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o-sociolgy] 마을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새은
2025-12-01 23:54
183

 

 

 

마을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커뮤니티 디자인』 리뷰

 

 

 

 

‘도시화’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커뮤니티 디자인

도시화는 지역적,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농업 중심 사회는 산업화하고 농촌 인구는 도시로 대거 이동했다. 한국은 서울을 중심으로 반경 100km 내외로 구성된 ‘수도권’은 교육, 일자리, 병원, 문화 심지어 사람들의 꿈까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인구 과밀화는 교통 혼잡, 주거 비용 상승, 사회적 불평등 심화의 문제를 가져왔고 다른 지역의 인구는 감소했다. 한국은 2024년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30곳(약 57%)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방 소멸 위험 현상은 지방 산업 및 고용 기반이 약화하는 문제를 가져왔고 교육시설, 교통시설 등 사회 기반 시설들이 와해되어 간다. 젊은 층은 또래를 사귀기 어렵고 고령층은 돌봄을 받기 어렵다. 사회적 고립은 도시에서도 확인된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개인을 공동체로부터 떨어트렸고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사회적 분리와 고립은 심화됐다. 젊은 층은 장기 실업 상태를, 장년층과 노년층은 구조조정과 해고 그리고 퇴직 등으로 인한 경제적 빈곤 상태를 겪게 된다. 

도시화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커뮤니티 디자인의 목적은 지역의 활성화이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는 현지 주민과 함께 문제의식을 탐구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간다. 야마자키료는 『커뮤니티 디자인』의 저자이자 커뮤니티 디자이너이다. 그는 사람과 마을이 서로 연결되는 커뮤니티 디자인을 선보인다. ‘관이 민을 지도한다’라는 메이지 이후 일본의 사고방식을 비판하며 지역 주민을 참여시키고 공공사업으로 연결하여 마을의 문제를 일본의 한 사례로 만든다. 그의 행적은 대담하다. 그는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도 디자인되어야 할 곳을 발견하면 그 즉시 그곳의 지자체에 문을 두드린다. 또 지역 주민과 문제의식을 찾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토론과 세미나를 진행한다.

 

 

 

 

커뮤니티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는 ‘지역화’

저자가 지금까지도 다양한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건 커뮤니티 디자인이 필요한 지역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그 지역 내에서도 갖가지 다른 성격을 만들어내는데, 저자의 경우 공원, 공원의 뒷산 등으로 나누어 지역과 그 공간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진행한다. 나는 도시 또한 커뮤니티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동네인 행궁동만 해도 ‘행리단길’ 이름표를 달고나서부터 서울의 카페거리와 똑같아지고 있다. 여기가 서울인지 수원인지는 수원성이 아니라면 모를 정도이다. 

저자는 자신 진행해 온 여러 커뮤니티 디자인 프로젝트를 책에 담았다. 책이 담고 있는 수많은 사례 중에서 2002년 일본 이에시마 제도에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배를 타고 30분은 들어가야 있는 이에시마 제도에서 무작정 섬의 ‘지역화’를 진행한다. 섬의 특징상 저자는 외부인일 뿐인데도 그는 이곳에서 5년간 주민들과 함께 섬의 ‘지역화’를 해낸다. 이는 저자가 이에시마 제도 중 한 섬에 도착해 대뜸 마을 사무소에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을사무소에서 얻은 정보는 8,000명 남짓이 살지만 저출산이 심각했고 공공사업은 침체하고 주요 산업인 채석업은 폐업 위기에 있다는 거였다. 섬은 위기에 봉착하고 국가는 방치해둔 곳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저자가 자신들을 도울 마음이 있다는 생각을 쉽사리 하지 못했다. 저자는 계속 섬에 방문해 이곳저곳에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날 ‘재생플랜책정위원회’라는 곳에 불려 갔는데 그곳에서는 침체한 채석업을 살려내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채석업이 유망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섬의 관광화를 제안했다. 섬의 인구가 적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경제 상황을 살릴 수 없었고 무역 사업은 이미 침체였기 때문에 섬의 매력을 부각해서 외부의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자 했다. 관광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섬의 매력을 알아내야했다. 주민들과 함께 마을 만들기를 위한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섬의 매력에 대한 감상과 부각하고자 하는 부분들을 나누었고 자연스럽게 섬에 대한 해결방안도 드러났다. 인구가 적어지면서 생겨나는 빈집을 게스트 하우스로 바꾸고 섬에서 나오는 어패류를 사용한 특산물이 개발됐다. 주민들은 섬에 대한 매력을 찾을수록 자부심도 커져갔다. 저자는 여기에 더해 섬에 방문하는 손님들이 섬의 팬이 되길 바랐다. 1년에 1,000명이 놀러 오는 섬이 아니라 100명이 매년 찾아오게 되는 섬으로 만들고자 했다. 

