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생태감성기르기 프로젝트 #9 다큐멘터리 <수라>

토토로
2023-06-2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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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리기 전에  정리되지 않은 글로 올리는 생태감성 일지)

 

 

수라?

 

이 말을 처음 들었을때 나는 머릿속으로 수랏간? 혹은 수라 텃밭? 쯤을 떠올리며, 음식이나 농업에 관한 다큐인가 보다 했다.

그것이 새만금 방조제와 갯벌에 관한 다큐인 줄은 몰랐다.

 

 "여러분~ 너무 흥행이 저조합니다! 꼭 가서 봐주세요~"라는 참샘과 띠우샘의 간곡한 호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홀로 극장에 앉아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울다시피 했다는 문탁샘의 인스타그램에 마음이 동했다. 

나도 가서 봐야겠구나.....

 

 

 

 

가천대 근처 사는 도라지샘과 모란 cgv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정했다. (모란 cgv에서 하루 두번 상영중)

안그래도 부모님 돌봄에 얼굴 보기 힘들어진 도라지. 모처럼 얼굴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수라!

 

새만금 방조제 건설에 맞선 투쟁,

갯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아직) 살아있는 갯벌의 모습.

그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감독의 집요함과 섬세함 덕분에 영상미가 탁월했다. 

말로 일일이 표현하기 어려우니 그 영상은 머릿 속에 간직하기로 하고,  생각나는 대사만은 적어두어야 겠다.

잊지않기 위해서.

 

 

저는 갯벌에서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았어요. 황홀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하지 못한다는게 아쉬워요. 그 황홀함을 보고나면 이곳을 떠날 수가 없어요.  지극한 이쁨을 보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

누구라도 그것을 보고나면 나처럼 이렇게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도요새의 군무를 보고)

 

 

 

이 갯벌은 그야말로 '명랑한 곳'이었어요.

 

물이 막혀 메말라 가던 갯벌에 어느날 비가 오자 뻘 속에 사는 녀석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올라왔어요. 

숨을 쉬려고요. 하지만 짠 바닷물이 아닌 빗물이라서, 다 죽었어요. 그 많은 생명이 끔직하게도.

 

갯벌에서 나는 것으로 먹고 살았어요. 자식들 공부도 시킬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젠 갯벌은 예전과 달라졌고 우리는 공공근로를 해요. 새만금 관광단지 주변에 자란 풀베기 공공근로요....

 

바닷새들의 소리만 들어도 구분을 할수 있어요. 부리의 모습, 먹이를 잡는 특성에 따라 소리가 다 달라요. 

 

     

 

 

 

나에게  갯벌은, 새만금은....

 

몇 주 전에 당진 왜목마을 해변가에 놀러간 적이 있다.

물 빠진 갯벌에 쪼그리고 앉아 돈 만원을 내고 조개를 캐는 꼬마들과 그 부모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서 우리집은 애들이  이제 다 커서  조개 캐기 체험같은 건 안해도 된다고, 다행이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다. 

 

 

-2023, 6, 6 왜목마을 갯벌에서

 

 

새만금 방조제와 갯벌에 관한 글을 녹색평론에서 몇번 읽은 적이 있다. 33.9키로미터에 달하는 어어어마한 방조제. 30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건설중이라는. 제대로 된 환경평가도 없었다는. 책을 읽고 내용 정리도 했었을테지만 그 뿐이었다.

 

영화 <수라>를 보고 나서야 부끄럽게도 내가  아주 얇디얇은 지식으로, 얼마나 건조하고 사무적으로 새만금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왔는지 깨달았다. 나는 책만 봤을 뿐이지, 그 생생한 아름다움과 아픔을 구체적인 말과 이미지로 알지 못했던 것이다.

 

친구 남편 중 한명이 농어촌 진흥공사에 다닌다. 성실하고, 선하고 좋은 그 사람은 군산 관광단지, 즉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에서 꽤 오래 일 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 가족이 떠올랐다. 친구 내외가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씁쓸했다.

 

감동과 반성과 씁쓸함이 버무려지는 영화 <수라>. 상영이 오래 되진 못할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 내리기 전에 다른 분들도 많이 봤음 좋겠다.

 

 

 

 

 

댓글 6
  • 2023-06-25 13:15

    아ㅡㅡ수라를ㅡㅡㅡㅡ꼭ㅡㅡㅡㅡ봐야겠군요ㅡㅡㅡ

  • 2023-06-25 13:40

    쉽지 않게 극장에서 상영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입소문 나고
    갯벌의 생동감이 사회안에서도 이어지면 좋겠죠!

  • 2023-06-25 20:24

    작년 기후파업때 뵈었던 새만금 활동가분이 생각나네요.
    그 후 인터뷰도 우연히 봤었는데, 안타까워 하던 모습이 떠올라요
    우리가 저렇게 서식지를 빼앗기면 어떤 모습을 띨까하는 생각도 문득 들고요

  • 2023-06-25 22:03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울지는 않았지만. 저도 조금 울긴 했어요.

    집에 와서 새만금 일대 사진을 찾아서 봤어요. 수라 갯벌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잘 몰랐던 지난 시간을 반성하며 이제 더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안에 다녀오고 싶네요. 토토로쌤~ 같이 가요!^^

  • 2023-06-26 14:38

    아... 수라는 금방 내릴 것 같고.... 그런데 에세이 주간이고.... 아....
    어쨌든 여러분들의 후기도 글코 토토로샘의 일지를 보니까 저도 꼭 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당.

  • 2023-06-28 18:24

    정신차리고 이제사 검색해보니 상영관이 없네요 슬픕니다. 갯벌에라도 가봐야 할까요.