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 셋째 날, 함곡관을 지나 낙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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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5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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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24/ 문탁 이문서당, 강학원 트랜순/ 중국 수학여행 3일차

 

중국여행 셋째 날, 함곡관을 지나 낙양으로

김지원

720, 조식을 먹고 호텔 로비에 가장 먼저 내려와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다. 바쁜 걸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담배를 태우러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나에게로 달려와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택시기사들. 4년 전 필리핀에서 이보다 심한 풍경을 보았기 때문인지, 딱히 기분 나쁘진 않다.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모른척하면 이 사람들도 잡고 늘어지지 않는다. 다들 재빨리 다른 손님에게로 가기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택시 기사 한명이 안가고 그 자리에 남아 함께 담배를 태운다. “한궈?” “Yes, Korean" "Do you know EXO?" "Ofcourse, they are famous!" "My daughter likes them" "하하하하”()

 

체크아웃을 마치고 서둘러 차에 올랐다. 오늘은 낙양으로 가는데, 차에 있는 시간만 6시간이다. 가는 도중, 함곡관을 거쳐 묘지박물관에 들렀다가, 백마사를 구경하고 낙양에 있는 호텔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원래 일정에는 관우의 묘가 있는 관림을 구경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동선 상 다음날로 미루어졌다.

 

함곡관 로맨스

전날 밤 늦게 잤던 탓인지, 차에 올라 오늘의 일정 설명이 끝나자마자 잠이 들었다. 3시간가량을 달려 함곡관에 거의 다 도착해 깨어보니 주변 지형이 바뀌어있었다! 시안은 중국 북서부 관중분지의 중앙이기 때문에 주변에 산이 없고, 탁 트인 넓은 평야만 있어왔는데, 허난성 북서부인 이곳에서는 산과 황토층의 깊은 골짜기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지형이라 신기해하며 주변 환경을 관찰했다. 차를 타고 가며 이곳저곳에서 어렵지 않게 토굴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고 했다. 황토로 이루어진 땅은 파기도 쉽고, 잘 무너지지 않아서 옛날부터 사람들이 토굴 마을을 이루어 산다고.

 

오전에 함곡관에 처음 도착해 그곳 상점에서 드디어 엄마를 위한 선물을 샀다!쓸데없는 것 사오지 말라고 해서 쓸모 있는 것을 얼마나 찾아 헤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때 웬 귀엽게 생긴 아가씨가 내가 물건을 고르는 것을 보며 옆에서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웃어주었고 그 아가씨는 얼굴을 붉혔다. 아마 그 아가씨는 가게의 점원이었다. !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일행과 함께 함곡관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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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곡관은 역사적으로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다. <사기>에도 등장하는데, 중국 서쪽에 동떨어져 있던 진나라가 당시의 중원인 동쪽으로 오기 위해서 꼭 거쳐야만 하는, 반대로 진이 세력을 떨치기 시작할 때 5개국이 힘을 모아 진을 치려할 때에도 꼭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었다. 넓은 중국 땅덩어리에서 왜 하필 이 조그만 함곡관을 거쳐야 하는가 하니, 함곡관의 북과 남으로 쭉 늘어선 험한 산과 골짜기, 강 때문이다. 함곡관을 기준으로 중국은 동쪽의 중원, 서쪽의 관중으로 나뉜다. 그러니까 이러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하여 서에서 동으로, 동에서 서로 이동하는 모든 이들은 함곡관을 지나야 했고, 서와 동 간의 수많은 전투들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대표적으로는 항우와 유방의 전투가 있었고, 진나라 때 위, , , , 5개국이 합종하여 진을 총공격했다가 대패한 곳도 이곳 함곡관이었다. 계명구도의 성어가 생긴 곳도 바로 이곳이며, 노자가 도덕경을 적은 곳도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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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수많은 일이 일어난, 수많은 흔적이 남아있는 이곳은 나에게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를 흘렸을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통과해 새로운 삶을 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삶들이 왠지 이곳 함곡관의 땅을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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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 사원을 구경하고, 맹상군의 충성스런 부하가 닭 울음을 흉내 냈다는 곳에도 가보고, 함곡관의 감시탑에도 올라보았다. 무거운 땅을 여유롭게 걷고 있자니 금방 배가 고팠다. 열두시가 조금 넘어 함곡관 입구에서 식사를 했는데, 음식이 너무 매워 모두들 혀를 내고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나는 오전에 보았던 그 아가씨가 혹시 다시 나올까 싶어 일행보다 조금 천천히 걸어갔다. 느티나무님이 화장실을 다녀오시겠다고 짐을 맡기고 가셔서 잠시 기다렸는데, 좀 전에 나온 곳을 돌아보니 그 아가씨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난 이틀간 너무 여행에만 매진해서 내가 헛것을 본 것일까? 말 한마디 없이 서로 웃고,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난 이미 긴 시간 그 아가씨와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믿거나 말거나. 다음에 중국에 오게 되면 다시 한 번 함곡관에 와봐야지!

