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총회를 고발합니다!

가마솥
2024-06-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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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따온 열무가 제법 많습니다. 인디언이 이것을 다듬으려고 마당에 내어 놓으니, 혼자는 힘들 것 같습니다. 나도 난생 처음 열무를 다듬어 봅니다. 뿌리를 너무 잘랐다느니, 이 것을 따고 저 것은 먹을 수 있는데 잘못 따버렸다고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소금절이는 것까지 마쳤습니다.

“오늘 문스탁그램아녀?”

“맞어 맞어! 뭐하지? 평창에서 열무 따는 것부터 김치 담는 것까지 올릴까?”

“그럴려면, 다듬는 사진을 찍었어야 쥐.....” “그러네.....”

“오늘 무진장 총회인데, 옵저버로 참석해서 사진 올리면 어때?”

어젯밤 늦게 평창에서 돌아 와서 무지 피곤한데, 사진이 마땅치 않으니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어째 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드는 것은 피곤함 때문이가요?

냉장고에서 닭을 꺼내서 묵직한 짐을 실고, 운전하고 간 나를 ‘새농’을 들려서 대기시켜 놓고, 부엌에 식재료를 “여기다 놓아”하고 정리시키는 게...... ‘기자단으로 오라고 한 것 아녀?’

 

 

너무 너무 피곤해서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데, 식사 시간이랍니다.

닭 백숙이 한 솥이고, 녹두 죽과 비건을 위한 들깨탕..... 문탁 식당에 이렇게 많은 고기반찬은 처음 본 듯 합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쉐프 오영과 인디언이 준비한 요리이니 맛은 상상이 가지요? 요요님이 키웠다는 전설의 바질을 넣은 기린님의 토마토 샐러드 맛은 또 어떤가요!  떠들썩한 먹자판이 벌어 집니다.

 

 

 

 

 

 

 

 

 

 

 

 

 

 

 

 

 

 

 

 

 

 

 

 

 

 

 

 

 

 

 

 

드디어, 준비팀인 인디언의 선언으로 총회를 시작합니다,

“자! 이제 2024년 1234 여름 총회를 시작합니다!”

‘엥? 1234 회의였어?’ ‘1234도 총회가 있나?’ 나는 아직 책주문도 안했는데......큰일 났다.

혹시, ‘내가 의자에서 아직도 졸고 있나?’ 이거이 장주가 말하는 ‘호접몽’인가 보다.......

 

한바탕 웃음 뒤에 장내가 정리되고, 회계보고를 합니다.

보고서 종이 한 장 없이, 걍 핸드폰을 보면서 보고합니다. 이의 제기가 전혀 없습니다. 옵저버인 나만 모르고, 회원들도 이미 알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통장잔액이 9,936,752원 남아 있는데 10,000,000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합니다. 우리집 아들놈이 어렸을 적 써먹던 추가 용돈 타내는 수법인데, ‘노라’의 신공으로 발전했다는 군요. 어쨌든 한가위님이 그 자리에서 63,248원을 보내서 천만원을 맞추는, 아직도 꿈 속같은 희한한 회계보고를 마칩니다. 99,963,248원을 더하면 1억원인데, 큰 숫자를 계산 못하는 회원들이 아쉽습니다.   쩝쩝

 

돌아가면서 지난 봄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 합니다. 이 시간이 끝나면, 요가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밤 늦게까지 이야기가 이어져서 걍 패스 합니다. 아하! 이래서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알게 되는군요.

하이라이트는 자누리님이 토끼풀과 괭이밥을 이제야 구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말로! 느닷없이! 봄날님이 화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자누리님 이마를 찰싹! 때립니다. 자누리님 고개가 휙~ 돌아갈 정도로.....

순간 장내는 ‘뜨아!’ .....

나는 ‘괭이밥 이야기’가 난초 뜯어 먹는 봄날님네 두 마리 고양이에게 무슨 힐난을 주어서 봄날님이 순간 화가 나서..... 근데, 바로 봄날님이 말합니다. 

 “모기가 앉아서......”  

와우! 장내는 한번 더 뒤집어 집니다.

 

 

 

진중한 토론 하나 없이, 맛난 것 만들어 먹는 먹자판!

있는 그대로 사는 모습을 공개하는  시시콜콜 웃고 떠드는 놀자판!

내 주변에 모기가 돌았다는 이유만으로  뺨도 맞을 폭력이 난무하는 난장판!

꿈인지 생시인지 무지하게 이상한 무진장 회의를 고발합니다!

 

피에쑤 :
  하하 호호 웃다보니, 배가 불러 숨쉬기 힘들었던 닭백숙이 모두 꺼졌습니다.

 무진장 총회에 놀러 오세요.

댓글 10
  • 2024-06-10 13:29

    너무 우껴.............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어제 공부방에 있다가 들깨탕 잘 얻어 먹었어요)

  • 2024-06-10 13:47

    ㅋㅋㅋㅋㅋ 저도 어제 백숙 앗싸리 잘 얻어먹었어요~! 어제 밀양 다녀왔는데 거기서 만난 얼굴들이 고스란히 모여있더라구요 ㅋㅋㅋ
    가마솥쌤이 절 보자마자 “동은아 오늘 무진장 먹는 날이랜다!” 이러셨는데 웃음도 무진장 드셨군요...ㅋㅋㅋㅋ

  • 2024-06-10 14:20

    ㅋㅋ 전설의 바질로 토마토 샐러드를 만들어 주신 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디언샘과 오영샘, 저는 토마토 씻기만 했습니다만, 제가 만든걸로 패스^^ ㅋㅋ

  • 2024-06-10 17:10

    ㅎㅎㅎ 옵저버의 눈으로 본 무진장 총회 후기, 웃음보가 터집니다!!
    그리고 전설의 바질이 전설이 될 수 있었던 건 제 덕이 아니라 분해의 정원 덕이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저 역시 그 바질을 그대로 전설의 바질로 남겨두고 싶군요.ㅋㅋ

  • 2024-06-10 18:23

    사진이 너무 절묘하게 나왔어요. ^^

  • 2024-06-10 20:14

    ㅋㅋㅋ 이렇게 재미난 일이 있었군여
    닭 백숙 들깨탕 당연히 맛있었지만 저에게 원탑은 토마토샐러드..
    토마토 안 좋아하는데 진짜 맛나게 먹었숨니다

  • 2024-06-10 20:26

    저도 근처에 있다가 백숙 얻어먹은 1인입니다ㅎㅎㅎㅎ 저는 무진장회의가 나름 진지하고 진중한 회의 자리인 줄 알고...
    "저희도 음식 얻어 먹어도 돼요?" 라고 물었습죠... 제 질문에 토용샘이 엄청 웃으셨는데, 후기를 보니 왜 그러셨는지 알겠네요~

  • 2024-06-11 08:06

    1234여름 총회에서 빵터졌어요 ㅎㅎㅎ

  • 2024-06-11 18:33

    다 너무 웃경~

  • 2024-06-13 10:14

    저도 소식은 들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무진장을 못 먹었다죠~ 하필 그날 1시간 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이어서ㅜㅜ
    다음을(?) 기약해봅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