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학잡담] 천인운화(天人運化)의 삶이란

토용
2025-11-24 22:50
226

보편학문으로서의 ‘기학’

 

혜강 최한기(1803~1877)는 19세기 조선에 살았다. 당시 조선은 세도정치로 인한 폐해가 극심했다. 소수의 권력독점에 정치가 문란해지고 가혹한 수탈로 농민은 몰락해갔다. 가난한 나라, 비참한 백성, 거기에 외세의 압력까지 최한기가 목도한 조선의 현실은 암울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양반이었지만 벼슬살이를 하지 않은 그는 읽고, 쓰고, 공부하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독립연구자였다. 그는 가진 재산을 책을 사는데 다 써버렸다. 오죽하면 책 사다 망한 사람이라는 말까지 들었을까. 사대문 안에 살았지만 결국 도성 밖으로 셋집을 얻어 이사 갔을 정도였다. 그가 산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서양학문과 관련된 책이었다. 특히 천문학과 서양의 자연과학 및 기술에 관련된 책은 그의 철학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방대한 저술들을 읽고 공부한 최한기는 무려 1000여권의 책을 썼다. 대부분 철학과 과학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데, 없어지고 이름만 남아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최한기가 55세 때 쓴 『기학』은 그의 기철학에 대한 사유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최한기는 자신의 학문을 ‘기학’이라 명명했다. 그가 말하는 기는 운화유형(運化有形)의 기이다. 그것은 활동운화(活動運化)하는 본성을 가진 것으로서 우주 안에 가득차서 조금의 빈틈도 없다. 이 기는 우주의 궁극적 본원으로서 스스로 그러한 원리에 의해 만물을 창조하고 순환하고 변화시킨다. 기화(氣化)에 의해 생성된 만물에는 각각의 고유한 작동원리가 있다. 이것이 리다. 리는 기의 내재적 조리, 속성, 법칙일 뿐이다. ‘기학’에서의 리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물리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기학’은 당시 주류사상이었던 성리학의 리철학에 반기를 든 것이었다. 세계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절대적 법칙으로서의 무형의 리에 대해 추측하고 증험할 수 있는 유형의 리, 즉 운화기를 내세운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유형의 세계에 근거해야 한다. 무형의 존재는 없다. 모든 존재는 유형적 존재이다.

 

기화를 밝히려는 목적은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와 정교, 학술의 무궁한 실효”가 모두 이 기화에 있기 때문이다. 즉 우주와 인간에 대한 바른 인식을 통해 두루 통용되는 보편학문으로서의 ‘기학’을 정립하고, 이것으로써 사람들이 안정되게 잘 살 수 있는 대동일통의 세계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최한기의 사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기측체의氣測體義』, 『인정仁政』 등 그의 방대한 저술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기학』 한 권만 읽어서는 부족하다. 나 역시 이번에 처음 최한기라는 사상가를 알게 되었고, 겨우 『기학』만을 읽었을 뿐이다. 그의 사유를 이해한다고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기학』에서 관심을 끌었던 문장을 중심으로 그의 사상에 조금이나마 다가가 보려 한다.

 

 

 

 

 

 

『대학』 8조목은 모두 천인운화의 일이다

 

천인운화는 여러 번 증험하여 그것을 밖에서 얻고, 모습을 이루어 그것을 안에 간직하고, 기화에 따라 그것을 밖에서 쓰니, 곧 『대학』 8조목의 격물·치지는 그것을 밖에서 얻는 것이요, 성의·정심은 그것을 안에 간직하는 것이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그것을 밖에서 쓰는 것이다. 그러한즉 격물·치지의 일은 곧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하는 길이다. 만약 격물·치지의 일이 천인운화가 아닌 다른 물건에 있으면, 수·제·치·평 하는 도를 본디 보존하여 기를[존양] 수 없을 것이니 장차 어떻게 기회가 왔을 때 쓸 수 있겠는가? 그래서 천인운화를 여러 번 증험하여 그것을 얻으면 격·치가 되고, 천인운화가 모습을 이루어 그것을 간직하면 성·정이 되고, 천인운화를 기회에 따라 쓰면 수·제·치·평이 되니, 8조목의 가운데 천인의 도가 완비되어 있는 것이다. (『기학』 권1 98)

 

『대학』은 수신과 치국의 도를 밝힌 책이자 사서의 하나로 유가의 핵심저작이다. 8조목은 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제가·치국·평천하이다. 성리학에서는 8조목 중 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을 수기(修己)의 단계로, 제가·치국·평천하를 치인(治人)의 단계로 본다. 수기를 치인을 이루기 위한 근본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수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격물·치지를 통해 사물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하고, 성의·정심을 통해 도덕적 심성수양을 한다. 그렇게 해서 수신에 이르면 이후 제가·치국·평천하로 실천을 확장해간다는 것이 성리학의 논리이다.

