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우다다, 우다다

경덕
2023-02-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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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새벽이생추어리 보듬이(2022. 7~).

난잡한 공부가 체질이라 여러 세미나와 워크숍을 유랑한다.

올해 문탁네트워크에서 주역, 불교, 돌봄을 키워드로 공부한다.

낮에는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우다다, 우다다

 

 

 

잔디는 새벽이생추어리의 두번째 입주자다. 나는 잔디가 실험용 돼지로 키워지다가 새벽이생추어리에 입주했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새생이(운영활동가)로 오래 활동해온 무모의 목소리를 통해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고은   새벽이는 2020년 여름 종돈장에서 오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잔디는 언제 <새벽이생추어리>에 오게 되었나요?

무모   잔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2020년 가을이었어요. 새벽이가 다니던 병원이 있었는데 그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의약 회사에 있었던 실험 동물 돼지가 탈출하려다가 기구 같은 게 쓰러져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요. 병원에서 잔디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아마 그 회사에 할당된 예산이 있었겠죠? 수술하고 나서도 빨리 회복이 안 되니까 병원에서 안락사시켜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데려가 줄 수 있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잔디가 <새벽이생추어리>에 함께 하게 되었어요. 잔디가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2020년 가을, 겨울 동안 실내 생활을 하다가 2021년 2월 에 <새벽이생추어리>에 왔어요. 그때는 잔디도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고 이빨도 더 많이 튼튼 해지고 그랬던 상황이었어요.

 

- 김고은, 『함께 살 수 있을까』 무모 인터뷰 중

 

 

 

     

 

 

 

돼지와 돼지

 

작년 7월에 처음 만난, 무더운 여름 날의 잔디가 떠오른다.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잔디가 꾸우 꾸우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살아 있는 돼지와의 첫 만남에 나는 조금 벅차올랐다. 잔디는 처음 보는 인간에게도 금새 곁을 내어주며 보들보들한 코를 들이밀었다. 잔디는 다리를 쭈욱 펴고 일어섰을 때 머리 끝이 겨우 내 무릎에 닿을 정도로 작고 아담했다. 쪼그려 앉아 가까이서 얼굴을 보니 반짝이는 눈망울과 씰룩이는 코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토마토를 먹기 좋게 조각을 내어 잔디에게 건내주었다. 내 손가락까지 씹을까봐 살짝 움찔했지만 잔디는 당연히도 음식과 음식 아닌 것을 잘 구별했고 토마토만 입 속에 쏘옥 넣어 오물 오물 잘 씹었다. 잔디는 저녁식사 후에 미강 섞은 물까지 시원하게 들이키고는 흙바닥에 털썩 누웠다. 가까이 다가가 잔디의 등이랑 배를 긁어주었다. 나와 잔디의 피부가 맞닿아 이리 저리 쓸렸다. 부드러우면서도 간질간질한 감촉이 내 손끝에 전해졌다. 그 순간 어쩌면 내가 상상해왔을 종과 종의 평화로운 만남, 인간과 비인간의 무해한 공생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잔디와의 첫 만남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살아있는 돼지의 모습을 처음으로 목격한 만큼 낯설었지만, 작고 귀엽고 인간에게 쉽게 곁을 내어주는 익숙한 (반려)동물이 연상된 만큼 익숙했다. 하지만 새벽이와의 첫 만남은 아주 달랐다. 낯설고, 낯설고, 또 낯설었다. 잔디 집 너머에 있는 새벽이 집 울타리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멀리서부터 우렁차고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꾸에에에!

걸걸걸, 걸걸걸

 

 

 

 

 

 

잔디의 ‘꾸우 꾸우’를 듣고 새벽이의 ‘걸걸걸’을 들으니 같은 돼지이지만 전혀 다른 소리처럼 느껴졌다. 울타리 입구에서 실제로 마주한 새벽이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새벽이는 처음 보는 사람을 굉장히 경계하고(특히 남성을!) 체격이 잔디의 몇 배나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전 교육 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실제로 마주했을 땐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새벽이 입 양 옆으로 길게 자란 날카로운 엄니는 보기만 해도 위압적이었다. 또 하필 그날 돌봄을 함께 한 활동가 L의 팔에 심상찮은 대형 반창코가 붙어 있어서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L님, 팔은 어쩌다 다치셨어요..?”

