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우여곡절 무릎소동

기린
2023-02-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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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고전 분야에서 덕업일치를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차,

양생을 위한 담론을 생산하고 생업도 마련하는 기회를 잡아 소속을 인문약방 팀으로 옮겨 일리치 약국 정규직이 되었다.

 양생과 관련한 공부에 박차를 가하며 또 한 번의 덕업일치에 도전중이다.

 

 

 

우여곡절 무릎소동

 

 

무릎이 부어도

 

 언제부턴가 한약 포장 기계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끔하게 포장되어 나오는 쌍화탕을 한 팩씩 정렬하는 일을 즐겼다. 푸짐한 뱃살 때문에 쪼그리고 앉는 자세 자체가 불가능했던 시절을 지나, 어쨌든 앉아지는 가능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뱃살들이 다 사라진 것은 물론 아니고 아주 약간 얇아졌을 뿐이지만. 그런데 언제부턴가 오른쪽 무릎이 좀 더 삐걱댄 달까 했던 것도 같다. 그러다 어느 아침, 샤워를 하다가 왼쪽 무릎과 비교해서 현저히 부어있는 오른쪽 무릎을 발견했다. 당장 검색부터 했다. 무릎에 물이 찼다는 신호란다. 무릎의 염증이라는 진단과 물이 찼다는 표현 차이가 이해가 잘 안 되어 몇 번을 읽었다. 병원을 가야했다.

 

 

 출근해서 오전 일과를 마무리 짓고 나니 12시쯤 되었다. 잠깐 나갔다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슬그머니 약국을 나섰다. 침을 잘 놓는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는 동네 한의원에 갔다. 정형외과를 가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 같고 침이 더 빨리 붓기를 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의사는 무릎 상태를 진단한 후 검색으로 읽었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퇴행성이냐고 물었더니 진단으로 봐서는 그것보다는 앉는 자세나 무릎에 무리가 가는 활동의 영향이라고 했다. 걷는 것도 포함된다고 했다. 나는 한의사에게 1월 1일에 좀 많이 걸을 계획이 있는데, 압박붕대 같은 걸 하고 걸으면 어떠냐고 물었다. 부은 것 빼고는 별다른 통증이 없기도 했다. 한의사는 굳이 하겠다면 압박 테이프도 도움이 될 거라며, 테이프로 부은 무릎을 지지해주는 처치도 함께 해 주었다. 약국으로 돌아오니 점심시간이 지나 있었다. 점심도 안 먹고 어디 갔다 왔냐는 물음에 그냥 저기로 얼버무렸다.

 

내 의지를 꺽기 싫다

 

 무릎이 부었다는 말을 꺼내는 순간, 친구들한테 걷기부터 미루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했다. 일요일마다 걷겠다는 의지를 간섭받을 것이 싫었다. 아프다는 말은 삼켰고, 응급처지는 했으니 괜찮겠지 싶기도 해서 새해 첫 날 계획대로 둘레길을 걸었다. 오른쪽 무릎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걸었더니 견딜 만 했다. 하지만 그날 밤 잠자리에서 몸을 뒤척일 때마다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예상은 했지만 통증이 제대로 느껴지니 마음이 점점 쪼그라 들었다. 출근해서 무릎이 아파서 한의원에 간다고 했다. 갔다 오니 친구들은 언제부터냐, 일요일에 너무 많이 걸은 거 아니냐며 걱정들을 했다. 무릎 통증과 관련한 온갖 정보들 끝에 다들 당분간 걷지 마라 했다. 나는 걷기 전부터 부었다고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은 정형외과를 가서 엑스레이도 찍었고, 일리치 약국에서 약도 지어 먹고, 한의원에서 침도 계속 맞았다. 그 사이 인문약방 캠프로 정선의 운탄고도를 걷는 일정이 있었다. 모든 치료에도 불구하고 붓기가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차도는 있어서 운탄고도를 걸을 마음을 먹었다. 캠프 전날 밤에 눈에 와서 걷기는 무산되었다. 이제는 날씨까지 걷겠다는 내 의지를 꺽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설 명절을 끼고 인문약방 친구들과 제주 여행이 있으니 드디어 제주 올레길을 걸어보겠지 기대를 했다. 여행 날짜가 점점 다가오면서 일기예보를 챙겨봤는데, 여행 기간에 제주도에 폭설이 온단다. 설마 했다. 3박 4일 여행 기간 중 올레길을 걷기로 했던 이틀째 날, 새벽부터 바람에 눈발까지 날렸는데 초속 13미터의 바람이 불었다. 제주에서 뜨는 비행기 전체가 운항 취소되어 4만 여명의 인원이 공항에 발이 묶였다는 소식도 떴다. 새해부터 걷기 계획에 연달아 차질이 생기다니 어이가 없었다.

