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침묵과 명상의 열흘,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요요
2023-03-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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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

문탁에서 불교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불교공부를 계속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있다. 

나이듦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존엄하게 늙는 길을 찾고 싶다.

명상적 삶, 일상의 영성, 공동체와 영성, 나이듦과 영성이 풀어야 할 화두라고 생각한다.

 

 

 

집중명상은 단기 출가와 같다

 

2월에 열흘 간의 집중명상을 다녀왔다. 지난 몇 년간은 코로나 때문에 대면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집중명상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 사이에 아픈 어머니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했고, 4주마다 돌아오는 일주일의 아버지 돌봄 일정으로 인해 집중 명상에 참여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작년 가을에 어머니 장례식을 치른 후 불현듯 지금이야말로 반드시 집중 명상을 다녀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맞닥뜨린 늙음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물음을 수행과 연결시키고 싶었다. 또 지난 4년간 꾸준히 명상을 해 오기는 했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싶기도 했다.

 

잠시나마 번다한 일상을 멀리하고 오직 수행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집중명상은 단기 출가와도 같다. 명상센터에 있는 동안은 핸드폰과 전자기기 등을 소지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펜이나 노트와 같은 필기도구, 책과 같은 읽을거리도 금지된다. 온전히 수행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식사는 채식을 하고, 오전에만 밥을 먹는 오후 불식을 엄격히 지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묵언이다. 침묵함으로써 거짓말, 과장된 말, 비방하는 말 등과 같은 구업(口業)을 짓지 않고, 말로 인해 생겨나는 번뇌를 예방함으로써 수행에 집중할 수 있다. 남녀 수행자가 엄격히 분리된 생활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하루 일과는 4시 반에 새벽 수행이 시작되고, 저녁 9시에 저녁 수행이 끝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9시 반에 잠자리에 드는 셈이다. 식사 시간이나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0시간 정도 명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이번에 참가한 명상센터는 묵언을 철저히 지켜서 더 좋았다.^^)

 

                                담마코리아 명상센터(진안)                                                 

 

 

호흡관찰에서 감각(느낌)의 알아차림으로

 

10일의 집중명상, 아니 정확히 말해서 11박 12일의 프로그램은 아주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었다. 첫 번째 사흘은 위빠사나에 입문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 호흡 관찰을 통해 몸과 마음의 관계를 알아차릴 수 있게 돕고, 감각(느낌)의 관찰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익히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는 그동안 내가 해온 방법보다 집중력과 관찰력이 훨씬 예리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전체를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할 때는 거친 감각(가려움이나 열기, 저림 등)을 느끼는 것과 달리, 들숨 날숨이 오가는 코주위로 관찰대상을 제한하자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명상방법을 바꾸려니 약간의 저항감도 있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명상은 신비체험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다해 연습하고 훈련하면 누구나 집중력과 관찰력을 키울 수 있다. 코끝에서 들숨과 날숨의 온도차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세한 진동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것은 열흘의 수행 중에서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했다.

 

사흘 동안 호흡과 감각을 관찰하는 힘을 키운 뒤 나흘째부터 본격적인 위빠사나를 배우기 시작했다. 코끝에서 느낀 미세한 감각을 몸 전체에서 느낄 수 있게 관찰력을 예리하게 하는 연습과 훈련을 하루, 이틀, 사흘… 새벽부터 밤까지 계속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금씩 나누어서 어떤 감각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하면서 거친 감각으로부터 미세한 감각으로 알아차림을 예리하게 갈고 닦는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세한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에 있지 않다. ‘일어난 것은 사라진다’, 다시 말해 ‘감각은 무상하다’는 것을 관찰하고 깊이 체험하는 것이다. 괴로움에도 즐거움에도 집착하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통증, 가려움, 마비 같은 거친 감각을 느끼면 괴롭다. 반면 미세한 진동을 느끼면 펀안하고 즐겁다. 그러나 괴로운 감각을 멀리하고 즐거운 감각을 즐기는 것은 명상의 목표가 아니다. 괴롭든 즐겁든 거친 감각이든 미세한 감각이든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각의 변화를 알아차림으로써 무상의 지혜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고 평정심을 키운다.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바로미터는 평정심이기 때문이다.