“아, 얼마 전에 새벽이 몸에 황토를 발라주다가요. 새벽이가 뭐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고개를 훽 하고 젓는 바람에 엄니에 긁혔어요. 살이 좀 찢어져서 병원 가서 꿰맸어요, 하하.”

“(….......................!)”

 

L은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나는 속으로 ‘얼마나 놀랐을까, 진짜 아팠겠다, 나를 다치게 한 동물을 다시 돌보러 오는 심정은 어떨까, 근데 나….............. 앞으로 괜찮을까?’ 같은 걱정이 올라왔다. 새벽이와 오래 관계를 맺어온 활동가도 새벽이를 완전히 파악하거나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사항도 떠올랐다. 새벽이는 자신을 돌보는 인간 앞에서 고분고분하거나 그저 얌전히 있는(있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새벽이를 ‘구조된 동물’이라는 연민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기엔 새벽이는 엄청 쎄보였고, 울타리를 넘어가는 순간 나는 새벽이의 압도적인 피지컬 앞에서 한없이 취약한 존재가 될 것 같았다. 새벽이는 첫만남에서부터 나의 낭만적이면서도 위계적인 인간-비인간 동물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한 지붕 두 동물

 

돌봄 초반에는 아무래도 다가가기 쉬운 잔디와 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비가 추적 추적 오는 어느 여름 날, 나는 큼직한 장우산을 들고 새벽이생추어리에 방문했다. 돌봄 활동을 마치고 비를 피해 잔디의 집에 들어갔다. 비가 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새벽이와 달리 잔디는 몸에 물이 닿는 걸 싫어해서 비오는 날이면 주로 집 안에 머무른다. 그래도 인간 보듬이의 출입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무던함 덕분에 나는 잔디와 한 지붕 아래에 있을 수 있었다. 잔디의 지푸라기를 조금 빌려 방석 삼아 깔고 앉았다. 잔디는 집 안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끄응 끄응 소리를 내며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다시 문 앞으로 걸어갔다. 문 밖에 펼쳐 놓은 우산을 코로 슬쩍 슬쩍 건드리고 비오는 풍경을 쳐다보기도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빗소리를 들으며 잔디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은 고요하고 아늑했다. 문득 새생이(운영 활동가) 무모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무모는 어느 겨울밤 잔디 옆에서 같이 잠을 잔 적이 있다고 했다. 추위를 잘 타는 잔디가 얼마나 추울지 체감해보고 싶었단다. 단열이 거의 되지 않아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집 안에서 지푸라기와 이불을 함께 덮고 체온을 나누는, 밤새 움추리며 밤을 지새웠을 무모와 잔디를 생각하니 조금 뭉클해졌다 .

 

 

 

 

 

 

똥 줍기, 미션 impossible?

 

잔디에 비해 새벽이를 돌볼 때는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밥과 물을 주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새벽이가 가까이 오기 전에 울타리 너머로 재빨리 밥그릇을 건내주면 되고, 물조리개에 담은 물을 물그릇에 잘 조준해서 부어주면 된다. 물을 줄 때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긴 하다. 물그릇에 거침없이 들이미는 새벽이 얼굴을 잘 피해 물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이는 인간이 물을 다 부어줄 때까지 다소곳이 기다리는 동물이 아니다. 인간이 안돼! 한다고 물러나는 훈련된 동물도 아니다. 물 조준에 실패해서 새벽이 얼굴에 물이 떨어지면 새벽이도 젖은 얼굴을 세차게 흔들며 응수한다. 그럼 우리도 시원한 물벼락을 맞을 수 있다!

