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자세 - 음식연락(飮食宴樂)
이번에 읽은 괘는 건하감상(乾下坎上) 수천수(水天需)이다. ䷄
需는 기다린다는 뜻이다. 하괘인 건의 성질은 강건하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다. 전진! 앗, 그러데 상괘인 감을 만나서 나아갈 수 없어 일단 정지. 감의 성질은 험함이기 때문이다. 건의 성질이라면 앞으로 쭉쭉 갈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강건함 때문에 기다릴 수 있어서 험함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서둘지 않고 기다리면 어려움에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괘사의 의미도 좋다.
“수는 믿음이 있어서 빛나서 형통하고 바르고 길하니 큰 내를 건넘이 이롭다.”
괘사에 붙은 상전(象傳)을 대상전이라고 한다. 대상전에는 일관된 형식이 있다. ‘A + 君子 以 + B’
A는 괘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군자는 그 괘상을 본받아서(君子 以)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B) 그동안 이 대상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군자 어쩌고 하길래 유가 텍스트니까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도올선생은 이 대상전을 희대의 역작이라고 높게 평가한다. 괘상과 괘명만을 가지고 해석한, 후대의 개념에 오염되지 않은 오리지널한 작품이라고 말이다. 또 자연철학적 상징체계를 以를 매개로 해서 도덕철학적 당위명제로 끌어내고 있는 이 대상전의 철학이야말로 유교의 근본적 가치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을 듣고 나니 대상전에 급호기심이 생겼다. 오호!
그렇다면 수괘의 대상전은 어떨까.
“구름이 하늘로 올라감이 수괘이니, 군자가 이것을 본받아 마시고 먹으며 편안하게 즐긴다.”
상괘인 감(坎)의 상(象)이 구름이다. 구름은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 음양이 화합하기를 기다린 후에 비를 이룬다. 아직 비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마치 군자가 자신의 능력과 덕을 펼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이럴 때 군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름이 음양의 화합을 기다렸다가 비가 되는 상을 관찰하고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어떻게 기다리느냐. 마시고 먹으며 잔치하고 즐기면서(飮食宴樂). 아등바등 조바심내지 말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기다리라는 말일 것이다. 64괘의 대상전만 모아서 놓고 봐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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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때에 먹고 마시고 즐기며 기다린다니.. 이 얼마나 부러운 기다림인지요?
그러나 효사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초구는 교외에서 기다리고, 구이는 모래밭에서 기다리고, 구삼은 뻘에서 기다리고,
육사는 안전한 피난처에서 나와 피칠갑하여 기다린다고 하니, 위험과의 거리가 점점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역시 수천수괘에서 삼사효는 구삼육사로 제 자리인데도 삼사효의 효사는 별로 좋지 않군요.
구오효의 풀이가 가장 좋습니다. 술마시며 기다린다니... 아래 구이와 응하지 않는데도 자리가 좋아서 그런걸까요?
상육의 경우 험함의 끝에 있어서 변화가 보이고, 유의 자리에 유가 있어서 편안한 곳이라니.. 마지막 여섯번째의 효사도 나쁘지 않군요.
후기 읽으며 기억나는 게 없어서 효사를 한 번 둘러보니.. 마치 처음 보는듯합니다 그려. 에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