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사상가 - 맹자 2회] 맹자와 그의 시대

문탁
2018-07-18 06:32
753

[공유지의 사상가 - 맹자]  2회

맹자와 그의 시대

 

 

 

우연히 동양고전에 접속해서 지난 10년간 정말 빡세게 읽었다. 많이 배웠고,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고, 나름 바뀌었다.
어쨌든 갈무리가 필요하다는 생각, 혹은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 공자님에게? 하하. 그럴지도.
하지만 우선은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에게 그동안 떠들어댔던 말들을 공들여 주워 담아 전달해보려 한다.
친구들이여, 잘 읽어주길!

 

 

문탁샘 프로필01.jpg

글 : 문탁

 

새털이 말한 것처럼 

난 문탁에서 ‘쪼는’ 인간으로 살아왔는데 이제 힘에 부친다.
‘원로원’을 만들어달라고 말하는 것은 정말 농담이 아니다.
청년들을 핑계로 서울에도 거처를 마련하고,

문탁연수원을 핑계로 지방에도 거처를 마련하여
국내에서라도 유목하며 사는 게 꿈이다.

 

 

 

 

 

 

 

 

 

 

 

 

 

 

 

1. 일() 세계에서 다()의 세계로

 

맹자를 이해하기 위해 맹자밖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리이다. 지구가 어떤 곳인지를 더 잘 알기 위해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래서 맹자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은 맹자라는 텍스트 안에서 만큼이나 장자(莊子), 한비자(韓非子), 관자(管子), 열자(列子), 전국책(戰國策)같은 다른 텍스트 속에서 더 잘 보인다. 아참 가장 중요한 텍스트를 빼먹었다. 바로 사기(史記)이다. 그런 텍스트들을 통해 우리는 흔히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라고 부르는 특정한 시대, 특히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대한 어떤 조망도를 갖게 된다. 몇 년 전 나는 이런 도표를 만든 적이 있는데 이 도표를 사마천의 말로 풀면 다음과 같다.

 

 

 

 

  KakaoTalk_20180717_213659667.jpg

 

 

 

 

 

()효공 원년, 황화와 효산 동쪽에 여섯 개의 강대국이 있었는데, 진 효공은 제 위왕, 초 선왕, 위 혜왕, 연 도후, 한 애후, 조 성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회하(淮河)와 사수(泗水) 사이에는 10여개의 소국이 있었으며 (, , , , , )....주 왕실이 쇠약해지자 제후들은 무력으로 정벌하고 서로 다투어 합병하였다.” ( 사기본기, 진본기, 까치, 133)

 

 

BC 4세기, 이제 천명을 받아 폭군이었던 은나라 주()임금을 처단하고 천하를 통일했던 주()라고 하는 하나의 세계는 사라지고 없었다. 천자를 중심으로 제후와 대부로 이어지는 아름다운종법제 질서는 파괴되었다. 이미 춘추시대부터 시해당한 군주가 36명이나 있고, 멸망한 나라가 52개국이나 있으며, 여러 나라로 분주하게 유랑하면서 자기의 사직(社稷)마저 보존하지 못하였던 제후들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많았다. (사기열전, 태사공자서, 까치, 1212) 그렇게 분열, 합병, 멸망, 이합집산을 계속해나가던 제후국들은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에 와서 7개의 강대국으로 세력이 재편되어 서로 일진일퇴하면서 아슬아슬한 균형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 제후들은 모두  을 자처하면서 천자의 통치행위였던 예악정벌을 스스로 결정했다. 허울뿐이나마 유지되던 천자의 권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그것은, 공자처럼 말하면 하나의 세계가 무너진 천하무도(天下無道)”의 시대였다.(“孔子曰 天下有道 則禮樂征伐 自天子出 天下無道 則禮樂征伐 自諸侯出”, 논어, 계씨편, 2) 하지만 다른 식으로 말하면 다원화된 세계에 걸맞은 변법과 개혁이 강력하게 추동되었던 시대이기도 했다. 하여 이 시대는 맹자의 시대라기보다는 지혜로운 자는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법에 제지당하고, 현명한 자는 예를 고치고, 평범한 자는 예에 구속된다고 말하는 강력한 변법개혁가 상앙(商鞅)과 같은 사람들의 시대이고(사기열전, 상군열전, 까치, 92), 합종연횡의 외교술을 구사하며 한번 노하면 제후들이 두려워하고 가만히 있으면 천하가 조용해졌다(맹자, 등문공 하2) 정치외교 9단 소진(蘇秦), 장의(蘇秦)와 같은 사람들의 시대이고, 전쟁을 할 때마다 “13만 명을 참수하거나 “2만 명을 수장시키거나 40만 명을 생매장시키거나 45만 명을 포로로 잡았던 (사기열전, 백기왕전열전, 까치, 194) 백기(白起)와 같은 전쟁달인들의 시대였다.