 

문제는 똥이다. 새벽이 똥을 줍기 위해서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돌봄을 두 명이서 할 때는 한 사람이 음식으로 새벽이의 관심을 끌고 다른 한 사람이 반대쪽 울타리 입구로 들어가 똥을 줍는다. 새벽이는 대체로 일정한 장소에 볼일을 보기 때문에 똥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멀리서 간식을 먹는 새벽이 눈치를 보며 새벽이 응가 ZONE을 탐색한다. 주먹보다 큰 똥을 집게로 잘 집어 똥바구니에 담는다. 여름이라면 무성한 잡초 사이 사이를 헤집으며 보물 찾기를 하듯 똥을 찾아야 한다. 새벽이는 간식을 먹다가도 똥 줍는 사람을 한 번씩 쳐다볼 때가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돌봄 세 달째부터 나는 정기 보듬이가 되어 혼자서 돌봄을 하게 되었다. 하다 보니 나름 요령이 생겨 혼자서도 용감하게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에 간식으로 채취한 덩굴잎을 잔뜩 부어 주고 새벽이가 간식을 먹을 동안 반대쪽 입구로 들어가 재빠르게 똥을 줍고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서 하는 돌봄도 어렵지 않게 느껴졌고 새벽이도 나를 크게 경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똥을 줍고 나서도 종종 울타리 안에 머물며 새벽이를 멀리서 바라보곤 했다. 어느 날은 간식을 다 먹은 새벽이가 느릿 느릿 다가오더니 내 옆에 있는 똥바구니에 관심을 보였다. 나는 몇 걸음 정도 물러났지만 위협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아 피하지 않았다. 살짝 다가가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우리 많이 친해졌으니까 괜찮지? 그렇지?)

 

그런데 계속 느릿 느릿 움직일 것 같던 새벽이가 어느 순간, 정말 느닷없이, 성큼 성큼 내쪽으로 돌진해왔다. 육중한 몸과 엄니가 몇 배는 더 크고 날카로워 보였다. 나는 너무 놀라 재빨리 도망쳤지만 며칠 전에 내린 폭우로 질퍽해진 땅에 발이 푹푹 빠졌다. 그러다 한쪽 장화가 벗겨지면서 넘어졌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맨발로 다시 죽어라고 뛰었다. 실컷 뛰고나서 뒤돌아보니 새벽이는 똥바구니 근처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느릿 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가쁜 호흡을 진정시키며 멀리 피신해있다가 새벽이가 다른 쪽으로 이동한 틈에 똥바구니를 챙겨 밖으로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새벽이가 어떤 이유로 나에게 달려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새벽이와 가까워졌다고 쉽게 생각한 나의 안일함을 반성했다. 또 맹수도 아닌 돼지 앞에서, 완전히 무력해질 수 있는 인간 신체의 나약함을 느꼈다. 사족 보행 동물의 추진력 앞에서 직립 보행 동물의 움직임은 얼마나 느리고 둔하던지. 부끄러움, 나약함, 무력함을 느끼면서도 살짝 오만했졌다가 한없이 겸손해지는 나의 모습이 조금은 쌤통이었다. 진흙 범벅이 된 바지와 양말을 보다가 헛웃음이 나왔다. 몸은 엉망이었고 머릿 속은 복잡했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그날 돌봄 일지에는 이렇게 간단히 적었다.

 

“새벽이가 오늘 따라 경계하고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어요. 똥을 줍고 멀리 떨어져 있다가 빠져나왔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그 후로는 더 조심했지만 새벽이의 행동과 감정을 계속 궁금해하며, 조금씩 다가서고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이전 만큼 급박하지는 않았지만 몇 번 더 쫓고 쫓기는 일(나의 일방적인 줄행랑!)을 겪기도 했다. 새벽이는 괜찮다가도 괜찮지 않았다. 새벽이와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정해진 메뉴얼이 없기 때문에 새벽이를 만날 때마다 새벽이의 얼굴을 보고, 새벽이의 소리를 듣고, 새벽이의 행동에 그때 그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까워지고 멀어지다가 점차 새벽이와의 적정 거리가 만들어졌다. 다가올 때 함부로 가까이 가지 않고 10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면 밖으로 나가거나 새벽이가 잘 올라오지 않는 언덕 위에서 머문다. 서로가 불편하지 않고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거리를 상황에 따라 조율했다.

