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13회차 후기 : 송나라 대부 화원(華元)

토용
2026-01-11 17:00
27

송나라는 주나라가 멸망시킨 상나라의 후손국이다. 상나라 마지막 왕 주(紂)의 서형인 미자(微子)에게 땅을 주고 조상의 제사를 잇게 하였다.

 

<좌전>에 송나라에 관한 내용도 제법 보이는데, 이번에 읽은 화원은 이름이 낯설지가 않았다. 그동안 여러 번 나온 것 같아 찾아보니 과연 몇 번 <좌전>에 등장한 인물이었다. 심지어 예전에 내가 후기까지 썼던 사람이었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하도 많아서 이젠 기억도 잘 안 나거니와 서로 뒤섞여서 찾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ㅋㅋ

 

화원은 송나라 대공(戴公)의 후손으로 유력가문의 대부이다.

기원전 607(선공2년) 정나라와 송나라가 전쟁을 했는데, 전쟁 전날 화원이 양을 잡아 병사들을 먹였다. 그런데 자신의 전차를 모는 양짐에게는 어찌된 일인지 양고기를 나눠주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하자 양짐은 화원이 탄 전차를 몰아 정나라 진영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화원은 붙잡히고 송나라는 패배했다.

 

송나라는 정나라에 화원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면서 전투용 수레 100대와 말 400필을 주기로 한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절반 정도 보냈을 때 화원이 도망쳐서 송나라로 돌아왔다. 화원은 송나라 성문을 들어오다가 우연히 양짐을 만난다. 양짐이 전차를 몰아 정나라 진영으로 돌진한 것을 믿을 수가 없었는지 물어본다. “자네의 말이 말을 듣지 않고 함부로 달려서 그렇게 된 거지?” 이에 양짐은 “아니 말이 아니라 사람이 그런 것이다.”라고 대답하고 노나라로 도망간다.

 

기원전 595(선공14년)에 초나라가 제나라에 사신을 보냈는데, 송나라를 지나가야만 했다. 보통 그럴 경우는 길을 빌려달라고 청한다. 그것이 예다. 그런데 초나라는 송나라에 길을 빌려달라는 청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지나면서 우리에게 길을 빌려달라고 청하지 않으니, 이는 우리나라를 초나라의 변방으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초나라의 변방으로 여긴다면 우리나라는 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초나라의 사신을 죽인다면 반드시 우리를 토벌할 것이고, 우리를 토벌한다면 우리나라는 망할 것이다. 이리 망하나 저리 망하나 망하는 것은 같다.”

 

화원은 이렇게 말하고 초나라 사신을 죽였다. 이 때문에 초나라가 송나라를 여러 달 동안 포위한다. 성안 사정이 다급해지자 화원은 밤에 몰래 초나라 진영에 잠입하여 장수 자반을 만난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식을 바꾸어 먹고, 사람의 뼈를 쪼개어 밥을 짓는 땔감으로 쓰고 있으나, 성하지맹(城下之盟은 적이 성 아래까지 쳐들어 왔을 때 맺는 굴욕적인 맹약으로 제후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여긴다.)은 나라가 망하는 한이 있어도 따를 수 없으니, 우리나라에서 30리를 물러간다면 초나라가 명하는 대로 따르겠다.”

 

초나라는 30리를 물러나 송나라와 화평하고서 화원을 인질로 데려간다.

 

기원전 580(성공11년) 화원은 초나라 영윤 자중, 진(晉)나라 난무자와 사이가 좋아서 초나라와 진나라가 우호조약을 체결하는데 힘을 썼다. 두 강대국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는다. 초나라는 몇 년 뒤 맹약을 위배하고 정나라와 연합하여 송나라를 친다. 기원전 575년 언릉전쟁의 시작이다.

 

여기까지가 이전에 나왔던 화원과 관련된 내용이다. 이번에 등장하는 기원전 576년(성공15년)까지 화원은 30여 년 동안 송나라의 우사(右師)로서 많은 일을 했다.

 

기원전 576 8월에 송나라 공공(共公)을 장사지냈다. 그런데 탕택(蕩澤)이 태자 비(肥)를 죽이고 화원까지 죽이려고 하자, 화원은 진(晉)으로 도망을 간다. 명분은 이렇다.

 

“임금과 신하를 가르치는 일은 우사의 소관인데, 지금 공실의 위세가 낮아지는데도 바로잡지 못하니 나의 죄가 크다. 관리로서 직책도 다하지 못하면서 감히 임금의 총애를 받는 존귀한 자리를 탐하겠는가?”

 

당시 송나라는 대공(戴公)의 후손, 장공(莊公)의 후손, 환공(桓公)의 후손들이 정권을 다투고 있었다. 환씨 일족은 화원이 이대로 진나라로 가버릴까 걱정했다. 화원은 공을 많이 세워서 국인들에게 신망을 받고 있었는데, 이대로 다른 나라로 가면 그 피해가 자신들에게 미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화원을 만류하고, 화원은 돌아와서 탕택을 처벌하고 다른 공족을 정리하며 나라를 안정시킨다.

 

화원의 일화들을 보니 너그러운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명분을 따져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기도 하고, 외교에 능한 사람이기도 하고, 굉장히 처세에 능한 정치가인 것도 같다. 군자는 아니다.

 

 

댓글 1
  • 2026-01-12 11:12

    공자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군요.
    "인한지는 모르겠다.(不知其仁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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