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이번 1234 책은 일본 학자가 쓴 『주자학과 양명학』이다. 대학 동양사 수업 수강생들을 위한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양명철학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먼저 송대 성리학이 탄생한 배경부터 다루고 있다. 그리고 주자학 이전 북송오자를 중심으로 한 송학의 전개과정과 이후 집대성으로서의 주자학을 서술한다.   저자는 주자학에서 양명학으로 이행해가는 역사에서 두 학파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성리학의 역사가 내면주의의 전개였고 그 절정은 양명학이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육왕학’이라고 해서 양명이 송대 육상산의 학문을 계승했다고 본다. 육상산은 주희의 논적으로서 심心을 강조하며 주자철학에 대립했던 학자였다. 저자는 이러한 시각에 반대한다. 양명이 주자학에 대립하며 육상산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명학은 주자학의 전개과정에 있었다는 것이다.   주자와 양명 모두 공부와 수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성리학의 공부론과 수양론은 『대학』을 기본으로 해서 전개된다. 저자가 양명철학을 주자철학의 내면주의를 정점에 올린 것이라고 본 시각에 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대학』의 ‘격물格物’을 통해 두 학자의 격물 해석에 대한 차이점을 살펴보고, 양명의 격물 해석이 어떻게 내면화를 강화시켰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격물을 둘러싼 주자와 양명의 서로 다른 해석   『전습록』을 읽다보면 양명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털끝만큼의 작은 차이가 나중에 천리千里의 틈을 만든다고. 정밀하게 생각하고 공부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양명철학은 주자학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양명의 고뇌와 깨달음에서 탄생했다. 바꿔 말하면 주자학의 바탕에서 피워낸 결실이다. 그 바탕에서 양명은 ‘격물格物’에 대해...
이번 1234 책은 일본 학자가 쓴 『주자학과 양명학』이다. 대학 동양사 수업 수강생들을 위한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양명철학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먼저 송대 성리학이 탄생한 배경부터 다루고 있다. 그리고 주자학 이전 북송오자를 중심으로 한 송학의 전개과정과 이후 집대성으로서의 주자학을 서술한다.   저자는 주자학에서 양명학으로 이행해가는 역사에서 두 학파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성리학의 역사가 내면주의의 전개였고 그 절정은 양명학이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육왕학’이라고 해서 양명이 송대 육상산의 학문을 계승했다고 본다. 육상산은 주희의 논적으로서 심心을 강조하며 주자철학에 대립했던 학자였다. 저자는 이러한 시각에 반대한다. 양명이 주자학에 대립하며 육상산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명학은 주자학의 전개과정에 있었다는 것이다.   주자와 양명 모두 공부와 수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성리학의 공부론과 수양론은 『대학』을 기본으로 해서 전개된다. 저자가 양명철학을 주자철학의 내면주의를 정점에 올린 것이라고 본 시각에 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대학』의 ‘격물格物’을 통해 두 학자의 격물 해석에 대한 차이점을 살펴보고, 양명의 격물 해석이 어떻게 내면화를 강화시켰는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격물을 둘러싼 주자와 양명의 서로 다른 해석   『전습록』을 읽다보면 양명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털끝만큼의 작은 차이가 나중에 천리千里의 틈을 만든다고. 정밀하게 생각하고 공부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양명철학은 주자학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양명의 고뇌와 깨달음에서 탄생했다. 바꿔 말하면 주자학의 바탕에서 피워낸 결실이다. 그 바탕에서 양명은 ‘격물格物’에 대해...