 

낙양 묘지박물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또 3시간을 달려 우리가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낙양의 묘지박물관이었다. 낙양 각지에서 오래된 묘지들귀족, 왕족, 벼슬을 했던 사람들의 묘지들을 그대로 옮겨와 이곳에 전시를 했다. 시대 순으로 복도가 만들어져있고, 복도를 따라 묘지들이 방처럼 늘어서 있다. 천천히 동선을 따라가면서 보니, 묘지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양식도 바뀌고, 더 견고하고 튼튼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묘지에 그려진 벽화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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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신기한 박물관이었으나, 나는 묘지박물관을 견학하며 그 닥 기분이 좋지 않았다. 첫 번째 묘지에 들어가 사진을 찍을 때부터 기분이 묘했다. ‘여기에 묻힌 사람은 죽어서도 조용히 있을 수가 없겠구나!’싶었다. 어찌 보면 묘지 박물관이 아닌 다른 많은요산요수님이 댓글에 쓰신 것처럼박물관에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묘지는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묘지를 옮겨와서 모든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 정말 괜찮은 일인가?” 분명히 무덤을 옮기고, 전시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많은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하지만 지식에 대한 의지가 모든 행동을 합리화할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묘를 보호하기 위하여 그 안에 수호를 상징하는 동물도 넣고, 단단하게 벽돌을 구워서 짓기도 하였을 것인데, 이는 현대에 아무런 수호도 하지 못하나보다. 나는 나 나름의 작은 예의로 첫 번째 묘지 이후 한 장의 사진도 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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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사

낙양 서옹문 밖에 위치한 백마사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절, 중국 최초의 절로 알려져있다. 기원 전후로 하여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기록에 따르면 후한 때인 서기 67년에 인도의 승려들이 한나라 사신 명제의 간청으로 불상과 경전을 흰 말에 싣고 들어와 이 절에 살며 <42장경> 1권을 번역했다고 한다. 후에 이 절은 점차 퇴락하다가 당나라 때에 복구하였으나, 당시의 건물로써는 현재 전탑(낙양제운탑 혹은 석가사리탑) 1기만 남아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초의 절을 복구하고 추가적으로 신설한 건물 전체를 합한 현재 이 절의 규모는 엄청나다. 대불전을 두고 동쪽으로는 비구니들이 묵고 수행하는 곳이 넓고, 서쪽으로는 미얀마식 절이 신설되었다아마 현재 공사가 완벽히 끝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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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분이 넘어 도착해 신기하게 생긴 석가사리탑을 구경하고 나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해 지는 방향 쪽으로 걸어 미얀마식 절까지 여유롭게 산책하듯이 둘러보았다. 여전히 불교에 대한 지식이나 중국 역사의 흐름을 잘 잡지 못하니 물어봐도 특별히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그저 신기하고, 즐겁다. 절에서 나는 향내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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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니 해가 졌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밥을 먹으러 나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호텔이 신도시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이희경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신도시는 세계 어느 곳이든 특색이 없다이곳도 그저 깨끗하고, 질서정연하다. 그래도 저녁밥은 아주 맛있었다. 내일이면 어느덧 중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이다. 이틀 후에는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게 되므로. 벌써부터 아쉽다. 왜 하필 오늘 신도시로 온 것인가! 나도 술을 좀 먹고 싶다! 오늘은 체력을 비축하며 내일 밤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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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늘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끔찍한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백마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비위가 강한 나에게도 사고를 당한이의 모습은 아주 큰 충격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아니 사고를 목격하고 더욱 더 그것이 무질서나 안전 불감증의 문제로 치부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탓하지 않길.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분을 위해 다시 한 번 명복을 빈다.