 

그러나 최한기의 8조목 해석은 다르다. 그는 8조목을 격물·치지, 성의·정심,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3단계로 나눈다. 이 8조목은 모두 천인운화와 관계되는데, 격물·치지는 천인운화를 밖에서 얻는 단계로, 성의·정심은 천인운화를 내면에 간직하는 단계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내면에 간직한 천인운화를 밖으로 활용하는 단계로 본다. 그렇게 되면 ‘기학’에서는 1,2단계가 모두 인식의 단계가 되고, 3단계는 실천의 단계가 된다. 즉 성리학에서 수기의 핵심이 되는 성의·정심과 수신이 ‘기학’에서는 인식과 실천으로 나뉘는 것이다.

 

최한기의 8조목 해석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천인운화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천인운화는 천기(天氣)의 활동운화와 인기(人氣)의 활동운화가 하나로 통합된 운화이다. 즉 인기가 천기를 승순(承順)하는 운화인데, 승순한다는 것은 어기지 않고 통섭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하늘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운동변화해감을 말한다. 인간은 천으로부터 천과 동일한 운행원리를 품부 받았는데 그것을 유행지리(流行之理)라고 한다. 또 인간의 마음도 천으로부터 나왔는데 여기에는 사물의 이치를 추측할 수 있는 추측능력이 있다. 이 추측능력에 의해 형성된 이치를 추측지리(推測之理)라고 한다. 이 유행지리와 추측지리가 합치된 것이 천인일치이다. 천인운화는 곧 천인일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천인일치를 위해서는 천성을 발현시켜야한다. 즉 활동운화의 본성을 회복해서 천인운화에 도달해야 한다. 유행지리는 천과 같기 때문에 추측지리를 유행지리에 합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추측지리는 인간의 본성에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이것으로 미루어 저것을 헤아리는 추측작용을 통해 인식된다. 추측지리를 계속해서 탐구하고 검증하고 잘못되었으면 고치고 또 고친 후 객관적으로 타당한 올바른 인식을 내면에 쌓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품부 받은 활동운화의 본성을 회복하여 천인운화에 이르게 된다.

 

최한기가 천인운화를 인식하는 방법은 바로 격물·치지와 성의·정심에 있다. 격물·치지는 외부에서 경험을 통해 얻는 단계이다. 천인운화를 여러 번 증험하여 터득한다. 성의·정심은 얻은 것에 의거하여 보편타당한 표준을 수립하는 단계이다. 마음속에 천인운화의 상을 이루어 저장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천인운화를 상황에 따라 밖에서 변통하여 쓰는 것이다. 최한기는 “일체의 공부는 그것을 연마하고 수련한 것이, 마음속에서 형체를 이루어야 잘 미루어 쓸 수 있고 잘 변통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8조목 해석 중에서 성리학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성의·정심이다. 그에게 있어 성의·정심은 올바른 인식과 지식을 확충하여 치국에 잘 쓰기 위한 중요한 단계였다.

 

 

 

 

 

기질을 변화시켜 천인운화를 이룬다

 

인간은 활동운화의 본성을 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다. 활동운화는 생명의 기운이 항상 움직여서 두루 운행하여 크게 변화한다는 뜻으로 인간의 내면에 품부되어 있다. 활동운화의 본성을 발현하게 되면 천인운화의 이상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활동운화하는 본성을 어떻게 발현시킬 수 있을까? 추측지리를 변통하여 기질의 가리움을 변화시키면 된다. 그런데 사람은 타고난 불변의 기질을 바꿀 수 없다. 유전적 요소, 환경적 요소는 기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추측지리가 중요하다.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즉 경험한 것을 내면에 습관화한 것에 따라 기질은 달라질 수 있다. 추측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사사물물에 나아가서 실제로 체험하면서 객관적인 이치를 탐구한다. 그리고 그 이치를 증험하여 마음에 축적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 활동운화하는 본성을 가리고 있던 기질은 변화된다. 이에 어긋난 추측지리를 변통하여 유행지리와 부합함으로써 천인운화를 인식하게 된다.

 

여기에서 최한기가 운화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는 가리움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든 예가 인상적이다.