토용
2025.02.06 | 조회 486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신경학적인 현상에 근간을 둔 영적인 드라마 세 번째 책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김승욱 옮김/알마     올리버 색스는 1973년(40세) 『깨어남』을 출판하고, 1974년에 브롱크스주립병원 신경학 클리닉에서 진료하면서 ‘23병동’(자폐증, 정신지체, 태아알코올증후군, 소아조현병 등을 앓고 있는 청소년 정신과 병동)에서 어린 환자들을 치료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4월 무렵까지 이들에 관한 글을 스물네 꼭지 완성할 정도로 이들에게 매료되었다. 그는 이 환자들과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놀이(인수와 소수 찾기 놀이, 그림 그리기와 시각예술 영역의 놀이, 피아노 연주, 당구)를 했다. 색스는 치료를 위한 처벌이라는 ‘행동수정 방침’에 따라 환자를 격리실에 가두거나 굶기거나 묶어놓기도 하는 이 병동의 환자 다루는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병동의 정신과 의사들과 갈등을 겪은 색스는 그들의 방식을 더욱 강하게 비판하는 책을 쓰리라 결심하며 23병동을 떠났다. 얼마 뒤 책을 쓰기에 적합한 장소가 될 것 같아 노르웨이로 떠났고 거기서 그는 사고를 당했다. 가벼운 등산이나 해보자며 혼자 산행을 나섰는데 바위산 위에서 커다란 황소를 만났고 돌아서 도망쳐 내려오다가 벼랑으로 떨어진 것이다. 스스로 진단한 결과 왼쪽 다리 네갈래근이 파열되었다. 그는 가지고간 우산대로 부목을 대고 두 팔로 땅을 짚어가며 8시간을 기어 내려왔다. 준쇼크 상태에서 겨우 구조되어 영국으로 이송되었고 48시간 뒤에 파열된 네갈래근의 힘줄과 근육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 책은 사고로부터 재활까지 9주 동안의 병상기록이다.               환자 되기   “나는 원래 침대 위에...
신경학적인 현상에 근간을 둔 영적인 드라마 세 번째 책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김승욱 옮김/알마     올리버 색스는 1973년(40세) 『깨어남』을 출판하고, 1974년에 브롱크스주립병원 신경학 클리닉에서 진료하면서 ‘23병동’(자폐증, 정신지체, 태아알코올증후군, 소아조현병 등을 앓고 있는 청소년 정신과 병동)에서 어린 환자들을 치료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4월 무렵까지 이들에 관한 글을 스물네 꼭지 완성할 정도로 이들에게 매료되었다. 그는 이 환자들과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놀이(인수와 소수 찾기 놀이, 그림 그리기와 시각예술 영역의 놀이, 피아노 연주, 당구)를 했다. 색스는 치료를 위한 처벌이라는 ‘행동수정 방침’에 따라 환자를 격리실에 가두거나 굶기거나 묶어놓기도 하는 이 병동의 환자 다루는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병동의 정신과 의사들과 갈등을 겪은 색스는 그들의 방식을 더욱 강하게 비판하는 책을 쓰리라 결심하며 23병동을 떠났다. 얼마 뒤 책을 쓰기에 적합한 장소가 될 것 같아 노르웨이로 떠났고 거기서 그는 사고를 당했다. 가벼운 등산이나 해보자며 혼자 산행을 나섰는데 바위산 위에서 커다란 황소를 만났고 돌아서 도망쳐 내려오다가 벼랑으로 떨어진 것이다. 스스로 진단한 결과 왼쪽 다리 네갈래근이 파열되었다. 그는 가지고간 우산대로 부목을 대고 두 팔로 땅을 짚어가며 8시간을 기어 내려왔다. 준쇼크 상태에서 겨우 구조되어 영국으로 이송되었고 48시간 뒤에 파열된 네갈래근의 힘줄과 근육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 책은 사고로부터 재활까지 9주 동안의 병상기록이다.               환자 되기   “나는 원래 침대 위에...
인디언
2025.02.03 | 조회 408
토용의 서경리뷰
재상, 군주의 통치 파트너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법과 상식을 초월한 오만한 자의 망상이 빚어낸 일이었다. 대통령의 망상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한 가지 요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극우 유튜브를 거론한다. 대통령이 그런거 볼 시간에 동서양 정치철학에 관한 고전을 좀 읽었더라면.... 꿈이 너무 큰가? 하긴 유튜브 말고 술에도 빠져 있었으니 이걸 바라는 것조차 사치겠지. 문득 지난번에 썼던 폭군 걸, 주가 생각난다. 그들이 망한 이유 중엔 ‘술’도 있었다.   탄핵 이후의 정치권을 보면 더 한숨이 나온다. 뭐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 없이 ‘네 탓’ 하기만 바쁘다. 적어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한쪽의 생각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쓸데없는 유튜브 말고 『맹자』나 『서경』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맞지도 않는 고대 정치철학서를 읽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정치에 대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사유의 원형을 고대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서경』에서는 통치자의 덕목으로 가장 먼저 덕을 손꼽는다. 내면의 덕을 외적인 덕행으로 펼쳐내는 것이 바로 정치였다. 『서경』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통치자의 덕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지겨울 정도로 간언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왕 주변의 가장 가까운 신하들이었다. 만약 대통령 주변에서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관료가 있었더라면 즉 주나라 말기 목숨 걸고 폭군에 맞서 간언을 하던 미자, 비간 같은 그런 관료가...