커뮤니티 디자이너는 섬의 ‘지역화’를 위해 섬을 브랜딩(Brand Experience Design) 해야 한다. 또 그 섬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것인지와 같은 고객 경험 디자인(Customer Experience, CX)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커뮤니티 디자이너는 제품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총괄하는 PM(Product Manager)과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PM은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소비자가 제품에 의존하도록 만들고 추가구매를 유도한다. 반면에 커뮤니티 디자이너는 이와 정반대로 디자인을 진행한다. 저자는 섬 주민들이 모든 활동을 주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다. 초기 기획자가 없더라도 그 지역의 활성화를 지역 주민들이 해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 디자이너의 최고 성과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에시마 제도에서 5년간 커뮤니티 디자인을 진행하고 섬을 떠났다. 저자는 이 5년이라는 시간은 활동이 자리를 잡고 주민들이 주체성을 가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한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천천히 스며들 듯 진행되어야 탈이 없고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5년’이라는 연도보다도 ‘천천히’ 진행되었다는 걸 강조한다.

 

 

 

 

마을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디자인

도시화는 빠르게 진행된 탓에 탈이 나버린지도 모르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국에도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많이 생겨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커뮤니티 디자인에도 보완되어야 할 지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가 이에시마 제도에서 시도한 관광화는 섬이든 마을이든 내부에서 경제 순환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곳에서 제시되는 흔한 해결 방안이다. 하지만 이는 외부 유입이 끊기면 수입원이 차단되는 리스크를 안고있다. 모든 관광지는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맞기 때문에 관광화만을 대책으로 내세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내부 경제 순환에 힘써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커뮤니티 디자이너는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면 그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간다.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떠난 후부터는 마을 주민과 지자체의 협업 활동이 된다. 둘의 결합도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던 디자이너의 부재에도 원활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사실 커뮤니티 디자이너는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기지만, 딱 거기까지만 디자이너가 맡은 바이다. 그 이후의 일은 주민과 지자체의 일이 된다. 이 지점에서 디자인의 책임감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 커뮤니티 디자인뿐 아니라 대부분의 개별 디자이너는 디자인된 것이 오랫동안 살아남길 바라지만, 디자인 기술 자체는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에 관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커뮤니티 디자이너는 유지와 보수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 저자는 새로 만들어내는 디자인보다 있던 것을 살리는 디자인을 지향하지만, 현실적으로 디자이너가 살려내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항상 만들어져 죽어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프로파간다와 커뮤니티 디자인은 목적만 다를 뿐 방식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디자인은 목적에 따라 사용되는 도구인 셈이다. 디자인은 국가의 통제를 위한 도구도 되지만 그 통제를 벗어나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는 것이다. 이는 책을 들고 사람을 때리느냐와 책을 펴서 읽느냐 정도의 차이이다. 

