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번째 시간이네요. 다음주가 마지막이라니 믿기지가 않으네요~ 점점 더 분위기가 좋아져서 이제 모두가 말을 활발히 하게 되었는데 마지막이 다와간다니 몹시 아숩습니다. 3월에 열리는 푸코 강학원도 같이 하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사실 세미나때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우리가 아직 푸코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인데요. 푸코 평전을 읽으면서 푸코의 사유를 들여다보게 되니 그의 책이 더 궁금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질문들이 나름 비슷한 결들이 몇가지 있었던 것 같아요. 순서대로, 기억나는대로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책에서 디디에리봉은 ‘친이스라엘’이라는 표현을 푸코에게 적용을 시켰습니다. “그러나 사르트르와 마찬가지로 푸코도 언제나 변함없이 친이스라엘이었다.” 아무래도 논란이 될만한 부분이 아닐까 싶었는데요. 우리에게는 현재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구도가 많이 다루어지고 자연스레 지금의 이 구도에 대한 감각이 익혀져있어서, 그 감각대로 읽게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검색하다보니 작년에 나이듦연구소에서 이 책으로 세미나했던 후기에서도 우리와 같은 이야기가 짧게나마 댓글로 써있더라구요. 또 여기저기 찾아보는데 정보를 잘 찾아내진 못했습니다. 그런데 세미나 시간에 ‘검은9월단’을 추천받아서 조금 찾아봤는데요.
- 독일 뮌헨올림픽이 한창이던 1972년 9월5일. 운동복 차림의 팔레스타인 테러집단 ‘검은 9월단’이 이스라엘 선수촌아파트 31동 담장을 넘었다. 총격으로 먼저 선수 2명이 숨지고, 선수·스태프들이 인질로 붙잡혔다. 올림픽 중계용 카메라를 통해 현장이 세계 곳곳에 생중계됐다. - 당시 중동에서 이집트가 이스라엘 편인 미국과 교류를 시도하자, 이슬람 국가마저 ‘팔레스타인 대의’(독립국가 건설)를 등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를 이슈화하려 ‘검은 9월단’이 올림픽에서 도발을 감행했다. 때마침 ‘팔레스타인은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이 막힌 게 불쏘시개가 됐다. 테러 뒤, 메이어 총리는 “(2차 대전 이후) 독일 땅에서 유대인이 또 학살됐다”며 전세계를 무대로 ‘검은 9월단’ 수뇌부 제거에 나섰다. 정보·특수공작 기관 모사드가 투입돼 막가파식 암살이 벌어졌고, 민간인 희생도 잇따랐다. - <스파이 옵스: 신의 분노 작전>을 보면 그 당시 상황을 잘 알려준다고 합니다.
‘친이스라엘’이라는 표현을 완벽히 이해하게 된 건 아니지만 일단은 새로운 맥락을 알았으니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검은9월단은 1972년 9월의 일인데, 같은 해 같은 달 프랑스에서도 ‘1792년 9월의 학살’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대량학살이었고 제1차 공포정치라고도 불리우는 사건입니다. 1792년 9월이 뭔 날이길래 이런지...
책에서는 이 9월의 학살을 푸코가 ‘복수를 외치는 민중’과 ‘피고인’ 사이에 제 3의 중립적인 심급(평가체제)가 들어갈 경우 또 하나의 국가장치가 출현하므로 ‘민중적인’ 사법 활동에 재판은 방해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푸코가 재판 없이 행해진 9월 학살이야말로 ‘자연스러운 민중적 사법 활동’이라고 보는 건지 아니면 9월 무렵 도입되기 시작한 재판 시스템이 이러한 학살을 부추겼다고 해석하면서 비판적으로 보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학살이기는 하나 약식정도의 재판을 흉내내는 방식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요. 좀 더 찾아보니 학살 당시가 꽤나 ‘야만적인’ 상황이 많았다고 표현이 되어있습니다. 세미나에서는 아리송한 상태로 넘어가졌는데 혹시 나중에라도 이야기가 나와서 풀리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민중’에 대한 푸코의 관점도 차차 개념정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번 세미나때 기억에 남는 두 개념은 ‘권력’과 ‘욕망’입니다.
