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콘서트 보고 왔어요!

우현
2024-07-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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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생 처음 아이돌 콘서트라는 걸 다녀왔습니다ㅎㅎ ‘XG’라는 걸그룹의 월드 투어 : [THE FIRST HOWL - Landing at Seoul]이었는데요, 투어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최근 활동하는 곡에서 늑대 무리의 형상을 하고 나왔다는 점, 기본적인 이 그룹의 컨셉이 우주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인상깊었어요. 평생 ‘아이돌 그룹’에 초점을 맞춰서 누군갈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동은 덕에 이런 경험도 해보네요ㅎ.

 

 

 

 

 다방면으로 매력적인 그룹이지만, 제가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된 경우는 XG의 음악이 힙합을 베이스로 하고 있기 때문이예요. 요즘 팝음악이나 아이돌 음악에서 힙합을 가져오는 경우는 흔하지만, XG는 훨씬 ‘딥한’ 영역을 끌고 온다는 점에서 크게 매력을 느꼈어요. 808악기부터 굉장히 강렬한 소스들을 쓰고, 마치 ‘빡센 랩’을 뱉어야 할 것 같은 프로듀싱 위에 매력적인 보컬들이 얹어지는 게 재미지죠. 근데 또 신기한 게, 안무는 기본이고 랩이랑 노래를 무지 잘해요. 아이돌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않아도, 그러니까 일반적인 래퍼들과 비교해봐도 랩 실력이 전혀 꿀리지 않거든요. 물론 직접 가사를 쓰는 것 같지는 않지만(아마 이 부분에서 많은 힙합팬들은 인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랩 디자인만 좋은 게 아니라 정말 힙합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는 인상을 줘요.

 

 

 게다가 이 그룹이 특이한 게, 한국 기획사인데 일본 회사의 투자를 받아서 멤버는 전원 일본인이고, 메인 프로듀서도 일본인이예요. 근데 곡 가사의 대부분은 영어고, 간간히 한국어와 일본어가 나오는 식이죠. 즉 타겟 자체가 ‘글로벌’이라고 느껴져요. 콘서트에서도 정말 놀란 게, 한국인 팬들은 3분의 1정도로 보이고, 나머지는 중국 팬, 일본 팬, 서구권 팬들이 섞여있었어요. 늦은 나이에 아이돌을 좋아하시면서 제 2의 인생을 산다던 일본의 ‘아주머니 팬’분들도 보고, 정말 키가 2미터쯤 돼보이는 백인 언니도 보고, 아무리 봐도 무대에 올라야 할 것 같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온 동남아 팬, 미디어에서만 보던 ‘갸루’ 팬, 간혹 보이는 전형적인 ‘오타쿠 남성’ 팬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는 게 재밌었어요. 이 다양한 사람들이 XG라는 그룹으로 하나가 되고, 응원봉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고... 최근 ‘포스트 휴먼’에 대한 강의를 듣는데, 거기서 언급되는 기존 정의되던 ‘주체적 인간’이 폐기 되고, 새로운 기반 속에서 만들어지는 종과 종 간의 횡단성이 이런 건가 싶어요ㅎ(아님ㅎ). 아무튼 아주 재밌었답니다.

 

 

 또 재밌는 건 나름 ‘한국투어’이다 보니 한국어로만 소통하려고 하는데, 팬들의 대부분은 한국어를 잘 모르는 듯 하고, 멤버들도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다보니 매끄러운 소통이 안 됐다는 겁니다. 한국인들도 어눌한 발음 때문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애초에 알아들을 생각이 없어보이는 몇몇 글로벌 팬들은 멤버들을 위해 함성을 지르거나 자신들의 언어로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멤버들은 약간 곤란해하면서도 끝까지 한국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하고... 이 소통과 불통 사이를 오가는 이건 뭘까? 재밌었습니다. 제가 많이 다니던 힙합 공연은 모두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시 하거든요. 애초에 래퍼들에겐 무대 장치는 ‘마이크’ 하나면 충분하고, 다양하고 완성도 있는 무대라기 보다는 즉흥적으로 팬들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 핵심이예요. 그에 비하면 XG는 콘서트의 중후반이 되도록 묵묵히 공연만 하고, 사실 의상을 갈아입는다던가, 다음 무대 연출을 준비하느라 그것만 하기에도 바빴죠. 막상 소통 시간이 되자 뭔가 혼잡한 시간이 이어지고...ㅎㅎ 그게 문제라고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닌데, 저에겐 익숙하지 않았던 문화였습니다ㅎ. 샘들이 다녀오신 재밌는 공연 경험이 있는지도 궁금해지네요