 

영등할망의 변덕스런 바람을 맞으며

 

  오전 열한시쯤 비옷까지 단단히 챙겨 입고 숙소를 나섰다. 제주 한림읍 귀덕리에 있는 숙소라서 곽지 해수욕장 해변으로 걸어가 볼 참이었다. 바람이 비옷을 사정없이 펄럭여서 걸음을 내딛자니 몸이 휘청거렸다. 차가운 눈발까지 몰아쳐서 손도 시렸다. 길옆 집들을 둘러싸고 있는 낮은 돌담의 재료가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인 까닭을 실감했다. 안 그러면 이 바람살을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겨우 차도가 있는 데까지 나와서 건너 바닷가 쪽으로 갔다. 바람이 워낙 거세서 주변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골목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가까이 걸어가 보니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영등할망의 착한 며느리 석상이 거센 파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뭔가 맥락이 있는 설치물 같았는데 바람 때문에 감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초속 13미터의 바람이 부는 제주 한림 해안도로의 영등할망 착한며느리 석상>

 

  돌아와서 찾아보니 귀덕 1리와 한림 해안도로를 잇는 제주 올레 15B길로 현무암해변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영등할망은 바람의 신으로 음력 2월 제주에 변덕스럽고 사나운 바람으로 땅에는 오곡의 씨를 바다에는 해초의 씨를 뿌려주면 진짜 봄이 온다고 여겼단다. 영등할망 신화와 관련된 석상들이 바닷길을 따라 세워져 있다는데, 내가 본 것이 그 중에 하나인 영등할망의 착한 며느리 석상이었다. 바람 여자 돌이 많다는 제주에 가서 제대로 바람을 맞으며 애꿎은 석상에게 하소연했다. 새해 초반부터 무릎 이상에 궂은 날씨까지 이러니 올해 걷기는 망할 조짐일까요? 흑.

 

<맑은 날의 석상 모습>

 

돌봄을 떠올리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무릎의 붓기는 다 가라앉았다. 노화의 시작이다 약국 일이 무릎에 무리를 주는 거 아니냐 코로나의 후유증이다 까지 온갖 원인을 주워들었다. 노화가 시작될 나이긴 하다. 예전에는 몰랐던 통증들이 불쑥불쑥 느껴진다. 이제는 쌍화탕 포장 기계 옆에 의자가 항시 비치되어 있다. 계획한 것들이 매번 어긋나는 사태 앞에서 속이 상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내 의지로 성취했다고 여겼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졌는지 헤아려 보게 되었다. 계속 무릎의 차도를 챙기는 친구들에 둘러 싸여 있다 보니, 당분간 걷기를 자중하라는 말도 더 이상 간섭으로 들리지 않았다. 몸의 변화에 섬세해지라는 조언이었다. 나의 곤란이 친구들의 염려를 타고 다시 돌아오니 훨씬 견딜만해지는 것, 돌봄이 이런 게 아닐까 짐작해 보게 되었다. 입춘이 지났다. 무릎을 아끼느라 쉬었던 걷기에 시동을 걸어 봄을 맞으러 가고 싶다.

 

 

<여행 마지막 날 맑은 제주, 멀리 눈 덮힌 한라산까지 보인다>

댓글 9
  • 2023-02-05 12:01

    사진을 보니 영등할망한테 빌었던 소원이 생각나네! 1월 1일 빌고, 구정에 빌고, 입춘에 빌고....내내 마음을 다지며 사는구나~ 3.1일엔 꼭 같이 걸읍시다^^

  • 2023-02-05 13:02

    걷기 구비구비 배움이 서려있네요!
    포레스트 기린님~ 다시 천천히 걸어봐요~~

  • 2023-02-06 08:46

    포레스트 기린에게 생각도 못했던 우환이 닥쳤군요.
    무릎 아프다고 안 걸을 수 없고, 어깨 아프다고 팔 안 쓸 수 없지요. 살살 달래가며 살아 봐요. ㅎㅎ
    아픈 몸과 함께 살 방법을 찾는 대열에 합류한 것을 환영합니다.^^

  • 2023-02-06 10:57

    드뎌 기린샘께도, 아픈 몸을 살살 달래며 살아온 20여 년(뭐만 했다하면 20년이래;;)의 노하우를 공유할 기회가 왔네요ㅎㅎ 웰컴^^

    앞으로는 거리와 속도, 시간을 조절하며 잘 걸어봐요. 우리~

  • 2023-02-06 11:07

    골프가 원인이 아닌 '골프 엘보우'로 1년 넘게 고생중입니다.
    '딱딱딱딱'하는 초음파 치료기의 아픔을 참아가며 한 달을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안 낫더라고요.
    보다못한 간호사가 '가급적 팔을 쓰지 말고 좌우로 돌리는 간단한 스트레칭밖에 답이 없다'고 해서
    생각날 때마다 그런 운동을 한 지, 일년이 지나니 견딜만 합니다.