 

 

마무리는 자비명상

 

하루 종일 명상을 하다보면 아주 작은 차이라도 변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떨 때는 반복이 지루하다는 느낌, 싫다는 느낌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루에 열 시간 이상 앉아 있으려니 처음 며칠은 몸이 매우 고달팠다. 그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수행도 해야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루는 자려고 누워 눈을 감았는데 당최 눈앞이 훤하기만 할 뿐 어두워지질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눈에 무슨 탈이 났나? 명상 와서 몸과 마음에 거듭 새긴 것이 무상(無常)이었기 때문에 주문처럼 무상을 떠올리며 겨우겨우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떠서 멀쩡하다는 걸 알고 한시름 놓는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 (집중하다보면 그런 일이 종종 생긴다고 한다.) 어느날은 몸이 파동으로 변하여 몸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혹시 내 상상력이 이런 느낌을 만들어 낸 건 아닐까? 의심도 해보았다. 명상을 지도하는 분은 ‘평정을 유지하며 일어남과 사라짐을 알아차리라’고 할 뿐이었다. 하루 종일 밥먹고 방석에 앉아 있는 열흘이었지만 매일매일이 놀랍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좋기도 한 변화무쌍한 나날이었다.

 

집중명상의 피날레는 자비명상을 배우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모든 존재의 행복을 바라는 『숫타니파타』의 「자애경」을 읽을 때마다 자비와 기쁨과 평정의 마음을 기르는 사무량심(四無量心) 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다. 이런저런 명상 매뉴얼을 보고 따라하기도 했지만 읽은 대로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날에 이르러서야 자비명상이 어떤 특별한 명상이라기 보다는 수행의 공덕을 다른 존재를 향해 되돌리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승불교에서는 회향廻向이라고 한다.) 그것을 알게 된 덕분에 이제는 매일 하는 명상을 다른 존재의 행복과  평화를 서원하는 자비명상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일상의 공부와 수행은 계속된다

 

오래전 집중명상을 마치고 수행처를 나서자마자 가라앉은 줄 알았던 번뇌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난 몇 년간 매일 아침 명상방석에 앉은 덕분일까, 아니면 불교공부로 마음의 힘을 키웠기 때문일까. 열흘 집중명상의 효과일까. 다행히 이번에는 그런 일은 겪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며칠간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고요했다. 그러나 일상의 중력은 짧은 열흘 명상보다 훨씬 더 힘이 세다.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나고 조금씩 마음의 동요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마음의 출렁거림이 일어날 때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고, ‘나와 내 것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무상과 무아가 단지 지적인 이해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깨어있는 앎이 되려면 몸과 마음의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몸과 마음의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알게 모르게 축적된 어떤 습관과 경향성에 따라 움직인다. 명상은 관찰과 알아차림을 통해 바로 그런 습관과 경향성으로 반응하는 몸과 마음을 바꾸어내려는 것이다.

 

이번에 집중명상을 다녀오면서 생각한 게 있다. 불교학교에서 일상의 수행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문탁에서 함께 명상하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음.. 잘 될 수 있을까? 이 글을 읽고 친구들이 뭐라 하는지 보면서 과연 가능할지 어떨지 생각해보려 한다.^^

 

 

댓글 9
  • 2023-03-11 09:21

    일상의 중력은 힘이 셉니다.
    일탈의 유혹도 힘이 세구요.

    전 98.745% 넘어갔습니다. ㅎㅎㅎ

    우리 모두, 성불합시다~

    저는 로봇이 아닙니다. ㅋㅋㅋ

  • 2023-03-11 09:44

    전 명상 배우고 싶어요~~ 100% 이미 넘어가 있음요! ㅋ
    소중한 수행 체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03-11 12:55

    저도 넘어갔죠
    잘할수 있을지는 자신없지만
    늘 배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3-03-11 15:59

      요요님의 글들에서
      제 명상의 방향을 얻어갑니다.
      고맙습니다.^^

  • 2023-03-11 15:52

    저도! 요요샘 글을 읽으며 명상이 궁금합니다^^

  • 2023-03-11 17:48

    “괴롭든 즐겁든 거친 감각이든 미세한 감각이든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텍스트로만 읽었던 무상과 명상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네요 🙂

    일상의 중력의 힘은 쎄다라는 말이 넘 와닿아요! 일상을 수행처로 삼아야한다는 말을 스님 유튜브에서 자주 들었는데. 또 단기 명상도 가보고 싶네요.