댓글 8
  • 2014-09-25 06:18

    엑소를 좋아하는 딸을 둔 택시기사와의 영어대화를 시작으로,

    어느 처녀와의 아삼삼한 로맨스 필 충분한 시선,

    죽은 자를 전시하는 야만(?)에 대한 질문,

    비명횡사한 이에 대한 추모까지...

     

    김지원의 글은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기~~인 글이어서 마을교사블로그 포스팅할 때는 늘 잘리기 일쑤였는데,

    이번 기행문은 그 장점이 잘 살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지원아, 기행문 글쓰기로 먹고사는 거 생각해봐라.

     

    참, 엄마를 위한 꼭 필요한 선물 뭔지 정말 궁금하다...

    .....

    ..... 혹시?????  쌀은 아니겠지?

  • 2014-09-25 08:29

    오늘은 지원이의 글보다

    문탁님의 피로함이 더 절절히 느껴지네요ㅋㅋ

    며칠이나 지났다고 걱정은.....

    다정도 병인 양하여 귀가날짜가 다가오고 있습니당^^ 

    아! 참 어제 우리도 원한과 복수의 감정으로

    짜장면 시켜 먹었어요.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 2014-09-25 08:31

    (번역)

    문탁입니다.

    저는 이 여행이 여전히 힘듭니다. 하지만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즐거워요!!

    학이당은 어디있습니까?

    이문서당은요?

    에헴....!!(빨리 댓글 다시라는 헛기침)

  • 2014-09-25 08:40

    지원이 덕분에 앉아서 중국여행기분 내고 있네요~~안 가봤지만 가본 듯한 기억으로 남을 듯...이곳은 이미지로 씨름중

  • 2014-09-25 08:46

    지원이의 긴 영어문장이 그런내용이었군요!  스마일리, '땡큐'

    전 지원이가 택시운전기사에게 그렇게 긴 영어를 한줄 알았죠, 역시 그랬군요!

    그리고 중국아가씨의 눈길에 긴 여운을 담는 지원이의 능청이 참 귀엽네.

    하며 입가와 눈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

    문탁샘의 따가운 눈길에 정신이 번쩍!

    샘 중국에서도 저희 걱정입니까? 그곳의 재미가 이곳 걱정만 못하다는.......

     

  • 2014-09-25 10:32

    함곡관의 로맨스...아주 재밌어요~

    나 같으면 저 인간이 왜 실실 거리며 웃나...싶을텐데..

    20대 청춘은 역시 다르네요.

    설레는 로맨스로 확장되다니..^^

    문탁선생님은 컨디션 난조로 힘드신가봐요.

    건강 잘 챙기시고 여행 마지막 날까지 마무리 잘 하고 오시길~

  • 2014-09-25 14:53

    맹상군이 닭울음 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 조그만 재주라도 마다않고 다 받아서 수하에 두었던 맹상군의 넓은 품으로 인해

    개소리든 닭소리든 아쉬울 때 그 재주를 부려주는 이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이었지요? ㅎ`~

    중원밖을 나가려면 함곡관이고 더 나아가 서역으로 가려면 가욕관을 지나야 하고. . .

    동쪽 끝, 천진을 지나 우리나라와 마주한 바닷가로 가면 산해관이 있지요.

    눈에 선하네요.

    낙양의 여름은 어디나  목단이 만발이던데 초가을 낙양은 어떨런지.

  • 2014-09-25 17:15

    난 이미 긴 시간 그 아가씨와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난 이대목이 맘에 쏙 드네요^^

    장만옥과 여명의 첨밀밀...

     

    사랑은 .. 찾고자 해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쫓아간다고 잡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내 삶을 살아가고 있을때..

    소리 없이 옆에 와서 서 있는 것이 사랑이다..

     

    지원이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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