 

“성색(聲色)에 가리운 자의 경우는, 그 또한 운화하는 몸으로 운화하는 세상에 처하여 살아가는 것이고, 성색 역시 운화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므로, 성색 그 자체에 나아가 운화의 기를 궁구해 보아서 운화의 성색을 점진적으로 시행한다면, 가리운 바가 이미 제거되어 비록 성색을 끊지 아니하더라도 운화에 해로움이 되지는 아니할 것이다. 재물과 이익에 가리운 자의 경우도, 또한 운화하는 몸으로 운화하는 세상에 처하여 살아가는 것이고, 재물과 이익 역시 운화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이므로, 재물과 이익 그 자체에 나아가 운화의 기를 궁구해봐서 운화의 재물과 이익을 점진적으로 시행한다면, 가리운 바가 이미 제거되어 비록 재물과 이익을 끊지 아니하더라도 운화에 해로움이 되지는 아니할 것이다. 학문의 가리움, 영화와 명예의 가리움, 화와 복의 가리움, 치우치거나 사사로운 것의 가리움, 자만심의 가리움 및 수백 가지 가리운 바에 있어서 모두 이와 같지 아니함이 없다.” (『기학』 권2 62)

 

모든 사물은 운화한다. 그 관점에서 최한기는 성리학에서 금기시했던 인간의 욕구에 대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욕으로 흘러 운화에 해롭게 되지 않는 한에서이다. 이것은 추측지리를 활용하여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 인간의 삶을 안정되게 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최한기는 경험·관찰에 의해 얻은 과학적 진리의 보편법칙에 의해 다스려지는 세상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격물·치지의 과학적 추측과정을 통하여 성심·정의로 보편법칙을 궁구하고 쌓아 그것을 다시 사회에 실천하는 것이다. 아울러 치국의 요체를 통민운화(統民運化)라 하고, 보편타당한 천인운화의 기준에 의해 정치와 교육을 시행하는 통민운화가 지향하는 대동일통의 이상사회를 역설했다.

 

 

 

댓글 2
  • 2025-11-26 14:51

    개항 이전에 이미 서양세계의 학문에 관심을 갖고 성리학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문탐구에 매진한 최한기 선생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선생의 '기학'은 당시 지식인 세계에서 매우 특별하고 센세이셔널했을 것 같은데요,
    당대에는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이후 어떤 사람들에게 계승되고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고싶어집니다.