 

어느 날에는 멀리서 새벽이를 부르며 좌우로 우다다, 우다다 뛰어다녔다. 그랬더니 새벽이도 나에게 돌진하지 않고 좌우로 우다다, 우다다 뛰었다. 같이 노는 기분이 들어 나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취하기도 했다. 그러면 새벽이도 점프를 하며 몸을 마구 흔들었다. (지난 화 ‘돼지와 함께 춤을’에서 등장한 내 안의 기묘한 동물성의 탄생 배경이다!)

 

새벽이와 적정 거리를 조율하며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 왔다.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흙바닥과 개울물이 단단하게 얼었다. 울퉁불퉁하고 딱딱해진 땅에서는 새벽이가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항상 조심 조심 걸었고, 주로 안방 근처를 서성였다. 반대로 단단한 땅에서 나의 움직임은 가볍고 민첩해졌다. 장화가 벗겨질 일이 없어 나의 우다다는 좀 더 자신감이 붙었다. 느려진 새벽이와 빨라진 나의 적정 거리는 새롭게 조율되었다. 어느 날엔 루팅하는 새벽이 주위를 맴돌다가 조심스래 다가가 엉덩이를 쓰다듬기도 했다. 그래도 새벽이는 가만히 자기 할 일을 했다. 또 어느 날엔 천천히 다가오는 새벽이와 몇 걸음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울타리를 한 바퀴 돌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기다란 나뭇가지로 등을 긁어주니까 새벽이가 식빵 자세로 내 앞에 엎드렸다.

 

- 새벽이 똥 치우고 근처에 좀 있다가 긴 나뭇가지로 새벽이 등을 긁어주니까 식빵 자세로 엎드렸어요! 처음 있는 일이라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폰을 땅에 거치하는데 그 사이에 새벽이가 다시 일어났어요..! 또 살살 긁어주니까 다시 엎드려서 새벽이 허리랑 등을 쓰다듬었어요. 중간에 지푸라기를 등 위에 조금 덮어줬는데 별로였는지 상체를 벌떡 일으켰어요. 놀라긴 했는데 움직임이 위협적이지 않아서 다시 천천히 다가가니까 다시 누웠어요. 잠깐이었지만 새벽이와 좀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어서 설렜고, 새벽와의 관계가 이전보다 편안해진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2023. 2. 9. 돌봄일지에서)

 

 

   

 

 

 

내가 나의 방식으로 새벽이를 살펴온 시간 만큼이나 새벽이도 새벽이의 방식으로 나를 살펴온 것 같다. 새벽이는 정기적으로 오는 나를 알아보고, 나의 움직임과 소리를 예민하게 주시하고, 나와의 적당한 거리를 끊임없이 조율했을 것이다. 조율이 잘 맞아떨어지는 순간 서로 안심할 수 있다. 

 

 

 

봄소식

 

입춘이 지나면서 새벽이생추어리의 땅도 서서히 녹고 있다. 새벽이는 부드러운 땅을 밟으며 점점 더 움직임이 날렵해지고 있다. (우리의 관계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최근 활동가 돌봄 일지에는 좀처럼 뛰지 않는 잔디의 우다다 소식이 올라와 모두가 반가워했다. 올해는 새벽이와 잔디의 우다다로 봄 소식을 전해 듣는다. 

 

 

 

 


 

추신!

 

 

 

새벽이생추어리 이사합니다!

 

새벽이생추어리는 올해 현재 부지를 떠나 더 나은 곳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부터 오랜 시간 고민해온 사안이며, 최근 활동가들을 가장 바쁘게 만든 일이기도 합니다. 새벽이와 잔디, 그리고 새벽이생추어리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서 보다 많은 분들의 연대가 절실합니다.

