행함의 일치라는 비전은 강렬했고, 내가 그동안 사상을 마련하지 못해서 사는 게 고달팠다고 납득되었다. 나중에 저 성어들이 중국 명나라 사상가 왕양명의 사유라는 것을 알았고, 그 뜻도 나의 독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고 혼자서 멋쩍어 했었다.    공동체에 와서 내가 처음 접한 고전은 『논어』 였다. 읽자마자 꽂힌 성어는 ‘발분망식(發憤忘食)’이었다. 어떤 일에 분발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면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공자님이 스스로를 자처하는 말이기도 한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먹는 것도 잊는다니 기가 찼다.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까먹어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경이로운 소문이었다. 그 놀라움 때문에 몇 번이나 써 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점점 『논어』 읽기는 나의 행동을 가늠하는 준칙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공자님의 말씀에 군자는 배부름을 구하지 않으며 편안함에 머무르지 않고, 부모님 앞에서는 얼굴빛을 부드럽게 하며 형제와는 우애가 있는 사람이다.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는 내가 인정머리 없는 딸이라고 공공연하게 불만을 드러냈고, 명절에 형제들과 만나면 서로 언성을 높이기 일쑤였다. 그러니 문장들이 나의 양심을 콕콕 찔렀고, 다른 일상에서도 그 준칙들로 인한 불편함이 갈등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2.사기열전 낭송집을 발간하다    이문서당에서 『사기열전』을 읽게 되었을 때는 내심 기대를 했다....
기린
2021.01.25 | 조회 673
지난 연재 읽기 아젠다 사장칼럼
내가 젤 건강해!      벌써 1월의 반이 지나갔다. 작년이었다면 이미 1년의 사업을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끼리 살풀이를 한바탕 하고 또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1년을 계획하는 ‘올데이 워크숍’을 이미 치렀을 때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워크숍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냐고? 아니다. 길드다 청년들이 돌아가면서 아프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 <비학술적 학술제>를 끝내자마자 지원이가 열이 펄펄 나고 아프다고 하더니 이어서 고은이가 고열과 오한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했다. 급기야 고은이는 ‘독감인가?’ ‘혹시 코로나인가?’ ‘심하게 체했나?’를 오락가락 가면서 도무지 낫지를 않더니 최종적으로는 급성바이러스성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각해보니 작년 내내 청년들은 몸이 좋지 않았다. 명식은 툭하면 어지러워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했고, 고은이는 생리 때만 되면 거의 맥을 못 췄다. 심지어 가장 어린 우현이도 가을쯤엔 과로가 왔다면서 좀비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무슨 젊은 애들이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빌빌거려? 그러나 나는 ‘꼰대’가 되는 게 무서워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급한 불을 꺼야 했기 때문에 난 청년들에게 보약을 먹였다. 명식과 우현이는 기운탕! 고은이는 사물탕! 아, 이 팀에서는 내가 젤 건강하구나. ㅠㅠ       나, 루쉰 되려고 했는데 엄마 되는 거 아님?     작년 말 <비학술적 학술제> 때였다. 매번 진행상황을 ‘보고’ 받았지만 솔직히 난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젤 건강해!      벌써 1월의 반이 지나갔다. 작년이었다면 이미 1년의 사업을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끼리 살풀이를 한바탕 하고 또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1년을 계획하는 ‘올데이 워크숍’을 이미 치렀을 때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직 워크숍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이냐고? 아니다. 길드다 청년들이 돌아가면서 아프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 <비학술적 학술제>를 끝내자마자 지원이가 열이 펄펄 나고 아프다고 하더니 이어서 고은이가 고열과 오한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했다. 급기야 고은이는 ‘독감인가?’ ‘혹시 코로나인가?’ ‘심하게 체했나?’를 오락가락 가면서 도무지 낫지를 않더니 최종적으로는 급성바이러스성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생각해보니 작년 내내 청년들은 몸이 좋지 않았다. 명식은 툭하면 어지러워서 일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했고, 고은이는 생리 때만 되면 거의 맥을 못 췄다. 심지어 가장 어린 우현이도 가을쯤엔 과로가 왔다면서 좀비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무슨 젊은 애들이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빌빌거려? 그러나 나는 ‘꼰대’가 되는 게 무서워 차마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급한 불을 꺼야 했기 때문에 난 청년들에게 보약을 먹였다. 명식과 우현이는 기운탕! 고은이는 사물탕! 아, 이 팀에서는 내가 젤 건강하구나. ㅠㅠ       나, 루쉰 되려고 했는데 엄마 되는 거 아님?     작년 말 <비학술적 학술제> 때였다. 매번 진행상황을 ‘보고’ 받았지만 솔직히 난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문탁
2021.01.20 | 조회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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