  • 2025-12-03 21:29

    모든 사물은 운화한다. 운화(運化)가 잡힐 듯 말 듯 하네요....... 추가 설명 부탁합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공성의 지혜'를 주제로 올해 불교학교에서 공부하는 요요, 인디언, 두루미가 릴레이로 글을 올리는 코너입니다. <금강경>과 <반야심경> 등의 경전을 읽는 불교학교의 공부와 연재 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팔분의 일의 지혜, 불완전함 속에서 길을 여는 눈   한동안 누군가의 게시글에 댓글 한 줄 달 때도 나는 머뭇거렸다. 커서가 깜빡이는 빈 칸 앞에서 나는 쓰고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내가 댓글을 망설였던 이유는 단순히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내 안의 견고한 ‘아상(我相)’ 때문이었다. “이 짧은 한 줄에 ‘나’를 드러내려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학기 『금강경』을 읽으며 나는 아상의 실체를 마주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아상은 단순한 교만이나 자의식 과잉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를 실체화하고, ‘내가 옳다’는 착각을 기준으로 삼아 세상을 재단하려는 집착을 말한다. 나는 이 오만한 집착을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상을 경계하려던 나의 노력은 오히려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높은 벽이 되었다. 그렇게 점점 더 위축되어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나는 “불교가 불편하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티벳 불교의 수행서 『람림』을 만난 첫 시간, 아티샤 존자의 가르침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완벽한 스승을 찾기 어려운 시대이니, 공덕의 팔분의 일만 갖추었더라도 그를 스승으로 의지하라.” (『람림』 청전 번역, 73~74p)   공덕의 팔분의 일이란 『묘비청문경』에서 제시한 스승의 최저한도 기준이다. 처음에는 ‘팔분의 일’이라는 기준이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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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2025.12.11 | 조회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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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은
2025.12.01 | 조회 182
기학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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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용
2025.11.24 | 조회 226
방과 후 고전 중
주자가 『본의(本義)』를 지은 까닭은     주역 공부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하지만 주역 자체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주자가 쓴 『근사록(近思錄)』을 잘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2017년 처음 근사록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근사록』의 1편 「도체(道體)」를 보면 괘에 대한 문장이 많은데, 거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었다. 『주역』을 읽어본 적도 없었고, 다음 편인 「위학(爲學)」편의 글들과 많이 다르게 느껴져 생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도체」에 나온 글들이 주역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훨씬 후에 알았고, 그 글들이 왜 『근사록』의 첫머리가 되어야 했는지는 그 훨씬 뒤에야 알게 되었다.   역, 주역, 주역전의, 주역본의 …   고전 공부를 하다 보면 처음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 이름이다. 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본명도 있고, 호(號)도 있고, 자(字)도 있고, 관직명을 같이 부르기도 하고, 죽고 난 뒤에 시호(諡號)도 있고. 이걸 다 섞어서 쓰니까, 읽으면서 같은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떨 때는 따로 적어 두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책 이름도 비슷한 예가 있다. 인명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책을 다르게 부르면 처음 공부하는 입장에선 매번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예를 들자면 서경(書經)을 서(書), 상서(尙書) 등으로 부르는데 경전의 의미를 밝히면 서경으로, 존귀한 책의 의미로는 상서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주역(周易)도 역(易), 역경(易經), 등으로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이문서당’에서 공부한 주역 책에는 단순히 ‘주역’, 혹은 ‘역’이라고 되어...
주자가 『본의(本義)』를 지은 까닭은     주역 공부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하지만 주역 자체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주자가 쓴 『근사록(近思錄)』을 잘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2017년 처음 근사록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근사록』의 1편 「도체(道體)」를 보면 괘에 대한 문장이 많은데, 거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었다. 『주역』을 읽어본 적도 없었고, 다음 편인 「위학(爲學)」편의 글들과 많이 다르게 느껴져 생소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도체」에 나온 글들이 주역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훨씬 후에 알았고, 그 글들이 왜 『근사록』의 첫머리가 되어야 했는지는 그 훨씬 뒤에야 알게 되었다.   역, 주역, 주역전의, 주역본의 …   고전 공부를 하다 보면 처음 난관에 부딪히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 이름이다. 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본명도 있고, 호(號)도 있고, 자(字)도 있고, 관직명을 같이 부르기도 하고, 죽고 난 뒤에 시호(諡號)도 있고. 이걸 다 섞어서 쓰니까, 읽으면서 같은 사람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떨 때는 따로 적어 두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책 이름도 비슷한 예가 있다. 인명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책을 다르게 부르면 처음 공부하는 입장에선 매번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분이 든다. 예를 들자면 서경(書經)을 서(書), 상서(尙書) 등으로 부르는데 경전의 의미를 밝히면 서경으로, 존귀한 책의 의미로는 상서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주역(周易)도 역(易), 역경(易經), 등으로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이문서당’에서 공부한 주역 책에는 단순히 ‘주역’, 혹은 ‘역’이라고 되어...
진달래
2025.11.19 | 조회 240
Socio-sociolgy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리뷰          “요즘은 무슨 공부해?” 스스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 지 2년 정도 되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첫인사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사실 그보다 만나는 친구들이 거의 인문학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어.” 라고 답했다. 이 말을 할 때 내가 어색해서 참기 힘든 지점은, 마르크스도, 공부도, 자본도 아닌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내 입에 오를 때다. ‘인문학’을 제외하면 ‘학’자 들어간 단어들 하고는 정말 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꽤 ‘학술적’으로 느껴지는 ‘경제학’이라는 말을 내 입으로 쓰다니. 낯 간지럽다. 사실 지금의 ‘경제학’은 좀 더 ‘수학적’이고, ‘경영’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알라딘의 카테고리만 봐도 경제는 경영과 함께 묶여있고, 주로 기업 경영이나 세일즈, 재테크와 투자에 관련된 책들을 다룬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친구들에게 “자본주의의 발생과 원리, 또 그 한계점을 공부하며 대안적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해야 맞다. 말하자면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국부와 자본 운영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으로서의 경제’에 가까운 셈이다.  한편, 자산 증식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보니, 현대의 경제 관련 기사를 볼 때는 여전히 힘든 지점이 있다. 마르크스가 바라고, 분석한 대로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마르크스가 비판하던 고전 경제학자들과 그 후예들의 이론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리뷰          “요즘은 무슨 공부해?” 스스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 지 2년 정도 되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첫인사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사실 그보다 만나는 친구들이 거의 인문학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되었기 때문이겠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중심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고 있어.” 라고 답했다. 이 말을 할 때 내가 어색해서 참기 힘든 지점은, 마르크스도, 공부도, 자본도 아닌 ‘경제학’이라는 표현이 내 입에 오를 때다. ‘인문학’을 제외하면 ‘학’자 들어간 단어들 하고는 정말 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중에서도 꽤 ‘학술적’으로 느껴지는 ‘경제학’이라는 말을 내 입으로 쓰다니. 낯 간지럽다. 사실 지금의 ‘경제학’은 좀 더 ‘수학적’이고, ‘경영’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알라딘의 카테고리만 봐도 경제는 경영과 함께 묶여있고, 주로 기업 경영이나 세일즈, 재테크와 투자에 관련된 책들을 다룬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친구들에게 “자본주의의 발생과 원리, 또 그 한계점을 공부하며 대안적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해야 맞다. 말하자면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국부와 자본 운영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가 아니라 ‘사회학적 관점으로서의 경제’에 가까운 셈이다.  한편, 자산 증식의 관점으로 보는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보니, 현대의 경제 관련 기사를 볼 때는 여전히 힘든 지점이 있다. 마르크스가 바라고, 분석한 대로 자본주의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국가는 여전히 마르크스가 비판하던 고전 경제학자들과 그 후예들의 이론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이다....
우현
2025.11.10 | 조회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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