 

 

 

 

저는 콘서트를 가기 전 까지는 음악에 매력을 느꼈지, 멤버들에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정말 유독 관심이 가는 멤버가 생기더라구요. 이런 걸 ‘최애’라고 하는 건가? 싶은... 음악만 들을 땐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무대에서의 안무와 동선, 제스처, 의상, 조명, 백그라운드 영상까지 짜임새 있게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종합예술’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춤도 너무 잘추는 데 라이브도 너무 잘한다 싶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언더그라운드 힙합’ 공연만 가봤지 10만원이 넘어가는 콘서트를 언제 가봤나 싶긴 하더라구요.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그만큼 재밌게 보고 왔고, 보고 오니까 정말 XG에 ‘입덕’을 한 것 같습니다ㅎㅎ.. 그래봤자 동은을 포함한 ‘찐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끝으로.. 7월이 되고, 잔부상을 엄청 당합니다. 긴장을 살짝 놓아서 그런가... 얼마 전 룸메가 전등을 갈다가 철제 프레임을 제 손 위로 떨궈서 손이 살짝 찢어졌어요. 그런 뒤로 갑자기 표피에 낭종이 생겨서 간단한 수술을 하게 되지 않나, 축구할 땐 안 다쳐놓고 오는 길에 자전거에서 넘어져서 다치질 않나... 근 1-2주 내에 평소에 쓰던 몇 달 치 밴드와 연고를 바른 것 같아요. 덧난다거나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진 건 없어서 다행이지만, 여름이니만큼 조금 귀찮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ㅎㅎ 여러분은 무더운 나날 아프지 말고 지내시길 바라요~

 

 

 

댓글 7
  • 2024-07-15 19:00

    요즘 기획은 처음부터 글로벌을 타겟팅하는가 보네.
    뮤지컬은 그런 줄 알았는데, 뮤지션들도 ......
    당췌 알아 들을 수 없는 가사인데 열광하는 것을 보면 난 세계인에서 빠진 사람? ㅎㅎ

    • 2024-07-15 20:25

      전 오히려 뮤지컬에 문외한이라! 뮤지컬도 요즘 그런가요? 브로드웨이가 글로벌 대상으로 한 건가요?

  • 2024-07-15 19:04

    근데 808악기는 뭐래? 언젠가 이런 공연도 함 가보고 싶구만 ㅎㅎ
    피부 상처에는 자운고가 최고야. 자주 발라주면 아주 좋아
    다치고 그러지 말고 더운 여름 잘 지내길~~

    • 2024-07-15 20:24

      ㅎㅎㅎ 덕담 감사합니다

      808은 전자악기로 개발된 드럼머신의 이름이에요!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808머신과 비슷한 종류의 드럼과 베이스를 고유명사처럼 ‘808’이라고 불러요ㅎㅎ

  • 2024-07-15 20:09

    그날 우현 이야기듣고서 XG찾아서 뮤비봤다오.
    완전 게임속에서 뛰쳐나온 캐릭터들같은 독특하고 묘한 느낌이랄까ᆢ

    • 2024-07-15 20:27

      콘서트 첫곡 의상이 완전 파워레인저 느낌이었어요ㅋㅋㅋ 사진을 못찍어서 아쉽..

  • 2024-07-16 14:36

    헐! 사진만 봐도 의상이며 안무며.. 신기하네요. 신세계!!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