푸코가 권력을 어떻게 다루는가! 푸코 평전을 읽고는 아리송했는데 세미나를 하고 감이 잡혀서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요 ~
저는 권력을 위에서 아래로 억압하는 힘이라고 이해했었는데요. 그래서 권력이 아래에서 위로, 라고 하면 마치 이때 아래는 민중이고 위는 국가 내지는 억압을 하는 조직체를 상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푸코는 단순히 지배자-피지배자 이렇게 이분법 대립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생산기구, 제도, 사회 안에서 ‘권력’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있다고 본다고 합니다.
더불어 욕망 또한 개인의지라고 말할 수 있나? 그 욕망을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구조와 장치들(푸코가 장치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이 있고 그걸 살펴봐야한다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나’라는 주체, ‘내 의지’라는 주체성이 무엇인가 되돌아 보게 합니다.
이건 조금 다른 얘기지만 재작년에 파지사유의 분해의 정원 세미나를 할 때였나.. 어느 세미나에서 읽던 책에서 ‘나의 신체‘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아니라, 나의 의식대로 움직일 수 있는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미생물, 장기 중에서도 위와 장의 30조개의 미생물이 우리의 기분과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간다는 걸 봤던 게 기억이 납니다. 신체의 미생물 같은 내부적인 것과 사회의 구조 같은 외부적인 것들까지 합쳐서 ‘나’를 구성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너와 나는 실은 눈 앞에 보이는 너와 나만이 아니라 30개조의 미생물과 30개조의 미생물 또는 이 사회 구조 속의 너와 나로 만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것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그 무엇도 단편적이지 않고 너어무나도 입체적일 수 밖에 없다 걸 알게 되는데 이건 참으로 묘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입체성을 우리는 어떤 구조에 의해, 어떤 제도에 의해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도록 만들어졌을까요?
책에서도 푸코가 권력을 다루는 그 사유 방식은 ‘매우 급진적’이라고 하던데, 지금의 저는 ‘조금 급진적’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푸코의 생각이 보수적인 것이 될 날이 올까요?
무튼 이번 시간에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후기에는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나머지부분을 다 읽고 만납니다 🙂
모두들 즐거운 한 주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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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관계나 개인의 욕망에 대한 푸코의 사유가 당대에 '매우 급진적'이었던 이유는 첫 시간에 이야기 나눴던 서양 철학사적 맥락을 떠올려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러프하게 이야기하면 '자유의지를 가진 주체'를 정립하고 강화해나가는 게 곧 서양 철학사의 기본 형태였고, 그 주체철학을 처음 정립시킨 게 '코기토 에르고 숨'의 데카르트였습니다. 그리고 주체철학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 게 헤겔이었죠. 마르크스 역시 헤겔리안이었고, '혁명의 주체'로서 프롤레타리아트를 소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푸코를 비롯한 당대의 철학자들이 그랬듯이, 헤겔이 말하는 '주체'들이 정말 자유롭고 고귀하다면, 세계 2차대전, 아유슈비츠와 같은 비극적 사건을 만들어내는 게 가당키나 한가? 이 질문 속에서 푸코와 들뢰즈, 데리다 같이 기존의 철학들을 뒤집고 새로운 이론을 구성하는, '매우 급진적'인 작업이 나오기 시작했던 거지요. 이런 철학사적 맥락을 계속 되뇌이면서 가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도 정리하다보니 헤겔의 주체철학에 대해 아는 바가 적다고 느껴지네요. 다시 <철굴>을 읽으러...
새은샘. 정리 감사해요. 당시의 이분법적인 억압 담론을 넘어서려했던 푸코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댓글의 우현샘 설명을 들으니 더 이해가 잘 됩니다. 여러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하는데..배경지식이 부족함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코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이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욕망이라는 것이 개인의지로 형성된 것인지 사회구조틀 속의 욕망인건지 구분하기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앞으로 푸코를 공부하면서 그 답을 찾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권력은 푸코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가장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가진 개념이기도 합니다. 새은이 앞으로 푸코의 책들을 읽어나가면서 '다른 건 몰라도 푸코의 권력 하나만큼은 정리해보자!' 는 느낌으로 공부해도 좋을 것 같아요. 훌륭한 정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