 

 

당시 진()나라는 상군(商君)을 등용하여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하였고, ()나라와 위()나라는 오기(吳起)를 등용하여 싸움에서 이기고 적을 약하게 하였다. 제나라의 위왕(威王)과 선왕(宣王)은 손자(孫子), 전기(田忌) 등의 무리를 등용하여 제후들이 동쪽을 향하여 제나라에 조회(朝會)하게 하였다. 천하는 바야흐로 합종(合從)과 연횡(連橫)에 힘썼으며, 남을 공격하고 정벌하는 것을 현명하다고 여겼다.” (사마천, 사기열전, 맹자순경열전, 까치, 204)

 

 

실력과 성과로 승부를 보던 시대! 바야흐로 세상은 요동치고 있었다.

    

 

 

2. 힘의 시대, 말의 시대  

 

 

하나의 세계가 무너졌다는 것은 유일한 권력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권력이 아래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분점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span style="f

댓글 6
  • 2018-07-18 12:07

    1. 직하학궁에 대한 해석이 신선해요~(이 표현 너무 식상함ㅋㅋ)

    :직하학궁에 관한 자료를 읽을 때 그 곳에 모인 지식인들이 역할에 대한 질문을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주지 않았다는 측면.

    그런 면에서 당시 사계급,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지식인이랄 수 있는 그들의 등장.

    피터볼이 공자의 斯文을 계승한 측면으로 정체성을 논했던 지식인 계열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들이 당시 직하학궁에서 연구한 결과물들을 왕에게 유세하는 재료로 삼았다면...

    이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했을까요?

    <사기>에서 춘추전국시대의 지식인 열전이라면 

    노자한비 열전, 맹순경 열전, 굴원 가의열전의 굴원등이 떠오르는데

    샘이 직하학궁을 해석해낸 문장을 씨앗으로 삼아 생각해볼 만 하겠네요.

    2. 맹자의 동선과 장의 소진 동선은 겹치지 않는다.

    : 이 해석도 질문을 부르는 ㅋㅋ

    하지만 맹자는 장의를 알고 있기는 했죠. 제자가 대장부로 거론한 사람이 장의와 공손연 이었고

    맹자는 그들은 대장부가 아니라 첩부지도를 편 이들이라고 비판하는 문장으로 볼 때.

    그렇다면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는 샘의 해석은 

    맹자의 사유와 어떤 연관성으로 이어질 지 궁금합니다~

    어제 올데이 맹자에서 우샘은 

    맹자에 나오는 다양한 지식인 그룹을 여럿 언급하셨어요.

    고자에 나오는 순우곤, 백규등등과 조교도 있었고

    묵가 계열인 혜시도 서로 분명 알았을 것이다 등등

    (시간이 되시면 맹자와 혜시로 강의를 해 보고 싶다고도 하시고요)

    여튼 전국시대 지식인의 지형도를 그려보면서

    그들의 당대 질문이 지금의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을 드러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 2018-07-18 12:11

    뮙니까? 게으르니샘도 원고 쓰셔야 할 듯^^

    여튼 저는 맹모신화의 제작과정을 알게 된 게 재미있더이다!

  • 2018-07-19 09:31

    이번에 곡부에 갔을 때 맹모삼천지교 를 소개하는 판넬이 딸랑 한 켠을 차지하고 있더군요^^ 다분히 의도적인 냄새가....

    그리고 글 중간에 삽입된 엎어진 아기 사진. 아, 너무 끔찍하네요. 

    난민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전국시대도 ing 중이네요. 

    암튼, 맹자의 시대를 꼼꼼히 고증해주신 덕분에 

    맹자가 대하사극의 주인공처럼 생생해지네요. 