직종으로서의 디자인은 산업혁명 때 생겼다. 산업혁명부터 지금까지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프로파간다부터 커뮤니티 디자인까지 이어진 걸 보면 시대의 목적에 맞춰 빠르게 변화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디자인이 시대별 핵심과 함께 간다는 건 사회의 흐름만큼이나 유동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이 유동성은 디자인이 유지와 보수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하는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예상해본다. 그리고 디자인은 오래 살아님는 방법으로 유동성을 택했으나 담론이 형성되기도 전에 세분되어 버려 힘을 가지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개별 디자이너는 함께 뭉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담론은 학문적으로도 쌓이지 못했지만, 일상적인 측면과 더욱 동떨어져 있다. 사실 디자인 기술을 다루는 툴(tool) 전문가는 아무나 되기 어렵지만 디자인 사고방식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건데도 말이다. 디자인을 커뮤니티 디자인처럼 일상에서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디자인의 유동성을 살리면서도 담론 형성에 박차를 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개별 디자이너는 국가나 기업보다는 마을이나 공동체로 눈을 돌려야 하는 건 아닐까? 

저자는 언제나 “아직 상황은 호전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디자인에 임한다. 디자이너가 당연하게 가져가야 하는 마음가짐이지만 쉽사리 놓아버리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러한 마음가짐을 지켜낸 건 그가 마을과 함께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 3
  • 2025-12-03 07:17

    이 글을 읽으니 그동안 문탁에서 우리가 해온 모든 일들이 커뮤니티 디자인이었다는 걸 알겠군요!
    공동식탁, 연대활동, 마을경제, 복활동, 세미나 만들기 등이 커뮤니티 디자인인 건 말할 나위가 없고,
    읽고쓰기1234, 포도밭 글쓰기, 학술제도 함께 공부하는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커뮤니티 디자인인 거지요.ㅎㅎㅎ
    이 책을 쓴 작가처럼 외부에서 들어가 마을을 바꾸는 사람만이 커뮤니티 디자이너인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새은님이 제기한 문제점의 대다수는 해결되지 않을까요?^^

  • 2025-12-03 20:34

    각 지역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자기 커뮤니티를 디자인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되네요. 결국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지역을 하나의 상품으로서 만들어내는 것 같아서 좀 불편한데, 막상 현실적으로 외부 디자이너의 개입이 없다면 많은 지역이 자연스레 쇠퇴해 갈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한국에서 서울의 과포화 현상이 일어나고 다른 지역들의 경쟁력은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 떠올라 막막하네요