재상, 군주의 통치 파트너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법과 상식을 초월한 오만한 자의 망상이 빚어낸 일이었다. 대통령의 망상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한 가지 요인만은 아닐 것이다. 그 중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극우 유튜브를 거론한다. 대통령이 그런거 볼 시간에 동서양 정치철학에 관한 고전을 좀 읽었더라면.... 꿈이 너무 큰가? 하긴 유튜브 말고 술에도 빠져 있었으니 이걸 바라는 것조차 사치겠지. 문득 지난번에 썼던 폭군 걸, 주가 생각난다. 그들이 망한 이유 중엔 ‘술’도 있었다.   탄핵 이후의 정치권을 보면 더 한숨이 나온다. 뭐 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 없이 ‘네 탓’ 하기만 바쁘다. 적어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한쪽의 생각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쓸데없는 유튜브 말고 『맹자』나 『서경』을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고리타분하고 현실과 맞지도 않는 고대 정치철학서를 읽어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정치에 대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사유의 원형을 고대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서경』에서는 통치자의 덕목으로 가장 먼저 덕을 손꼽는다. 내면의 덕을 외적인 덕행으로 펼쳐내는 것이 바로 정치였다. 『서경』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통치자의 덕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에 관해 지겨울 정도로 간언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왕 주변의 가장 가까운 신하들이었다. 만약 대통령 주변에서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관료가 있었더라면 즉 주나라 말기 목숨 걸고 폭군에 맞서 간언을 하던 미자, 비간 같은 그런 관료가...
토용
2025.01.24 | 조회 367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베버에게는 그만의 방법론이 있다 『막스 베버 사회과학 방법론 선집』, 막스 베버, 전성우 옮김, 나남(2011)           베버는 유명하다. 알다시피 독일의 현대 사회학의 창설자 가운데 한 사람인 그가 끼친 영향력은 너무 광대해서 지금 그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1234는 고전사회학자들을 훑어보기로 했었고, 또 그즈음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프로테스탄트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그의 사회학이 어떻게 구축되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사회학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마르크스, 뒤르켐, 짐멜과 더불어 베버 역시, 당대의 내노라하는 학문들과 사회학이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방법과 개념들을 제시하였기에 말이다. 그러나 ‘역시’라는 물먹는 하마같은 단어만으로 베버를 소개할 수는 없다. 베버에겐 베버만의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법론 논쟁과 베버   먼저, 베버가 자신의 방법론을 만들어 갈 당시 유럽학계는 방법론 논쟁이 한창이었다. 이른바 ‘자연주의(Naturalisms)’와 ‘역사주의(Historismus)’ 간의 논쟁이 그것이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은 물리학과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택하자는 것이 ‘자연주의’라면, ‘역사주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란 것은 개별적이고 역사적인 특수성 아래 놓여 있기에 질적이고 주관적인 의미의 이해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하여 자연주의가 경험적 검증이 가능한 어떤 객관적인 사회적 사실만이 사회과학의 대상이라고 보았다면, 역사주의에게는 그것의 고유한 의미를 포착해 내는 것이 중요했다.   자연주의는 19세기 사회학 탄생하던 즈음, 영국과 프랑스에서 콩트나 뒤르케임, 스펜서 등을 통해...
    베버에게는 그만의 방법론이 있다 『막스 베버 사회과학 방법론 선집』, 막스 베버, 전성우 옮김, 나남(2011)           베버는 유명하다. 알다시피 독일의 현대 사회학의 창설자 가운데 한 사람인 그가 끼친 영향력은 너무 광대해서 지금 그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1234는 고전사회학자들을 훑어보기로 했었고, 또 그즈음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프로테스탄트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그의 사회학이 어떻게 구축되었는지가 궁금해졌다. 사회학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마르크스, 뒤르켐, 짐멜과 더불어 베버 역시, 당대의 내노라하는 학문들과 사회학이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방법과 개념들을 제시하였기에 말이다. 그러나 ‘역시’라는 물먹는 하마같은 단어만으로 베버를 소개할 수는 없다. 베버에겐 베버만의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방법론 논쟁과 베버   먼저, 베버가 자신의 방법론을 만들어 갈 당시 유럽학계는 방법론 논쟁이 한창이었다. 이른바 ‘자연주의(Naturalisms)’와 ‘역사주의(Historismus)’ 간의 논쟁이 그것이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은 물리학과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택하자는 것이 ‘자연주의’라면, ‘역사주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란 것은 개별적이고 역사적인 특수성 아래 놓여 있기에 질적이고 주관적인 의미의 이해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하여 자연주의가 경험적 검증이 가능한 어떤 객관적인 사회적 사실만이 사회과학의 대상이라고 보았다면, 역사주의에게는 그것의 고유한 의미를 포착해 내는 것이 중요했다.   자연주의는 19세기 사회학 탄생하던 즈음, 영국과 프랑스에서 콩트나 뒤르케임, 스펜서 등을 통해...