 

모두와 함께 이뤄낸 새벽이와 잔디의 기적 같은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이 견고한 폭력의 시대에 계속해서 균열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더해주세요. 지금껏 그래왔듯이 우리는 연대함으로써 착취의 고리를 끊고 해방으로 연결되는 돌봄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와 후원 방법은  https://box.donus.org/box/dawnsanctuary/moving_project 에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성공적인 모금을 위해 본 게시글과 모금함을 널리 공유해주세요!!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새벽이생추어리 인스타그램에서 퍼옴)

댓글 10
  • 2023-02-21 09:38

    새벽이, 잔디 이제 .. 경덕님도 같이 생각나겠어요. 중간 중간 무모님 소식도. 죄송하지만 새벽이 생추어리 보듬이가 겪는 우여곡절 .. 중간 중간 재미나요. 새벽이 생추어리.. 원하지 않는 이사를 결정하게 된거죠? 소 생추어리도 생기고 .. 작년에 희망찬 소식들 있었는데 역시.. 아직 더 많은 연결고리, 관심이 필요한 곳이네요. 저도 여기 저기 기회있을 때 공유할께요.
    건강하고 뭔가 충만해보이는 보듬이 활동!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2023-02-21 09:59

    이것저것 생각하게하는 글이네요
    그러면서도 재밌고요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가는데 행동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하는데
    인간-비인간의 위계에 익숙한 인간이라 ㅠㅡ

  • 2023-02-21 10:56

    글을 읽고 저도 막연하게 새벽이를 반려동물처럼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원래 돼지는 활동 영역이 넓어서 사주명리에서는 역마살을 담당하고 있거든요.
    새벽이는 훨씬 야생성이 살아있는 돼지네요!
    후원도 하겠습니다!!! ^^

  • 2023-02-21 10:56

    새벽이의 식빵자세, 너무 너무 궁금해요😁
    서로의 행동을 살피고 적정 거리를 조율하는 과정,
    존재를 알아가는 그 시간이 이렇게 쉽지도 않고 애틋하네요~
    마음을 두는 그 어떤 관계도 마찬가지겠죠…
    더 관심 챙길께요~

  • 2023-02-21 11:03

    평화롭게 식빵굽는 새벽이의 모습을 꼭 사진으로 보고싶습니다.
    새벽이 은근 매력 넘치는 걸요?
    다음엔 새벽이를 피해 도망치더라도 경덕쌤의 장화가 벗겨지지 않기를~ ^^ㅎ

    새벽이 생추어리의 이사에도 관심을 갖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감사~

  • 2023-02-21 12:38

    글을 읽다보니 제가 평소에 생각했던 돌봄에 이미지가 떠오르는군요. 저는 돌봄의 대상이 제 기준상 저보다 약자라고만 생각했어요. 정말 오만이 따로 없네요. 서로가 취약한 존재여서 상호의존 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는것부터 돌봄의 시작이라는 말이 경덕샘 글을 보며 다시금 되새겨집니다~
    이사에도 관심가질게요^^

  • 2023-02-21 15:38

    진정한 보듬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군요.
    앞으로는 장화 벗겨지는 일 겪지 않게 조심하셔요~
    그래도 경덕님을 통해 알아가는 성깔 있는 돼지 새벽이, 은근 매력있어요.^^

  • 2023-02-21 18:33

    보듬이활동의 생생한 기록, 몰랐던 세계를 만나는 낯섬, 그리고 놀라움도 교차하며 읽는 시간이네요~

  • 2023-02-22 12:10

    나를 다치게 한 동물을 다시 돌보러 오는 마음이 어떨까? 궁금해지다가도, 인간 사이의 관계도 사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 2023-02-23 07:55

