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일리아스 세미나]21~24권 발제 및 후기

코스모스
2017-01-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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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는 전쟁 시작부터 아가멤논과의 불화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킬레우스가 끔직히 사랑하는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서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아킬레우스가 복수심으로 타올라 아가멤논과 전격적인 화해를 하고 전장에 나선 것이다. 아가멤논에게 상처받은 자존심으로 인해 끓어올랐던 분노는 헥토르와 트로이아에 대한 분노로 전환되었다.

아킬레우스는 신과같은 용맹과 기량으로 무수한 트로이아인들을 처참하게 죽이고 헥토르마저 처단하고는12일동안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매달고 달렸다. 너무도 잔혹한 아킬레우스의 만행에 신들이 관여하게 되고, 결국 아킬레우스는 탄원하는 프리아모스를 받아들이고 프리아모스의 탄원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성장기 라는데 24권에서 아킬레우스가 프리아모스와 나눈 대화에서 나타난 아킬레우스의 모습은 아킬레우스가 성장한 모습이 나타났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여전히 아킬레우스는 오로지 자신의 슬픔과 자신의 문제에만 빠져 있고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킬레우스가 자식을 잃은 프리아모스의 심정에 공감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일면 성숙해진 아킬레우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워낙 천방지축이었던 아킬레우스였기에 그 정도의 변화도 높이 평가되는 게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프리아모스의 왜곡된 자식 사랑, 즉 잘난 자식만을 사랑하고 부족한 자식은 멸시하는 자기 중심적인 부성애를 보고 왜곡된 부성애와 모성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나친 관심과 관여는 자식들을 압박하고 또 편애나 무관심은 자식들에게 결핍으로 상처를 준다.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감정적 영향은 일생동안 감정의 많은 부분은 지배하고 영향을 주는 만큼 현명한 부모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일리아스를 읽는 동안 우리 대부분은 트로이아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스의 승리를 알기에 트로이아를 응원하게 된 걸까. 다행히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트로이아의 멸망을 담고 있지 않다. 무려 3000년전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전쟁인데도 우리가 트로이아의 처참한 몰락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건 무엇 때문일까. 어떤 이야기든 해피 엔딩이기를, 비극을 비껴가기를 우리는 언제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가보다. 그러나 어느정도 인생을 살아온 우리는 비극이 남의 이야기가, 먼 세상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여기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결코 해피엔딩일 수만은 없는, 아니  모두 비극일 수 밖에 없는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공부라는 걸 하고 있는지 모른다.

다음 시간에는 각자 나름대로 정리글을 써 오기로 했습니다. 

이후 몇주 휴식 후 [그리스 원전 읽기 세미나]가 

시작될 예정이니 관심있으신 분들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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