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독> 로미오와 줄리엣 21회차 후기

여울아
2017-02-26 16:41
332

마지막 세미나가 21회... 횟수로 치면 많지 않은데, 두 달간 주 2, 3회씩 밀착 세미나였다!

로미오줄리엣에 관한 이야기든 세미나 소감이든 한 페이지씩 써와서 같이 읽고, 치킨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소연이는 몸이 안 좋아서 못오고, 좀 늦게 제윤이가 와서 모두 8명이 함께 했다.

아이들이 써온 에세이는 나를 포함 대부분 내용과 형식이 같아서 놀라웠고,

더 놀라운 것은 그 와중에도 각양각색의 인물분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수아는 짝사랑하던 로잘린을 쉽게 배반하는 로미오에 대한 실망이 컸다고 한다.

소현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현실성 없는 것을 꼬집었다.

우진이는 우리 중 유일하게 나름대로 사랑의 정의를 내렸다. 사랑이란 오래 보고 서로 이해해주며 좋아해주는 것.

혜윤이는 로미오가 죽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곧 다른 여자에게 반해 쫓아다녔을 거라는 사랑의 불신을 표현했다.

나는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지만, 이들처럼 감정에 충실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우린 누구나 로미오 줄리엣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채진이는 이들의 사랑이 싫고 무섭다고 했다.  

특히 줄리엣은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로미오의 사랑을 갈구한 것 아니냐는 독특한 해석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상우는 두 달간 영어세미나를 지속한 것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3일천하에 그친 이들이 정말 사랑했을까? 제윤이가 물었다.

이들의 불꽃같은 사랑은 끊임 없이 의심받는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첫눈에 반하는 사랑에 대한 의심으로, 

그리고 억압적인 시대적 분위기 떄문에.

이런 수많은 혐의에도 불구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목숨을 걸만큼 서로에게 절대적이었다. 

사실 세미나하는 내내 이들의 설익은 사랑은 우리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너무 과해서 너무 못 미쳐서 어쩄든 스토리에 충분히 빠져들지 못했다.

하지만 어른들이 십대를 사랑의 무식자, 불능자로 규정하고 있는게 아닐까.

다들 이런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지만,

언젠가 사랑을 찾아 집을 나갔다는 아이들의 소식이 들릴 것만 같다.   

14살 줄리엣, 16살 로미오.

나도 이들 나이 때 충분히 사랑하고 표현하고 미쳐버렸어도 좋았을텐데.. 하하.

이야기를 마치고, 파지스쿨 방을 청소하고 깐부치킨에서 먹방을 찍고 커피숍도 갔다.

그리고 우리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도 이렇게 끝이 났다!!!

내가 처음 영어강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파지스쿨 졸업생 수아와 소연이 때문이었다.

수아는 영국에 기거할 집을 알아보면서 차근차근 출발준비를 하고  있고,

소연이는 올 한해 사이버대학 디자인학과에 진학해서 공부할 예정이다.  

나는? 그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난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문탁 한 켠에 있을테니 언제든 놀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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