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겸목
2022-01-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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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량) 터져 나올 듯한 비명, 내 안의 요동치고 끓어 넘치는 감정, 나를 금방이라도 휩쓸어버릴 것 같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출해버리면, 그것은 글쓰기가 아니다. 그저 비명 지르고, 울고 끝나는 일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런 나를 집요하게 바라보는 또 다른 내가 하는 일이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나에게는 끝까지 버티고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글로 남기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글 쓰는 일은 그런 '또 다른 나'를 점점 더 단단하게 키워나가고, 그를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는 태도를 길러나가는 일이다.

 

  그래서 계속 글을 쓰다보면, 그 또 다른 나를 더 자주, 쉽게 만날 수 있게 된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키보드나 수첩 하나만 있으면 곧장 그 또 다른 나를 불러올 수 있다. 나는 가만히 오늘 내게 스쳐 지나갔던 무수한 인상들을, 그 속에서 느꼈던 어느 순간의 감정들을, 내가 미처 글로 표현하지는 못했으나 글로 될 가능성을 품은 어떤 덩어리들을 비로소 잡아낸다. 그런 덩어리들을 차분하게 빚어서 한 편의 글을 쓴다. 글 쓰는 자아는 나라는 인간의 하루를, 삶을 재료 삼아서 글을 빚어낸다. 나라는 투망을 삶이라는 바다에 던지고, 낚아 올린 몇 가지 물고기로 요리를 한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을 만들어낸다.

(정지우,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문예출판사, 2022년, 39~41쪽)

 

  '매일 글쓰는 사람' 정지우의 글쓰기 책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에서 옮겨온 글이에요. 거의 매일 쓰는 사람인 정지우에게 글쓰기는 이런 거라 하네요. 글을 쓴다거나, 출판을 한다거나, '저자'가 된다는 것이 오늘날 특별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이 심란하고 머릿속이 헝클어져 있다고 느껴질 때, 산책을 하고 명상을 하듯 글쓰기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2022년에도 '단짠단짠 글쓰기 클래스'는 계속됩니다. 3월 13일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의 저자 은유샘의 특강으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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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2022-01-14 12:58

    책소개 보고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역시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겸목.^^ 겸목은 빠르군요.ㅎㅎㅎ

    겸목에게 빌려보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