  • 2025-12-04 09:06

    잘은 모르겠지만 남이섬 프로젝트 같은 데 생각이 납니다. 근데 이런 일들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진짜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일들이 진행되어야 하고, 이게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의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뭐 이런 뒤죽박죽인 생각이 떠오르네요.
    일전에 부산에 갔을 때 구도심지의 노후가 문제가 되는데 이게 또 벽화 마을처럼 관광지화 되어 버리면 시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구요.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공성의 지혜'를 주제로 올해 불교학교에서 공부하는 요요, 인디언, 두루미가 릴레이로 글을 올리는 코너입니다. <금강경>과 <반야심경> 등의 경전을 읽는 불교학교의 공부와 연재 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팔분의 일의 지혜, 불완전함 속에서 길을 여는 눈   한동안 누군가의 게시글에 댓글 한 줄 달 때도 나는 머뭇거렸다. 커서가 깜빡이는 빈 칸 앞에서 나는 쓰고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내가 댓글을 망설였던 이유는 단순히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내 안의 견고한 ‘아상(我相)’ 때문이었다. “이 짧은 한 줄에 ‘나’를 드러내려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학기 『금강경』을 읽으며 나는 아상의 실체를 마주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아상은 단순한 교만이나 자의식 과잉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를 실체화하고, ‘내가 옳다’는 착각을 기준으로 삼아 세상을 재단하려는 집착을 말한다. 나는 이 오만한 집착을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상을 경계하려던 나의 노력은 오히려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높은 벽이 되었다. 그렇게 점점 더 위축되어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나는 “불교가 불편하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티벳 불교의 수행서 『람림』을 만난 첫 시간, 아티샤 존자의 가르침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완벽한 스승을 찾기 어려운 시대이니, 공덕의 팔분의 일만 갖추었더라도 그를 스승으로 의지하라.” (『람림』 청전 번역, 73~74p)   공덕의 팔분의 일이란 『묘비청문경』에서 제시한 스승의 최저한도 기준이다. 처음에는 ‘팔분의 일’이라는 기준이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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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25.12.11 | 조회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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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은
2025.12.01 | 조회 183
기학잡담
보편학문으로서의 ‘기학’   혜강 최한기(1803~1877)는 19세기 조선에 살았다. 당시 조선은 세도정치로 인한 폐해가 극심했다. 소수의 권력독점에 정치가 문란해지고 가혹한 수탈로 농민은 몰락해갔다. 가난한 나라, 비참한 백성, 거기에 외세의 압력까지 최한기가 목도한 조선의 현실은 암울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양반이었지만 벼슬살이를 하지 않은 그는 읽고, 쓰고, 공부하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독립연구자였다. 그는 가진 재산을 책을 사는데 다 써버렸다. 오죽하면 책 사다 망한 사람이라는 말까지 들었을까. 사대문 안에 살았지만 결국 도성 밖으로 셋집을 얻어 이사 갔을 정도였다. 그가 산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서양학문과 관련된 책이었다. 특히 천문학과 서양의 자연과학 및 기술에 관련된 책은 그의 철학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방대한 저술들을 읽고 공부한 최한기는 무려 1000여권의 책을 썼다. 대부분 철학과 과학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데, 없어지고 이름만 남아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최한기가 55세 때 쓴 『기학』은 그의 기철학에 대한 사유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최한기는 자신의 학문을 ‘기학’이라 명명했다. 그가 말하는 기는 운화유형(運化有形)의 기이다. 그것은 활동운화(活動運化)하는 본성을 가진 것으로서 우주 안에 가득차서 조금의 빈틈도 없다. 이 기는 우주의 궁극적 본원으로서 스스로 그러한 원리에 의해 만물을 창조하고 순환하고 변화시킨다. 기화(氣化)에 의해 생성된 만물에는 각각의 고유한 작동원리가 있다. 이것이 리다. 리는 기의 내재적 조리, 속성, 법칙일 뿐이다. ‘기학’에서의 리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물리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기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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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용
2025.11.24 | 조회 226
방과 후 고전 중
주자가 『본의(本義)』를 지은 까닭은     주역 공부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하지만 주역 자체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주자가 쓴 『근사록(近思錄)』을 잘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2017년 처음 근사록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근사록』의 1편 「도체(道體)」를 보면 괘에 대한 문장이 많은데, 거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었다. 『주역』을 읽어본 적도 없었고, 다음 편인 「위학(爲學)」편의 글들과 많이 다르게 느껴져 생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도체」에 나온 글들이 주역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훨씬 후에 알았고, 그 글들이 왜 『근사록』의 첫머리가 되어야 했는지는 그 훨씬 뒤에야 알게 되었다.   역, 주역, 주역전의, 주역본의 …   고전 공부를 하다 보면 처음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 이름이다. 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본명도 있고, 호(號)도 있고, 자(字)도 있고, 관직명을 같이 부르기도 하고, 죽고 난 뒤에 시호(諡號)도 있고. 이걸 다 섞어서 쓰니까, 읽으면서 같은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떨 때는 따로 적어 두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책 이름도 비슷한 예가 있다. 인명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책을 다르게 부르면 처음 공부하는 입장에선 매번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예를 들자면 서경(書經)을 서(書), 상서(尙書) 등으로 부르는데 경전의 의미를 밝히면 서경으로, 존귀한 책의 의미로는 상서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주역(周易)도 역(易), 역경(易經), 등으로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이문서당’에서 공부한 주역 책에는 단순히 ‘주역’, 혹은 ‘역’이라고 되어...