라겸
2025.01.20 | 조회 381
두루미의 알지만 모르는
노자의 도를 아십니까? (2)도대(道大) - 대기만성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고 (大方無隅)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大器晩成) 큰 소리는 들리지 않으며(大音希聲) 큰 형상은 드러나지 않는다.(大象無形) (『왕필의 노자주』 41장 中)   몇 년 전 <노자 세미나>에서는 원문 필사가 숙제였다. 나는 한자만 써서는 그 뜻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어찌저찌 한글 번역을 시도했다. 필요하면 주석도 넣었다. 어느 날 대기만성이 나온 문장을 읽다가 의문이 들었다. 모서리가 없는 듯 보이지만 도리어 큰 네모(方)이고, 들리지 않는 듯 하지만 도리어 큰 소리이고, 형상이 없는 듯 보이지만 도리어 큰 형태를 지녔다. 그런데 대기만성(大器晩成)은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다른 문장들은 형식상으로 대구를 이루면서 의미상으로 역설적인데 반해, 왜 대기만성만 다를까?   내가 읽은 한길사판 『왕필의 노자주』 의 옮긴이는 400년 앞선 백서을본에 대기만성이 아니라 대기면성(大器免成)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늦어진다는 의미의 만(晩)이 아니라 부정어인 면(免)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위아래 다른 구절들을 참고해서 뜻을 살펴보자면, 그릇이 완성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도리어 완성된 큰 그릇이라는 의미이다. 내게는 대기면성이 대기만성보다 대구법과 역설적인 의미가 강조되어서 다른 구절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보였다. 그렇다면 대기면성으로 바꿔서 한 자 한 자 다시 읽어보자.       大 - 노자의 도는 크다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는 것 같고 (大方無隅) 큰 그릇은 완성이 안 된 것 같다.(大器免成)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고(大音希聲) 큰 형상은 형태가 없는 것 같다.(大象無形) (『도덕경』 41장...
노자의 도를 아십니까? (2)도대(道大) - 대기만성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고 (大方無隅)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고(大器晩成) 큰 소리는 들리지 않으며(大音希聲) 큰 형상은 드러나지 않는다.(大象無形) (『왕필의 노자주』 41장 中)   몇 년 전 <노자 세미나>에서는 원문 필사가 숙제였다. 나는 한자만 써서는 그 뜻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어찌저찌 한글 번역을 시도했다. 필요하면 주석도 넣었다. 어느 날 대기만성이 나온 문장을 읽다가 의문이 들었다. 모서리가 없는 듯 보이지만 도리어 큰 네모(方)이고, 들리지 않는 듯 하지만 도리어 큰 소리이고, 형상이 없는 듯 보이지만 도리어 큰 형태를 지녔다. 그런데 대기만성(大器晩成)은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다른 문장들은 형식상으로 대구를 이루면서 의미상으로 역설적인데 반해, 왜 대기만성만 다를까?   내가 읽은 한길사판 『왕필의 노자주』 의 옮긴이는 400년 앞선 백서을본에 대기만성이 아니라 대기면성(大器免成)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늦어진다는 의미의 만(晩)이 아니라 부정어인 면(免)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위아래 다른 구절들을 참고해서 뜻을 살펴보자면, 그릇이 완성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도리어 완성된 큰 그릇이라는 의미이다. 내게는 대기면성이 대기만성보다 대구법과 역설적인 의미가 강조되어서 다른 구절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보였다. 그렇다면 대기면성으로 바꿔서 한 자 한 자 다시 읽어보자.       大 - 노자의 도는 크다   큰 네모는 모서리가 없는 것 같고 (大方無隅) 큰 그릇은 완성이 안 된 것 같다.(大器免成) 큰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고(大音希聲) 큰 형상은 형태가 없는 것 같다.(大象無形) (『도덕경』 41장...
두루미
2025.01.20 | 조회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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