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논어 베스트 9] "편견을 깨다"

느티나무
2020-04-29 05:56
434
[나의 베스트 논어]는 문탁에서 논어를 쫌이라도 읽거나 듣거나  또는 외운 친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논어 문장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주간 매일 소개한 뒤 그 중 '올해의 논어'로  세 문장을 선정할 예정입니다. 열심히 고를 생각을 하며 읽어주세요^^

 

 

『논어』는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문장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에 몰입했었는데

요즘 『낭송 논어』를 읽어가면서는 공자라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공자님 다시보니 순수하고, 열정적이면서 짓궂기도 하네요.

 저는 『논어』의 베스트 문장으로 제게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 두 문장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자한편 3장  '예를 따르는 것'

子曰 “麻冕, 禮也, 今也純, 儉. 吾從衆. 拜下禮. 今拜乎上, 泰也. 雖違衆, 吾從下.”

자왈 "마면 예야 , 금야순, 검. 오종중 .배하례 .금배호상, 태야. 수위중,오종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삼베로 만든 관을 쓰는 것이 예에 맞지만, 지금은 흰 비단으로 만든 관을 쓰니 검소하다. 나는 여러 사람을 따르겠다. 당 아래에서 절하는 것이 예에 맞지만, 지금은 당 위에서 절하니 교만하다. 비록 여러 사람과 어긋나더라도 나는 당 아래에서 절하겠다.” <출처 ; 『낭송 논어』>

 

제례를 지낼 때는 삼실로 만든 관은 쓰는 것이 예에 맞는 것이다. 그런데 삼실을 가늘게 만드는 일에는 비단보다 훨씬 더 많은 품이 들어서 비쌀 뿐아니라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비단으로 만든 면관을 쓰게 되었다. 때문에 공자는 검소한 것을 받아들여 비단 면관을 쓰는 예를 따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제례를 지낼 때 당 아래에서 절하는 것이 예인데 사람들이 불편함을 싫어해서 편리에 따라 위에서 절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이 시류라 하더라도 따르기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말한 것이다. 예도 경우에 맞게 행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처음 『논어』를 읽을 때 유학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특히 ‘예(禮)’에 대해서 융통성 없이 강요되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편견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기본 예의까지 잃어버리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문장은 나의 편견을 깨고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아준 중요한 문장이다. 이것을 발견했을 때 정말 기뻤었다.공자가 말씀하신 예는 한 가지만을 고집하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맞게 혹은 대상에 따라 적절함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었다. 고지식이 아니라 융통성이다. 갑자기 눈 앞이 확 밝아지는 느낌이 들고 『논어』와 공자에 대한 호감도가 100배 상승했다. 그때부터 공자와 『논어』는 내게 전혀 다른 텍스트가 되었다. 전통적으로 우리를 억압하고 있던 윤리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의를 지키는 것은 고리타분한 일이고 창의성을 억제 시키는 것이라는 왜곡된 편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내게 '예'는 오히려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 지혜로 다가온다.

 

두 번째,  위정편 21장  '정치란 무엇인가'

或謂孔子曰 “子奚不爲政?”

혹위공자왈 "자해불위정?"

子曰 “書云, ‘孝乎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是亦爲政, 奚其爲爲政?”

자왈 "서운, '효호유호, 우우형제, 시어유정.' 시역위정, 해기위위정?"

 

어떤 사람이 공자께 말했다. “선생께서는 어째서 정치를 하지 않으십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서경』에 말하기를 ‘효로다! 부모에게 효도하여 형제간에 우애가 있고 정치로 펼친다’라고 했다. 이 또한 정치를 하는 것이니 어찌 지위에 있어야지만 정치를 하는 것이 되겠는가?” <출처 ; 『낭송 논어』>

 

 정치는 반드시 정치를 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것도 정치를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정치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예전엔 나도 정치는 정계에 진출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거나 정당인이 되거나 혹은 선거날 투표를 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꽤 오랜 시간 ‘일상을 정치로’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듯하다. 위의 문장과 더불어 안연편 17장에는 “政者, 正也”라는 말이 나온다. 정치는 바로 잡는 것이라는 말이다. 아이들과 서당 수업을 하던 중에 이 문장이 새삼스레 다시 새겨지는 날이 있었다. 일상을 정치로는 일상을 바르게 사는 것과 다름 아니다. 정치는 부모와 형제 사이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예로써 바르게 살펴 살아가는 것이다.

 

댓글 1
  • 2020-04-29 10:35

    예, 정치 뿐만 아니라 또 어떤 편견을 깨는 말들이 논어에 있을까요?
    논어를 공부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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