주자가 『본의(本義)』를 지은 까닭은     주역 공부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하지만 주역 자체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주자가 쓴 『근사록(近思錄)』을 잘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2017년 처음 근사록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근사록』의 1편 「도체(道體)」를 보면 괘에 대한 문장이 많은데, 거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었다. 『주역』을 읽어본 적도 없었고, 다음 편인 「위학(爲學)」편의 글들과 많이 다르게 느껴져 생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도체」에 나온 글들이 주역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훨씬 후에 알았고, 그 글들이 왜 『근사록』의 첫머리가 되어야 했는지는 그 훨씬 뒤에야 알게 되었다.   역, 주역, 주역전의, 주역본의 …   고전 공부를 하다 보면 처음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 이름이다. 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본명도 있고, 호(號)도 있고, 자(字)도 있고, 관직명을 같이 부르기도 하고, 죽고 난 뒤에 시호(諡號)도 있고. 이걸 다 섞어서 쓰니까, 읽으면서 같은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떨 때는 따로 적어 두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책 이름도 비슷한 예가 있다. 인명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책을 다르게 부르면 처음 공부하는 입장에선 매번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예를 들자면 서경(書經)을 서(書), 상서(尙書) 등으로 부르는데 경전의 의미를 밝히면 서경으로, 존귀한 책의 의미로는 상서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주역(周易)도 역(易), 역경(易經), 등으로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이문서당’에서 공부한 주역 책에는 단순히 ‘주역’, 혹은 ‘역’이라고 되어...
진달래
2025.11.19 | 조회 241
Socio-sociolgy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리뷰          “요즘은 무슨 공부해?” 스스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 지 2년 정도 되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첫인사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사실 그보다 만나는 친구들이 거의 인문학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어.” 라고 답했다. 이 말을 할 때 내가 어색해서 참기 힘든 지점은, 마르크스도, 공부도, 자본도 아닌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내 입에 오를 때다. ‘인문학’을 제외하면 ‘학’자 들어간 단어들 하고는 정말 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꽤 ‘학술적’으로 느껴지는 ‘경제학’이라는 말을 내 입으로 쓰다니. 낯 간지럽다. 사실 지금의 ‘경제학’은 좀 더 ‘수학적’이고, ‘경영’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알라딘의 카테고리만 봐도 경제는 경영과 함께 묶여있고, 주로 기업 경영이나 세일즈, 재테크와 투자에 관련된 책들을 다룬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친구들에게 “자본주의의 발생과 원리, 또 그 한계점을 공부하며 대안적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해야 맞다. 말하자면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국부와 자본 운영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으로서의 경제’에 가까운 셈이다.  한편, 자산 증식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보니, 현대의 경제 관련 기사를 볼 때는 여전히 힘든 지점이 있다. 마르크스가 바라고, 분석한 대로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마르크스가 비판하던 고전 경제학자들과 그 후예들의 이론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리뷰          “요즘은 무슨 공부해?” 스스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 지 2년 정도 되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첫인사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사실 그보다 만나는 친구들이 거의 인문학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어.” 라고 답했다. 이 말을 할 때 내가 어색해서 참기 힘든 지점은, 마르크스도, 공부도, 자본도 아닌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내 입에 오를 때다. ‘인문학’을 제외하면 ‘학’자 들어간 단어들 하고는 정말 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꽤 ‘학술적’으로 느껴지는 ‘경제학’이라는 말을 내 입으로 쓰다니. 낯 간지럽다. 사실 지금의 ‘경제학’은 좀 더 ‘수학적’이고, ‘경영’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알라딘의 카테고리만 봐도 경제는 경영과 함께 묶여있고, 주로 기업 경영이나 세일즈, 재테크와 투자에 관련된 책들을 다룬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친구들에게 “자본주의의 발생과 원리, 또 그 한계점을 공부하며 대안적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해야 맞다. 말하자면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국부와 자본 운영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으로서의 경제’에 가까운 셈이다.  한편, 자산 증식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보니, 현대의 경제 관련 기사를 볼 때는 여전히 힘든 지점이 있다. 마르크스가 바라고, 분석한 대로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마르크스가 비판하던 고전 경제학자들과 그 후예들의 이론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우현
2025.11.10 | 조회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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