    제 사주에도 돼지와 돼지(해수 두개)가 있습니다.
    음ᆢ 이런 뜬금 맥락적 해석은 어디로 연결될수 있을까요ᆢ여튼 잔디와 새벽이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 궁금하고, 무엇보다 저도 새벽이 등짝을 한번 살살 쓸어주고 싶다는ᆢ ㅎㅎ!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오줌, 똥을 못 가렸다. 만 3살이 지나,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를 못 뗐으니 말 다 했지. (네이버에 쳐보니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라고 쓰여있다) 발육이 남다른 감자에게 맞는 기저귀 사이즈가 더 이상 없어서, 더 큰 기저귀를 찾으려면 성인용으로 가야 할 판이였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일단 벗기고 팬티를 입혀 놓으면 자신도 축축한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된다나? 그 말을 믿고 덜컥 어린이집 적응과 배변 훈련을 동시에 해버리자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이집 적응도 힘든 마당에 배변 훈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나도 울고, 감자도 울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마도) 울었다.       기저귀 벗기 강제집행을 시행한 후, 어린이집에서 하루 평균 2~3번 오줌을 쌌다. 여벌 바지와 팬티를 수도 없이 챙기고, 심지어 바지가 모자라는 날은 친구 것을 빌려 입고 오는 일도 허다했다. 외출 시에는 무조건 화장실만 보이면 억지로 오줌을 뉘었다. 내가 신경 써서 화장실을 보내면 괜찮지만, 조금만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내가 집안일이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실수했다. 외출도 불안하고, 늘 둘 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도 늘상 실수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오줌은 나았는데, 똥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갈수록 똥 누는 걸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나중에 가서는 변을 5일에서 일주일 정도에 한 번 눴다. 똥은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져서 더 누기 힘든 악순환.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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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2024.04.25 | 조회 180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2024년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토요일 양생프로젝트와 죽음 탐구 세미나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 2주나 결석했다. 2019년 감이당 일성으로 시작해 1년 과정을 6년 동안 공부해오는 동안 결석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공부하러 가는 것이 수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2주 연속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앙처럼 지켜온 인문학 수업 출석을 어기게 한 이 사건을 정리하며 나에게 정치적 활동이란 무엇일까 다시 짚어보고 싶다.           나의 첫정당 활동 연대기     내가 처음 정당에 가입한 것은 2012년, 녹색당이었다. 그때 나는 하기 싫은 일에 매여 사는 나의 일상이 싫었다. 그 탓을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 생각했나 여하튼 정권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정권을 욕했다. 그러나 술 먹고 욕하는 걸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3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르게 살고자 첫 백수 생활에 도전했다. (나의 백수 도전기와 다르게 사는 도전은 나의 연재 글 <1화 금천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참고하시길^^) 그러다 마을에서 만난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에서 ‘녹색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핵 발전소와 탈핵 운동에 대해서 그랬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투쟁,...
      2024년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토요일 양생프로젝트와 죽음 탐구 세미나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 2주나 결석했다. 2019년 감이당 일성으로 시작해 1년 과정을 6년 동안 공부해오는 동안 결석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공부하러 가는 것이 수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2주 연속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앙처럼 지켜온 인문학 수업 출석을 어기게 한 이 사건을 정리하며 나에게 정치적 활동이란 무엇일까 다시 짚어보고 싶다.           나의 첫정당 활동 연대기     내가 처음 정당에 가입한 것은 2012년, 녹색당이었다. 그때 나는 하기 싫은 일에 매여 사는 나의 일상이 싫었다. 그 탓을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 생각했나 여하튼 정권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정권을 욕했다. 그러나 술 먹고 욕하는 걸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3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르게 살고자 첫 백수 생활에 도전했다. (나의 백수 도전기와 다르게 사는 도전은 나의 연재 글 <1화 금천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참고하시길^^) 그러다 마을에서 만난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에서 ‘녹색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핵 발전소와 탈핵 운동에 대해서 그랬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투쟁,...
김윤경~단순삶
2024.04.20 | 조회 287
현민의 독국유학기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현민
2024.04.17 | 조회 207
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가마솥
2024.04.15 | 조회 190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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