    이제 아무 생각없이 망치질하지는 못합니다.
    될수 있으면 안할려고 합니다. 하더라도 몇번 하고 팔을 풀어 주고......
    나의 왼팔이 점점 변해 닭이 된다면 새벽을 알리겠다는 '자여'의 수준은 못되니,
    어쩝니까? 살살 달래며 대불고 살아 야지. ㅎㅎㅎ

  • 2023-02-06 12:32

    쉬엄 쉬엄 걸어요~

  • 2023-02-06 19:59

    헐 몸 안팍으로 물난리가…..ㅠ 느린 걸음의 기린샘 응원합니다!

  • 2023-02-07 07:58

    지난달 함백산장갔을때 무릎이 부으셨다길레 기린샘도 임자, 계축월을 힘들게 보내셨겠구나 했거든요. 저도 그 무렵 자꾸 비위쪽에 물기가 가득찼는지 소화도 잘 안되고 몸도 무겁고했거든요. 물론 나이들어감에 원인도 있겠지만 그런 연유였을수도~^^
    저도 그때 이후로 밥먹고 걷기, 과자안먹기 등등을 하고있어요. 살살 달래봐요, 우리~!!

  • 2023-03-01 09:05

    예상치 못한 부상에도 깨달음과 받아들임이 있어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지금은 좀 어떠신지도 궁금하네요.