  • 2023-03-12 15:11

    명상은 정적이면서도 무척 다이나믹한 수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못견디고 중간에 퇴소하는 사람도 꽤 있다던데 잘 마치고 돌아셔서 기쁩니다! 일상의 수행에 대한 대화도 기대됩니다^^

  • 2023-03-13 08:41

    저는 작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 새벽산행을 시작했었는데요. 해가 뜨지않는 산기슭이 정말 무섭거든요. 무사샘하고 같이 가는데도 심장이 두근두근. 근데 조금만 지나면 해가 살짝 드리워지면서 그 무서움의 금세 사라진다는 걸 알았어요. 두려움의 감정이 그리 오래가지않는 다는걸 알았죠. 평소에도 한번씩 두려운 감정에 휩싸이곤 하는데 이 무상의 감각을 잊지말자했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일상의 중력은 쎕니다. 일상에서는 기억이 잘 안나요~ㅎㅎ
    요요샘 글을 보며 무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 2023-03-21 11:13

    무상의 지혜가 절실한 요즘입니다.
    명상 함께하고 싶어요!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오줌, 똥을 못 가렸다. 만 3살이 지나,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를 못 뗐으니 말 다 했지. (네이버에 쳐보니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라고 쓰여있다) 발육이 남다른 감자에게 맞는 기저귀 사이즈가 더 이상 없어서, 더 큰 기저귀를 찾으려면 성인용으로 가야 할 판이였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일단 벗기고 팬티를 입혀 놓으면 자신도 축축한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된다나? 그 말을 믿고 덜컥 어린이집 적응과 배변 훈련을 동시에 해버리자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이집 적응도 힘든 마당에 배변 훈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나도 울고, 감자도 울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마도) 울었다.       기저귀 벗기 강제집행을 시행한 후, 어린이집에서 하루 평균 2~3번 오줌을 쌌다. 여벌 바지와 팬티를 수도 없이 챙기고, 심지어 바지가 모자라는 날은 친구 것을 빌려 입고 오는 일도 허다했다. 외출 시에는 무조건 화장실만 보이면 억지로 오줌을 뉘었다. 내가 신경 써서 화장실을 보내면 괜찮지만, 조금만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내가 집안일이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실수했다. 외출도 불안하고, 늘 둘 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도 늘상 실수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오줌은 나았는데, 똥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갈수록 똥 누는 걸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나중에 가서는 변을 5일에서 일주일 정도에 한 번 눴다. 똥은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져서 더 누기 힘든 악순환.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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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2024.04.25 | 조회 181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2024년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토요일 양생프로젝트와 죽음 탐구 세미나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 2주나 결석했다. 2019년 감이당 일성으로 시작해 1년 과정을 6년 동안 공부해오는 동안 결석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공부하러 가는 것이 수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2주 연속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앙처럼 지켜온 인문학 수업 출석을 어기게 한 이 사건을 정리하며 나에게 정치적 활동이란 무엇일까 다시 짚어보고 싶다.           나의 첫정당 활동 연대기     내가 처음 정당에 가입한 것은 2012년, 녹색당이었다. 그때 나는 하기 싫은 일에 매여 사는 나의 일상이 싫었다. 그 탓을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 생각했나 여하튼 정권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정권을 욕했다. 그러나 술 먹고 욕하는 걸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3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르게 살고자 첫 백수 생활에 도전했다. (나의 백수 도전기와 다르게 사는 도전은 나의 연재 글 <1화 금천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참고하시길^^) 그러다 마을에서 만난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에서 ‘녹색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핵 발전소와 탈핵 운동에 대해서 그랬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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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단순삶
2024.04.20 | 조회 290
현민의 독국유학기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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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 조회 211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가마솥
2024.04.15 | 조회 191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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