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논어베스트 14-끝^^]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 하지 않으니, 군자가 아니겠느냐?
문탁
2020-05-04 06:48
457
<논어>는 어떤 텍스트일까?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공자와 제자의 문답집이다. (공자 왈^^)
그것을 <성균관스캔들>이라는 드라마에서는 “공구라는 고지식한 늙은이와 똘똘한 제자들이 모여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박 터지게 싸운 기록들”이라는 멋진 말로 재탄생시켰었다.
아무튼.
그간, 난, <논어>에 대해 늘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그것은 ‘천명’이 무너진 세상에서
더 이상 살던 대로 살 수 없는 시절(춘추전국시대)을 맞아
사람(人)들이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仁) 살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텍스트라고.
(한마디로 "仁에 대한 텍스트" - 역시 교과서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부쩍 이런 생각이 든다.
<논어>는 무엇보다 ‘군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공자 자신의 질문과 관련된 텍스트 아니었을까?
영광보다는 좌절이, 되는 일보다는 안 되는 일이, 알아주는 사람보다는 알아주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던 당대에, 스스로 자임한 일을 묵묵히 해나가지만(“任重而道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매일이 고된 공자가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질문. “나는 도대체 이 일을 왜 하는 것일까?”,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일까?”라는 질문과 관계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여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 하지 않아야 군자구나!”라는 문장은,
그 오랜 고군분투의 삶의 끝자락에서 기여코 건져 올린 공자 자신의 깊은 깨달음이 아니었을까?, 라고.
공동체 내부에 이러저런 일이 생기고 있는 지금,
친구들의 마음이 할퀴어지고 상처가 쌓여가고 있는 요즘,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다시 이 문장이 새롭다!
잘 살아보려고 애쓰지만
돌아보면 늘 뻔~ 하게, 하던 대로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다시 이 문장이 아프다!
물론, 거의 니르바나(涅槃)급의 이 과제는 천하의 공자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니만큼
나 같은 소인배가 넘볼수 있는 경지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봐야 하지 않겠는가?
자, 다시 초심으로!
나부터, 군자-되기! 노력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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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맘에 꼽던 문장이예요.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행하기 어려운 문장이구요.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뭐, 괜찮아'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도 끝없이
나를 개떡같이 취급하던 누구누구,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던 누구누구,
(감히) 내가 한 일을 비난하려 드는 누구누구에 대한 분노와 섭섭함이 배배꼬여
나 혼자 한탄했다가 슬퍼했다가 실망했다가...
그래서 여전히 소인의 질퍽한 흙구덩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가는 요즘입니다....
어? 소인부르셨나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