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요즘 뭘 읽고 있나요?

요요
2026-04-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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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부방은 거실이다. 집에 있을 때면 주로 내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책상 앞.

내 책상은 27년된 원탁 테이블이다. 다섯명은 너끈히 둘러앉아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을 수 있는 크기다.

1999년, 캐나다에 잠시 머물 때 이케아에서 샀는데, 살 때부터 지금까지 책상으로만 쓰고 있다.

낡았지만 넓고 튼튼하고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정이 들어서 애정하며 쓰고 있다.

 

이 책상위에는 노트북 주위로 신문이 쌓이고, 책들이 쌓여 있다. 한마디로 어지럽다.^^

책상 위에는 읽은 책, 읽고 있는 책,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책들이 쌓여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중인 책은 <죽음의 역사>, <불경>, <노자>, <녹색평론>, <코리안 젠더 워>, <죽음의 인류학>이다. <주역>은 책이 무거워서 문탁 공부방에 두고 예습한다.

영역도 주제도 제각각인 내 책읽기는 세미나를 따라가는 병렬독서.ㅋ 여러권의 책을 이 책 저 책 옮겨가며 읽는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쌓아놓은 책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철학계열, 다른 하나는 죽음계열.

최근에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책상위에 몇권 올려놓고 째려보고만 있다. 이 책들을 언제 읽지? 하며.^^

같이 읽을 사람을 찾아야하나, 강좌를 만들자고 할까, 그도 저도 아니면 세미나 쉬는 방학 때 혼자서 읽을까?

 

죽음계열의 책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올초 겨울방학 때 상실과 죽음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디디에 에리봉이 어머니의 죽음 이후 쓴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작가 조앤 디디온이 남편을 잃고 쓴 <상실>, 고고학자 세라 탈로가 역시 남편을 잃고 쓴 <어떤 죽음의 방식>.

이 세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올해도 작년에 이어 계속 죽음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디디에 에리봉의 책에서 언급된 책은 엘리아스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과 보부아르의 <노년>, 그리고 푸코였다.

엘리아스의 <죽어가는 자의 고독>을 읽으며 다음 책은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로 정했다.

그리고 그 다음 책으로 책꽂이에서 꺼내 놓은 책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이다.

엘리아스의 죽음의 사회학, 아리에스의 죽음의 역사학 다음에는 실존적인 죽음의 과정을 다룬 책을 읽어야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음의 역사>을 읽다보니 프랑스에서 1970년대에 노년과 죽음에 대한 담론이 폭발했고

내가 나이듦 세미나에서 읽은 보부아르의 <노년>, 장 켈레비치의 <죽음>도 지금 읽고 있는 <죽음의 역사>도

그런 시대적 맥락 속에서 나온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읽은 책, 읽고 있는 책, 읽을 책 사이의 관계도를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 책읽기의 묘미. 

 

 

그런데 내심 내가 마음에 담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은 식물에 대한 책읽기다.

겨울에 <빛을 먹는 존재들>을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한꺼번에 읽지 않고 한 챕터씩 아껴가며 읽었다. 그리고 나서 산 책이 <식물의 사유>.

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 넣어둔 책도 여러권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책구입을 자제한다.

꽂아둘 곳도 없거니와, 읽을 시간도 없다. 또 하나, 돈도 아껴써야 한다!ㅋㅋ

책 구입을 자제하는 대신 점심 먹고 산책 나가 생명력을 뽐내며 싱그럽게 자라나는 식물들을 만난다.

이제 탄천 산책이 아니라, 뜨거운 햇빛을 피해 동네 뒷산 숲으로 가야겠다.

곧 때죽나무도 꽃을 피우고, 도롱뇽도 알에서 깨어 나오고, 버섯도 볼 수 있을 거다.

식물에 대한 책 대신 숲 산책,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닭 대신 꿩인 것 같다. 아무튼, 설렌다.^^

 

혹시 궁금해 할 분들을 위해- 지난 주 뒷산 웅덩이 도롱뇽알의 모습

 

댓글 6
  • 2026-04-15 18:53

    다섯명이 거뜬히 앉는 책상에
    다섯명이 읽을 책의 양이 올라가 있군여 ㅎㅎ
    오래된 책상을 보니 요요샘의 단짝을 한 명 더 알게된 느낌입니다 ~

  • 2026-04-16 09:31

    긍게 어차피 언젠가는 닥칠 죽음, 공부할 게 아니라 놀러 다닙시다!

    • 2026-04-16 16:44

      와우 제 말이요 ㅎㅎ

  • 2026-04-18 08:25

    <빛을 먹는 존재들> 재미있을 것 같아요

  • 2026-04-20 18:06

    저는 아버지가 쓰시던 책상을 욕심내서 가져와 쓰고 있습니다.
    좋은 나무로 만든 좀 멋지게 생긴 책상입니다.
    책상 위의 모습은 제 책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공부하는 건 왜 이리 다를까요? ㅠㅠ

  • 2026-04-21 15:21

    정든 책상은 떠나보내기 어렵죠~~ 이렇게 요요샘 책상을 엿보네요^^
    <빛을 먹는 존재들> 이 책 체크해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