    다음 편 기대할게요. 

  • 2018-07-19 12:09

    아직 맹자 안들어갔네요..드라마도 시대극은 시대와 인물소개에만 1~2회 쓴다더니...

    맹자의 동선이 탐구 대상이 되는군요..그래야 맹자의 문제의식이 더 잘보이는거죠?

  • 2018-07-20 07:49

    어느 평론가가 영화 '영웅'에 대해서

    볼거리도 많고 비주얼도 훌륭하지만, 당신의 생각에 동조할 생각은 없다고 하더군요~

    맹모나 맹부인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으나

    전 역시, 영화 영웅에 대한 이야기에 꽂히게 되네요.

    서민의 이야기를 썼던 감독이 이제는 권력에 옹호하는 이가 되었다는,  

    알고 나서 보니 전과 같지 않네요~

  • 2018-07-20 10:54

    문탁샘의 글은 지적호기심을 마구 자극합니다. ㅎㅎ

    글을 읽다보면 참고자료를 뒤져보고 싶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다는...ㅋㅋ

    몇년 전 만들었다는 전국시대 도표...반갑습니다. ㅋ 역시 도표의 달인!

봄날의 주역이야기
주역은 점치는 책이다. 그런데 점치는 방법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주역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은, 주역은 점을 치는 책으로 인정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내용과 의미를 꼼꼼히 원리와 뜻을 따져가며 해석해서 읽어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리를 따져가며 읽는 방식의 주역을 의리역(義理易)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다. 점을 치면서도 그 해석을 의리적으로 하기도 하고 의리역으로서 주역을 읽으면서 수시로 점을 치기도 한다. 어쩌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하게 취하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일 수 있다. 가끔 혼자 혹은 함께 모여 시초점으로 괘를 뽑고 이것을 해석하는 재미가, 주역이 다른 텍스트와 구별되는 매력이 되기도 한다. 점을 쳐서 화수미제(火水未濟)괘를 얻었다고 치자. 그럼 나는 생각해본다. 나에게 왜 이 화수미제괘가 왔을까? 주역을 공부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우선 이 괘가 길흉, 즉 좋은지 나쁜지를 먼저 따졌었다. 지금은 그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어떤 괘가 오든지 내내 좋기만 하든지, 내내 나쁘기만 한 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다고 환호하고 있을 때 막바지에 다가올 불운을 캐치해내지 못하는 것이, 나쁜 괘를 받아들고 심사숙고해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보다 더욱 큰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정(正)도 없고 응(應)도 기댈 바 없고 화수미제괘는 주역 64괘의 순서에서 마지막에 위치한 괘이다. 하나의 괘를 이루는 여섯 효는 음양의 배치에 원칙이 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 효의 자릿값의 순서는 양-음-양-음-양-음이다. 63번째 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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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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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1 | 조회 200
한문이예술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하나의 귀와 두 개의 입 한자가 보여주는 듣기의 방법론   동은     1. 실용實用적인 한자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단어가 등장할 때가 있다. 그러면 눈을 부릅뜨고 앞뒤의 맥락을 살펴 단어의 의미를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그 단어가 짐작만으로는 넘기기 어려운 위치에 있거나 도무지 감도 오지 않는 경우에는 사전에서 찾아봐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같은 발음을 가진 다른 의미의 단어들이 여러게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땐 하나하나 문장 속 단어에 의미를 적용시키며 여러 개의 단어 중에서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한자를 많이 알면 이 과정이 상당히 빨라진다. 단어의 상당수가 한자어에서 유래한 우리말의 특성상, 한자를 많이 알수록 이렇게 문해력과 어휘력이 좋아진다. 그런 점에서 한자는 분명 살아가는데 실용적이다. 실용實用적이라는 건 실제로 쓰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인데, 이런 문해력과 어휘력 외에도 한자의 실용성이 발휘되는 부분이 있다.     한글과 다르게 한자는 문자 하나에 ‘의미’가 담겨있다. 당연하게도 ‘의미’가 문자에 담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은 때로 우연히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상당한 고심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맥락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복잡해지기도 한다. 이건 문자 하나일 뿐일지라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는 여러가지 일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층적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문자가 사용되는 오늘날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처음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골문에 대한 해석은 오늘날에도 고정되어 있지...
동은
2024.03.26 | 조회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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