아스퍼거는 귀여워
  감자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오줌, 똥을 못 가렸다. 만 3살이 지나, 한국 나이로 5살이 되었는데도, 기저귀를 못 뗐으니 말 다 했지. (네이버에 쳐보니 ‘기저귀를 떼는 시기는 18개월에서 24개월이 적당하다.’라고 쓰여있다) 발육이 남다른 감자에게 맞는 기저귀 사이즈가 더 이상 없어서, 더 큰 기저귀를 찾으려면 성인용으로 가야 할 판이였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말하길 일단 벗기고 팬티를 입혀 놓으면 자신도 축축한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떼게 된다나? 그 말을 믿고 덜컥 어린이집 적응과 배변 훈련을 동시에 해버리자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다. 어린이집 적응도 힘든 마당에 배변 훈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나도 울고, 감자도 울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아마도) 울었다.       기저귀 벗기 강제집행을 시행한 후, 어린이집에서 하루 평균 2~3번 오줌을 쌌다. 여벌 바지와 팬티를 수도 없이 챙기고, 심지어 바지가 모자라는 날은 친구 것을 빌려 입고 오는 일도 허다했다. 외출 시에는 무조건 화장실만 보이면 억지로 오줌을 뉘었다. 내가 신경 써서 화장실을 보내면 괜찮지만, 조금만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내가 집안일이라도 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실수했다. 외출도 불안하고, 늘 둘 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도 늘상 실수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오줌은 나았는데, 똥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갈수록 똥 누는 걸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나중에 가서는 변을 5일에서 일주일 정도에 한 번 눴다. 똥은 딱딱해질 대로 딱딱해져서 더 누기 힘든 악순환.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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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 조회 180
윤경이는 마을활동가
      2024년 나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토요일 양생프로젝트와 죽음 탐구 세미나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봄에 2주나 결석했다. 2019년 감이당 일성으로 시작해 1년 과정을 6년 동안 공부해오는 동안 결석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주 꼬박꼬박 공부하러 가는 것이 수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수업에 출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2주 연속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사건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선거사무원으로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앙처럼 지켜온 인문학 수업 출석을 어기게 한 이 사건을 정리하며 나에게 정치적 활동이란 무엇일까 다시 짚어보고 싶다.           나의 첫정당 활동 연대기     내가 처음 정당에 가입한 것은 2012년, 녹색당이었다. 그때 나는 하기 싫은 일에 매여 사는 나의 일상이 싫었다. 그 탓을 이명박 정권 때문이라 생각했나 여하튼 정권에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을 만나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정권을 욕했다. 그러나 술 먹고 욕하는 걸로는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2012년 3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르게 살고자 첫 백수 생활에 도전했다. (나의 백수 도전기와 다르게 사는 도전은 나의 연재 글 <1화 금천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참고하시길^^) 그러다 마을에서 만난 녹색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에서 ‘녹색 가치’에 대해 공부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나 핵 발전소와 탈핵 운동에 대해서 그랬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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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단순삶
2024.04.20 | 조회 288
현민의 독국유학기
이 모든 지리적 사실   네덜란드는 독일의 북쪽에 맞닿아있다. 세 명의 친구가 살고 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겨울 니키가 운전해서 네덜란드에 간다고 하길래, 그럼 가는 길에 친구가 사는 도시에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서경은 독일과 국경이 맞닿아있는 아른헴에서 공부한다. 모부님께 네덜란드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성매매와 마약 합법 때문에 꼭 그곳이어야겠냐고 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에서는 정치적 혼란시기였던 19세기 마땅한 보수정당이 없어 동성결혼, 성매매와 마약 합법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흔한 커피샵 커피도 파는데 대마초도 판다.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와서 대마초를 피우는 곳이다.   서경은 영어권 국가 중 네덜란드가 가장 물가가 싼 편이라 네덜란드 대학에 지원했다. 네덜란드에는 더치Dutch라고 불리는 고유어가 있음에도 영어권 국가라고 불릴 만큼 국민 90%는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독일인들은 네덜란드어가 독일어에서 파생한 괴상한 사투리라고 말하는데, 네덜란드에 와보니 더치는 생각보다 더 고유했다. 영국과 미국에 비교하면 굉장히 싼 유학비지만, 독일과 비교했을 땐 비싼 생활비 그리고 주거난 때문에 아직도 에어비엔비에서 산다는 서경의 학교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나라에 이주민 비율이 큰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이그에서 공부하는 지연은 현재 네덜란드가 보수집권이지만 여성·퀴어 인권은 너무 당연해서 보수당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 대신 보수당은 이주민을 규제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일 년 만에 만난 서경과 새벽까지 조잘대며 회포를 풀고, 아침에 일어나 밥을 짓기 시작했다. 서경은 내 음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에서 마른 미역과 들깻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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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의 59년생 서른살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고기리 집은 2층집이다. 설계 컨셉을 ‘따로 또 같이’로 잡았다. 건물 전체 덩어리를 5개 정도로 나누어, 함께 쓰는 공간과 독립적으로 쓰는 공간이 분리되게 설계하였다. 당시 공항동에 사셨던 장인, 장모님을 모시기 위하여 1층을 독립공간처럼 방과 화장실 그리고 거실을 크게 만들었다. 2층의 아이들 방도 침실과 공부방 그리고 거실을 두었다. 우리 부부도 침실과 전실 공간을 두었다. 음식을 나누는 식당과 부엌은 1층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공간에 두었다.           장모님이 치매로 혼자 생활하기 힘들어 졌다. 우리 집에 오셔서 4년을 함께 지냈다. 미리 준비한 아래층, 부모님 공간에 계셨으니 지내시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3년 전에 아들놈이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발생했다. 녀석들이 결혼하기 전에 사용했던 2층, 방 2개와 거실공간에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고 고 녀석이 자람에 따라 ‘아이의 공간’이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모든 일상에서 아이가 1순위이니, 공간도 녀석의 성장에 맞추어 늘려 주었지만 항상 북적거렸다. 젊은 부부들의 살림살이를 우리들 공간으로 재배치하여 공간을 확보하여도 아이의 장남감이 곳곳에서 발에 채이기 일쑤였다. 문득, 이 넓은 공간에도 세 집 살림이 힘들다니, 옛날 우리 5형제는 그 작은 고향집에서 어떻게 살았지? 하고 떠올려 본다.           그 전에 어떻게 살았더라?       올해 들어 장모님을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졌다. 파킨슨과 치매가 더욱 심해져 거동할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계신 장모님을 시간마다 이리 저리...
가마솥
2024.04.15 | 조회 190
일상명상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매일 아침 명상을 한다. 5년이 좀 넘게 계속해 온 아침 의례다. 어쩌다 며칠 명상을 놓치게 되면 명상시간을 확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다. 마음을 집중하여 들숨과 날숨을 온전히 알아차릴 때 누리는 고요와 평화가 그립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알게 된다. 일상에서 그럭저럭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힘이 아니라 매일의 명상 덕분이었다는 것을. 내게 명상은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면서 마음에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는 귀한 시간이다.   호흡관찰   나는 붓다가 가르친 ‘호흡 수행(아나빠나사띠)’과 ‘사념처 수행(사띠파타나)’에 의지해서 명상을 하고 있다. 경전은 이렇게 명상을 시작하라고 한다.   여기 숲으로 가거나 나무의 뿌리로 가거나 빈집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을 똑바로 세우고 면전에 마음챙김을 확립하여 마음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챙겨 숨을 내쉰다.   명상을 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가부좌 자세로 앉아 알아차림을 확립하여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쉰다. 조용한 곳으로 가는 것은 외부에서 오는 번다한 자극으로부터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조용한 곳에서 명상할 때 우리는 마음이 얼마나 산만하고 시끄러운지 더 잘 알 수 있다. 산만함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산만함과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산만함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번뇌의 대치법도 다르지 않다. 어떤 환경에도 구애받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 정도 내공을 갖추기 전까지는 조용한 곳에서 명상을 하며 힘을 기르는 수밖에...
요요
2024.04.14 | 조회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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