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갑니다]#4 이제부터 박 터질 예정

자작나무
2025-10-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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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주팔자 지지에는 역마살이 깔려 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는  내가 바람 따라 정처 없이 움직이는 방랑자의 기질이 있나? 라는 헛된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 성향과 과거의 족적을 보건대, 절대 그렇지 않다. 역마살이 많이 있음에도 움직이기 싫어한다. 여행도 자주 가지 않고 본가에도 자주 가지 않고 이사는 더더군다나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문탁 네트워크가 이사를 간다. 내가 2016년 경에 왔으니, 나의 경우 거의 10년을 살다가 이사를 가는 거다. 만약 지금 살고 있는 데서 먼 곳으로 간다고 했으면 심란했을 터이지만, 걸어서 가도 지금과 별 다르지 않은 거리라서 심정적으로 물리적으로 저항감이 크지 않다. 사실 이사를 가자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으나....가니 마니 논의를 하는 와중에 이사 갈 때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 마음은 쉽게 정해졌다. 그래! 가자!! 

 

그래! 가자! 라는 마음이 든 이후로, 옮겨 갈 곳도 정해지고, 날짜도 정해졌다. 이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한 살림청지기들은 마음을 졸였을 터이지만....정해지고 나니 또 아직 이사까지 시간이 남은 상태라서 그런지....내 마음은 이사 때문에 그다지 허덕이지는 않는다. 이사하기 전에 짐들을 정리하고 이사짐 센터에 연락을 언제 하고, 쓰레기를 어디에 버리고, 어떻게 인테리어 할 것인가 등등의 실무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다들 경험치도 있고 잘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욱 마음이...다른 사람은 어떻는지 모르겠지만...조금은 한갓지다. 

 

*왼쪽은 비어 있는 강의실. 오른쪽은 작년 고전학교 에세이 발표 때의 모습. 품앗이 갤러리(과학셈나)까지 동원됐던 훈훈했던 모습. 공간의 온도는 무엇이 올리나? 문탁에 공부하려 오는 회원들...그리고 그 활동들. 

 

그러면서 한편으로, 으흠 이게 이사 가는 마음가짐이 맞나? 나는 이사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를 간다는 것은 그냥 여기서 저기로 공간만 바꾸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사TF 팀에서는 이사를 계기로 공동체의 일상과 운영과 관련해서 '주체/공간/공부'라는 키워드로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주었다. 그런데 서로 한데 섞여 있는 문제이기도 해서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 어떻게 혹은 무엇으로 실마리를 삼을 것인지.... 조금 막막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다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중심에 두고 전체 상황들과 관련지어서 생각을 풀어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내년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를 어떻게 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에서 맴돌고 있다. 이건 항상 하던 고민인데...이것이 지금은 이사와 맞물리면서 내 공부가 연구실의 동양 고전 공부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사실 이쪽 방면으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연휴도 지났겠다 이제부터는 워크샵과 이사회의, 구체적 업무 처리 등등 박 터질 일만 남았다. 

 

 

댓글 3
  • 2025-10-19 20:09

    확실히! 공간은 따닷해야하나 봅니다~ 우측사진은 따닷하네여

  • 2025-10-21 00:15

    자작샘은 공부방에서도 보라방에서도 강의실에서도 혼자 조용히 자주!! 공부하시잖아요. 그렇게 보면 역마살이 있으신 것 같기도 하고요^^
    어디서든 집중해서 공부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아! 저런 모습이 연구자의 모습이구나 혼자 생각한답니다.
    자작샘 근처에서 공부하면 저도 모르게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가끔 샘 근처를 따라다니기도 하는데 자작샘은 아실랑가 모르겠네요ㅋㅋㅋ

  • 2025-10-21 13:34

    '공간의 온도'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게 좋아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